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25)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25화(25/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25)
―악마가 살고 있었어.
디아날은 네오칼리츠 부대 복무 때를 떠올리며 말했다.
브론세리안 숲에 악마가 있다고 말이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데미안은 코웃음을 쳤다.
세상에 악마가 어디에 있다고.
하지만 디아날의 표정은 제법 진지했다.
일반적인 궤를 달리하는 몬스터.
마치 악마에 씐 듯 포악하며 규격 외의 강함을 드러내는 몬스터들이 있다고.
―악마 씐 오르크 한 마리가 강철울프를 두 손으로 때려잡았다면 믿을 거야?
강철울프는 이빨과 손톱이 강철처럼 날카롭고 강한 몬스터였다.
오르크 다섯 마리는 붙어야 겨우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의 무력.
그런데 한 마리가?
―나도 두 눈으로 보지 못했다면 믿지 못했을 거야. 그것 때문에 결국 우린 그곳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어.
이유도 모른 채 해체가 되어 버린 네오칼리츠 부대.
그 덕분에 디아날을 만날 수 있게 되었지만.
―악마라…….
데미안은 그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저벅저벅.
오늘따라 더욱 서늘한 느낌이 드는 건 착각일까.
브론세리안 숲으로 진입한 네오칼리츠 부대는 조심스럽게 주변을 수색하며 걸음을 옮겼다.
금지 구역으로 진입했기 때문이다.
“정지. 주변을 먼저 수색한다. 3인 1조로 움직이되, 시야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말도록.”
부대원의 시야에 닿는 거리에서만 수색하는 것이었다.
타르온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빠르게 주변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타르온이 데미안과 카일을 보았다.
“둘은 날 따라온다. 떨어지지 말도록.”
“예.”
“알겠습니다.”
데미안과 카일이 대답하며 타르온의 수색조를 따랐다.
스윽.
데미안이 주변을 가볍게 훑었다.
특별할 것 없는 주변.
하지만 그와 상반된 무거운 공기.
‘……뭐지?’
그저 평범한 숲이건만.
‘왜 전쟁터 같은 공기가 흐르는 거지.’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곳.
데미안은 그 중심에서 5년을 보냈다.
때문에 온몸의 감각이 얘기하고 있었다.
이곳은 위험한 곳이라고.
저벅……. 저벅…….
걸음걸이가 조심스레 바뀐다.
데미안의 눈빛이 무겁게 가라앉아 주변을 훑었다.
아무것도 없지만, 그 너머에 무언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때.
삑!
아주 짧은 피리 소리.
타르온이 걸음을 멈추고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찾은 건가?”
이윽고 소리가 난 쪽으로 부대원들이 모였다.
처참하게 죽어 있는 사람들의 시체.
특이한 건 용병들의 물건이 그대로 있다는 것이었다.
“그 여우 같은 놈들이 얼마나 급했으면 확인만 하고 홀라당 도망쳤대?”
여우는 에르칼 수비대의 수색 부대를 일컫는 말이다.
시신은 수습하지 않더라도 돈 되는 물건들은 언제나 가지고 가기 때문이다.
타르온은 용병 옆에 떨어진 검과 다른 병장기를 보았다.
제법 쓸 만한 녀석들이다.
“그만큼 무서웠다는 것이지.”
스윽.
타르온은 죽은 시체를 보고 반대쪽 숲을 보았다.
커다란 나무가 세로로 갈라져 양쪽으로 쓰러진 모습.
어떤 몬스터이기에 이런 것이 가능했을까.
“곰 종류의 몬스터이지 않을까요?”
“브론세리안 숲에 있는 베어 몬스터 중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녀석은 없어.”
“그럼…… 혹시 오우거일까요?”
숲의 폭군이라 불리는 오우거.
그 녀석이라면 비상사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때.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
부대원들의 시선이 한쪽으로 돌아갔다.
수풀 뒤쪽으로 쓰러진 레드베어의 사체.
녀석의 등에 새겨진 다섯 줄기의 기다란 상처.
검상이라고 하기엔 다섯 줄기의 상처가 너무 일정한 간격으로 생겼다.
레드베어의 시체를 보고 있던 데미안이 고개를 들었다.
“부대장님의 말처럼 베어류의 몬스터인 것 같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이 발톱의 간격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손톱의 간격이 5cm가 넘는다.
주먹을 쥔 상태의 앞발 크기가 사람 머리통 만하다는 뜻이다.
그런 녀석이 손톱을 펼쳐서 휘둘렀다면.
“……저것도 납득은 되겠군요.”
데미안이 세로로 쪼개진 나무를 보았다.
자세히 보면 중앙 쪽으로 무언가가 뚫고 들어와 옆으로 찢은 자국이 보였다.
“…….”
타르온은 데미안에게 시선을 돌렸다.
