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31)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32화(32/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32)
가볍다.
검이 반토막이 났으니 당연하겠지.
하지만 그런 물질적인 무게를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게…… 뭐지?’
검신의 절반이 날아가면서 검이 짧아졌다.
당연히 무게 중심이 뒤틀리며 휘두르는 것이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몸이…… 편해진 느낌이야.’
검을 휘두르는 것이 자연스러워졌고, 몸의 중심을 잡는 것이 편해졌다.
단순히 검의 무게가 줄었다고 이런 느낌이 들 수 있단 말인가?
“이해가 됩니까?”
“어?”
데미안이 디아날의 공격을 가볍게 흘려 내며 말했다.
디아날이 멈칫하자.
“애초에 너무 과한 무기였습니다. 무게뿐만이 아니라 검의 크기까지도요.”
디아날이 사용하는 검은 손잡이를 포함하여 디아날의 어깨 정도의 길이었다.
단순히 위에서 아래로.
휘두르는 동작만 하더라도 검이 바닥을 무조건 긁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연계 동작을 위해 몸을 비틀어 검을 휘두르다 보니 몸의 밸런스가 망가지는 것은 당연했다.
“이유는 알겠지만 애초에 어울리지 않는 검이에요. 오히려 이런 무기는 카일에게 어울리죠.”
녀석은 연계 동작 따윈 하지 않으니까.
오로지 일격 필살.
한 방에 적을 끝장내고, 공격이 실패하면 적의 공격을 온몸으로 받아 내는 스타일이다.
때문에 카일의 경우는 무거운 손도끼와 방패를 함께 쓰는 것이 좋다.
아니면 중갑옷에 이런 대검을 사용하는 것도 좋고.
데미안의 말을 듣던 디아날은 멍한 표정으로 잘려 나간 검을 보았다.
‘지금까지 내가 사용한 무기가…… 잘못된 거라고?’
혼란스럽다.
순간적으로 데미안의 말을 받아들여야 하는지 고민마저 들었다.
“일단 가죠.”
“……어딜?”
데미안의 말에 디아날이 물었다.
우선은 이 혼란스러운 생각부터 정리를 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데미안은 개의치 않고 말했다.
“그거 이제 못 쓰잖아요.”
“……아.”
디아날이 작게 탄성을 터트렸다.
데미안의 말이 맞다. 하지만…….
‘돈이 없다, 이 새끼야.’
목구멍까지 올라온 욕지거리를 애써 삼켰다.
부러진 게 내 몸뚱이가 아니라 검이라 얼마나 다행인가.
이런 공격이라면 내 몸뚱이도 반으로 잘렸을 테니까 말이다.
“사죄의 뜻으로 새로운 검은 제가 사겠습니다.”
“정말?”
“물론이죠.”
그 말에 데미안이 씨익 웃었다.
디아날은 빚을 진 채 절대 살 수 없는 성격이다.
‘검 한 자루에 디아날의 호의를 얻는다라…….’
너무 저렴한 가격이지 않은가.
돈이라면 엄청나게 많은 데미안이었으니까.
‘이, 이런…… 착한 녀석을 봤나.’
디아날은 감격스러운 눈빛으로 데미안을 쳐다보았다.
그 부담스러운 눈빛에 데미안은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어서 가시죠.”
그렇게 디아날과 함께 에르칼 내에 있는 대장간으로 갔다.
엄청나게 좋은 품질의 검은 없었지만, 그래도 분쟁 지역이라 꽤 괜찮은 무기들이 있었다.
“흐음…….”
디아날은 대검이 걸려 있는 쪽을 보며 신중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주로 사용하던 검이 대검이기에 선뜻 바꿀 생각이 들지 않은 것이었다.
다만.
‘조금은…… 가벼운 걸로 바꿔 볼까?’
생각해 보면 이전에 사용하던 검은 상당히 무거운 부분이 있었다.
그 검을 다루기 위해 계속해서 힘을 키우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때였다.
“디아날 일병님, 이건 어떻습니까?”
“……어?”
데미안의 손에 쥐어진 것.
그것은 두 자루의 검이었다.
“뭐, 뭐야? 그건?”
일반적인 롱소드보다 조금 짧고 폭도 좁았다.
살짝 휘어진 상태로 한쪽에만 날이 서 있는 검이었다.
사막 지대의 전사들이 많이 사용하는 시미터였다.
“시미터?”
