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16)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6화(16/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6)
뭔가 심장이 떨리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전혀 예상치 못한 이와의 만남.
그것이 과거 자신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이라면 말할 것도 없었다.
데미안은 리온하르크를 바라보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별 차이는 없네.’
조금의 차이라고 해 봐야 얼굴과 손의 주름 정도일까?
“자네 이름이 데미안인가?”
“예, 그렇습니다.”
데미안의 대답에 그는 말없이 그를 가볍게 훑어보았다.
나이보다 조금 큰 키 외엔 특별할 것 없는 체격.
손바닥에 생긴 상처가 인상적이긴 했지만, 그보다 리온하르크의 눈길을 끄는 것은 다른 것이었다.
‘제법 괜찮은 마력 연공법을 익히고 있군.’
비록 그 양이 미미하긴 하나, 나이를 감안한다면 말도 안 되는 수준이다.
데미안은 책임 교관 레이먼과 함께 응접실로 향했다.
자리에 앉은 리온하르크가 데미안을 보며 물었다.
“깐깐한 레이먼이 입술이 닳도록 칭찬을 해서 보러 왔더니, 네놈 눈알은 그냥 박아 놔도 괜찮겠구나.”
“하하,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칭찬을 저런 식으로 하는 성격은 여전하다.
데미안은 그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리온하르크를 보았다.
그는 앞에 놓인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더니 데미안에게 물었다.
“창술은 어디서 배운 건가?”
“돌아가신 아버지께 배웠습니다.”
데미안의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부친께서 과거 왕국 군인이었다고 합니다.”
레이먼이 말을 거들었다.
리온하르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한 부친을 두었군. 실력이 뛰어난 것을 보니 부친의 실력도 좋았겠어.”
“……예.”
데미안은 이런 리온하르크의 모습이 조금은 낯설었다.
언제나 욕설과 폭력을 달고 사는 그였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알고 있었다.
그 거친 언행의 속에선 어떻게든 전란의 시대에서 살아남길 바라는 그의 마음이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이때는 상당히 말랑말랑하셨구나.’
시대가 사람을 변하게 만든 모양이다.
물론 그런 성정이 있었으니 그렇게 변했겠지만.
데미안은 속으로 크큭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그때.
“혹시 졸업한 이후 희망하는 부대가 있는가? 자네라면 기사단이 아닌 이상 전부 지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기사단은 사실상 귀족들의 전유물이라 할 수 있는 곳이었다.
때문에 훈련소를 졸업한 대부분의 병사들은 왕실 행정병을 목표로 한다.
가장 안전하면서도 편하고, 고위 귀족들과의 접점이 많아 봉급 이상의 콩고물이 많이 떨어지는 보직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대표적인 꿀보직.
그렇기에 좋은 성적을 받은 녀석들은 대부분 왕실 행정병으로 들어갔다.
그 때문일까?
“자네도 왕실 행정병을 목표로 하고 있나?”
리온하르크가 물었다.
데미안이 고개를 저었다.
“성격상 왕실 행정병 같은 곳은 못 갑니다. 몸이 근질근질할 것 같거든요.”
“후후, 그런가? 그럼 어딜 희망하고 있지?”
“저는 네오칼리츠 부대로 가려 합니다.”
“……?”
“네, 네오칼리츠!”
리온하르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옆에 있던 레이먼은 자리에서 펄쩍 뛰듯 놀라며 데미안에게 물었다.
당연한 반응이다.
네오칼리츠 부대는 3사단 휘하 모든 부대를 통틀어 가장 위험하면서 거친 부대였으니까 말이다.
네오칼리츠 부대가 하는 일은 오로지 단 하나.
바로크 왕국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칼데슨 산맥의 서부.
브론세리안 숲에서 나오는 몬스터들을 진압하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백여 명 정도로 구성된 부대이지만, 매년 십여 명 이상이 사망자가 나오는 위험한 부대이다.
리온하르크는 들고 있던 잔을 내려놓았다.
“……진심인가?”
“예.”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는가?”
“강해질 수 있을 테니까요.”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대답.
리온하르크는 궁금했다.
이런 평화로운 시기에 무엇이 이 어린 소년에게 강해져야 한다는 집착을 만들어 냈을까.
만약 지금이 이십 년 이전, 국가 간 전쟁이 쉬이 일어났던 때라면 이해할 수 있다.
그땐 몸이 약하다면 죽거나 노예가 될 수도 있는 시기였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시기가 다르지 않은가.
“……몸을 단련하며 강해지고 싶은 거라면 왕국 기사를 양성하는 기사 훈련소에 추천서를 써 줄 수도 있네.”
“기, 기사 훈련소요?”
리온하르크의 말에 레이먼이 또다시 펄쩍 뛰었다.
기사 훈련소는 귀족들의 전유물.
평민들은 감히 발을 들이기 힘든 곳이지 않은가.
