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3)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3화(3/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3)
똑똑.
집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누군가 문을 작게 두드렸다.
짜증이 섞여 있던 퍼커의 눈에 은은한 광기가 배어들었다.
녀석이 왔다.
당장이라도 자리에서 일어나 몽둥이를 들고 싶었다.
맞은 만큼, 아니 10배는 더 패 버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앉아 있는 것이 고작인 지금, 퍼커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스윽.
퍼커가 빨리 문을 열라고 몬타올에게 눈짓을 했다.
몬타올이 미간을 찌푸리며 퍼커를 보았다.
“이봐, 퍼커.”
“……?”
“급한 건 알겠는데, 한 번 더 그따위 눈짓이나 턱으로 명령했다간 눈알이 뽑힐 수도 있어.”
“뭐, 뭐?”
“거, 조심 좀 하라고.”
강한 기세로 짓누르는 몬타올의 말에 퍼커가 침을 꿀꺽 삼켰다.
“그, 그러지. 미안하네.”
너무 급한 나머지 앞에 앉아 있는 녀석이 누구인지 깜빡해 버린 것 같았다.
퍼커의 말에 몬타올이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들어와.”
“…….”
하지만 몬타올의 말에 반응하는 이는 없었다.
“들어오라니까?”
몬타올이 짜증이 섞인 다시 한 번 말했다.
“…….”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자 몬타올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이게 무슨 이…….”
“쉿.”
작게 중얼거린 몬타올이 허리에 차고 있던 단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스륵.
그가 문을 슬쩍 밀며 여는 바로 그 순간.
쑤아아악!
갑자기 집안으로 날아오는 비수에 몬타올이 급히 들고 있던 단검을 휘둘렀다.
챙!
“히이익!”
단검 한 자루가 바닥으로 튕겨 나가자, 퍼커가 호들갑을 떨며 소리를 질렀다.
“……실패한 건가.”
몬타올은 맞은편에 서 있는 소년을 보며 중얼거렸다.
녀석이 어떻게 이곳으로 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혼자라는 것은 실패했다는 뜻일 테니까.
“네가 데미안이냐?”
“맞아, 똘마니.”
“똘마니?”
“저 뒤에 있는 돼지 똘마니 아니야? 그러니까 시키는 대로 순순히 일하는 걸 텐데.”
“크크큭, 어린놈이 입담이 제법이구나.”
이내 몬타올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리고 녀석의 손에 쥐어진 창을 보았다.
창이라고 하기엔 상당히 조악했다.
그냥 기다란 막대 끝에 단검을 묶어 놓은 것이 끝이었으니까.
몬타올이 웃음을 터트렸다.
“크크큭, 그 장난감은 뭐지? 그걸 창이라고 만든 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단검보다는 이쪽이 손에 익어서 말이야.”
5년 동안 창을 다뤄 왔던 데미안이다.
퍼커가 있는 곳에 대장이 있을 거란 생각에 적당한 나무 밀대 하나를 부러트려 끝에 단검을 묶었다.
사실 창이라고 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이편이 훨씬 낫지.’
예상대로 대장이라 할 수 있는 녀석도 있지 않은가.
데미안의 시선에 몬타올이 작게 숨을 토했다.
그래도 부하들을 처리하고 왔다는 건.
‘예상외의 변수가 있었다는 건가.’
일이 귀찮게 됐다.
몬타올이 시선을 돌려 뒤에 있던 퍼커를 보며 말했다.
“이봐, 퍼커. 의뢰비를 세 배로 올려야겠어. 지금 일이 심각해졌거든.”
“세, 세 배?!”
이미 지불하기로 한 금액도 상당한 금액이다.
조금 더 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세 배라고?
퍼커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자 몬타올은 데미안이 쥐고 있는 창을 보며 말했다.
“저기 막대 끝에 피 묻은 거 보이지? 저거 전부 우리 애들 피 같은데…… 내가 여기서 손 떼고 물러나면 넌 어떻게 될까?”
“혀, 혀빡하나?!”
“협박이 아니라 네가 잘못된 정보를 준 걸로 우리가 손해를 크게 봤으니 조금 채워 달라는 거지.”
“그, 그래도 세 배는…….”
“그럼 난 손 떼지.”
몬타올이 들고 있던 단검을 허리로 집어넣으며 몸을 돌렸다. 아니, 몸을 돌리려는 순간 퍼커가 다급하게 말했다.
“주, 주겠네, 세 배!”
퍼커도 알고 있다.
지금 몬타올이 떠나면 자신은 그냥 죽은 목숨이라는 것을 말이다.
죽지 않더라도 이전보다 더 심하게 두들겨 맞겠지.
