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147)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50화(150/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50)
보름이 넘었다.
그 시간 동안 데미안의 하루는 똑같았다.
해가 뜨기 시작하면 곧장 마력 연공법을 훈련했고, 그 후에 하이넬과 싸우다가 기절하는 것.
정신을 잃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했었지만, 하루하루, 조금씩 달라지는 것도 있었다.
쩌엉!
손목이 저릿해지는 통증과 함께 두 사람의 표정이 함께 일그러졌다.
“아직입니다!”
쿵!
힘으로 하이넬을 밀어낸 데미안의 창이 빠르게 회전하더니, 이윽고 하이넬의 종아리를 노리며 뻗어 나갔다.
그에 하이넬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진짜인가? 아니면 허수?’
데미안의 창술은 지금까지 겪어 보지 못한 특이한 창술이었다.
분명 왕국제일창술을 근간으로 하고 있는데, 또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경험으로 인해 창술이 기형적으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이른바 ‘데미안식 왕국제일창술’이라 불려도 될 정도로 말이다.
때문에 녀석의 공격은 진짜이면서 진짜가 아닌 경우가 많았다.
하단을 노리다가 창의 경로를 틀어 옆구리를 노린다거나, 가슴을 노리다가 다리를 노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막아 내기가 너무나 힘들다는 사실이었다.
벌써 40년 넘도록 검을 휘두르고 있는 자신조차 말이다.
‘대체 어떻게 이런 경험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지?’
장담하건대, 이 정도의 변칙적인 움직임은 목숨을 건 싸움을 매일같이 십수 년 이상 해야지만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하이넬은 이내 뒤쪽으로 몸을 완전히 빼며 데미안의 공격 범위에서 벗어났다.
녀석에게서 모든 선택지를 빼앗아 버리는 것이 해답이었기 때문이다.
파밧!
뒤로 물러난 하이넬을 보며 데미안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그러고는.
쿵!
강한 발 구름과 함께 하이넬이 멀어진 만큼 거리를 좁히며 다시 창을 내질렀다.
‘잡았다……!’
쒜에에에에엑!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집요함이 만들어 낸 공격.
그 공격에 하이넬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핏!
아슬아슬하게 그의 옷깃을 스치며 지나가는 데미안의 창.
하이넬의 표정이 살짝 찌푸려졌고, 데미안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드디어…… 잡았다.’
지금까지 계속해서 놓치기만 했던 하이넬의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의 동작이 눈에 보였고.
‘조금씩 따라잡을 수 있게 됐어.’
오러 마스터 하이넬 프레문트의 움직임을 따라잡았다는 것은 데미안에게 있어 굉장히 큰 의미가 있었다.
드디어 그가 말하는 ‘격’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 잡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력의 형상화…….’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는 그것.
마력의 형상화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아니, 마력과 오러의 차이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데미안은 하이넬과 싸우면서 계속해서 그러한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있었다.
오러란 마력을 극한으로 익힌 자들 중 선택받은 자들만이 얻을 수 있는 한 단계 더 높은 힘.
하지만 마력의 형상화라는 힌트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실마리를 잡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때.
“후우, 대단하군.”
데미안의 창을 튕겨 낸 하이넬은 어깨 쪽에 살짝 잘려 나간 자신의 의복을 보며 말했다.
설마 이렇게 짧은 시간, 이토록 마력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될 줄이야.
그에 데미안이 고개를 저었다.
“……아직 멀었습니다.”
“자네가 목표로 한 바를 생각한다면 그럴 수 있겠지만, 그래도 나는 자네가 이제는 자격을 갖췄다고 생각하네.”
“……자격이요?”
데미안이 하이넬에게 물었다.
그러자 하이넬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네, 자격. 혹시 빌립트에게 마력의 형상화에 대해 들었나?”
“예, 들었습니다.”
“빌립트 역시 자네의 가능성을 굉장히 눈여겨보고 있나 보군. 벌써 그런 얘기를 했을 줄이야.”
하이넬이 의외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 말에 데미안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빌립트 님께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솔직히 무슨 의미인지 이해를 못 하고 있습니다.”
데미안은 솔직하게 자신의 고민을 얘기했다.