하지만 리온하르크의 추천서가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기사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거절하겠습니다. 저는 이미 결정을 내렸거든요.”
“뭐라고?”
상황이 미쳐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레이먼이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데미안에게 말했다.
“자네, 지금 이게 어떤 기회인 줄 아는가? 기사단을 들어갈 수 있단 말이네!”
그렇게 되면 3훈련소는 기사를 배출한 명문 훈련소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네오칼리츠 부대가 어떤 곳인지 아는가? 거긴 정말 위험한 곳이네. 징계를 받아 퇴출 직전의 군인들이 가는 것이 대부분이야.”
레이먼은 현실을 적나라하게 얘기했다.
그만큼 위험한 곳이기에 보통의 군인들은 가기를 꺼려 한다. 아니, 거길 갈 바에는 차라리 전역을 하고 만다.
때문에 징역 대신 선택해서 가는 군인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하게.”
“교관님!”
“이 훈련병의 결정을 내가 막을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 선택의 책임은 본인이 져야 하는 법이지.”
리온하르크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시간을 뺏어 미안하네. 남은 훈련 잘 받게나. 네오칼리츠 부대라면 성적과 관계없이 무조건 갈 수는 있겠군.”
리온하르크는 응접실을 나섰다.
갑자기 나가 버린 리온하르크의 행동에 레이먼이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레이먼이 데미안에게 말했다.
“하아…… 자넨 정말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친 거네!”
그 말과 함께 레이먼은 리온하르크를 쫓아갔다. 그리고…….
“교관님. 아직 어려서 상황 판단이 잘 안 된 것 같습니다. 제가 다시 설득해 보겠습니다.”
리온하르크를 따라간 레이먼이 그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네는 저 소년이 정말 상황 판단을 제대로 못 했다고 생각하나?”
“……예?”
리온하르크는 슬쩍 시선을 돌려 응접실 쪽을 바라보았다.
아까 본 데미안의 눈빛.
그 표정.
리온하르크는 다시금 데미안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러고는.
“크크크크크크크큭, 어디서 저런 녀석이 굴러 들어왔는지 모르겠군.”
군 생활만 벌써 30년 가까이 한 리온하르크다.
그동안 엘리트 코스를 밟는 녀석도 그리고 망나니 같은 녀석도 숱하게 겪었다.
그렇지만.
‘저런 녀석은 정말 처음이군.’
심지 굳은 눈빛.
흔들리지 않는 기개.
열세 살이라는 나이를 생각할수록 믿어지지 않는 모습뿐이었다.
리온하르크가 말했다.
“내버려 두게. 어차피 3사단에 있는 거라면……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테니까.”
물론 살아 있다면 말이야.
리온하르크는 뒷말을 삼킨 채 거듭 웃음을 터트리며 자리를 벗어났다.
* * *
“우아앗! 데미안!”
“어서 후기를 말해줘! 어서!”
“뭐래? 교관들 중 레전드라는데, 뭐 좋은 얘기 못 들었어?”
데미안이 내무실로 돌아오자 난리가 났다.
데미안은 자신을 둘러싼 소대원들을 보며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아무것도 없으니까 좀 나와.”
“아니, 그럴 리가 없잖아.”
“스벌, 그럼 남자 셋이 뭐 커피만 마시고 담소를 나눴다는 거야?”
“좀 꺼져, 냄새나니까!”
데미안이 손을 휘휘 저으며 녀석들에게 소리쳤다.
“얼른 쉬고 다음 대항전 준비나 하자고. 3소대는 만만치 않은 것 같으니까.”
데미안의 말에 소대원들은 맥이 빠진 듯 툴툴거리며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3소대와의 대항전이라는 말에 어느덧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아펠이 있는 3소대라…….’
녀석의 영향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하지만 3소대는 여타 다른 2개의 소대와는 확실히 차이점이 있을 정도로 뛰어났다.
‘붙어 보면 알겠지.’
그 비결이 무엇인지 말이다.
하지만 녀석들이 뛰어나든 그렇지 않든 그런 건 상관없다.
“무조건 이긴다.”
질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 * *
모두가 잠을 자는 밤이 되자, 데미안은 몰래 내무실을 빠져나왔다.
훈련소 뒤편에 있는 인적이 드문 공간.
거의 매일 오다 보니 어느덧 비밀 아지트가 된 것 같은 느낌도 있었다.
“후우…….”
마련된 자리에 앉은 데미안이 숨을 크게 내쉬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눈을 감으니 문득 낮에 만났던 리온하르크의 얼굴이 떠올랐다.
―몸을 단련하며 강해지고 싶은 거라면 왕국 기사를 양성하는 기사 훈련소에 추천서를 써 줄 수도 있네.
리온하르크가 했던 말.
기사 훈련소.
어쩌면 책임 교관의 말처럼 일생일대의 기회를 걷어찬 것일 수도 있다.