퍼커의 외침에 몸을 돌리던 몬타올의 입꼬리가 길게 올라갔다.
씨익.
“협상 완료.”
그 말과 함께 몬타올은 단검을 집어넣고 허리에 차고 있던 긴 칼을 꺼냈다.
살짝 휘어진 곡도의 형태였다.
몬타올이 데미안에게 말했다.
“딱히 감정은 없다. 사업일 뿐이라서.”
“나는 감정 있어. 그러니까 그냥 이유는 묻지 말고 죽어.”
이 새끼들 때문에 지난 삶의 절반을 뒷골목에서 쓰레기처럼 지냈었으니까.
데미안의 말에 몬타올이 미간에 주름이 깊이 팼다.
“건방진 새끼.”
파밧!
몬타올이 집을 뛰쳐나오며 데미안을 향해 달려들었다.
퍼커의 요구가 있어 죽일 순 없다.
대신 팔과 다리의 힘줄을 잘라 버려 병신으로 만들 생각이다.
파밧!
몬타올이 바닥을 박차며 달려드는 그 순간…….
쑤악!
녀석이 들고 있던 창을 몬타올의 사타구니 쪽으로 찔러 넣었다.
목도, 심장 부근인 가슴도 아닌 허리 아래의 어중간한 위치였지만 몬타올의 눈썹이 살짝 꿈틀했다.
‘이 새끼……?’
몬타올은 타고난 싸움꾼이며 리더였다.
태어나길 뒷골목에서 태어났으며 어린 시절부터 엄청나게 많은 싸움을 전전하며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때문에 첫수에 알 수 있었다.
‘보통 놈이 아니로군.’
허리 아래로 들어오는 공격은 키가 큰 몬타올의 입장에서 피하기도 막기에도 가장 불편한 곳이었다.
만약 우연이라면 상관없겠지만…….
‘알고 한 거라면…….’
단순히 열세 살이라고 생각했다간 크게 당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챙!
몬타올은 데미안이 뻗은 창을 가볍게 튕겨 내며 바닥을 강하게 박찼다.
쿵!
순간적으로 몬타올의 스피드가 빨라졌다.
그리고 데미안의 얼굴을 향해 왼쪽 주먹을 뻗었다.
휘익!
하지만 왼쪽 주먹은 속임수일 뿐이다.
데미안이 왼쪽 주먹에 반응해서 얼굴 쪽 방어를 하는 순간…….
‘허벅지를 찢어 주지.’
한쪽 다리만 못 쓰게 만들면 그 뒤로는 그냥 데리고 놀면서 처리할 수 있다.
예상대로 주먹을 날리자 데미안이 고개를 뒤로 젖히며 주먹을 피했다.
바로 그 순간…….
“진짜는 이거다!”
자신이 판 함정에 빠진 데미안을 보며 몬타올이 녀석의 허벅지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
휙!
“……휙?”
서걱이라든가 푸욱이라든가 뭔가 손에 걸리는 느낌을 생각했다. 하지만 몬타올의 검이 허무하게 허공을 가르는 순간…….
“오른손 칼이 진짜 공격인 것쯤은 이미 알고 있었어.”
공격하기 직전 자신의 허벅지를 힐끔 쳐다보던 그 시선.
확실한 한 방을 준비하기 위해 검을 움켜쥐고 있던 손아귀.
주먹을 뻗고 있지만, 힘을 가볍게 준 것과 왼쪽으로 허리를 비틀려고 하는 움직임 모두가 데미안에게 알려 주었다.
녀석이 오른손에 쥔 칼로 허벅지를 공격하려고 한다고 말이다.
빙글.
오른쪽 다리를 뒤로 빼며 몬타올의 칼을 피한 데미안이 왼발을 축으로 시계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회전력을 이용하여 쥐고 있던 막대의 밑부분으로 녀석의 등을 후려쳤다.
퍽!
“악!”
제대로 등에 꽂힌 창대로 인해 녀석이 비명을 지르며 인상을 구겼다.
설마 이렇게 피한 후 공격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대로 들어간 공격이라 하더라도 열세 살 소년의 공격이다.
근력 자체가 강하지 않기에 치명상은 아니었다.
으득!
몬타올이 인상을 구기며 몸을 돌렸다.
불구고 나발이고 그냥 이대로 녀석을 잡아 찢어 죽이고 싶은 생각이 머릿속에 강하게 들었다.
“이런 애새끼가 죽여 버리…….”
몸을 돌리며 욕지거리를 내뱉은 몬타올.
하지만 녀석의 말이 끝나기도 전…….
스걱.
털이 쭈뼛 서는 듯한 섬뜩한 소리와 함께 몬타올의 몸이 움찔했다.
