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27)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28화(28/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28)
브론세리안 숲으로 가는 길.
에르칼 수비대장인 바셀은 옆으로 걷는 데미안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런 애송이가.’
타르온이 처음 마기에 대한 보고를 하러 왔을 때를 떠올렸다.
꽤나 화가 많이 난 모습.
―정찰대는 언제까지 봉급을 날로 처먹을 건가?
강한 어조.
대뜸 수비대로 찾아와 으름장을 놓는 타르온 때문에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이윽고 그가 내민 증거.
‘마기’라는 말도 안 되는 의혹까지.
처음엔 말도 안 되는 소리라 무시했다.
오히려 무례한 행동을 지적까지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타르온이 가지고 온 증거물에서 사악한 기운이 느껴진다는 신전의 증언이 떨어진 이후 분위기는 바뀔 수밖에 없었다.
타르온의 말처럼 정찰대는 봉급을 날로 처먹는 집단이 되어 버렸다.
‘마기에 대해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제법 체격이 있긴 하지만 앳된 얼굴이다.
많아야 열다섯 정도?
그런데 이런 애송이가 마기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데미안이라고 했던가?”
“……?”
데미안은 갑자기 옆에서 말을 거는 바셀을 보았다.
살짝 주름진 이마.
탁한 금발에 머리색과 비슷한 앞니가 눈에 띈다.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소.”
“맞소?”
순간 바셀은 걸음을 멈출 정도로 당황했다.
어린놈의 입에서 나온 말이 너무 짧았기 때문이다.
“……문제 있나? 그쪽은 에르칼 수비대. 나는 네오칼리츠 부대.”
부대가 다르면 계급이고 나발이고 아저씨지.
데미안이 오히려 이상하다는 듯한 시선으로 바셀에게 물었다.
바셀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그, 그래도 나는 간불세.”
“아, 뭐. 간부고 뭐고 아저씨끼리 빡빡하게 굴지 맙시다. 그래도 최대한 협조는 할 테니까 걱정은 마시고.”
데미안은 귀찮다는 듯 손을 휘휘 저으며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 모습에 바셀이 이를 갈았다.
“저, 저런 미친놈을 봤나……!”
돌아가면 타르온에게 항의하겠다 다짐했다. 하지만 그때.
“저분은 누구십니까?”
뒤에서 조용히 따라오던 클레어가 바셀에게 물었다.
바셀이 클레어를 보았다.
하얀 신관복.
로브를 눌러쓰고 하얀 마스크로 코 아래를 덮어 얼굴을 잘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로브 안쪽으로 힐끗 보이는 긴 속눈썹.
반짝이는 듯한 눈동자는 바셀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바셀은 빠르게 클레어를 위아래로 훑고는 이내 정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오칼리츠 부대의 데미안이라는 신입 병사입니다. 이번 마기와 관련된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자라고 하더군요.”
“그렇습니까?”
클레어가 앞서 걷고 있던 데미안을 보았다.
마기의 최초 의혹 제기자라는 말이 그녀의 관심을 끈 것이다.
하지만.
“…….”
데미안을 바라보는 클레어의 눈빛이 마냥 호의적이지만은 않았다.
마기를 알아챈다는 것은.
‘이미 마기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것일 수도 있으니…….’
모든 경우의 수는 열어 두어야 하지 않겠는가.
클레어의 시선이 한참 동안 데미안을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 * *
사박, 사박.
마른 잎이 밟히는 소리와 함께 데미안은 숨을 죽인 채 주변을 살폈다.
딱히 위험한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안으로 들어갈수록 점점 짙어지는 느낌이야.’
정확하게 ‘마기’라고는 정의할 순 없었다.
데미안은 마기를 느낄 수 있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저 어깨를 짓누르는 듯한 압박감.
코를 통해 들어오는 묵직한 공기.
마치 전장의 중심에 선 것 같은 날 선 기감이 강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언가 느끼고 계신 건가요?”
그때 누군가 데미안을 향해 다가왔다.
그에 데미안이 고개를 돌렸다.
“신관님이시군요.”
“클레어입니다. 마기에 대해 최초 의혹을 제기하신 분이라 들었습니다. 잠깐 말씀을 여쭤도 괜찮을까요?”
“물론이죠.”
“마기인 것은 어찌 아셨습니까?”
클레어의 눈빛이 바뀌었다.
돌아가는 것 없이 직설적으로 묻는 그녀의 모습에 데미안이 피식 웃었다.
‘저 눈빛…….’