“예, 아까 대련 때 느낀 건데, 디아날 일병님께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에이, 무리야. 한 번도 사용해 본 적 없는걸. 게다가 이도류는 더더욱.”
디아날이 손을 저었다.
사용해 본 적 없는 것도 문제였지만, 저런 얇은 검으론 오르크 같은 녀석들의 몸을 가를 수 없다.
기껏해야 근육을 가르는 것이 고작일 것이다.
하지만 데미안은 망설임 없이 얘기했다.
“제가 알고 있는 검술이 하나 있습니다. 디아날 일병님이라면 금방 배우실 수 있을 겁니다.”
“검술?”
“예, 아마 지금보다…… 몇 배는 더 강해질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데미안이 마침표를 찍었다.
그 말에 디아날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몇 배나…… 더 강해진다고?’
근거 없는 말이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데미안이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 않았다.
아니, 녀석과 대련을 하며 실력을 보았기 때문에 더욱 신뢰가 생기는 것일 수도 있다.
게다가.
“이 검이 아니면 저는 돈을 지불하지 않을 겁니다.”
“에? 임마, 그건 반칙이지!”
“흐흐, 그럼 이걸로 하시죠.”
데미안이 낮게 웃으며 대장간 주인에게 돈을 지불했다.
제법 돈이 깨지긴 했지만, 이걸로 디아날이 더 강해질 수 있다면…….
‘우선 이 녀석부터 다듬으면서 가자.’
딱 한 명.
목숨을 맡길 수 있는 녀석이 있냐고 묻는다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할 수 있다.
디아날, 이 녀석이라고.
과거, 녀석의 마지막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서 어른거린다.
자신을 위해 싸우다 죽은 전우이자 친우.
녀석을 위해 무엇인들 못해 주겠는가.
‘앞으로 쭉쭉 올려 보내 줄 테니 기대하고 있어.’
다만 그 길이 쉽지만은 않을 거야.
데미안이 디아날을 보며 씨익 웃었다.
그리고 그 순간.
“……어?”
디아날이 몸을 흠칫 떨었다.
왜…… 오한이 드는 것 같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 * *
브론세리안 숲의 토벌로 인하여 아델란트의 신전도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신전의 위기가 아닌 이상, 나서지 않는 몽크 부대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대신관님.”
“클레어 사제님. 무슨 일이시지요?”
대신관은 갑자기 찾아온 클레어를 보며 물었다.
“몽크 부대가 토벌대에 합류한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리고 스무 명의 사제님도 함께합니다.”
신전에서만 오십 명의 몽크와 스무 명의 사제가 참여하게 된다.
이례적인 숫자에 클레어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저도 토벌대에 참가하고 싶습니다.”
“……사제님이요? 지난번 수색 임무로 인해 많이 고생하셨을 텐데요.”
“제가 직접 갔던 곳의 토벌이지 않습니까. 그러니 꼭 참여하고 싶습니다.”
클레어의 단호한 말에 대신관이 그녀를 보았다.
그녀의 뜻이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사제님의 뜻이 그러하다면 허락하도록 하겠습니다.”
대신관이 허락하자 클레어가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네오칼리츠 부대도 토벌대에 참가를 하는 것인가요?”
“제가 알기론 그렇습니다. 네오칼리츠 부대만큼 브론세리안 숲을 잘 아는 이들은 없으니까요.”
“예.”
클레어가 대답했다.
‘……데미안 님이라고 했던가.’
그때 만났던 소년.
체격과는 달리 앳된 얼굴을 지니고 있던 그가 떠올랐다.
―정신 차려!
자신을 호통치던 그 모습.
결코 보통의 소년이라고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 역시 토벌대에 참여를 하겠지.
‘……일주일.’
진행되는 계획으론 앞으로 일주일 후 토벌대가 에르칼에 도착하게 된다.
그 후 신관들과 더불어 에르칼에 있는 부대들이 함께 합류하여 브론세리안 숲으로 간다.
마기로 물든 숲.
지금 이 순간에도 마기는 더욱 자신의 영역을 넓히며 힘을 뻗어 나가고 있을 것이다.
그 불길한 기운을 없애는 것이 자신의 사명.
클레어는 성공적인 토벌을 기원하며 신에게 기도를 올렸다.
* * *
오전엔 부대 훈련.
이후 해가 질 때까지 디아날과의 훈련이 이어졌다.
“거기서 조금 더 허리를 비틀면서 휘둘러보세요. 훨씬 힘이 많이 실릴 겁니다.”
“이렇게?”
쒜엑!
