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19)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9화(19/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9)
“많이 먹어라!”
“우앗! 고기다!”
훈련소에서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는 날은 소대 대항전이 끝난 날밖에 없다.
이 순간만큼은 모두가 결과의 아쉬움을 내려놓고, 즐겁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오…… 제법 신경 썼는데?”
“고기 질은 아쉽지만, 그래도 굽기는 괜찮은 것 같다. 훈련소에서 이런 고기를 먹을 수 있다니, 우물우물, 흐흐흐.”
“……너도 굽기를 따지냐?”
입에 스테이크를 왕창 구겨 넣은 카일의 말에 데미안이 물었다.
생긴 건 그냥 생고기도 뜯어먹을 것 같은 녀석이 굽기라니.
카일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럼 난 뭐, 우물우물우물. 아무거나 다 주워 먹을 줄 알았어?”
“그런 줄 알았지.”
“뭐야?!”
카일의 말에 데미안이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자리를 슬쩍 둘러보았다.
‘……스승님은 돌아가신 건가.’
그래도 몇 마디 더 나누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이 아쉬움이 있기에 다음의 만남이 기다려지는 법.
데미안은 소대원들과 음료가 담긴 컵으로 건배를 하며 분위기를 즐겼다.
그때.
“잠깐 끼어도 되겠나?”
“어엇?! 교관님!”
“여기 앉으십시오!”
갑자기 나타난 책임 교관 레이먼의 모습에 1소대원들이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데미안의 옆에 앉아 있던 훈련병은 후다닥 자리에서 일어나며 자리를 권했다.
“고맙군.”
그가 자리에 앉자 데미안도 착석하며 그를 보았다.
“술이 아니라 아쉽겠지만, 충분히들 먹고 기분들 내길 바라네.”
“예!”
우렁찬 대답에 레이먼이 빙긋 미소를 짓곤 데미안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결정엔 변함이 없나?”
“……예.”
“정말 아쉽군. 좋은 기회일 텐데.”
“후회하지 않습니다.”
“후후, 그런가? 그런데 그거 알고 있나?”
“뭘 말씀이십니까?”
데미안이 묻자 레이먼이 어디론가 시선을 돌렸다.
3소대가 있는 곳이었다.
“리온하르크 교관님께서 아펠에게도 기사단을 제의하셨다는 거 말이네.”
“……그렇습니까?”
충분히 이해한다.
특히 어제 소대 대항전을 보았다면, 아펠이 얼마나 유능한지 단번에 알아챘을 테니까.
“궁금하지 않은가? 그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
“그 선택이 무엇이든 존중할 겁니다. 아펠의 인생은 아펠의 것이니까요.”
“후후후후후, 재미없는 소년이군.”
젊은이라는 말조차 어울리지 않는 어린 나이.
데미안과 대화하다 보면 그의 나이를 종종 잊곤 한다.
‘열세 살이라…… 믿기 힘들군.’
단순히 그의 실력이 뛰어나기 때문만은 아니다.
말투, 말하는 내용 그리고 눈빛까지.
무엇 하나 열세 살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성숙하며 깊었기 때문이다.
‘내가 말릴 수는 없겠지.’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그의 앞길을 응원해 주는 수밖에.
레이먼은 자리에 일어나서 잔을 들었다.
“자, 다들 이 주 동안 고생이 많았다!”
그의 외침에 시끌벅적하던 분위기가 한 차례 가라앉았다.
그리고 모두의 시선이 레이먼에게 집중됐다.
레이먼이 그들을 스윽 둘러보며 말했다.
“내일부터 다시 훈련에 돌입한다. 각오들 단단히 하고 열심히 훈련에 임해서 모두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길 바란다!”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
말을 맞춘 것도 아닌데, 훈련병들 모두가 함성을 지르며 호응했다.
레이먼이 잔을 높게 들며 외쳤다.
“왕국에 영광을!”
“왕국에 영광을!”
술의 아쉬움이 살짝 감돌았지만.
‘끝내주는 밤이로군.’
시끌벅적한 웃음과 함께 훈련소의 중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 * *
3주차 훈련이 진행되었다.
“하압! 흡! 하압!”
“더 크게 소리내서 찔러라! 더 강하게, 더 빠르게!”
인상 깊었던 소대 대항전이 끝나고, 교관들의 열의는 더욱 뜨겁게 타올랐다.
교관은 훈련병 한 명에게 다가가 그가 쥐고 있는 창의 파지법을 교정했다.
