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26)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27화(27/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27)
“대장, 어떻게 됐습니까?”
“수비대 놈들이 또 무슨 개소릴 하던가요?”
네오칼리츠 부대는 에르칼 수비대에 대한 원천적인 불신이 가득했다.
에르칼에서 벌어지는 실질적인 일은 전부 자신들에게 넘겨 버리는 놈들이니까.
타르온은 숲에서 얻은 블랙베어의 사체 일부를 가지고 와서 에르칼 수비대장을 만났다.
사체를 보여 주며 데미안이 말했던 마기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기 위함이었다.
물론 마기가 아니더라도, 현재 상태에서 생겨난 비정상적인 현상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타르온이 말했다.
“우선 브론세리안 숲을 봉쇄한다. 당분간 약초꾼들은 물론, 우리도 숲 안으로 진입하지 않고 상황을 본다.”
“예? 그럼 당분간 작전은 아예 없는 겁니까?”
부대장인 에런의 얼굴에 묘한 기쁨이 떠올랐다.
네오칼리츠 부대는 브론세리안 숲의 몬스터를 토벌하는 것을 주 임무로 삼고 있다.
그런데 숲이 봉쇄된다면 해야 할 일이 없다는 말이지 않은가.
타르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라도 숲 밖으로 나오는 몬스터가 있으면 처리해야겠지만, 당분간은 작전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지.”
“호우!”
“휴식이구나!”
좋아하는 부하들을 보며 타르온은 그저 몸을 돌렸다.
녀석들 말처럼 지금은 휴식이긴 하나.
‘만약 그것이 정말 마기라면…….’
자신들의 힘으로 감당이 될지 감이 오지 않는다.
마치 살얼음 낀 강 위를 걷는 듯한 느낌.
타르온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이 사실은 금방 부대 전체에 알려졌다.
“숲이 봉쇄됐다고?”
“그럼 당분간 작전은 없는겨?”
“그렇답니다. 숲에서 나오는 몬스터가 있으면 처리를 하겠지만, 그 외엔 부대 내에서 훈련만 한답니다.”
“으하하하하하하! 이런 날도 있는구만!”
“후…… 다행이다. 최근에 다친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무리다 싶었는데.”
“얼마나 쉴지는 모르겠지만, 이 사이에 부상부터 치료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부대원들은 제각각 상황을 얘기했다.
하지만 공통점은 숲이 봉쇄되었다는 사실에 기뻐한다는 것이었다.
아, 딱 한 명을 제외하고 말이다.
“……이럴 수가.”
데미안은 하늘이 무너지는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러자 카일이 다가와 물었다.
“왜 그렇게 울상이야?”
“……아무것도 아니야.”
숲이 봉쇄되면서 작전이 없다는 것이 슬프다고 말할 순 없지 않은가.
부대원들의 말처럼 다친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이 부상을 치료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좋아, 다 좋은데…… 하필 지금…….’
숲을 봉쇄한 것은 지금 숲에서 일어나고 있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알아보기 위함일 터.
봉쇄까지 할 정도라면.
‘마기에 대한 언급을 했다는 뜻인데.’
아마도 신관이나 마법사들이 나설 확률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을 떠나,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수색대가 움직인다고 해도, 토벌대가 없다면 그 안까지 들어가는 건 불가능했으니까.
‘결국은 마기가 깃든 흉물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필요하다는 것인데…….’
지금은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는 건가.
데미안은 침묵한 채 상황을 지켜보았다.
최초 수색대가 숲으로 들어간 이후 상황을 봐야 할 것 같았다.
‘괜히 섣부르게 움직이다가 이상한 시선만 받을 수 있어.’
이럴 땐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이 약이다.
아쉬움이 남았지만.
“……에휴.”
데미안은 그저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때.
“어? 저놈들 뭐야?”
“왜? 어라? 수비대 놈들이 여기엔 왜 왔지?”
막사 바깥으로 보이는 에르칼 수비대.
십여 명의 수비대가 부대 안으로 들어오며 타르온이 있는 집무실로 이동했다.
막사에 있던 부대원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엉덩이 무거운 녀석들이 여기까진 웬일이지?
“무슨 일이십니까?”
“이번 자네의 보고로 신전에서 협조해 주기로 했네. 실제로 그 사체에서 사악한 기운이 느껴진다고 하더군.”
“…….”