의심받고 있구나.
하긴, 마기라는 것은 신관들에게 있어 아주 중요한 부분일 테니까.
“돌아가신 아버지께 배웠습니다.”
“마기를요?”
“아니요, 그런 의심스러운 정황들을요. 아버지 역시 과거에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며 제게 알려 주셨거든요.”
“……조금 더 자세히 들을 수 있을까요?”
그녀의 말에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체는 보셨습니까?”
“예.”
“거기서 유추해 볼 수 있는 것이 검은 반점. 일반적인 질병에 의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의심이 되었던 것은 규격 외의 흉포함과 강함이었습니다.”
데미안은 주변을 스윽 둘러보며 말했다.
“저는 브론세리안 숲에 있는 몬스터들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 만났던 블랙베어는 생전 처음 본 타입.
크기도, 강함도 말이다.
“게다가 살짝 이성이 날아간 듯한 모습을 보였기에 ‘마기’에 중독된 것이 아닐까 의심했던 것입니다.”
“그것들도 돌아가신 분께 배운 겁니까?”
“예.”
망설임 없는 대답.
흔들림 없는 눈동자.
데미안을 바라보던 클레어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대답 감사합니다.”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 클레어가 몸을 돌렸다.
지금 그가 한 말에 대해선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다. 다만…….
‘너무 설득력이 있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랄까?
거기에 그 지식을 알려 준 사람에 대해 알아볼 방법이 없다.
죽은 사람을 어찌 찾을 수 있겠는가.
여전히 약간의 의혹이 남았지만.
“조금 더 안으로 이동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은 마기에 중독된 몬스터를 만나야 확실해질 것 같았다.
클레어의 요청에 바셀이 수색대원들을 보며 말했다.
“이동한다.”
이제부터는 언제라도 몬스터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장소.
수색대원들은 바짝 긴장한 표정으로 걸음을 옮겼다.
‘으음…… 아직인가.’
하지만 데미안은 마기 수색 따윈 관심 없었다.
관심사는 오로지.
‘약초! 약초! 약초!’
마력 증진에 도움이 되는 약초!
물론 덤으로 부대원들을 위한 치료에 쓰일 약초까지 캘 생각이다.
그것 때문에 포대 자루를 두 개나 가지고 오지 않았던가.
그리고 수색대가 숲의 안쪽으로 진입했을 때.
“오!”
“뭔가 발견했나?!”
“몬스터?!”
작은 탄성과 함께 주변에 있던 수색대원들이 화들짝 놀라며 주변을 경계했다.
하지만.
“이야…… 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
데미안은 작은 바위 옆에 자라고 있는 약초를 보며 눈을 반짝였다.
‘화이트 롯이라니…….’
화이트 롯은 흰색의 점박이처럼 생긴 꽃을 피운 약초다.
줄기와 뿌리에는 마력 증진에 도움이 되는 성분이 가득했고, 잎은 마력 회복을 빠르게 해 주는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다만 꽃에는 극독이 있기 때문에 꽃에서 최소 3cm 이상의 줄기는 잘라 낸 이후 채취를 해야 한다.
‘예전에 공부해 뒀던 것이 이렇게 큰 도움이 될 줄이야.’
과거, 마력을 배울 수 없는 데미안이었다.
때문에 더욱 마력에 집착했고, 마력과 관련된 많은 정보들을 공부했다.
그렇기에 델프트 마력 연공법도 알고 있었고, 마력과 관련된 약초나 아티팩트에도 제법 해박한 지식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뭐야, 이 자식!”
“이 새끼가……! 놀러 온 줄 아나!”
데미안의 행동에 화들짝 놀란 수색대원들은 이내 인상을 구기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이 애새끼가…… 우리가 지금 한가롭게 약초나 캐러 온 줄 알아?”
“……하?”
이 새끼들이 미쳤나.
데미안이 자리에서 일어나 앞에 있던 병사를 보았다.
혈기왕성해 보이는 눈빛.
아직까지 제 성질조차 다스리지 못하는 팔푼이 같은 놈이었다.
데미안이 말했다.
“그렇게 성질대로 말을 내뱉다간 일찍 죽게 될 거야.”
“뭐라고?”
“수색은 네놈들 임무. 나는 그 수색에 도움을 청한 요청이 있어 ‘협조’하는 상황. 지금 내 행동에 뭔가가 문제가 있나?”
“네, 네놈 때문에 여기 있는 사람들이 전부 다 놀랬잖아!”
녀석이 소리쳤다.