“이렇게 꽉 쥐어야 적의 공격을 막을 때도 창을 놓치지 않는다. 전장에서 무기를 떨어트리는 건 곧 죽음과도 같다!”
“예, 알겠습니다!”
훈련병들의 태도도 바뀌었다.
모두가 이전보다 더욱 진지하게 훈련에 임했고, 성실하게 훈련했다.
3훈련소 전체에 여러모로 상당히 좋은 변화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후우, 얘기 들었어?”
“무슨 얘기?”
“4소대. 거기 분위기 완전 작살났다고 하더라. 몇 명은 그냥 바로 퇴소했다고 하던데.”
“퇴소?!”
“헐, 대박. 그 고생을 하고 들어와서 이 주 만에 퇴소했다고?”
소대 대항전 이후 4소대의 분위기는 변했다.
소대원들끼리의 신뢰가 깨지면서 삼삼오오 소수의 패거리가 여럿 만들어졌다.
그 가운데 소대장 병사였던 찢어진 눈깔을 비롯한 몇 명은 퇴소를 한 상황이었다.
뭔가 지휘관을 잘못 만난 패잔병과도 같은 느낌.
애잔한 느낌이 들었지만…….
“남들 신경 쓸 틈이 있어? 우리도 대항전에서 점수를 조금 잘 받았겠지만, 개인 점수도 다들 생각해야 한다고.”
스윽.
말을 하던 1소대원 한 명이 데미안을 바라보았다.
“데미안 덕분에 대항전 결과 점수는 높게 받았겠지만, 반대로 말하면 데미안과 카일 말고 크게 활약한 사람이 별로 없다는 뜻이야.”
“그건…… 그렇지.”
“그러니까 우리도 남은 시간 더 열심히 해야 돼. 다들 왕궁으로 가고 싶은 거잖아?”
굳이 말하진 않지만, 모두가 같은 생각이다.
왕궁.
그중에서도 왕실 행정병.
최고의 꿀보직이다.
하지만 왕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건 160명 중 고작 30명.
그중에서 행정병은 10명밖에 될 수 없었다.
게다가 그마저도 그 안에서 부서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어떻게든 좋은 성적을 따야지만 보다 편한 보직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흐흐흐, 다들 치열한 모양이네.”
“여기 지원한 이유가 다들 같으니까.”
“뭐야, 너도 왕실 행정병을 노리고 있단 말이야?”
카일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데미안을 보았다.
데미안이 고개를 저었다.
“나는 왕궁은 안가.”
“왜? 지금 네 성적이라면 왕궁은 물론이고, 행정병까지 할 수 있을 성적인데.”
“흐흐흐, 넌 왕실 행정병으로 가고 싶냐?”
데미안이 낮게 웃으며 카일에게 물었다.
카일이 턱을 만지작거리며 고민했다.
“글쎄…… 좀 답답할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거기가 가장 좋은 곳이라고 하니까 일단 가야 하지 않을까?”
“아서라. 너 같은 놈은 거기 갔다간 한 달 만에 뛰쳐나올 거야.”
“어째서?”
“숨 막혀서.”
“크크크크큭, 그럴 것 같긴 하다.”
카일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데미안에게 물었다.
“그래서 넌 어디로 가려고?”
“난 네오칼리츠 부대로 갈 거야.”
“……?!”
카일은 조금 전보다 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네오칼리츠 부대?”
카일도 들어 본 바 있는 부대다.
아니, 군대에 지원한 녀석들 중 네오칼리츠 부대를 모르는 녀석들은 극소수일 것이다.
그만큼 매우 유명했기 때문이다.
악명으로.
“거기가 어딘 줄이나 알고 말하는 거야?”
“당연하지.”
망설임 없는 대답.
카일이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
“무슨 예상?”
“넌 미친놈이야.”
카일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대원들을 보며 소리쳤다.
“좋아해도 좋다, 이 자식들아! 왕실 행정병 자리가 하나 공석으로 생겼으니까!”
“뭔 소리야?”
“카일, 무슨 말이야?”
“데미안이 왕궁으로 가지 않고 네오칼리츠 부대로 간다고 말했다!”
“……!?”
“……?!”
카일의 외침과 동시에 소대원들의 표정은 정말 물음표 그 자체였다.
“왜?”
“네오칼리츠?”
“미친 거 아니야?”
이게 정상적인 반응이었다.
네오칼리츠란 그런 이름이니까.
하지만 그때.
“어휴, 좀 닥쳐!”
퍽!
“꾸엑!”
데미안은 자리에 앉은 채 카일의 오금을 걷어찼다.
