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146)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49화(149/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49)
마력의 형상화.
빌립트가 알려 준 말은 생각 이상으로 어려운 것이었다.
그에 데미안이 빌립트에게 조금 더 자세히 물어보고자 했지만.
“이 이상의 것은 공작님과의 훈련을 통해 배우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저 이론적으로 안다고 갑자기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빌립트가 먼저 말을 꺼내며 고개를 저었다.
데미안은 조금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빌립트 님의 말이 틀린 것이 하나도 없다.’
어차피 이론만 안다고 해서 바뀔 수 있다면, 모두가 다 오러를 다루고 있을 터.
그저 지금은 부족한 숙제를 하나씩 메꾸는 것이 먼저였다.
“그럼 오늘 밤은 푹 쉬십시오. 해가 뜨면 그때 다시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니까요.”
“알겠습니다.”
쉬는 것 역시 훈련이다.
마력을 움직일 때 느껴지는 이 통증을 안고 하이넬과 싸운다는 건 미친 짓이니까.
데미안은 빌립트가 준비해 준 음식을 먹으며 최대한 회복에 집중했다.
그리고 다음 날.
“몸은 좀 괜찮은가?”
“예, 문제없습니다.”
동이 트기 무섭게 창을 들고 밖으로 나온 데미안은 마력 연공법을 훈련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이넬은 이글거리는 데미안의 눈빛에 작게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뭔가 다를 것 같군.”
“기대에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데미안이 창을 움켜쥐며 다시 자세를 잡았다.
하이넬과 싸우다 보니 자꾸 흥분하며 감정의 컨트롤이 되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가슴은 뜨겁게, 하지만 머리는…….’
차갑게.
냉정하게 적을 꿰뚫는다.
사아아아악
시작부터 가라앉은 데미안의 날카로운 살기에 하이넬이 흠칫하며 표정을 굳혔다.
정말 데미안의 말처럼 오늘은 뭔가 시작부터 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씨익.
데미안의 살기에 하이넬이 투기를 끌어올리며 크게 미소를 지었다.
무려 40살 가까이 차이 나는 이 소년과 싸우다 보면 묘하게 몸이 끓어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어 하이넬이 바닥을 강하게 구르며 데미안을 향해 쇄도했다.
“오늘은 내가 먼저 가겠다!”
“흐아압!”
중간에서 마주한 두 사람이 동시에 무기를 휘둘렀다.
쩌엉!
강렬한 굉음과 함께 데미안은 창을 쥐고 있는 손목이 시큰해짐을 느꼈다. 하지만.
타닥!
빠르게 뒤로 물러서며 전방을 향해 반원을 그리며 크게 창을 휘둘렀다.
부웅!
의미 없는 공격처럼 보였지만, 그 공격에 하이넬은 뒤로 한 걸음 물러서야 했다.
그냥 들어가기엔 데미안이 휘두른 창의 범위가 생각보다 넓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이넬이 한 걸음 뒤로 물러서는 바로 그 순간.
“흐읍!”
우우웅!
데미안이 마력을 끌어올리며 곧바로 다리 쪽으로 집중시켜 강하게 바닥을 굴렀다.
콰앙!
강한 발 구름과 함께 데미안이 밟은 땅이 움푹 패었다.
그와 동시에 화살처럼 하이넬을 향해 달려가는 데미안.
어제와는 완전히 다른 움직임에 뒤로 물러났던 하이넬은 급히 검을 들었다.
달려오는 탄력을 이용한 데미안의 찌르기가 엄청나게 위협적으로 뻗어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피하기엔 늦었다.
하이넬이 급히 검을 휘두르며 데미안의 창을 쳐 냈지만…….
채앵!
“……?!”
조금 전과 달리 묵직해진 그의 공격에 하이넬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 녀석…….’
그 짧은 순간, 다리로 이동시켰던 마력의 대부분을 창에 집중시켰다.
게다가 창이 튕겨 나가자마자 전신으로 골고루 마력을 분포하여 균형을 잡았고.
쾅!
곧바로 마력을 다리로 이동시키며 또다시 엄청난 스피드로 데미안이 하이넬의 뒤를 점했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 벌어진 일.
하이넬의 뒤를 잡은 데미안은 끓어오르는 투기를 억누르며 냉정하게 그를 보았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이어서 데미안이 빠르게 마력을 상체로 이동시키며 창으로 밀어 넣었다.