녀석이 내뱉은 분석.
단 하나도 허투루 들을 만한 것이 없었다.
흔적에 의한 완벽한 근거.
마치 당시의 상황이 머릿속으로 그려지는 것 같았다.
“어디서 배웠지?”
“아버지가 사냥꾼이셨습니다. 숲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어릴 때부터 주워들은 것이 많았습니다.”
“어? 너, 아버지가 군…….”
카일이 말하다 멈췄다.
데미안과 눈이 마주쳤기 때문이다.
이내 입을 꾹 다문 카일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딴청을 피우며 고개를 돌렸다.
“……그런가. 좋은 것을 배웠군. 좋아, 서둘러 시신부터 챙긴다. 가족들 품으론 돌려보내 줘야지.”
부대원들은 가지고 온 커다란 헝겊을 꺼내 시체를 말았다.
안타깝지만 용병들의 시체까지 가지고 갈 여유는 없었다.
“이건 팔아서 약초 사는 데 쓰겠습니다.”
용병들의 물건만 챙겼다.
이윽고 정리가 되기 시작하자 타르온이 숲 안쪽을 보았다.
분명 무언가 있다.
위험 요소가 있다면 그것을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그것이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이니까. 하지만…….
“……오늘은 돌아간다.”
“더 진입하지 않는 겁니까?”
“일단 시신부터 돌려놓고, 재정비해서 다시 온다.”
느낌이 좋지 않아.
타르온은 뒷말을 삼켰다.
괜한 불안감을 가중시킬 필요는 없으니까.
데미안 역시 동의했다.
흔적이 보이긴 했지만, 일반적인 예상을 훨씬 웃도는 범주였다.
상대가 누군지, 어느 정도의 전력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숲 안쪽으로 더 진입하는 건 자살행위다.
‘뛰어난 지휘관이었구나.’
과거의 삶, 디아날은 가끔씩 자신이 막내일 때 대장이었던 지휘관을 말하곤 했었다.
―무뚝뚝하긴 했지만 좋은 사람이었어. 뛰어나기도 했고. 그 사람에게 많은 걸 배웠었어.
그리워할 만하다.
이런 지휘관이라면 말이다.
대부분은 자신의 공로를 위해 무리하거나 부하들을 희생시키는 것을 당연시 여겼다.
당연했다.
희생이라고 해 봐야 약간의 번거로움. 혹은 금전과 직책의 불이익 정도니까.
실수한다고 해서 사람이 죽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곳은 달랐다.
타르온은 알고 있다.
자신의 판단 하나로 부대원들의 목숨이 날아갈 수 있다는 것을.
때문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비록 그것이 조금은 느리고 답답해 보일지언정 말이다.
“돌아간다, 서둘러라!”
명령이 떨어지자 부대장인 에런이 크게 소리쳤다.
부대원들은 헝겊에 싼 시체와 챙긴 물건들을 들고 곧바로 몸을 돌렸다.
하지만 그 순간.
“……!”
“다들 피해요!”
데미안의 고함과 함께 머리 위로 검은 무언가가 떨어졌다.
쾅!
“끄아아아아아아악!”
“내 다리! 으아아아악!”
지름이 2m는 되는 커다란 바위였다.
숲에 이런 것이 있을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커다란 크기.
바위가 떨어진 장소에 깔린 부대원이 비명을 질렀다.
“카일!”
“으아아아아아아아!”
데미안의 외침에 카일이 바위 아래에 손을 집어넣으며 들어 올리려 했다.
하지만 너무 무거운지라 그의 힘만으론 부족했다.
“흡!”
데미안이 거들었다.
마력홀에 있던 마력이 전신에 스며든다.
데미안이 돕기 시작하자.
그그그그극!
완전히 깔려 있던 바위가 살짝 들리며 틈이 생겼다.
“어, 어서……!”
“부대원을 구출해!”
다른 부대원들이 바위에 깔렸던 동료들을 끄집어냈다.
그리고 몇몇 부대원은 데미안과 카일 옆으로 달라붙어 함께 바위를 들었다.
손잡이조차 없어 제대로 힘을 줄 수 없었지만, 십여 명이 붙으니 어찌어찌 깔린 부대원들을 전부 꺼낼 순 있었다.
“……젠장.”
타르온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두 녀석이 크게 다쳤다.
특히 한 명은 오른쪽 다리가 완전히 으스러진 듯했다.
하지만 그때.
“이걸 씹으십시오.”
데미안은 가방에서 아만초와 더불어 산딸기처럼 생긴 붉은 열매를 꺼냈다.
“최대한 오래 씹으면서 즙을 내야 합니다. 그럼 고통이 조금 사그라들 겁니다.”
데미안은 부상자들의 입에 약초와 열매를 넣었다. 아니, 넣으려고 하는 순간.
턱!
