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23)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23화(23/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23)
―데미안, 이 전쟁은 언제 끝날까? 아니, 끝나긴 할까?
과거, 디아날이 내게 물었던 질문이다.
난 대답을 하지 못했다.
녀석의 불안감만큼이나 앞이 보이지 않았으니까.
굳이 대답을 하자면…….
―항복을 한다면 끝나지 않을까?
―멜라디온 왕국에서 항복하자, 왕족들은 모두 죽이고 왕국민들은 노예로 만들었다는데.
―윗대가리들이 항복할 일은 없겠네.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와중에 디아날은 언제나 부하들을 챙기며 가장 앞에서 싸웠다.
―데미안.
―오늘따라 왜 자꾸 부르는 거야?
―넌 나보다 빨리 죽지 마라.
―잘못 먹었냐? 오늘따라 실없는 소리야?
―크크큭, 그냥 죽지 말라고.
어찌 본다면 약속은 지켰다.
녀석보단 오래 살았으니까.
―……개새끼.
그냥 나대지 말고 어떻게든 살아남으라고 그토록 말했는데.
그래도 복수는 해 줬다.
네 심장을 찌른 적장 놈의 대가리를 쳤으니까. 그러니까…… 편히 쉬어라.
화악!
갑자기 어둠이 걷히며 데미안이 눈을 떴다.
늦은 밤.
안개 때문에 반대편에 있는 훈련소마저 흐릿하게 보였다.
자리에서 일어난 데미안은 문득 떠오른 옛날 생각에 혀를 찼다.
‘빌어먹을 기억.’
이왕이면 즐거웠던 일이 떠올랐으면 좋았을 텐데.
데미안은 상념을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급적 마력 연공법을 수련하는 건 들키지 않는 것이 좋으니까.
스윽.
데미안이 조심스럽게 막사를 빠져나왔다.
이미 마력 연공법을 하기 좋은 장소는 알아봐 둔 상태다.
물론 밤중에 돌아다닌다고 해서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밤중에 여자를 안으러 홍등가로 기어 나가는 놈들도 있는데.
‘이 정도쯤이야.’
그냥 잠이 안 와서 산책하고 있었다고 둘러대기만 해도 충분하다.
데미안은 미리 봐 둔 장소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때…….
붕! 쒜엑!
안개 너머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소리.
데미안이 걸음을 멈췄다.
‘이 밤중에?’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안개 너머로 검을 휘두르고 있는 녀석.
디아날이었다.
녀석은 제법 검신이 두꺼운 투박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대몬스터를 위해 보다 무게가 있는 검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때부터였구나.’
디아날이 남몰래 연습하고 있다는 건 놀랍지 않았다.
원래 그런 녀석이니까.
과거에도 디아날은 훈련이 끝나고 난 이후에도 추가 훈련을 할 정도로 연습 벌레였다.
아니, 그만큼 절실했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래서 데미안과 가까워질 수 있었지만.
다만 눈에 걸리는 건 하나.
지금 디아날이 사용하고 있는 무거운 검이 그에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 저런 걸 사용하는지 이해는 하지만…….’
디아날은 네오칼리츠 부대 출신이었다.
나중에 전란의 시기 전방 부대로 옮겨졌지만 말이다.
어쨌든 사람이 아닌 몬스터와의 싸움이 먼저였던 디아날이다.
때문에 보다 강한 일격으로 몬스터를 죽일 수 있는 무기를 선택했다.
‘네오칼리츠 부대에 있는 녀석들 중 상당수가 저런 검을 사용하긴 하지.’
그게 아니라면 박도를 쓰거나.
하지만 디아날은 보다 가벼운 검으로 힘이 아닌 스피드로 승부해야 하는 타입이다.
과거의 삶에선 데미안에게 된통 깨진 이후 무기를 바꾸고 더 강해졌다.
“흐음…….”
입이 간질거린다.
그건 아니라고 말해 주고 싶었지만.
‘지금 말했다간 뒤지게 얻어맞겠지.’
괜히 얻은 호감을 잃을 필요는 없다.
때가 되면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생길 테니까.
데미안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몸을 돌렸다.
* * *
“기사아아아앙!”
네오칼리츠 부대의 첫 아침이 밝았다.
다른 부대와 달리 네오칼리츠 부대는 상당히 자유로운 분위기다.
개인 시간일 때는 어디서 뭘 하든 크게 터치하지 않는다.
게다가 훈련이 있다곤 하지만, 그것마저도 형식적인 부분일 뿐이다.
“어우, 지겨워.”
“야, 뭐 재미있는 거 없냐?”
“내기라도 할까? 오늘 훈련이 뭐지?”
