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2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20화(20/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20)
별거 아닌 반지 하나.
하지만 이곳이기에 아무도 발견할 수 없었던 것이다.
‘훈련소에 마력을 쓰는 녀석들이 있을 리 없으니까.’
여간해야 발견되기 힘들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의문이 있다면 아펠이 왜 이것을 가지고 가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분명 과거의 삶에서도 녀석의 출발은 3훈련소일 텐데.’
변한 것이 아니라면 아펠은 3훈련소 무구 창고로 왔을 것이다.
‘혹시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나?’
녀석이 이것을 선택하지 않고 다른 것을 선택할 만한 것.
데미안은 창고 안을 다시 슬쩍 살폈다.
혹시 자신이 찾지 못한 더 좋은 아티팩트가 있는가 본 것이다.
“……딱히 마력이 느껴지는 건 없는데.”
데미안이 중얼거렸다.
그때.
“데미안, 서둘러 고르고 나와라. 다른 사람들도 기다린다.”
“예, 다 골랐습니다.”
레이먼의 재촉에 데미안이 무구 창고 밖으로 나왔다.
“미안, 오래 걸렸지?”
“괜찮아. 들어가면 모두 같은 마음일 테니까.”
지금 이들에겐 3훈련소 무구 창고라고 해도 보물 창고처럼 느껴질 것이다.
아펠이 두 번째로 들어갔다.
그리고 녀석은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
마치 이미 고를 것을 결정한 사람처럼 말이다.
데미안은 아펠의 손에 쥐어진 것을 보았다.
손바닥 절반 정도 크기의 인장이었는데…….
“……어?”
“왜 그래?”
“아니, 아무것도.”
데미안이 고개를 저었다.
아펠이 가지고 나온 인장.
‘저건…… 어느 왕국의 문양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름은 모른다.
다만 아주 예전에 멸망한 왕국의 문양인 것은 확실하다.
데미안이 아펠을 보았다.
‘혹시…….’
어째서 아펠이 마력을 익히고 있는지 뭔가 연관성이 느껴지는 듯했다.
뒤이어 모두가 무구 창고에서 원하는 무구를 하나씩 가지고 나왔다.
“오, 제법 괜찮은 창을 가지고 나왔군. 잘 사용하길 바란다.”
“이건 예전 수도에서 이름을 떨쳤던 윌터라는 장인이 만든 방패네. 자네에게 잘 어울리는군.
한 명씩 가지고 나온 무구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레이먼이 아펠을 보았다.
레이먼은 아펠의 손에 쥐어진 인장을 보며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호오, 이게 무엇인지 알고 가지고 온 건가?”
“그냥 신성한 힘이 느껴져서 가지고 나왔습니다.”
“신성한 힘이라. 그럴 수도 있겠군. 불운한 일을 막아 주는 힘이 깃들어 있다는 인장이네. 자네에게 좋은 일만 깃들길 바라겠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데미안.
하지만 레이먼은 데미안의 손에 쥐어진 반지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그냥 체중을 조금 줄여 주는 반지인데, 이걸로 괜찮겠나?”
“체중요……?”
“모르고 가지고 온 건가? 한 번 착용해 보게.”
레이먼의 말에 데미안이 반지를 꼈다.
그 순간 묘하게 몸이 가벼워지는 듯한 느낌.
‘……진짜 체중이 감소되는 거야?’
이런 기능이 있는 줄은 몰랐다.
그런데 제법…….
‘많이 감소된 것 같은데?’
마치 입고 있던 갑옷을 벗은 듯한 가벼움에 데미안은 자리에서 가볍게 뛰었다.
레이먼이 물었다.
“괜찮은가?”
“예, 생각보다…… 너무 좋은데요?”
그렇다고 근력이 떨어진 것도 아니다.
그냥 순수하게 몸이 가벼워진 것이다.
‘이러면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어.’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군. 그럼 그걸로 결정하게나.”