그에 데미안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오! 이 짧은 감탄사 하나에 놀라서 벌벌 떠는 정도면 네놈들 수준도 알 만하다. 지금 네놈이 말을 계속할수록 에르칼 수비대의 위신을 시궁창으로 처박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
데미안이 뒤쪽으로 슬쩍 턱짓을 했다.
녀석이 미간을 찌푸리며 뒤를 슬쩍 보는 순간.
“히익!”
바셀이 죽일 듯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거기까지만 해라. 그리고…….”
바셀이 데미안에게 다가왔다.
“이런 식의 돌발 행동은 허락하지 않는다. 네 행동으로 수색에 피해가 생길 수 있으니까.”
“범위 내에서만 움직이죠.”
딱히 데미안이 잘못한 건 없었다.
수색대와 떨어진 것도 아니었고, 범위 내에서만 움직였으니까.
하지만 데미안은 한 걸음 물러섰다.
굳이 작전 중인 이들과 대치할 필요는 없으니까.
데미안의 말에 바셀이 미간을 찌푸렸지만, 말없이 고개를 돌렸다.
“……에휴.”
데미안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화이트 롯을 조심히 캐기 시작했다.
분쟁은 분쟁이지만, 얻을 건 얻어 가야 하니까.
그 뒤로도 데미안은 수색보다는 약초를 캐는 데 최대한 집중을 했다.
중간중간 몬스터들이 나오긴 했지만, 마기에 중독된 녀석들은 아니었다.
강철울프나 오크 무리가 전부였다.
그리고 그 정도는 수색대의 힘으로도 어렵지 않게 처리가 가능했다.
때문에 데미안은 더욱 약초 캐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수비대가 계속해서 눈총을 줬지만, 그딴 것에 굴할 것이었으면 따라오지도 않았다.
‘이야…… 월척이다.’
마력 증진 관련된 약초도 제법 많이 캤다. 더불어 부대원들을 위한 약초도 상당히 많이 채집했다.
프로 약초꾼인지 군인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의 수준.
데미안의 입꼬리가 점점 올라갔다.
하지만 그때.
“크어어어어어어어어!”
“몬스터다!”
“전투 준비!”
지금까지와 같은 수순.
몇 번의 전투에서 손쉽게 승리를 가진 탓일까.
수색대원들은 다소 여유로운 표정으로 전투를 준비했다.
“흐흐, 오르크 부대잖아?”
“한 부대 정도 되는 것 같은데?”
수색대원들이 입꼬리를 올렸다.
한 부대라면 자신들의 절반도 되지 않는 수다. 어려울 것이 없었다.
하지만…….
“……저 녀석들 뭔가 다른 것 같은데?”
“어?”
누군가의 말과 함께 수색대원들이 나타난 오르크를 보았다.
지금까지 보았던 갈색 피부와는 달리, 어두운 피부. 그리고 몸에 있는 반점.
특히 붉게 번들거리며 광기에 젖은 듯한 눈빛.
“마, 마기에 중독된 오르크다!”
“모두 조심해라!”
바셀이 크게 소리쳤다.
하지만 그 순간 오르크 한 마리가 앞쪽에 있던 병사를 향해 달려들며 도끼를 휘둘렀다.
서걱!
“……!”
쥐고 있던 창대가 부러지며 병사의 머리가 하늘로 비상했다.
순식간에 머리와 몸이 분리된 동료의 모습에 수색대원들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포메에에에에에엔!”
죽은 동료의 이름을 울부짖던 병사가 곧장 오르크를 보았다.
광기 어린 눈빛은 두려움이 없었다.
“이 자시이이이익! 내 동생을!”
죽은 동료가 동생이었던 모양이다.
녀석은 반쯤 이성이 날아간 상태로 오르크를 향해 창을 내질렀다.
푹!
병사의 창이 오르크의 어깨를 찔렀다.
가슴을 찌르려고 했지만, 순간 조준이 빗나간 것이다.
“크아아!”
콰득!
오르크는 어깨에 찔린 창을 잡고 그대로 창대를 작살냈다.
창이 부러진 병사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게다가 순간 몸이 굳어 버린 녀석은.
쒜에에에에엑!
자신의 머리로 떨어지는 도끼를 그저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뭐 하고 있어, 피해애애!”
동료들이 크게 소리쳤지만, 누구도 그를 구할 순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
쩌엉!
“……!”
“정신 차려, 이 멍청한 자식아.”
어느덧 창을 집은 데미안이 오르크의 도끼를 쳐 내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