‘후회는 없다.
어차피 내 힘으로 올라가면 그만이다.
기사단?
예전에도 데미안 앞에서 제대로 기를 펴지 못했던 녀석들이다.
지금처럼 평화로운 시대에서야 기사랍시고 어깨에 힘을 주고 다니지만.
‘전란의 시대가 왔을 때…….’
모든 것이 순식간에 뒤바뀌어 버리기 때문이었다.
‘기사들 중에서도 진짜와 가짜가 확연하게 드러나 버리지.’
진짜 기사도를 위해 훈련을 한 녀석들과 그냥 기사라는 명함만 가지고 있는 녀석들.
굳이 그런 기사단에 목숨 걸며 들어갈 이유가 없다.
물론 리온하르크가 직접 지도를 해 준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조차도 지금의 데미안에겐 필요 없다.
‘이미 배울 건 많이 배웠으니까.’
최소한 예전의 수준까지 오른다면 그때.
‘예전에 배우지 못한 비전 창술을…….’
마력을 사용할 수 없어 배울 수 없었던 그 비전들.
그리고 그런 것보다도 데미안이 네오칼리츠 부대로 가야 하는 가장 큰 이유가 있었다.
‘기사단을 가 버리면 녀석을 만나지 못하잖아.’
그 녀석을 만나기 위해 3훈련소까지 왔는데.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헝클였다. 하지만 이내 생각을 정리한 데미안은 오로지 델프트 마력 연공법에 집중했다.
‘이 밤이 지나면…….’
난 또다시 강해진다.
지금은 오로지 앞만 보며 달려 나갈 뿐이다.
* * *
기대를 잔뜩 품은 아침 해가 떠올랐다.
아침부터 교관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바로 1소대와 3소대의 진형 대항전이 있기 때문이다.
“크크크크큭, 훈련병 소대 대항전에 이렇게 관심이 쏠린 적이 있었나요?”
“제가 3훈련장에 부임한 지 6년 정도 됐는데, 그동안은 한 번도 없었죠.”
“그렇죠. 뭐 제법 괜찮은 인재들이 한두 번씩 두각을 드러낸 적은 있었지만, 소대 대항전이 이렇게 기다려진 적은 처음입니다.”
교관들은 빠르게 대항전을 준비하며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중에선 리온하르크도 있었다.
“꽤 재미있는 분위기로군.”
“이례적인 상황이니까요. 솔직히 오늘 대항전을 하는 1소대나 3소대 모두 훈련병들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을 정도로 뛰어난 진형전을 보이고 있습니다.”
“잘 가르친 교관들 때문 아니겠는가?”
“……하하하.”
리온하르크의 말에 레이먼이 멋쩍은 웃음을 터트렸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상하게도 녀석들은 자신들이 가르친 그 이상의 것들을 해내고 있었다.
“그럼 가세.”
“예.”
리온하르크와 레이먼이 대항전이 열리는 연병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같은 시각…….
“다들 알겠지만 교관들 중 레전드라는 사람이 어제 1소대 데미안을 만났다.”
3소대 소대장 병사인 제라드가 소대원들을 보며 말했다.
“난 솔직하게 말해서 데미안보다 우리 소대의 아펠이 훨씬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그저 녀석이 이상하게 주목을 많이 받고 있을 뿐이지.”
그 말에 다른 소대원들 모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펠이 있었기에 자신들이 그런 활약을 할 수 있었으니까.
그것은 3소대원 모두가 인정하는 바였다.
“그래서 나는 이번 1소대와의 대항전을 승리로 가지고 가서 진짜는 우리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
척.
둥글게 원을 그리던 제라드가 양옆의 소대원들과 어깨동무를 하며 허리를 숙였다.
“반드시 이기자.”
“흐아아아아아아아압!”
제라드의 말에 3소대원들이 커다란 기합을 내지르며 파이팅을 외쳤다.
이어서 반대편의 1소대에서도…….
“앞서 봤지만 3소대는 쉽지 않다.”
데미안이 말했다.
다들 수긍한다는 듯 진지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장담하건대, 지금은 그 어떤 훈련소의 훈련 소대가 와도 우리를 이길 수 없다. 우린…… 존나 강하니까.”
“크크크크크크크크큭.”
“흐흐흐, 그렇지. 우리가 좀 쌔긴 하지.”
어깨를 들썩이며 웃고 있음에도 1소대원들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로웠다.
그에 데미안이 말했다.
“박살 내고 오자고.”
“흐아아아아아아아압!”
데미안의 말에 1소대원이 크게 함성을 내지르며 의욕을 끌어올렸다.
그에 데미안이 3소대가 있는 방향을 보았다.
빠르게 진행되는 대항전.
이윽고 진형을 갖춘 두 소대가 서로를 마주 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시자아아아아악!”
교관의 외침과 함께 1소대와 3소대의 진형 대항전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