좀처럼 잡히지 않는 무형의 그것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에 하이넬이 마력을 끌어올렸다.
“잘 보게.”
쿠궁!
급격하게 상승하는 하이넬의 마력에 데미안이 집중하며 그를 보았다.
순식간에 하이넬 몸 주변으로 일렁이는 마력의 기운과 함께 하이넬이 데미안에게 말했다.
“이것이 일반적으로 마력을 최대치로 올렸을 때의 상태네. 사실 외관상 크게 달라진 점은 없지.”
극한으로 마력을 끌어올렸을 때는 어느 정도 육안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그저 몸 주변으로 은은한 빛이 살짝 감돌고 있는 정도랄까?
데미안은 하이넬의 말을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집중하며 들었다.
하이넬이 말을 이었다.
“지금 이 상태가 된다면 육체가 받는 부담은 보통의 상태보다 최소 열 배, 마력의 양에 따라 스무 배 정도까지 늘어날 수가 있다네.”
데미안이 가지고 있는 마력의 양은 마법사로 친다면 약 6써클에 도달한 수준이라 할 수 있었는데.
사실상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것은 최대 8써클이 한계였기에 엄청난 양인 것이었다.
하이넬이 말했다.
“그리고 마력의 형상화라는 것은…… 이 마력의 성질에 가장 적합한 것으로 변환시켜 그 힘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것을 말하네.”
바로 이렇게.
콰지지지지지지지직!
순간 하이넬의 몸을 감싸고 있던 마력이 순식간에 그의 몸 바깥으로 튀어나오며 엄청난 전격을 만들어 냈다.
이것이 바로 하이넬의 오러.
“내가 가진 마력을 이용하였을 때 가장 걸맞은 것이 바로 이 전격이라고 생각을 했네. 사실 이것은…… 이론적으로 딱 떨어지는 그런 것이 아니네. 감각적인……이라는 말을 써야 할 것 같군.”
무엇이 나의 마력과 가장 어울리는 형태를 지니고 있는가.
이것은 그 마력을 다룰 수 있는 본인만이 알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상상력과 나의 마력이 맞아떨어지며 그것을 형상화하려는 노력이 맞물렸을 때.
“그때 비로소 오러를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
몇 마디 말로는 굉장히 쉬워 보이긴 했지만, 그렇지만 그 길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었다.
단순하게 마력의 성질을 깨우치는 것도 힘들뿐더러, 그 성질에 맞는 형상으로 변환시키는 것도 엄청나게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러를 사용하게 된다면 강맹한 힘을 얻게 된다네. 하지만 그 힘과 비례하듯 육체에 받는 부담도 엄청나게 많아지지.”
오러 마스터들조차 오러의 사용 제한이 있는 것이 바로 이것 때문이다.
일정 이상의 오러를 사용하게 된다면, 자칫 육체가 붕괴될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오러 마스터들도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오러의 횟수를 최대한 숨기는 것이 중요하네.”
“……그렇군요.”
뭔가 조금씩 오러에 대한 비밀이 풀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더 멀게 느껴지는군.’
뭔가 입안이 꺼끌꺼끌해지는 듯했다.
그에 하이넬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쉽지 않을 걸세. 하지만…… 분명 해낼 거라고 믿네.”
그러곤 하이넬이 검을 집어넣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지. 머리가 복잡할 테니, 며칠은 잘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 보게.”
“아…… 알겠습니다.”
데미안이 하이넬에게 목례했다.
그의 말처럼 정리되지 않은 것들이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이넬은 지나가며 데미안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혹시라도 뭔가 실마리를 잡는 것이 생기거나, 모르는 것이 있으면 언제든 기탄없이 얘기하게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그 대답을 들으며 하이넬은 저택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홀로 남은 데미안은.
털썩.
바닥에 주저앉은 채 천천히 마력 연공법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머리가 복잡할 땐 마력 연공법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편이 마력을 느끼기도 훨씬 쉽고.’
데미안은 천천히 마력을 움직이며 하이넬과 빌립트가 했던 말들을 곱씹었다.
‘마력의 형상화…… 형상화…….’
그렇다면 내게 어울리는 마력의 형태는 대체 무엇일까.