에르칼 수비대장의 말에 타르온의 표정이 굳었다.
정말 데미안이 말한 것처럼 마기와 관련이 있다는 말인가?
하지만 수비대장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까지 확실한 건 아니네. 그저 의심이 든다는 뜻이지. 그래서 신전에서 신관을 파견하여 숲으로 함께 들어가 수색 작전을 펼치기로 했는데…….”
“설마 저희에게 수색 작전을 하라는 말은 아니겠지요?”
타르온이 선수를 쳤다.
돌아가는 꼴이 뭔가 이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히 그런 건 아니었다.
수비대장이 말했다.
“그런 건 아닐세. 다만 워낙 생소한 상황이다 보니, 마기에 대해 알고 있는 병사를 함께 데려가고 싶다는 것이지.”
“으음…….”
타르온의 미간에 주름이 살짝 패었다.
수비대장의 요구가 과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별한 상황이기에, 그 특별한 상황을 감지한 병사의 도움을 받고 싶다는 요청.
일반적으로는 당연히 수락을 해야 한다.
“그런데 그 병사가 이번에 새로 온 신입입니다. 아직 현장 경험 한 번 없는 신입을 보내기가 조금 난처하군요.”
“하지만 그 역시 군인이지 않은가. 게다가 숲으로 갔으니 이러한 사실을 발견한 거 아닌가?”
“그건…….”
명분은 수비대장이 가지고 있었다.
거절하려 한다면 가능하겠지만, 이후 어떤 불이익이 떨어질지 알 수 없다.
타르온은 침묵한 채 에르칼 수비대장을 보았다.
그리고…….
“데미안을 불러와라.”
타르온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의 의견을 물어보고 결정할 생각이었다.
‘만약 위험하다 판단하여 거절한다면…….’
무조건 보내지 않을 생각이었다.
숲의 정찰과 수색은 수비대가 해야 할 일이니까.
“왕국에 영광을!”
데미안이 경례를 하며 집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타르온은 수비대장과 했던 대화를 데미안에게 알려 주었다.
“원치 않으면 거절해도 상관없다.”
이 짧은 한마디.
녀석에게 선택권을 준 것이다.
하지만.
“가겠습니다!”
“……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는 데미안.
타르온의 눈동자가 당황한 듯 크게 흔들렸다.
“도움이 된다면 꼭 가고 싶습니다.”
데미안은 확실하게 마침표를 찍었다.
* * *
에르칼 수비대가 대장의 집무실로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갑자기 행정병이 막사로 뛰어 들어오며 말했다.
“데미안. 대장님 호출이다.”
“……절요?”
“널 왜 부르는 거야?”
“낸들 알겠냐.”
카일의 물음에 데미안이 어깨를 으쓱하며 행정병을 따라 집무실로 향했다.
“왕국에 영광을!”
평소엔 딱히 경례를 하지 않는다.
부대 내 자유로운 분위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방인(?)이 있는데, 군기 빠진 모습을 보여 줄 수 없지.
데미안이 경례하자 타르온이 피식 웃으며 오른 주먹을 왼쪽 가슴에 살짝 올렸다.
“데미안, 에르칼 수비대에서 이번 수색 작전에서 네 도움이 필요하다는 요청이다.”
타르온은 수비대장과 했던 내용을 정리하여 데미안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비정상적인 상황을 알아챈 네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신관이 함께 대동하기에 원치 않으면 가지 않아도 상관없다.”
‘숲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순간, 데미안의 두 눈에 이채가 돌았다.
숲이 봉쇄되며 아쉬움을 느끼던 찰나이지 않은가.
데미안은 생각했다.
‘기, 기회다……!’
이런 기회를 놓친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 분명했다.
“가겠습니다!”
“……어?”
데미안도 알고 있었다.
타르온이 자신을 보내고 싶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신입이기도 했고, 지금의 숲이 위험하다고 판단을 했겠지. 하지만…….
‘지금 가지 않으면 늦을 수도 있습니다.’
숲에 있는 수많은 영약의 약초와.
‘오히려 내가 들어간다면 마기가 깃든 흉물을 찾아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토벌대를 꾸려 브론세리안 숲을 빠르게 토벌할 수도 있을 터.
‘안전만 확보되면 곧장 하멜 상단에게 연락해서 이곳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어.’