오른쪽으로 돌렸던 허리를 반대 방향으로 비틀며 내뻗는 전력을 다한 찌르기.
데미안의 창은 마치 한 줄기의 섬광처럼 하이넬을 향해 뻗어 나갔다.
콰콰콰콰콰콰콰쾅!
데미안이 뿜어낸 투기가 하이넬을 집어삼키며 엄청난 굉음을 터트렸다.
이미 하이넬이 있던 주변은 완전히 산산조각 났고, 그 중심에 있던 하이넬은 검막을 만들어 내며 데미안의 공격을 최소화했다.
그렇지만.
“……후우, 이것 참.”
입고 있던 옷 군데군데가 찢어진 하이넬.
아니, 방금 전 공격으로 어깨 부근에 아주 살짝이지만 긁힌 자국과 함께 핏방울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걸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면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구먼, 후후후후후.”
하이넬이 나지막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의 말처럼 누가 이런 상황을 믿을 수 있겠는가.
“확실히 실망시키진 않을 것 같구먼.”
어제처럼 실수로 오러를 사용하지 않기 위해 힘을 뺐던 것이 오히려 그에게 기회를 준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그것과 별개로.
‘단 하루 만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대체…… 무슨 짓을 한 건가, 빌립트.’
데미안에게 해 줄 조언이 있다면서 조심스럽게 물어보던 빌립트의 모습이 떠올랐다.
해 줄 수 있는 건 모두 해 주라고 말은 했지만…….
‘마법이라도 부린 것 같군.’
분명 녀석은 한 단계 성장했다.
그것만큼은 확실하게 얘기할 수 있다.
하지만 데미안이 가지고 있는 목표를 생각한다면…….
‘아직은 멀었다.’
하이넬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생각보다 조금 더 힘을 사용해도 이제는 버틸 수 있을 테니.
“그럼 지금부터 찰나의 순간도 집중력을 잃어선 안 될 걸세.”
쿠구구구구구구궁!
곧이어 하이넬의 주변 바닥이 작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데미안은 발바닥에서 전해지는 진동을 느끼며 차분하게 숨을 토했다.
몸 안에서 맴돌고 있는 마력을 뿜어내며 하이넬의 투기에 저항했고.
스르릉.
그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창이 청아한 금속음을 흘렸다.
핏!
그 순간 하이넬이 사라졌다.
두 눈으로도 좇지 못한 그의 움직임.
하지만 기감으로 간신히 잡은 데미안은 급히 몸을 옆으로 틀며 창을 휘둘렀다.
쒜엑!
하이넬이 있던 곳을 향해 뻗어 나가던 창이 간발의 차이로 허공을 베었다.
아니, 하이넬이 극한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움직임에 조금의 낭비도 없는 회피를 한 것이었다.
“흐읍!”
데미안의 창을 피해 낸 하이넬이 짧게 숨을 들이켰다.
이윽고 그의 검이 작게 진동하더니.
쑤악!
데미안의 옆구리를 향해 엄청난 기세를 품고 휘둘러졌다.
장담하건대 정통으로 맞는다면 몸이 반쪽으로 갈라질 것만 같은 일격.
데미안은 본능적으로 창을 끌어당겨 양손으로 잡고 하이넬의 공격을 막아 냈다.
쩌엉!
그리고 강렬한 굉음과 함께 데미안의 몸이 뒤로 주르륵 날아갔다.
꽉 깨문 입술이 터지며 입가에선 피가 흘러내렸다.
하지만 그런 것에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파밧!
하이넬이 맹수처럼 몰아치며 데미안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
진중하며 무게감 있던 것과는 달리 마치 사방으로 불어닥치는 태풍과도 같은 느낌이었다.
쩡! 콰콰쾅!
“크악!”
그의 검기가 폭발하며 데미안이 뒤로 튕겨 날아갔다.
결국 버티지 못하고 바닥을 뒹군 데미안은 억지로 몸을 일으키며 숨을 크게 헐떡였다.
“허억…… 허억…… 허억…….”
어깨가 들썩거릴 정도로 힘들었지만, 데미안의 시선은 하이넬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저벅저벅.
하이넬은 그 모진 공격을 받아 내는 동안, 자신에게서 한 번도 시선을 떼지 않는 데미안의 모습에 적잖게 놀람을 느꼈다.
뭐랄까.