지금까지는 그저 체중이 감소되는 능력 하나밖에 없기에 아무도 선택하지 않은 물건이었다.
주인을 찾았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하지만 데미안 입장에선 오히려 추가 옵션이 붙은 셈이다.
‘투명화에 체중 감소라. 이건 A등급 확정이다.’
이런 훈련소에서 썩을 만한 물건이 아니다.
만족스러움에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다들 나가지. 이제 희망 부서를 신청하고 끝내야 하니까.”
레이먼은 마지막까지 데미안의 결정에 아쉬움을 느꼈다.
녀석이 기사단으로 간다면 훨씬 훨훨 날아갈 수 있을 텐데.
하지만 데미안은 자신의 소신을 따랐다.
[희망 부서 : 3사단 네오칼리츠 부대.]아래에 사인까지 끝내자 레이먼은 체념한 듯 데미안을 보며 말했다.
“자네라면 잘하겠지만…… 그곳은 정말 위험한 곳이네. 부디 조심, 또 조심하길 바라네.”
“예, 알겠습니다. 염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며칠 뒤 통지서가 발급될 테니, 받고 난 이후에 움직이면 되네.”
드르륵.
자리에서 일어난 레이먼이 데미안에게 손을 내밀었다.
“한 달 동안 고생했네.”
“교관님도 고생하셨습니다.”
데미안이 레이먼의 손을 잡았다.
이제 드디어.
‘그곳으로 가는구나.’
다시 돌아온 이후, 뭔가 하나의 여정이 끝난 듯한 느낌이다.
훈련소를 나오는 데미안은 뭔가 시원섭섭한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그때.
“데미안!”
훈련소 입구를 돌아보던 데미안을 향해 아펠이 다가왔다.
처음과 똑같이 반짝반짝 빛나는 녀석.
아펠은 데미안에게 다가와 물었다.
“왜 기사단에 가지 않는 거지?”
“거긴 내가 있을 곳이 아니니까.”
“…….”
아펠이 침묵했다.
가끔 어려운 말을 하는 녀석.
또래라곤 하지만 또래라고 볼 수 없는 말도 안 되는 실력을 지닌 놈이다.
아펠이 말했다.
“난 리온하르크 교관의 추천서를 받고 기사단으로 간다.”
“현명한 선택이야.”
“크크크크큭, 정말 넌 종잡을 수 없는 놈인 것 같아.”
자신은 거절한 주제에 현명한 선택이라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네오칼리츠 부대. 위험한 곳이라 들었다. 부디 몸조심해라.”
“고마워.”
데미안이 아펠과 악수했다.
이 녀석은 알까.
먼 훗날 바로크 왕국의 대장군이 된다는 것을.
‘어쩌면…… 더 괴물이 될지도.’
나중에 이 녀석이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있었다.
데미안은 돌아서는 아펠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럼 나도…….’
그 순간.
“데미안!”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목소리와 함께 카일이 쿵쿵거리며 달려왔다.
제법 급하게 뛰어왔는지 녀석은 숨을 고르며 데미안에게 말했다.
“인사도 안 하고 갈 거냐?”
“나중에 만났을 때 하면 되지.”
“흐흐흐흐흐, 그렇군. 그래, 잘 가라. 또 보자.”
“그래, 건승을 빈다.”
데미안은 손을 휘휘 저으며 인사하는 카일을 뒤로한 채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때,
“이제 제 차례인가요?”
“……아?”
하멜 상단의 디엘이 데미안을 찾아왔다.
* * *
“순 매출에 3%를 생각합니다.”
자리를 옮긴 데미안.
디엘이 건넨 서류를 보았다.
데미안이 건넨 투자금에 대한 사용처.
도움을 받는 사람들의 대한 분류와 더불어 자선 사업으로 인해 발생할 시너지 효과.
깔끔하게 정리된 내용에 데미안은 혀를 내둘렀다.
‘……대단한데?’
서류를 넘겨보던 데미안이 디엘을 힐끔 쳐다보았다.
