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32)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33화(33/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33)
다그닥, 다그닥.
윤기가 나는 백마의 위에 올라탄 장수.
눌러쓴 갈색 투구 안으론 제법 매서운 눈빛이 보였다.
투구와 같은 색의 갑옷 안의 붉은 옷은 상당히 좋은 재질로 이루어졌다.
윌키스 디엘로.
지방의 귀족이긴 하나, 남작인 그가 토벌대의 지휘관으로 에르칼에 도착했다.
“이곳의 지휘관이 누군가.”
“제가 에르칼 수비대의 대장, 바셀입니다.”
“풀네임을 대라, 수비대장.”
“……성은 없습니다.”
“쯧, 평민인가.”
바셀의 말에 윌키스가 혀를 차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허름한 도시.
제법 규모는 있었지만, 제대로 갖추어진 것이 없었다.
그는 왜 자신이 이곳에 와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빌어먹을 곳이로군. 서둘러 토벌을 끝내고 돌아가야겠어.”
“오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따뜻한 물과 음식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바셀은 애써 미소를 지으며 윌키스에게 말했다.
그리고 그것이 제법 통했는지, 짜증이 섞인 윌키스의 표정이 조금은 풀어진 듯했다.
이윽고 토벌대가 에르칼 주둔지로 들어갔다.
지휘관인 윌키스도 바셀을 따라 수비대의 부대로 들어가자, 네오칼리츠 부대원들은 인상을 쓰며 바닥에 침을 뱉었다.
“하여간 빌어먹을 놈들. 자기들 온다고 이렇게 대열을 갖추라는 게 말이 되나?”
“꽤 권위적인 사람 같습니다. 귀족들은…… 전부 저렇습니까?”
“다 X같은 새끼들이지.”
누군가 말했다.
“모두가 저렇지는 않습니다. 다만 대부분의 귀족들이 권위 의식을 가진 것은 사실이죠.”
데미안이 씁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에 다른 부대원 한 명이 데미안에게 말했다.
“마치 귀족을 많이 만나 본 것처럼 말한다?”
“아버지께 들었습니다.”
데미안은 그저 몸을 돌렸다.
사실 귀족들의 권위 의식같은 건 관심 없다. 그저 내일부터 진행될 토벌만이 신경 쓰일 뿐.
‘아무 문제가 없어야 할 텐데…….’
데미안은 바셀과 함께 간 토벌대장이 있는 방향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 *
날이 밝고 모든 부대원들이 에르칼의 입구로 모였다.
가라앉은 분위기.
긴장된 표정과 함께 압박감이 가슴을 누르고 있는 듯했다.
“흠흠.”
말 위에 있던 윌키스는 정렬한 부대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모두 전달받았겠지만, 지금 브론세리안 숲은 마기라는 사악한 힘에 중독된 숲이다. 우리 토벌대는 왕명을 받아, 숲에 있는 사악한 존재들을 제거하고 마기의 근본을 완전히 뿌리 뽑을 것이다!”
“우아아아아아아아아!”
함께 온 토벌대가 크게 소리를 지르자.
“야, 함성 질러. 안 그럼 나중에 지랄한다.”
“시벌, 으아아아아아아!”
“우아아아아아!”
수비대와 네오칼리츠 부대원들도 함께 함성을 질렀다.
그 모습에 윌키스가 입꼬리를 씰룩였다.
이윽고 그가 브론세리안 숲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전군, 진격한다!”
쿵! 쿵! 쿵! 쿵! 쿵!
강하게 발 구름하며 이동하기 시작한 토벌대.
전군 모두 합쳐 이천여 명의 병사들이 숲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에 디아날이 침을 꿀꺽 삼켰다.
“……엄청난 숫자다.”
말이 이천 명이지, 한곳에 모여 있으니 까마득한 느낌이었다.
이 정도 숫자라면 브론세리안 숲을 통째로 거덜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숫자가 많다고 해서 무조건 쉽지만은 않을 겁니다. 그리고 브론세리안 숲도 생각 이상으로 크고요.”
“데미안의 말이 맞다.”
함께 걸어가고 있던 부대장 에런이 말했다.
숲의 규모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안에 있는 몬스터들의 수가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그동안 자신들이 해 왔던 일은 그저 겉으로 튀어나온 몬스터들을 쓰러트리는 것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이번 토벌대는 브론세리안 숲의 몬스터들을 완전히 박멸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지 않은가.
“이천 명…… 나는 왜 이 숫자가 부족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다.”
몇 년 동안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에런이다.