마력을 쪼금 실어서.
“으아아아악! 전우를 때리다니……!”
엄살이 아니라 정말로 아팠다.
카일이 바닥을 뒹굴면서 비명을 지르자, 데미안이 피식 웃었다.
그렇게 짧은 휴식 시간이 끝났다.
“훈련을 재개한다!”
“예!”
교관의 등장과 함께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엊그제 훈련소에 입소한 것 같았는데, 벌써 퇴소를 하는 날이 다가왔다.
제각각의 사연을 가진 채 마무리가 된 훈련소.
한 달.
누군가는 ‘고작’이란 말을 붙일 수 있는 시간.
하지만 그 시간 사이에 150명이 넘는 훈련병들은 처음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각 소대장들은 물론, 훈련을 끝낸 교관들까지 모두 흐뭇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비록 중간에 이탈을 한 몇 명이 있었지만, 이번 기수는 다른 때와는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특출한 녀석들이 꽤 많았지.’
당장 눈에 띄는 것만 해도 데미안과 아펠 그리고 카일.
그 외에도 3소대 소대장 병사였던 제라드와 그 외 몇 명의 병사들도 제법 이었다.
앞에 천재들이 없었다면 보통 때엔 최우수 성적을 노려볼 법한 녀석들이다.
레이먼은 흐뭇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곧 3훈련소의 중대장인 바루스가 단상으로 걸어 나오며 연병장에 선 훈련병들을 보았다.
“3훈련소 중대장 바루스 대위다. 만나서 반갑다.”
바루스의 퇴소 연설이 시작됐다.
모두들 지루할 법도 했지만,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그마저도 뭔가 벅찬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고생 많았고, 앞으로 그대들의 앞길을 응원하겠다. 이상으로 퇴소식을 마치도록 하겠다.”
“전원 차렷!”
척!
대표로 나온 1소대장의 외침에 다들 각 잡힌 자세로 섰다.
“중대장님께 대하여, 경례!”
“왕국에 영광을!”
마지막 경례로 퇴소식이 끝났다.
그리고 바루스가 안으로 들어가자, 레이먼이 단상에 서며 말했다.
“다들 정말 고생 많았다. 이후, 성적이 공개될 텐데 이 성적은 그저 지금의 그대들의 위치일 뿐 앞으로의 위치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더 정진하고 나아가 왕국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레이먼이 말이 끝나고 상위 다섯 명의 이름이 호명됐다.
“데미안.”
“예!”
가장 먼저 데미안이 호명되고.
“아펠.”
“예!”
두 번째로 아펠이 호명되었다.
세 번째는 카일, 네 번째는 제라드, 다섯 번째는 2소대 소대장 병사였다.
“방금 호명한 다섯 명은 3훈련소의 무구 창고의 무구를 하나씩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호명된 인원들은 날 따라오도록.”
‘……드디어.’
데미안이 가장 기다렸던 시간이었다.
데미안은 레이먼을 따라 3훈련소 내부에 있는 무구 창고로 향했다.
등급이 높은 아티팩트들은 아니지만, 그래도 무구 창고라는 이름에 걸맞게 습도와 온도가 조절되는 마법 장치가 있었다.
“이 안에서 무엇이든 상관없네. 한 개만 가능하니 가지고 오게.”
“예.”
“그럼 순서는…… 데미안부터 들어가지.”
수석부터.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무구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오.”
바깥과는 달리 제법 서늘한 온도, 적당한 습도.
하지만 그보다 놀라운 것은 보관된 무구들의 정리 상태였다.
제법 한눈에 볼 수 있게끔 무기와 갑옷, 장신구류가 따로 보관이 되어 있었다.
“……이야, 이런 것도 있네?”
한 귀퉁이에 분류되어 있는 포션과 시약 종류까지.
단순히 훈련소 무구 창고라고 하기엔 제법 다양한 물건들이 있었다.
데미안은 마력을 끌어올리며 전체적으로 무구를 한번 훑어보았다.
혹시 자신이 모르는 다른 숨겨진 보물이 있을까 확인을 한 것이다.
‘없네.’
당연한 일이지만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데미안은 곧장 장신구가 보관되어 있는 쪽을 보았다.
제법 형형색색의 장신구가 다양하게 놓인 진열대 끝.
데미안의 눈에 들어오는 반지가 있었다.
정말 들었던 표현 그대로였다.
장식이나 무늬 하나 없이 거무튀튀한 반지.
이게 왜 여기에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허름한 반지였지만.
스윽.
데미안이 반지를 집어 들었다.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