“체력 훈련.”
누군가의 대답에 내기를 말했던 부대원이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흐흐, 오늘 신입이 끝까지 버틸 수 있는지 걸어 볼까?”
“그거 재미있겠는데?”
몇몇 녀석들이 신이 난 듯 말했다.
“난 오전 훈련도 다 못 끝낸다에 10실버 걸지!”
“난 오전 끝나고 기절에 20실버!”
“나도 오전 못 버틴다에 건다!”
시끌벅적한 분위기.
데미안은 그들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스윽.
딱히 그들을 제지하는 이들도 없다.
이런 분위기에 익숙하다는 것이다.
“…….”
마치 예전 징벌 부대를 보는 듯한 느낌.
데미안은 시선을 돌려 디아날을 보았다.
디아날은 내기판을 벌린 선임들을 탐탁지 못한 눈빛으로 보았다.
하지만 막내인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듯, 그저 묵묵하게 장비를 손질하며 군화 끈을 묶었다.
“뭐야, 저 자식들. 우리를 두고 내기하는 거야?”
옆에서 듣고 있던 카일이 미간을 찌푸렸다.
“사람을 얼마나 무시하면…… 음? 데미안. 어디 가냐?”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는 데미안을 보며 카일이 물었다.
데미안은 돈을 모으고 있는 선임병들 쪽으로 걸어가더니 금화 하나를 꺼냈다.
“저도 끼어도 됩니까?”
“우왓! 놀래라. 뭐야, 본인 등판이야?”
“오…… 이 자식, 돈 많은 모양인데? 1골드야.”
“내기 내용은 뭔지 알고 온 겨?”
한 선임병이 데미안에게 물었다.
그에 데미안이 말했다.
“물론이죠. 그런데 내기 종목을 조금 바꾸었으면 합니다.”
“뭘로?”
처음 내기를 주관했던 선임병이 물었다.
데미안이 대답했다.
“오늘 훈련에서 제가 여기 있는 분들 전부 이긴다에 1골드 걸겠습니다.”
데미안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동시에 디아날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또라이네, 저거.”
데미안의 한마디에 순간 분위기가 싸해졌다. 하지만.
“호오, 그래?”
“신입이 투지가 대단한데?”
선임들의 눈빛이 번뜩였다.
이런 의지 있는 신입은 오랜만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의 얼굴엔 여유가 가득했다.
이런 신입이 처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물론 내기에 끼는 경우는 없었지만, 훈련에 자신감을 드러낸 녀석들은 엄청나게 많았다.
데미안 역시 그런 녀석들 중 하나라 생각했다.
내기를 주관한 선임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좋아, 받아 주지. 대신 조금 바꾸자고. 네가 이기면 이 돈을 다 너에게 주마. 대신 네가 지면 한 달 동안 우리들 빨래를 대신 하는 거다.”
“오오, 괜찮은데?”
“흐흐흐, 애송아. 자신 없으면 지금이라도 그만둬라.”
코끝이 붉은 선임이 비웃듯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그렇지만.
“좋습니다.”
데미안이 대답했다.
“체력에 좀 자신 있나 본데?”
“호오, 그렇게 자존심 부리다가 후회할 텐데. 여긴 훈련소가 아니야.”
데미안은 고개를 저었다.
“지더라도 선임분들 빨래를 즐겁게 하겠다는 마음입니다. 이래야 내기가 조금 더 즐겁지 않겠습니까?”
“크크크크큭, 뭘 아는 놈이로군.”
내기를 주관했던 선임병이 말했다.
“대신 저도 조건을 하나 더 걸고 싶습니다. 저는 졌을 때 빨래도 하니까요.”
“흥, 이제 와서?”
“일단 들어나 보자고.”
선임들은 재미있는 놀이를 하는 듯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데미안이 대답했다.
“제가 이기면 한 달 동안 훈련 시간에 자유 시간을 주십시오.”
“뭐라고?”
“이 정도는 해야 내기 조건이 성립되지 않습니까? 저는 달랑 1골드에 여기 계신 십여 명의 빨래까지 매일 해야 하는데요.”
“그건…….”
선임병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에게 그런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순간.
“좋아, 그렇게 하지.”
“대장?”
갑자기 나타난 타르온이 대답하자 다들 눈을 동그랗게 떴다.
타르온이 디아날을 보았다.
“디아날, 너도 이 내기에 참가해라.”
“예? 저도 말입니까?”
“왜, 후임에게 질 것 같나?”
타르온의 말에 디아날의 표정이 굳었다.
“설마요. 그런데 전 돈이 없는데 말입니다?”
“자, 여기 10실버. 디아날 돈은 내가 대신 내주지.”