그와 함께 그의 목을 가르는 붉은 실선 한 줄.
“커, 컥!”
몬타올이 양손으로 자신의 목을 잡자 상처 부위가 쩍 갈라지며 피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허무하리만큼 쉽게 끝나 버린 싸움.
데미안은 쓰러진 몬타올을 보았다.
‘제법…… 강하긴 했지만.’
그래 봐야 뒷골목 건달 수준이다.
그에 비해 데미안은 마력을 다루지 못했을 뿐, 창술로는 왕국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이런 뒷골목 녀석이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스윽.
정리가 끝난 데미안은 주저앉아 있는 퍼커를 보았다.
몬타올의 패배가 상당히 충격적인지, 녀석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데미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데, 데미, 데미안. 내, 내, 내 말부터…….”
데미안이 집 안으로 걸어오자 얼굴이 두 배로 부어 버린 퍼커가 하얗게 질린 채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오, 오지 마! 어지 마!”
정말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소리치는 그의 간절한 외침.
하지만 데미안의 등 뒤로 문이 닫히자 그 간절한 외침은 처절한 비명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 * *
“수령자, 데미안 님 맞으십니까?”
“예.”
“전부 다 해서 3플래티넘 650골드입니다. 650골드는 너무 양이 많을 것 같아 보석으로 준비했는데 확인해 보시겠습니까?”
데미안의 보험을 책임졌던 빌슨의 말에 데미안은 고개를 저었다.
이 많은 돈을 전부 받았다간 은행을 나가는 순간 암살을 당할 것이다.
그저 수령이 완료된 것으로 충분하다.
“전부 제국 은행에 맡기겠습니다. 아, 그리고 이것도 예금이 가능합니까?”
데미안이 보석이 가득 든 주머니를 올렸다.
빌슨이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이, 이 보석은…….”
하지만 빌슨은 이유를 묻지 않았다.
묻지 않아도 대충은 알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젯밤 퍼커라는 사채업자가 동업자와의 다툼으로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건 제가 정식 감정반에 의뢰한 이후 현금화해서 예금해야 할 것 같습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예, 믿고 맡기죠.”
“정확하진 않지만, 이 정도 보석이라면…… 대충 3플래티넘 정도 될 것 같군요.”
그 말에 데미안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예, 잘 부탁드립니다.”
“저야말로 믿고 맡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예금된 은행은 제국 은행 어디서든 신분 확인만 하시면 찾으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데미안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빌슨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빌슨이 물었다.
“이제 어디로 가는지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앞으로 자신의 가장 큰 VIP 고객이 될 수도 있는 데미안이다.
조금 전 보석까지 합한다면 6플래티넘이 넘는 돈을 예금한 VIP 고객님이지 않은가.
보통 평민들 기준 3~4인 가족의 한 달 생활비가 2~3골드인 것을 감안한다면 그야말로 엄청난 돈이라 할 수 있다.
1,000골드가 1플래티넘이니까 말이다.
빌슨의 물음에 데미안이 대답했다.
“군에…… 지원을 하려고 합니다.”
“군에요?”
빌슨이 두 눈을 껌뻑거리며 데미안을 보았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많은 돈을 가지고 있는데, 왜 굳이 군대로 가서 사서 고생을 한단 말인가.
“혹시 거처가 필요하신 거라면 제가 안전한 곳을 소개시켜 드릴 수도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하긴, 지금 빌슨의 눈에는 데미안의 행동이 이상하게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5년만 지나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그때는 대부분의 젊은 남성들은 강제로 징병될 수밖에 없다.
뒤늦게 끌려가서 이리저리 구르느니, 단 하루라도 빨리 가서 자리를 잡는 것이 훨씬 이득이다.
게다가…….
“만날 녀석들이 있거든요.”
“군대예요?”
열세 살 소년이 군대에서 만날 사람이…… 있을 수 있는가?
빌슨이 의아한 듯 그를 바라보았지만…….
“자리를 잡는 대로 제가 연락드리겠습니다.”
그 말을 마친 데미안은 바로 자리를 벗어났다.
그리고 마차에 오른 데미안이 말했다.
“수도로 가 주십시오.”
처음부터 결정을 했던 일이다.
5년 뒤 미래를 알기에 결정한 것도 있지만, 사실 그건 사소한 이유일 뿐이다.
그저…….
‘내가 있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니까.’
그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강제 징병 되어 끌려가는 것도 아니고, 25살의 늦은 나이도 아니다.
‘마력홀이 망가지지도 않았고.’
모든 것이 완벽한 상황.
‘이번엔…….’
그 누구보다도 높이 올라가리.
전란의 시대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배하겠다.’
데미안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