그날 데미안은 밤이 새도록 마력 연공법을 하며 생각을 곱씹고 또 곱씹었다.
* * *
“흐아아아아아압!”
앞쪽에 있던 카일을 향해 카이온 부대의 돌격대원이 방패를 들고 달려들며 차징을 하는 순간.
콰앙!
강렬한 굉음과 함께 카일의 몸이 뒤로 한 걸음 밀려 나갔다.
제법 도움닫기를 많이 한 차징이었음에도 벽처럼 굳건하게 서 있는 카일의 모습.
그리고 리온하르크는 공격을 한 부대원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합격이네. 하지만 차징을 하는 순간, 조금 더 무게 중심을 낮추고 엉덩이에 힘을 쓰게나.”
그에게 다가온 리온하르크가 방패를 들고 앞을 내밀며 차징하며.
“흡! 이렇게. 격돌하는 순간 엉덩이를 집어넣으면서 탄력을 더욱 주란 말일세.”
“예, 알겠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아주 나아졌군. 턱걸이이긴 하지만 합격을 줄 만해.”
“후우, 이제 끝났습니까?”
카일이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닦으며 리온하르크에게 말했다.
그에 리온하르크가 카일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부대원들의 훈련 상대를 하느라 고생했네.”
“아닙니다, 이것도 그냥 훈련의 일환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후후, 긍정적인 사고는 자네의 큰 장점이지.”
리온하르크는 카일을 굉장히 높게 평가했다.
북부 출신 특유의 엄청난 힘을 지닌 것도 대단했지만, 그것보다 독기를 드러내며 훈련에 임하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대부분 다른 이들보다 뛰어난 능력을 지닌 녀석들은 나태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카일을 비롯한 디아날은 쉬지 않고 자신들을 채찍질했다.
‘……데미안 때문인가.’
리온하르크도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데미안이 이들에게 얼마만큼의 영향을 주었는지는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데미안이 앞으로 두 걸음 나아가면, 녀석들은 어떻게서든 한 걸음 따라가며 거리를 좁히려고 애를 썼다.
그 증거로 이미 카일은 카이온 부대 내에서…… 아니, 왕국 내에서 손꼽힐 정도의 강한 방어력과 돌파력을 지닌 수준이었다.
‘단순히 병사라고 할 수 없을 정도다.’
그의 능력을 비교해야 한다면, 기사들 중에서도 최소 부단장급 이상과 비등할 정도의 수준이었다.
데미안 한 명으로도 놀랄 일이거늘, 일반 부대에서 기사단원을 뛰어넘는 녀석들이 여러 명이나 나올 줄이야.
‘게다가 이 녀석들의 영향력이 다른 부대원들에게도 미치고 있다.’
예상을 훨씬 웃도는 속도로 강해지고 있는 카이온 부대를 보며 리온하르크는 하루하루 놀람과 설렘으로 가득했다.
내일은 어떤 훈련을 시킬까.
이 훈련을 과연 소화할 수 있을까?
물론 녀석들의 단계에 맞는 훈련을 최대한으로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카이온 부대의 훈련 강도는 일반 기사단을 훌쩍 뛰어넘은 지 오래였다.
돌격대와 궁수 부대 같은 특별 부대도 완전히 그 특징을 가지게 되었고, 디아날이 주축으로 있는 본대 역시 강력한 공격력을 가지게 되었다.
거기에 데미안이 요청한 것처럼 게릴라 전술에 걸맞게 빠르게 움직이면서도 진형을 유지할 수 있는 훈련과 동시에.
강도 높은 체력 훈련으로 인해, 산길을 뛰어올라도 지쳐 나가떨어지는 녀석들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이 정도면…….’
이제는 어지간한 기사단들조차 녀석들을 막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 되었다.
리온하르크는 어딘가로 시선을 돌렸다.
아마 녀석이 돌아올 때쯤, 카이온 부대를 본다면…….
‘후후, 놀라 자빠질 수도 있겠군.’
이렇게 단시간에 급성장한 부대가 대륙에 있을까.
지금 이 순간에도 죽을힘을 다해 훈련하고 있는 카이온 부대원들을 보며 리온하르크는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지었다.
데미안이 빨리 돌아오길 기다리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