허공을 가르는 검격에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디아날은 재능이 있었다.
이 검술에 한해서는 천재라는 단어를 써도 될 정도로 말이다.
‘몸에 맞는 검술을 익히니 쭉쭉 성장하는구나.’
이틀까진 두 개의 검을 사용하는 것이 상당히 어색했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손에 익으니 사람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쒜엑! 수악! 촥!
빠르게 연타로 휘둘러지는 공격.
이전의 한 방에 치중하던 공격과는 완전히 달라진 스타일이다.
“조금 더 자연스럽게 이어 보세요. 힘이 실리니까 속도가 느려지잖아요.”
“……알겠다.”
데미안의 꾸중에도 디아날은 묵묵히 검을 휘둘렀다.
그가 말한 것처럼 훈련이 이어질수록 점점 몸에 힘이 들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체력이 부족한 탓이었다.
“후우…….”
동작을 끝낸 디아날은 검을 쥔 손을 보았다.
떨리고 있는 손.
한 손으로 검을 계속 쥐고 있다 보니, 악력이 엄청나게 요구되는 것이다.
이어서 디아날이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흐압!”
커다란 손도끼를 휘두르고 있는 카일.
삼 일째 되던 날, 함께 훈련을 하고 싶다며 카일이 합류한 것이다.
자신과는 달리 그야말로 강철 체력을 지니고 있는 녀석이었다.
‘……이번 신입들은 뭐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된 것 같아.’
북쪽 출신이라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다를 수가 있는가?
그리고 그때였다.
“카일! 이리로 와 봐.”
“음? 왜 그러지?”
“디아날 일병님과 대련 한 번 하자.”
“지금?”
“예, 무슨 문제 있습니까?”
데미안이 물었다.
그에 디아날은 떨리는 손을 애써 감추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건 아니지만…….”
젠장, 싸울 수 있을까.
검을 쥐고 있는 것도 버거운 상태에서 저 괴물 같은 덩치와…….
하지만 선임이 되어 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느덧 카일이 다가왔다.
“두 사람, 대련용 무기가 아닌 진짜 무기이니 대련임을 명심하세요.”
“알겠어.”
“알겠다.”
데미안은 디아날과 카일을 슬쩍 쳐다보았다.
두 사람은 꽤 고강도의 훈련으로 지쳐 보이는 듯했지만.
‘이럴 때 싸우는 게 진짜 의미가 있지.’
결국 전장에선 마지막에 버티는 그 한 끗 차이로 승부가 갈려 버리기 때문이다.
데미안은 뒤로 물러서며 두 사람을 보았다.
조금만 잘 다듬는다면 두 사람 모두 큰 전력이 될 수 있다.
‘진짜는…… 토벌이 끝난 이후가 되겠지만.’
이제 며칠 뒤 토벌대가 에르칼에 도착한다.
‘마기’라는 것이 워낙 중대한 사안이었기에 왕국 내부에서도 빠르게 준비를 한 것이다.
‘다만 토벌대로 어떤 부대가 오는지…… 아직 알려지지 않았는데…….’
사안이 사안인 만큼 이름이 없는 부대는 아닐 터.
데미안은 디아날과 카일의 대련을 보면서도 생각을 계속 이어 나갔다.
“흐음…… 저 녀석, 제법이잖아?”
두 사람의 대련은 제법 호각이었다.
물론 디아날의 공격이 더 위협적이긴 했지만.
쿵!
카일은 방패로 디아날의 검을 방어한 후 위협적으로 손도끼를 휘둘렀다.
제법 무게가 있는 손도끼이긴 했지만, 워낙 근력이 강한 탓에 상당히 위협적일 수밖에 없었다.
지친 디아날의 입장에선 진입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정도 대련이 진행되었을 때.
“허억…… 허억…… 허억…….”
“후우우우…….”
두 사람은 상당히 지친 듯 어깨를 들썩였다.
그 모습에 데미안이 끼어들며 말했다.
“이제 그만하고, 토벌대가 올 때까진 쉬죠. 실전에 들어가기 전에 확실하게 컨디션을 올려 주는 것도 중요할 테니까요.”
“……누가 선임인지 헷갈릴 지경이군.”
디아날이 데미안을 보며 말했다.
데미안이 말하는 것만 보면 마치 최고 선임이 얘기하는 것 같지 않은가.
하지만 데미안은 디아날의 말에 그저 씨익 미소만 지었다.
그리고 며칠 후.
토벌대가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