‘마치 집착과도 같은 집중력이구나.’
단순히 재능이 있다고, 집중력이 좋다고 생각할 수 없는 모습이다.
그것과는 정말로 다른…….
‘허허, 정말 죽음의 끝자락에 도달해 본 적이 있단 말인가? 저 소년이?’
그러기엔 너무나 어린 나이이지 않은가.
물론 그가 군에 들어온 몇 년 동안만 보아도 몇 번이나 목숨을 걸어야 했을 정도의 사건은 많았으나.
하지만 그 짧은 시간에 이런 성향을 가질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흐흐흐흐흐흐흐흐.”
하이넬이 웃음을 터트렸다.
여러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지만.
‘그딴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중요한 건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이 원석이 얼마나 반짝일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쩌면.
‘정말 어쩌면…….’
이 대륙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 정도의 괴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자고로 강철은 두드릴수록 강해진다고 했다.”
“……?”
갑자기 중얼거리는 하이넬을 보며 데미안이 미간을 찌푸렸다.
혼자 뭐라고 하는 거지?
하지만 이윽고.
스릉.
다시 검을 든 하이넬이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데미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니 부디…… 부러지지 마시게.”
최강의 검이 될 때까지 두들겨 줄 테니까.
다시금 하이넬의 공격이 폭풍처럼 데미안을 향해 몰아치기 시작했다.
* * *
칼론이 이끄는 제국의 군대가 드리온트의 앞으로 도달했을 때였다.
“장군님, 지금 들어온 속보인데…… 지금 이곳으로 케일런 디에르고가 오고 있다고 합니다.”
“케일런 디에르고?”
칼론이 고개를 돌려 부하를 보았다.
“아르티안의 오러 마스터를 말하는 것인가?”
“예, 맞습니다.”
케일런 디에르고.
오러 마스터로 개인의 무력도 엄청나게 강한 데다가, 그 무력만큼이나 뛰어난 책략을 지니고 있는 자다.
때문에 지금까지 숱한 전쟁에서 아르티안을 구한 명장 중에 명장으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칼론은 상관없다는 듯 다시 드리온트를 보았다.
“그가 도착하기까지 걸릴 예상 시간은?”
“대략 이틀 정도면 도달할 것 같다고 합니다.”
아르티안 왕국에 심어 놓은 세작으로부터의 정보이니 아마도 정확할 터.
그 말에 칼론이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이틀이라…….”
드리온트는 스렌츠카날에 비해 높은 성벽과 험한 지형을 가진 영지였다.
때문에 공격을 하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거기에 오러 마스터 케일런의 합류라.
이틀이라는 시간은 드리온트에 있는 병사들의 입장에선 충분히 버텨 볼 만한 시간이었다.
이어서 칼론은 옆에 있던 부하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병사들을 쉬게 해라. 가지고 있는 식량을 풀어 배불리 먹이고.”
“바로…… 전투를 하지 않으실 생각이십니까?”
칼론의 성격이라면 당연히 곧바로 드리온트를 공격하여 함락시키려 할 것이라 생각했다.
이틀이라는 시간이 굉장히 빠듯하긴 하지만, 케일런이 오기 전에 이곳을 넘는 것이 자신들에겐 유리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병사들에게 휴식을 취하라는 명령이라니. 게다가 배불리 먹인다고 한들 바로 싸울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칼론은 상관없다는 듯 부하를 보며 말했다.
“경계병들을 배치하고 병사들이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주도록. 그리고…….”
스윽.
칼론이 하늘에 떠 있는 해를 보았다.
이제 겨우 정오를 지났다.
앞으로 해가 지려면 최소한 7시간 이상은 걸린다고 봐야 할 터.
그렇다면 새벽까지는…… 앞으로 12시간.
“새벽. 그때 드리온트로 공격을 가하겠다.”
“드리온트는 지형이 험난하여 밤에 움직였을 때 오히려 불리할 수 있습니다.”
“상관없다. 어차피 병사들을 움직이는 것은 저 성벽이 완전히 무너지고 난 이후일 테니까.”
“서, 설마…….”
그에 부하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어쩌면 칼론이 계획하고 있는 작전은…….
“나 혼자 드리온트의 성벽을 무너트리고 적들을 이끌어 낼 테니 그렇게 준비하도록.”
그 말에 부하는 그저 침을 꿀꺽 삼키며 칼론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