조금은 긴장한 표정.
하지만 데미안과 시선이 마주치자 미소를 지었다.
“혹시 궁금한 부분이 있다면 기탄없이 물어봐 주십시오.”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이었다.
강한 자신감이 드러난 표정에 데미안이 물었다.
“자선 사업에 대한 내용은 물어볼 것이 없습니다. 이걸 전부 보고도 질문할 거리가 있다면, 그건 내용을 읽지 않았다는 뜻이죠.”
“칭찬으로 들을게요.”
“칭찬 맞습니다. 게다가…….”
높게 살 만한 이유 한 가지 더.
고작 열세 살짜리 투자자라고 생각했다면 이런 자세한 내용의 서류는 준비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들이 데미안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증명하는 것이었다.
데미안이 물었다.
“그래서 제 조건에 대한 부분은 순 매출의 3%라는 말씀입니까?”
“예. 투자금이 들어오는 그 즉시, 하멜 상단은 데미안 님이 원한다면 언제든 재무제표를 공개하겠습니다.”
투명한 운영까지.
아무리 투자자의 요구라고 해도 재무제표를 공개하는 상단은 들어 본 적 없다.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시죠. 돈은…… 내일 저와 함께 제국 은행에 가서 받으시는 걸로요.”
“감사합니다. 그럼 자세한 계약서는 작성해서 내일 보여 드리겠습니다.”
“예.”
이야기가 모두 끝이 나자 데미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런 것들은 모두 형식에 불과하다.
데미안이 투자하는 것은 바로 디엘. 그리고 위르크 상단이 될 하멜 상단이니까.
그리고 다음 날.
데미안은 약속대로 디엘과 함께 제국 은행으로 가서 투자금을 건넸다.
단, 약속한 300골드가 아닌 500골드로.
“이, 이건……?”
“제게 보여 준 성의에 대한 보답입니다. 아무쪼록 잘 사용해 주세요.”
“지금 계약서 내용을 수정하겠습니다. 조금 기다려 주시겠어요?”
“됐습니다. 어차피 계약서. 우리 신뢰가 깨지지 않는다면 사실상 필요한 건 아니죠.”
계약서라는 것이 그렇다.
문제가 없을 땐 별로 필요가 없다.
계약서를 찾을 땐, 서로 간에 문제가 생겼을 때일 뿐.
“……정말 독특한 분이시네요.”
이젠 그의 나이를 잊기로 했다.
열세 살은커녕 백 살이라고 해도 이해하기 힘든 기행을 보여 주는 사람이지 않은가.
디엘은 그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데미안에게 물었다.
“이제 훈련소를 졸업하셨으니, 본부대로 가실 텐데…… 어디로 가십니까?”
“서쪽으로 갑니다.”
“서쪽요?”
“네오칼리츠 부대라고 서쪽 브론세리안 숲 인근에 있는 부대입니다.”
“네오칼리츠 부대요?!”
디엘이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이런 반응인 것을 보니 그녀도 네오칼리츠에 대해 들어는 본 듯했다.
데미안이 피식 웃었다.
반대로 디엘의 표정은 사색이 되었다.
“거, 거, 거길 왜…… 설마 자원하신 건 아니지요?”
“자원입니다. 훈련소 1등인데, 설마 강제로 그곳으로 가겠습니까?”
“맙소사.”
디엘은 마치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표정으로 데미안을 보았다.
데미안이 장난기 발동한 표정으로 말했다.
“혹시 압니까? 제가 죽으면 그 투자금은 그냥 하멜 상단의 것이 되는데요.”
농담으로 던진 말이었다.
하지만 디엘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런 농담 좋아하지 않습니다.”
“……미안합니다.”
심각한 분위기에 데미안이 곧바로 사과했다.
예전 전쟁터에선 이런 농담은 그저 밥 먹듯 하던 건데.
디엘이 데미안에게 말했다.
“출발은 언제십니까?”