순식간에 분위기가 후끈거렸다.
타르온이 말했다.
“네가 선임들보다 훈련을 잘 받는다면, 한 달 동안 훈련 시간에 자유를 주겠다. 훈련을 받든 말든 네 마음대로 해라.”
“예, 감사합니다.”
“감사는 이기고 난 이후에나 해라.”
타르온이 내기에 참가한 선임병들을 보았다.
“그리고 네놈들 중에 지는 놈들은…… 내일부터 추가 훈련을 시킬 테니까 그렇게 알아라.”
“대, 대장?!”
“아니, 대장! 그건 너무한 거 아닙니까?”
“어제 온 신입에게 진 놈에겐 과한 처사가 아닌 것 같은데.”
“…….”
순식간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타르온의 말이 진심임을 안 선임들의 표정이 변했다.
그리고.
“재미있겠네.”
“구경할 맛나겠어, 흐흐흐.”
내기에 참가하지 않은 선임들은 낄낄거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내기에 참가한 선임들은.
“……이런 건방진 신입 같으니라고.”
“오늘 죽었다고 생각해라.”
“기를 한 번 눌러 줄 필요는 있겠네.”
이를 갈며 투지를 불태웠다.
그 모습에 데미안이 입꼬리를 올렸다.
계획대로였다.
건방지다는 소리를 들어가며 데미안이 이런 내기에 낀 이유는 한 가지다.
내기 조건처럼 자유 시간을 얻기 위함이 아니다.
자유 시간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훈련에 빠질 생각은 없었으니까.
바로 네오칼리츠 부대의 썩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함이다.
‘물론 이거 하나로 완전히 바뀌진 않겠지만…….’
이것만으로 작은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었다.
네오칼리츠와 같은 부대는 특징이 있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인해 앞날에 대한 희망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기판을 벌린 저 선임병들.
죽었다 깨어나도 지금 상태론 데미안을 이길 수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충 훈련을 하고 있을 테니까.
술에 절어 있는 놈들.
배에 살이 붙은 놈들.
보지 않아도 뻔하다.
그저 희망 없이 하루하루 살아 가는 놈들이다.
‘그나마…….’
다른 녀석들은 조금 괜찮은 것 같지만, 이런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장담할 수 없었다.
모든 얘기가 끝나자 타르온이 말했다.
“모두 준비하고 막사 뒤 바위산 입구로 모여라.”
* * *
네오칼리츠 부대의 뒤쪽으로 작은 바위산이 있었다.
산이라기보다는 언덕에 가깝지만.
대략 직선거리로 따진다면 이백 미터가 조금 넘는 거리의 경사를 뛰어오르는 것이 첫 훈련이었다.
“흐흐흐, 역시 내 눈은 정확해.”
“뭐가?”
“네가 또라이라는 사실이 말이야.”
바위산 입구에 선 카일은 데미안을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설마 이런 짓을 할 거라곤 예상조차 하지 못했다.
데미안은 피식 웃는 걸로 대신 대답했다.
이윽고 데미안이 천천히 마력홀에 있는 마력을 움직였다.
마력이 샘솟으며 육체가 강화되었고, 온몸에 활력이 샘솟았다.
게다가.
‘이런 훈련이라면…… 투명화 반지가 큰 이점이 되지.’
훈련소에서 받은 투명화 반지로 원래 체중보다 가볍게 느껴지는 데미안이다.
물론 이런 게 없어도 저 녀석들에겐 자신이 없다.
‘질’ 자신이 말이다.
타르온이 말했다.
“다들 대열을 맞춰라. 그리고 그걸 가지고 와.”
‘그거?’
데미안이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와우.”
옆에 있던 카일이 작게 탄성을 터트렸다.
훈련과 동시에 준비된 그것.
“30kg 통나무다. 이걸 들고 뛴다.”
타르온의 말에 부대원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으악! 대장, 평소엔 이거 안 하잖아요!”
“이건 저희도 너무 힘든데요?”
부대원들이 불평을 터트렸다.
평소보다 훈련 강도가 훨씬 올라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끄럽다.”
타르온의 표정이 굳었다.
진지한 그의 눈빛에 불평을 늘어놓던 부대원들이 입을 꾹 다물었다.
저런 진지한 표정의 대장은 오랜만이었기 때문이다.
스윽.
타르온이 데미안을 보았다.
자유 시간을 내기 종목에 끼워 넣으면서 자신을 슬쩍 바라보던 신입.
녀석이 내기에 자신을 개입시킨 건 분명 무슨 의도가 있다는 것일 터.
‘무슨 생각인진 모르겠지만.’
한번 지켜보겠다.
훈련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