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28)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29화(29/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29)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웃고 있었던 동생이.
서걱!
동생의 머리가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순간.
“……어?”
세상이 돌기 시작했다.
눈으로 보고 있었지만 비현실적인 감각.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내.
“포메에에에에에에에에엔!”
호멘은 동생의 이름을 울부짖으며 앞에 있는 오르크를 노려보았다.
검은 눈동자 안에 붉은빛으로 번들거리는 눈빛.
광기 어린 그의 모습에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는 것 같았다.
“이 자시이이이익! 내 동생을!”
호멘은 쥐고 있던 창을 내질렀다.
숱하게 훈련받았던 동작이 아니다.
이성은 날아가고 반드시 죽여 버리겠다는 분노가 가득 담긴 공격이었다.
그래서일까.
과하게 힘이 들어간 공격은 목표로 한 심장이 아닌 어깨를 파고들었다.
콰직!
“큭!”
순간 몸이 들썩인다.
녀석이 창을 손쉽게 부수더니, 그대로 도끼를 하늘로 들어 올렸다.
“……아.”
직감할 수 있었다.
자신은 죽는다는 것을.
뒤에서 들려오는 동료들의 외침이 흩어지듯 들려왔다.
마치 물속에 고개를 처박은 것처럼.
하지만 그때였다.
“정신 차려! 이 멍청한 자식아!”
“……!”
귀 옆에 대고 누군가 소리를 치기에,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호멘이 정신을 차리며 앞을 보았다.
아까 자신과 실랑이가 있었던 네오칼리츠 부대의 신입이었다.
푹!
녀석은 순식간에 오르크의 목을 꿰뚫더니 몸을 돌리며 자신을 보았다.
쫘악!
화끈거리는 통증과 함께 고개가 반대로 돌아갔다.
호멘이 눈을 부릅뜨며 데미안을 보았다.
“이제 정신이 드나?”
끄덕.
호멘이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녀석이 말했다.
“그럼 주변을 봐. 뭘 해야 할지 생각하고 빨리 움직여.”
호멘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느덧 근처까지 다가온 오르크 부대.
스무 마리가 조금 넘는 듯한 녀석들의 숫자에 호멘이 화들짝 놀라며 죽은 오르크의 도끼를 집어 들었다.
이곳은 전쟁터였다.
* * *
데미안은 방금 죽였던 오르크를 보았다.
정확하게 목이 꿰뚫린 채 죽음을 맞은 녀석.
하지만 아주 약한 부분이라 할 수 있는 목의 가죽조차 뚫는 것이 쉽지 않았다.
게다가 최초로 죽은 병사.
창대와 함께 목이 날아갔다.
오르크의 힘으론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보통 오르크보다 몇 배는 더 강한 놈들이다.’
데미안은 전장의 상황을 살폈다.
다행인 것은 오르크의 수가 스무 마리 정도라는 것이다.
그에 비해 수비대의 숫자는 칠십.
수적으론 우세하긴 하나.
‘쉽지 않은 상황이야.’
서너 명이서 오르크 한 마리를 막아야 하는데,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쉬울 것 같진 않았다.
“모두 전투 진형을 갖춰라!”
바셀이 검을 뽑아 들며 소리쳤다.
“3인 1조로 오르크를 막고, 남은 인원들은 밀리는 쪽을 엄호한다!”
“예!”
“필, 우로스, 타이런! 너희 셋은 신관님을 지킨다. 신관님 몸에 털끝 하나 상처 없이 잘 지켜야 한다!”
“알겠습니다.”
바셀은 빠르게 명령을 내렸다.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도 제대로 된 명령을 내린다.
‘제법 실전 경험이 많은 녀석이군.’
그냥 폼으로 수비대장을 단 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럼, 나는…….’
데미안은 시선을 돌리며 전장의 상황을 보았다.
처음 기습으로 인해 몇몇 녀석들이 다치긴 했지만, 바셀의 명령하에 진형이 갖춰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
“으아아아악!”
갑자기 들려온 비명에 데미안이 고개가 돌아갔다.
신관을 지키고 있던 병사 한 명이 바닥에 쓰러졌다.
“크어어어어어!”
“으, 으아아아악!”
한 병사가 급히 방패를 들며 오르크의 도끼를 막아 냈지만.
콰앙!
하지만 힘에서 밀려 버렸는지, 볼썽사납게 바닥을 뒹굴었다.