“퇴소 후 삼 일 후니까…… 앞으로 이틀 뒤겠군요.”
“이틀…… 알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디엘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돌아섰다.
아니, 돌아서다가 다시 데미안을 보며 말했다.
“데미안님이 주신 투자금. 소중하게 잘 사용하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디엘은 몸을 돌려 성급히 돌아갔다.
혼자 남은 데미안은 아까 정색하던 디엘의 표정을 떠올렸다.
“의외로 무서운 구석이 있네.”
으으으으으!
기지개를 크게 편 데미안이 번화가 쪽을 바라보았다.
이제 이틀 후면 그 지독한 숲에서 몬스터들과 부대끼며 살아야 한다.
“먹고 싶은 거나 실컷 먹고 가야겠다.”
떠날 생각과 함께 데미안은 수도의 맛집 리스트를 추리며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 * *
이틀이 지났다.
통지서를 받은 데미안은 이제 정말로 떠날 준비를 마쳤다.
“……네가 왜 여기에 있냐?”
그렇게 네오칼리츠 부대가 있는 에르칼로 떠나려던 데미안의 앞에 생각지 못한 녀석이 찾아왔다.
데미안의 물음에 녀석이 웃음을 터트렸다.
“흐흐흐, 또 보자고 했잖아.”
“……설마, 너.”
“맞아, 나도 네오칼리츠 부대에 지원했다.”
데미안보다 머리 한 개가 더 큰 녀석.
바위 같은 단단한 근육을 지녔고, 호쾌한 웃음이 매력적인 녀석.
카일이었다.
그런데 녀석도 네오칼리츠 부대에 지원했다니.
“미친놈.”
“흐흐흐, 너만 할까?”
분명 미친 짓이다.
카일의 실력으로도 네오칼리츠 부대는 쉽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어째서일까.
나쁘지 않은 이 기분.
피식.
데미안이 입꼬리를 올렸다.
“가서 금방 뒤지지 마라. 네놈 시체를 치우고 싶진 않으니까.”
“흥! 그딴 걱정은 하덜 마라. 오히려 네놈이나 힘들다고 징징거리지 말라고.”
카일이 ‘으하하’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예상치 않게 일행이 생겼다.
예상치 못한 일이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옛날 생각나네.’
전우들과 함께했던 그 시간들이 문득 떠올랐다.
“그럼 가 볼까?”
“그러자고.”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동하려는 그때.
“잠깐만요!”
“……?”
“뭐야?”
뒤에서 들려오는 여자 목소리에 카일의 미간에 주름이 패었다.
하지만 이내 나타난 여성은 데미안을 보며 말했다.
“다행이네요, 늦지 않아서.”
“……무슨 일이십니까?”
갑자기 나타난 디엘을 보며 데미안이 물었다. 게다가…….
“이 마차는 뭡니까?”
“급하게 준비하느라 많이 챙기진 못했습니다. 네오칼리츠 부대라면 이곳에서 엄청나게 먼 곳입니다. 갈 때 이 마차를 타고 가세요. 그리고 마차 안에 가면서 드실 요깃거리와 그곳에서 필요할 만한 물건들을 두었습니다.”
그 말에 카일이 마차의 문을 열었다.
“와우.”
그녀의 말처럼 마차 안에는 제법 오랫동안 먹을 수 있는 음식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여러 종류의 물건들이 있었다.
데미안도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언제 이런 걸 다…….”
“이틀 동안 열심히 구한 겁니다. 부디 몸조심하십시오. 투자…… 나중에 더한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에?”
디엘이 빙긋 웃으며 데미안에게 말했다.
그에 데미안이 벙찐 표정을 지었지만.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이렇게 티가 나는 거짓말을 본 적이 있었던가?
정말 재미있고, 솔직하지 못한 여자다.
데미안이 디엘에게 말했다.
“또 봅시다.”
“예.”
짧은 배웅을 끝내고 데미안과 카일은 마차에 올랐다.
이제 진짜 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