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2)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2화(2/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2)
복도에서 삐걱거리는 소리에 데미안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새벽 시간에 복도를 돌아다니는 것도 이상했지만, 수상하리만큼 녀석들의 발걸음이 조심스러웠기 때문이다.
‘퍼커가 보낸 건가.’
하긴, 그냥 넘어갈 놈이 아니었다.
다만 녀석을 피해서 이런 외곽까지 온 건데…….
‘그렇게 맞고도 정신을 못 차린 건가?’
아니, 그렇게 맞았기 때문에 독하게 마음을 먹은 것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녀석을 패 주지 않았다면 두고두고 후회했을 테니까.
스윽.
데미안이 문 쪽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이내 바깥쪽에서 느껴지는 인기척.
문 쪽으로 귀를 대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
데미안이 숨을 죽인 채 가만히 있자, 이내 딸각거리는 소리와 함께 잠겨 있던 문이 열렸다.
‘……전부 한패인가.’
하지만 숙박업소 주인을 탓하고 싶진 않다. 그 역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니까.
괜히 손님을 보호한답시고 녀석들의 말을 거슬렀다가 나중에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른다.
덜컥.
파밧!
문이 열리기 무섭게 데미안이 바닥을 박차며 문 쪽으로 몸을 날렸다.
“으악!”
“뭐, 뭐야!”
문이 다 열리기도 전에 그 틈으로 달려드는 데미안의 모습에 녀석들은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질겁하며 소리쳤다.
초짜들이 맞다.
푹!
데미안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준비해 둔 칼로 가장 앞에 있던 녀석의 오른쪽 허벅지를 찔렀다.
꾸욱!
“끄아아악!”
절반밖에 들어가지 않는 칼에 데미안이 미간을 찌푸렸다.
꽤 날카로운 칼임에도 불구하고 힘이 제대로 받쳐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그극!
“끄아아아아아아악!”
하지만 아무렴 어떠냐.
반쯤 들어간 칼을 아래로 그어 내리곤 그대로 옆에 있던 녀석의 옆구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촤악!
“크악!”
얕았다.
녀석이 본능적으로 뒤로 몸을 뺀 탓이었다.
“이런 개새끼가!”
옆구리를 베인 녀석이 다급히 허리춤에서 칼을 꺼내 데미안을 향해 휘둘렀다.
원래는 죽지 않을 만큼 두들겨 팬 후, 데리고 오라는 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칼에 베이자 눈이 완전히 돌아 버린 것이다.
“죽여 버린다!”
쑤아아악!
녀석이 데미안을 향해 칼을 내지르는 그 순간…….
휙.
“……어?”
칼을 끝까지 내지르지도 않았는데, 눈앞에 있던 꼬마는 마치 자신이 어디로 칼을 찌를지 알고 있다는 듯 이미 움직인 상태였다.
순간적으로 목표 지점이 흐트러지자 칼을 쥔 양아치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푹!
“으아악!”
이내 왼쪽 다리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녀석이 바닥에 쓰러진 채 비명을 질렀다.
어느덧 데미안의 단검이 그의 허벅지를 갈랐기 때문이다.
“헉…… 헉…… 헉…….”
뭘 했다고 숨이 찬 거지.
데미안은 들썩이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바닥에 쓰러져 있던 놈의 멱살을 움켜쥐며 말했다.
“퍼커가 보냈나?”
“으, 으으…… 살려…… 끄아아아아아악!”
푹!
“퍼커가 보냈냐고!”
데미안은 녀석의 상처 부위를 다시 후벼 파며 소리쳤다. 하지만 그 순간…….
“어린놈이 무시무시한데?”
“……?”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데미안이 그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키는 일반 성인보다 조금 컸는데, 체격은 다소 마른 느낌이었다.
검은색 가죽 재킷과 같은 옷을 걸치고 왼쪽 눈을 가르는 세로의 칼자국이 상당히 인상적인 얼굴.
껌인지 뭔지 질겅질겅 씹으며 다가오는 그의 모습을 보는 순간 데미안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무크만?”
“음? 내 소개를 했던가?”
데미안의 중얼거림에 녀석이 의아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이 꼬마가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을 거라곤 예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나타나자 데미안은 머릿속에 얽혀 있던 퍼즐 중 하나가 맞춰지는 느낌이었다.
지독하게 엿 같은 퍼즐이 말이다.
“크크크크큭, 크하하하하하!”
그에 데미안이 어깨를 들썩이며 웃음을 터트렸다.
도무지 멈추지 않는 웃음에 무크만이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뭐야, 갑자기 미친 거야?”
“씨발…… 전부 다 설계됐었다는 건가?”
뒷골목으로 들어간 후 자신이 만났던 깡패가 바로 무크만이었다.