‘……미친!’
게다가 신관이 있는 쪽으로 오르크 세 마리가 달려들고 있었다.
예상컨대, 신관이 가진 상극의 힘이 그들을 끌어드린 듯했다.
“이 자식들!”
남아 있던 병사가 다급히 검을 휘둘렀지만.
콰득!
저항 한 번 제대로 못한 채 그대로 투구와 함께 머리통이 박살이 났다.
“신관님!”
“신관님을 지켜라!”
남은 두 병사가 다급히 소리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우우우우우우웅!
양손을 맞잡고 있던 클레어의 몸에서 백색의 기운이 일렁이며 뿜어져 나왔다.
신성력.
신관들이 사용하는 고유의 힘이었다.
그 빛이 뿜어져 나오자 달려들던 오르크들이 인상을 구기며 비틀거렸다.
“지금이야!”
“으아아아아아아!”
두 병사가 죽을힘을 다해 오르크를 향해 달려들었다.
비틀거리던 오르크는 두 병사를 보며 크게 포효하며 도끼를 휘둘렀다.
챙! 쩌엉!
검과 도끼가 부딪치며 불똥이 튀었다.
압도적인 힘을 보여 주던 오르크들의 공격을 막아 냈다.
방금 전 클레어의 신성력으로 인해 오르크들의 힘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크어어어어어어어어!”
그래도 두 병사 만으론 오르크를 막아 내는 것은 쉽지 않은 듯했다.
한 녀석이 더 있었더라면 모를까, 이미 죽어 버리지 않았는가.
“이익!”
“이 새끼들이……!”
검을 쥔 병사들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생사가 왔다 갔다 하는 전장의 공기가 가슴을 짓누르며 호흡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죽는다.
자신들을 도와줄 동료들도 모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지 않은가.
그그그그그극!
도끼와 검이 서로 어긋나며 힘 싸움을 이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
푹! 푹!
무언가 번쩍하는 듯한 느낌과 함께 오르크 두 마리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어느덧 녀석들의 목에 큼지막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어?”
“너, 너……!”
쓰러진 오르크 뒤로 보인 데미안.
두 병사가 당황하며 말했지만, 데미안의 말이 먼저였다.
“다른 녀석들을 도와줘, 어서!”
“하, 하지만 신관님은…….”
“내가 맡을 테니 서둘러!”
“아, 알겠습니다!”
자신들도 모르게 경어로 대답한 두 사람.
그들은 서둘러 전투 중인 동료들 쪽으로 달려갔다.
데미안은 클레어를 보았다.
“괜찮으십니까.”
“……아.”
넋이 나간 눈빛.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일까?
‘실제 전장은 처음인 건가?’
그렇다면 이해는 간다.
목숨이 오가는 실전에서 제정신을 유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니까.
아마 방금 전 신성력은 위기의 순간, 본능적으로 나온 행동일 터.
데미안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덥썩.
“야, 정신 차려!”
클레어의 양쪽 볼을 손으로 잡은 데미안이 그녀의 턱을 들며 눈을 맞췄다.
“여기 있는 놈들 다 죽일 거야?!”
“아? 아, 아니요!”
클레어의 눈에 이채가 돌았다.
그녀의 대답에 데미안이 그녀의 옆에 바짝 붙으며 함께 전투 중인 수색대원들을 보았다.
“잘 봐. 저곳으로 방금처럼 신성력을 최대한 개방해. 지금 당장.”
“아, 알겠어요.”
클레어는 쿵쾅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양손을 맞잡았다.
이윽고 한쪽 무릎을 꿇은 클레어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천상에 계신 아버지여. 그대들의 어린 양들이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부디 당신의 자비로움을 우리에게 나누어 주십시오.”
그녀의 기도와 함께.
우우우우우우웅!
대기의 마력이 작게 떨리며.
푸아아아아아아앗!
주변으로 성스러운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힘.
그 모습에 데미안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뭐, 뭐야? 이 여자.’
일반 신관인 줄 알았는데…….
‘대신관 수준의 신성력을 가졌는데……?’
정체가 뭐지?
하지만 데미안의 의문과 상관없이, 클레어의 신성력이 퍼지자 싸우고 있던 오르크들이 괴로운 듯 비틀거렸다.
반대로 수색대원들은 힘이 나는 듯 더욱 눈빛을 번뜩이며 오르크들을 몰아붙였다.