타르온이 데미안의 팔을 잡았다.
“아만초가 진통 효과가 있지만 독초다. 해독을 하지 않은 상태로 먹게 되면 오히려 위험할 수 있어.”
“그래서 이 내모자와 함께 먹는 겁니다.”
붉은 열매의 이름은 내모자.
정확히는 내모자 안에 있는 씨를 먹는 것이었다.
“내모자의 씨를 꼭꼭 씹어서 즙을 내면 아만초의 독성을 중화시킬 수 있습니다.”
데미안은 곧장 부상자들의 입에 아만초와 내모자를 넣었다.
의식이 있을 때 최대한 많이 씹어야 한다.
데미안의 말에 두 부상자는 죽을힘을 다해 약초를 씹고 또 씹었다.
“흐으…….”
“으으으…….”
여전히 고통스러워하긴 했지만, 조금씩 표정이 나아지는 듯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크어어어어어어어!”
녀석이 나타난 것이다.
타르온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전투 준비!”
채채채채챙!
부대원들이 빠르게 검을 뽑으며 한 방향을 바라보았다.
모습을 드러낸 검은 무언가.
분명 곰 종류의 몬스터인 것은 확실한데…….
“……미친.”
“저렇게 큰 놈은…… 처음 보는데?”
키만 족히 3m가 훨씬 넘는다.
고개를 꽤나 들어야 녀석의 얼굴을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
덩치가 얼마나 큰지, 녀석이 나타나는 순간 머리 위로 그림자가 생겨났다.
“크어어어어어어어!”
“피해!”
부우우웅!
큰 포효와 함께 앞발을 휘두르는 블랙베어.
피했는데도 풍압으로 인해 몸이 휘청일 정도였다.
“부상자는 뒤로 빼고, 사방을 감싼다! 녀석의 다리부터 공격해!”
크기가 너무 크다 보니 상체를 공격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타르온의 외침에 부대원들이 빠르게 블랙베어를 둘러싸며 공격하기 시작했다.
“흐아아아압!”
근육질의 부대원이 크게 소리를 지르며 도끼를 휘둘렀다.
휘어진 도끼가 블랙베어의 종아리를 때리는 그 순간.
콰득!
“……!”
겨우 가죽을 찢는 정도로 끝나 버린 상처.
‘오르크의 허벅지도 갈라 버리는 내 공격이…….’
고작 종아리도 베지 못했다고?
근육질 부대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뭐 하고 있어!”
“아차!”
당황함에 잠깐 멈칫했을 뿐이지만.
하지만 그 짧은 방심이…….
퍽!
근육질의 부대원은 블랙베어가 휘두른 손등에 맞고 튕겨 날아갔다.
털썩.
손톱이 아니라서 목숨을 잃진 않았지만.
“헬슨!”
정신을 잃은 것인지 헬슨이라 불린 부대원은 일어나지 못했다.
“크어어어어!”
이어서 블랙베어가 쓰러진 헬슨을 향해 몸을 날렸다.
자신의 종아리에 상처를 낸 녀석을 응징하려는 듯했다.
녀석의 거대한 앞발이 쓰러진 헬슨의 위로 떨어졌다.
하지만 그 순간.
쾅!
“크으으……!”
대검을 들어 블랙베어의 공격을 막은 타르온.
주르륵.
타르온의 이마에서 붉은 피가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방어에 성공했지만, 그 충격까지 모두 흘릴 수는 없었다.
“빌어먹을 몬스터 자식이……!”
부하 셋이 다쳤다.
타르온의 눈빛이 살기로 번들거렸다.
“흐아아아압!”
“어서 공격해!”
타르온이 녀석을 붙잡고 있는 사이, 네오칼리츠 부대원들이 블랙베어의 뒤를 노리며 그의 다리에 무기를 쑤셨다.
엄청나게 질긴 가죽으로 인해 큰 상처를 낼 순 없었지만.
“씨발! 뚫릴 때까지 쑤셔!”
“이 괴물 같은 새끼!”
숫자엔 장사가 없는 법이다.
어느덧 블랙베어의 허벅지 뒤쪽과 종아리에서 피가 흘러나오며.
“크어어어어어!”
녀석이 크게 포효하며 비틀거렸다.
그리고 그 순간.
“이제 시작이다, 이 빌어먹을 새끼야……!”
뒷걸음질 친 블랙베어를 보며 타르온이 바닥을 강하게 박찼다.
빠르게 녀석의 품으로 파고든 타르온이 양손으로 검을 잡았다.
바닥으로 늘어트려진 검이 작게 진동했다.
우우우웅.
순간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데미안의 눈빛이 번뜩였다.
‘……마력?’
이윽고 타르온의 검에 희미하게 깃든 마력과 함께.
“죽어라.”
타르온의 검이 블랙베어의 몸을 갈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