그래, 생각해 보면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자신이 아무리 뒷골목으로 도망쳤다지만, 그 타이밍이 이 녀석들에게 끌려가는 것이 말이 안 되지 않은가.
‘날…… 팔아넘겼단 말이지?’
부모님의 보험금을 가로챈 것만으로 부족해 자신을 팔아넘겼다는 것이다.
퍼커, 그 개새끼가.
서걱, 푹!
“……!”
일말의 감정도 없는 무심한 검격.
쓰러진 두 양아치의 목을 베고 찌른 데미안이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그래, 꼬인 것부터 먼저 바로 잡아야겠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생각났다.
* * *
데미안에겐 남들과는 달리 조금 특별한 능력이 한 가지 있었다.
눈이 굉장히 좋다는 것이다.
이것이 특별한 능력이냐고 물어볼 수 있겠지만, 수천 번을 얻어맞고 수백 번 죽을 위기를 넘기다 보니 어느 순간부턴 그 사람의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때리려고 하는 그 순간 그의 시선, 발을 딛는 방향, 허리가 틀어지는 정도 그리고 어깨의 움직임으로 인해 어디를 공격하려는지 훤히 보인다는 것이다.
처음엔 상당히 집중해야 겨우 보였는데, 십 년쯤 지나다 보니 딱히 인지하지 않아도 그냥 몸이 먼저 반응했다.
휙!
“이익! 이 쥐새끼 같은 놈이!”
벌써 몇 번째일까.
자신의 검이 허공을 휘두른 것이 말이다.
나이프 파이트는 꽤 자신 있는 분야였는데, 어찌 된 것이 이 꼬맹이의 옷깃조차 스치지 못하고 있었다.
부웅!
또다시 허공을 가르는 무크만의 검.
일그러지는 무크만의 표정과는 달리 데미안의 눈빛은 냉정하게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크만이 원래 이렇게 약했었나……?’
이건 녀석의 동작을 예측할 것도 없이 너무 뻔하지 않나.
휙!
고개를 옆으로 살짝 젖히며 녀석의 검을 피해 낸 데미안이 빠르게 단검을 역수로 잡으며 그대로 위로 들어 올렸다.
스걱!
“큭!”
데미안의 단검이 무크만의 오른쪽 손목을 베자 녀석이 신음을 흘리며 들고 있던 검을 떨어트렸다.
‘쯧.’
이것만 봐도 뒷골목 녀석들이 전장에서 구르는 장수들에 비해 얼마나 하찮은 수준인지 알 수 있다.
전투 중 검을 놓친다는 건 그냥 목숨을 던진 것과 다름이 없으니까.
쩡그렁! 탱!
무크만의 검이 바닥에 떨어지기 무섭게 데미안이 발 안쪽 면으로 바닥을 쓸며 검을 멀리 걷어 냈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무크만이 다시 검을 줍거나 할 시간조차 없었다.
“이, 이 새…….”
당황한 무크만이 데미안을 보며 욕지거리를 내뱉으려 했지만…….
푹, 푹!
순식간에 이어지는 데미안의 검이 무크만의 양쪽 옆구리에 살포시 들어갔다가 밖으로 나왔다.
털썩.
몸을 부르르 떨며 무릎을 꿇은 무크만.
녀석의 얼굴엔 당황과 혼란 그리고 어느덧 공포가 자리 잡았다.
말이 안 되지 않은가.
‘부, 분명 열세 살이라고 했는데…….’
아니, 그런 정보도 필요 없이 한눈에 봐도 어려 보이는 녀석이다.
키는 조금 큰 것 같았지만 아직 볼에 젖살이 통통한 애송이 그 자체였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무슨 눈빛이…….’
게다가 이 움직임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마치 어디를 공격할지 미리 알고 있다는 듯 녀석의 움직임은 정확하게 자신의 공격을 피해 냈다.
그것도 표정 하나 바뀌지 않은 채로 말이다.
“궁금해?”
“……뭐?”
갑작스러운 데미안의 말에 무크만이 움찔하며 그를 보았다.
앳된 얼굴에 적응되지 않는 저 칼날 같은 눈빛.
하지만 데미안은 무크만 같은 녀석을 많이 봐 왔다.
‘하긴 대부분 그랬지.’
어느 순간부터 자신과 싸운 녀석들은 항상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마치 마술을 본 것처럼 말이다.
“별거 아니야. 그냥 보여, 네가 어디로 공격하는지. 네 시선, 네가 팔을 들어 올리는 것만 봐도 전부 예측이 가능해.”
“그게 말이 돼?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스윽.
“윽!”
인상을 찌푸리며 씹을 듯 말하는 무크만의 목에 검을 대자 녀석이 움찔하며 입을 다물었다.
그에 데미안이 말했다.
“믿든 말든 상관없어. 사실이니까.”
“……이런 사실을 알려 줘도 상관없나? 분명히 말해 두지만 이번이 끝이 아니다.”