앞으로 미래의 정세까지 완전히 읽어 낼 녀석들이라면, 대충 떡밥만 던져 줘도 알아챌 터.
데미안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도움이 된다면 꼭 가고 싶습니다.”
이로써 마침표를 찍었다.
웃고 있는 수비대장과 달리 타르온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데미안 본인이 이렇게 얘기한다면 거절할 명분이 완전히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가.”
작게 한숨을 내쉰 타르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하지. 돌아가 봐도 좋다. 이후 일정은 결정되는 대로 알려 줄 테니까.”
“예, 알겠습니다.”
데미안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막사로 돌아왔다.
‘……됐다.’
이걸로 충분하다.
하지만 에르칼 수비대가 돌아간 이후, 데미안은 다시 타르온에게 호출되었다.
* * *
날카로운 손톱이 길게 자란 몬스터의 앞발.
이미 부패가 시작되어 썩은 냄새가 나기 시작했지만.
“……사악한 기운이 깃들어 있군요.”
“어찌 이런 일이……!”
“설마 흑마법사가 나타났단 말입니까?”
왕국에서 씨가 말라 버린 흑마법사다.
물론 다들 알고 있었다.
살아남은 소수의 흑마법사들이 아직까지 명맥을 이어 나가고 있다는 것을.
다만 딱 그것이 전부일 뿐.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그들을 더 이상 견제하진 않았다.
“……혹시 그들이 재기를 하려는 것일까요?”
“그것은 알 수가 없지요. 하지만 정말 그들이 재기하려는 것이라면…… 이번에야말로 확실하게 뿌리를 뽑아야 할 것입니다.”
하얀 천에 금색 실로 수가 놓인 신관복.
세월의 무성함에 생겨난 주름과 짧게 자른 머리 위로 쓴 하얀 모자.
십자가가 새겨진 목걸이를 착용한 신관이 단호하게 얘기했다.
이윽고 그가 앞에 있는 사제를 보았다.
“클레어 사제님.”
“예, 대사제님.”
정갈하게 묶은 백금발의 머리카락.
갈색의 눈동자와 새하얀 피부.
대사제는 클레어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직접 가서 이 사악한 힘의 원흉이 무엇인지 알아내 주십시오. 언제나 신의 은총이 그대와 함께할 것입니다.”
원 안에 십자가 모양이 새겨진 지팡이.
양손으로 지팡이를 쥔 채 이마에 대며 신에게 기도한 클레어가 이윽고 고개를 들었다.
“반드시 찾아내겠습니다.”
사악한 힘을 반드시 물리치겠노라.
클레어의 눈빛이 결의에 차올랐다.
* * *
브론세리안 숲 수색 준비가 빠르게 진행되었다.
데미안과 함께 숲의 입구로 온 타르온이 물었다.
“……정말 혼자서 괜찮겠나?”
“예, 오히려 혼자가 낫습니다.”
데미안이 대답했다.
에르칼 수색대에 데미안이 합류하겠다고 한 날, 부대가 완전히 발칵 뒤집어졌다.
타르온이 신입인 데미온 혼자 보낼 수 없다면서 선임 부대원 열 명을 파견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혼자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데미안은 타르온을 설득했다.
선임들이 함께 간다면 위험한 상황이 생겼을 때 싸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여차하면 혼자서 도망치겠습니다.
이미 훈련을 통해 데미안의 능력을 어느 정도는 입증받은 상황.
혼자서 도망치는 것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판단을 한 것이다.
“명심해라, 절대 전투는 불허한다.”
“걱정 마십시오. 그리고 눈치껏 약초도 많이 캐 오겠습니다.”
더불어 다친 부대원들을 위해 약초를 캐 오겠다는 것을 빌미로 타르온을 설득했다.
끈질긴 데미안의 설득에 타르온은 결국 데미안 혼자 수색대에 합류하는 것을 허락했다.
그렇지만.
“……후우.”
막상 혼자 수색대로 들어가는 데미안을 보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타르온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데미안에게 무조건 안전을 당부하고 또 당부했다.
데미안이 경례를 하며 말했다.
“무사히 돌아오겠습니다.”
그리고 수색대가 숲으로 떠났다.
그렇게 남아 있는 타르온.
“……참 특이한 신입이 온 것 같습니다.”
옆에 있던 부대장, 에런이 말했다.
타르온은 동의한다는 듯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수색대가 떠난 방향만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