하지만 아직도 브론세리안 숲을 전부 안다고 자신할 수 없었다.
숲 깊숙한 곳까진 들어가 본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
데미안은 에런의 말에 침묵했다.
데미안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토벌대가 숲으로 진입했다.
그리고, 첫 번째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 * *
이천 명의 병사들이 대열을 유지한 채 숲으로 진입했다.
하지만 진입하는 순간 대열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젠장, 왜 이렇게 폭이 좁아?”
“야야, 뒤로 가든가 앞으로 가!”
숲이라는 것이 정돈된 길과는 달리 제멋대로 나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대열을 계속해서 유지하기엔 그 길목이 너무나 좁아지고 있었다.
“대열을 오열로 변경한다! 좌측의 인원들부터 앞으로 진입하도록!”
윌키스는 빠르게 대열을 바꾸며 숲의 진입을 수월하게 하고자 했다.
첫인상과는 달리 제법 상황 판단이 빠른 녀석 같았다.
하지만.
‘행렬이 길어진 만큼 중간중간 취약점이 많을 수밖에 없을 텐데.’
만약 몬스터가 옆구리를 치고 들어온다면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었다.
데미안은 길어지는 행렬에 작게 숨을 토하며 주변을 살폈다.
‘아직 초입이라 괜찮긴 하지만.’
안으로 들어갔을 땐 어떤 녀석들이 나타날지 예상할 수 없다.
그리고 에르칼 수비대장인 바셀 역시 같은 것을 느꼈을까?
“윌키스 님.”
“윌키스 사령관님이라 불러라.”
“……윌키스 사령관님. 행렬 중간에 방패병을 배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디서 몬스터들이 나올지 예상할 수 없습니다.”
“흐음, 그런가?”
“예.”
“좋아, 그렇다면 에르칼 수비대를 중간에 배치하여 몬스터들의 습격을 막을 수 있도록 해라.”
명령이 떨어지자 바셀은 서둘러 수비대의 병력을 움직여 배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발이 빠른 이들로 하여금 정찰대를 보내는 건 어떻습니까?”
“……훗, 그런 건 필요 없다. 그깟 몬스터들 따위, 공격해 온다면 그냥 쓸어버리면 되니까.”
“하지만…….”
“바셀 수비대장.”
윌키스가 아래에 있는 바셀을 내려다보았다.
“더 이상의 조언은 월권으로 간주할 테니 그만하도록.”
“……알겠습니다.”
“그대들의 병사들이 조금 부족하다 한들, 정예군 천 명이 넘는 인원이 이곳에 있다. 그런 걱정은 하지 말도록.”
“……예.”
바셀은 그저 대답만 한 채 뒤로 물러섰다.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타르온은 그저 미간을 찌푸린 채 부대원들에게 말했다.
“정찰은 없다. 그러니 최대한 신경은 곤두세우고 적의 공격에 방비해라.”
“알겠습니다.”
“다른 녀석들에게도 모두 전파해.”
“넵!”
네오칼리츠 부대원들은 비밀을 공유하듯 빠르게 서로에게 내용을 전파했다.
그리고 다소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토벌대는 계속해서 숲 안으로 진입했다.
“키에에엑!”
“쿠어어어어!”
서걱! 푹!
중간중간 나타나는 몬스터들 무리가 있었지만, 토벌대에겐 상대가 되지 못했다.
나타나는 놈들이라고 해 봐야 몬스터 십여 마리의 무리라던가, 오르크 무리가 고작이었다.
토벌대에겐 위협조차 되지 않는 녀석들.
순조롭게 몬스터들을 죽이며 나아가자 윌키스의 자신감도 한껏 올라갔다.
“역시 정예군 앞에서 이런 숲의 몬스터는 아무것도 아니로군.”
그러면서.
“왜 이런 곳을 진작 토벌하지 못했는지, 쯧쯧.”
마치 누군가 들으라는 듯 혀를 찼다.
물론 그 말에 반응을 하는 이들은 없었다.
아직 브론세리안 숲의 무서움은 시작도 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숲의 중간 정도까지 진입했을 무렵이었다.
“……음?”
킁킁.
갑자기 걸어가던 카일이 미간을 찌푸리며 코를 벌름거렸다.
데미안이 물었다.
“왜 그래?”
“아니, 뭔가 이상한 냄새가 나서.”
“냄새?”
카일의 말에 데미안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딱히 특별한 냄새는 없었다.
데미안이 다시 물었다.
“무슨 냄새가 나길래?”
“그…… 고기 부패한 냄새라고 해야 하나? 하여간 뭔가 살짝 역겨운 냄새가 섞여 있어.”