“흐흐흐. 뭐, 어쩔 건데. 그냥 이대로 널 죽여 버리면 다른 놈들이 어떻게 알아?”
“크윽!”
“머리 좋은 놈이니까 잘 알 거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말이야.”
데미안의 눈빛이 날카롭게 번뜩였다.
“퍼커가 보냈나?”
“아, 아, 아무리 뒷골목 양아치라도…….”
스륵.
데미안이 녀석의 무릎 쪽을 가리켰다.
“여기 찌르면 병신 된다. 평생 절뚝거리면서 살게 될 테니까 대답 잘해.”
칼날만큼이나 서늘한 데미안의 목소리에 무크만이 기겁을 하며 말했다.
“마, 맞아. 퍼커 그놈이…… 크윽…… 그놈이 사주했어. 끄으으윽…….”
그리고 예상대로 녀석은 곧장 사실을 실토하기 시작했다.
놈이 거짓을 얘기했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상태로 봐서는 그런 것 같진 않았다.
단 하나의 거짓이라도 나왔다간 정말 녀석을 불구로 만들어 버릴 생각이었으니까.
‘이놈도 그걸 느꼈겠지.’
데미안이 무크만을 무심하게 내려 보았다.
“그래, 그거면 됐다.”
“뭐?”
녀석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기도 전, 이미 데미안의 검이 먼저 움직였다.
서걱!
“……!”
이윽고 녀석의 목에 붉은 실선이 길게 생기더니…….
“끄르르륵.”
녀석은 상처 부위를 잡은 채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죽었다.
주르륵.
바닥으로 흐르는 핏물을 보며 데미안이 몸을 돌렸다.
“그래, 갈 땐 가더라도 뒷정리는 확실하게 하고 가야지.”
서른 살까지 살면서 몇 가지 배운 것이 있다.
세상을 살면서 가급적이면 ‘적’을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가능한 둥글게 둥글게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적’이 생긴다면…….
‘확실하게 짓밟아야지.’
절대 덤빌 수 없을 정도로.
결정을 내린 데미안은 숙소 밖으로 나와 어둠 속으로 천천히 스며들기 시작했다.
* * *
“이제 슬슬 끝났겠군.”
손목에 찬 시계를 슬쩍 바라보던 남자는 시선을 돌려 앞에 앉아 있는 남자를 보았다.
얼마나 호되게 당했는지, 얼굴이 부어 원래의 모습을 알아보기가 힘들 정도였다.
특히 왼쪽 볼은 심하게 부어올라 거의 얼굴 크기만큼 붓기가 차올랐다.
“긔 새키…… 이리로 오는…….”
“아아, 말하기 힘들 텐데 말하지 마슈. 이제 작업 끝내고 이리로 끌고 올 테니까.”
퍼커의 의뢰로 데미안을 공격한 조직의 대장인 몬타올은 말조차 하기 힘들어하는 퍼커를 보며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나저나 화가 많이 나셨나 보오. 그런 꼬맹이를 잡는데 날 부른 걸 보면.”
“긔 시키 때무에 내가……!”
터지고 부어오른 상처 때문에 발음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지만, 퍼커는 두 눈을 흉흉하게 뜨며 몸을 들썩였다.
하지만 그조차 고통스러운지 이내 끙끙거리며 이내 앓는 소리를 냈다.
‘빌어먹을 놈……!’
얼마나 호되게 맞았는지 거동을 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할 지경이었다.
당장이라도 놈이 눈앞에 있다면 찢어 죽이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그래도 혹시라도 보험 계약서를 바꿀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몬타올을 부른 것이다.
귀찮은 일을 맡기기엔 이 녀석들만 한 것이 없다. 다만 돈이 좀 많이 들어갈 뿐.
째깍, 째깍, 째깍.
침묵 속에서 시간이 계속 흘러갔다.
시곗바늘 움직이는 소리만이 하염없이 들려오자 답답함을 느낀 몬타올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애새끼 하나 잡아 오는 데 무슨 시간이 이렇게 걸리는 거야?”
분명 올 시간이 한참 지났다.
그런데 아직까지 오지 않는다는 건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이다.
드르륵.
예상치 못한 변수에 몬타올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퍼커는 짜증이 조금 섞인 표정으로 몬타올을 보았다.
놈의 말처럼 애새끼 하나 잡는 일이다. 그런데 뭐가 이리 삐걱거린단 말인가.
“이바, 모타월…… 일이 뭐 이래?”
“금방 해결될 테니까 조금만 더 기다리슈. 조금 늦었다고 해서 대금 깎을 생각 말고.”
퍼커는 철저한 장사꾼이다.
놈이 무슨 말을 할지 이미 알기에 몬타올은 사전에 그의 말을 차단하며 몸을 돌렸다. 하지만 그때…….
똑똑.
“……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