“크어어어어어!”
“죽어, 이 개새끼들아!”
푹! 푹! 퍼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오르크가 바닥에 쓰러지자 세 명의 병사들이 덮쳤다.
한 마리씩 오르크가 죽어 가며 전투는 빠르게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덧.
서걱!
마지막 오르크의 목이 바닥에 떨어지자 병사들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허억…… 허억…… 허억…….”
“다…… 죽였다. 하아…….”
전투가 끝났다.
이어서 바셀은 곧장 부하들을 보며 말했다.
“사망자와 부상자를 보고해라. 부상자 중 걷지 못하는 자들이 있는가?”
병사들은 빠르게 자신의 상황을 보고했다.
다행히 부상자는 별로 없었다.
다만 그 짧은 시간 동안…….
“……여덟 명이 죽었습니다.”
“시신을 잘 수습해라. 함께 돌아갈 테니까.”
“알겠습니다.”
비통한 슬픔이 병사들의 가슴을 짓눌렀다.
동료들의 죽음.
이것만큼은 아무리 오랜 경험을 하더라도 적응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죽은 병사들의 시체를 수습했다.
바셀이 클레어에게 다가갔다.
“신관님, 혹시 더 안쪽으로 들어가야 합니까?”
이 수색의 목적은 마기의 ‘유무 확인’이다.
타르온이 가지고 온 사체를 보고 추측을 할 뿐, ‘확신’을 할 수 없었으니까.
그런 바셀의 물음에 클레어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럴 필요 없습니다.”
그녀는 죽은 오르크의 사체를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사체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마기입니다. 마기에 중독된 것이 확실합니다.”
클레어가 숲 안쪽을 바라보았다.
저 안쪽으로는 얼마나 더 위험한 일이 있을까.
“이 숲은 마기로 물든 것 같습니다. 분명 안쪽에선 더 큰일이 벌어지고 있을 것입니다.”
클레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말했다.
“정식으로 보고 후, 토벌대를 구성해야 합니다.”
수색 상황에 대한 최종 결정을 가진 클레어다.
데미안은 그 상황을 보며 작게 숨을 토했다.
‘드디어…… 토벌대가 꾸려지는 건가.’
신관들이 대거 참여하는 대규모 토벌대가 꾸려질 것이다.
선두엔 네오칼리츠 부대가 설 터.
데미안은 그다음을 생각했다.
그리고 그때.
저벅.
한 녀석이 데미안에게로 다가왔다.
아까 죽을 뻔했던 호멘이라는 녀석이었다.
“……?”
“……구해 줘서 고맙다.”
호멘은 데미안에게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아까 실언을 한 것도 사과하겠다.”
아, 약초 캐는 걸로 소리쳤던 그 녀석이구나.
‘신경도 안 쓰고 있었는데.’
하지만 호멘의 뒤를 이어 아까 신관을 지키던 두 녀석도 데미안에게 다가왔다.
“덕분에 목숨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도와줘서 감사합니다.”
“……됐어, 뭐 그런 걸로.”
에잇! 낯간지럽게!
데미안이 손을 휘휘 저으며 수색대 병사들을 보았다.
크게 다친 이들은 없다곤 하지만, 몇몇이 부상을 입은 게 보였다.
그 모습에 데미안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에이씨…….”
데미안이 치료에 도움이 되는 약초가 담긴 포대를 열었다.
그리고 절반가량을 다른 포대에 담고서 바셀에게 다가갔다.
“에르칼 약초꾼들 좀 조져 주십쇼.”
“……뭐?”
“에르칼에서 파는 약초가 얼마나 눈탱이인 줄 아십니까? 다른 도시보다 다섯 배나 더 비싸게 파는 건 아니잖아요.”
목숨 걸고 번 봉급, 약초로 다 나갈 판국이다.
데미안의 말에 바셀은 그가 내민 약초 꾸러미를 보았다.
“이걸로 다친 병사들 치료에 쓰십쇼.”
“……고맙군.”
바셀이 약초를 받으며 말했다.
그리고…….
“철수한다! 동료들의 시체를 수습하고, 부상자들을 챙기도록!”
“예!”
피 냄새를 맡고 또 놈들이 몰려올 수 있다. 그 사실을 알기에 수색대원들은 서둘러 숲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두가 철수하는 상황 속에서.
“…….”
클레어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데미안을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