“……어디에서?”
“글쎄…… 잠깐 기다려 봐.”
카일이 과장스럽게 주변으로 몸을 움직이며 냄새를 맡았다.
하지만 이내.
“……여기?”
카일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
그곳을 보며 데미안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바로 발아래였기 때문이다.
스윽.
데미안은 걸어가고 있는 와중에도 아래를 보았다.
지금 걷고 있는 이 바닥에서 썩은 냄새가 나고 있다고?
데미안이 눈 쪽으로 마력을 집중하며 바닥을 보았다.
“……!”
이어서 데미안의 표정이 굳어졌다.
아주 잠깐이긴 했지만, 바닥의 표면이 살짝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순간 보이는 작은 구멍들.
“미친!”
데미안이 고개를 들며 크게 소리쳤다.
“모두 바닥을 조심해! 적이다!”
하지만 그 외침이 채 모두에게 전달되기도 전에.
쿠아아아아앙!
“으아악!”
“으악!”
바닥을 뚫고 나오는 무언가에 병사들이 넘어지며 비명을 질렀다.
데미안은 빠르게 옆쪽으로 이동하며 바닥에서 튀어나온 녀석들을 보았다.
‘저놈들은……?’
살짝 허리를 숙인 듯한 엉거주춤한 자세.
키는 열 살 정도 아이의 수준이었는데, 양손에 발톱 3개가 칼날처럼 길게 뻗었다.
짧은 털과 돼지를 닮은 길쭉한 코.
마치 뱀의 그것을 닮은 혓바닥이 빠르게 날름거리며 지렁이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모르크……!’
얼핏 두더지와 개미핥기를 섞은 것처럼 생긴 몬스터.
녀석의 등장과 함께 부대는 혼란 그 자체였다.
“노, 놈들을 죽여!”
“옆에 조심해!”
“크아아아아악!”
괴성을 내지르며 달려드는 모르크들을 보며 병사들은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
녀석들의 수가 상당히 많았기 때문이다.
대충 잡아도 백여 마리 정도?
게다가 기습적으로 달려든 놈들의 공격에 이미 몇 명의 병사들은 시체가 되어 바닥에 널브러졌다.
“이런 미친……!”
데미안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모르크는 기본적으로 독립적인 개체다.
무리를 짓지 않고, 하물며…….
‘이렇게 함정을 파서 상대를 기다리지도 않아.’
어떻게 본다면 상당히 평화주의에 가까운 몬스터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녀석들이 이렇게 땅에 숨어 적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고?
‘……젠장.’
머릿속이 복잡하다.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 머릿속을 헝클이고 있었다. 그렇지만…….
“카일! 옆에 선임들부터 도와줘!”
“알겠다!”
오래 생각하고 있을 시간 따윈 없다.
우선 이 녀석들부터 처리한다.
“키에에에엑!”
데미안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모르크의 공격을 가볍게 피했다.
기습이 제법 날카롭긴 했지만.
퍽!
창대로 모르크를 쳐 낸 데미안은 빠르게 공간을 확보했다.
파밧!
데미안의 창이 빠르게 앞에 있는 모르크 한 마리의 가슴을 찔렀고.
푸욱!
다른 부대원들을 덮친 녀석의 옆구리를 관통했다.
“키에에에에에에엑!”
괴로움에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진 모르크.
“죽어!”
방금 전까지 녀석에게 시달렸던 부대원이 검을 역으로 잡고는 녀석에게 안식을 선물했다.
“헉…… 헉…… 헉……!”
갑작스레 나타난 기습이다.
당황함과 놀란 마음에 호흡 관리가 되지 않고 있었다.
“다들 호흡부터 돌려! 똑바로 상대하면 어려운 놈들이 아니다!”
데미안이 소리쳤다.
가장 막내의 외침이었지만, 뭐라고 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오히려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들며 호흡부터 고르기 시작했다.
타닥!
곧이어 데미안은 주변을 살폈다.
주변의 부대원들은 다행히 안정감을 되찾고 있었지만.
‘……수가 많다.’
다른 곳은 아직까지 상당한 위기 상황이었다.
게다가 이 녀석들의 몸에 있는 반점을 보아하니 마기에 중독된 상황이다.
보통의 모르크보다 몇 배는 더 강하다는 것이었다.
데미안이 고개를 돌렸다.
갑작스러운 전투에 당황하고 있는 듯했지만.
‘지금은…….’
그것이 필요하다.
데미안이 부대원들을 밀치며 어딘가를 향해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