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33)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34화(34/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34)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모르크가 강해서가 아니였다.
녀석들의 기습이 너무나 완벽했기 때문이다.
푸욱!
“으아아아아악!”
모르크의 날카로운 발톱이 갑옷을 뚫고 몸 안으로 파고들었다.
병사들의 비명이 울려 퍼졌고.
“놈들을 에워싸라! 숫자는 우리가 훨씬 많다! 방패병은 양쪽에서 놈들을 짓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해!”
간부들이 크게 소리치며 병사들을 지휘했다.
그들의 외침에 병사들은 급히 방패를 들어 모르크의 움직임을 봉쇄했다.
양쪽에서 짓누르는 방패로 인해 모르크가 크게 몸을 버둥거렸다.
푸욱!
그 틈에 창병들이 모르크의 몸에 창을 꽂아 넣었다.
“키에에에에엑!”
창에 찔린 모르크들이 손톱을 마구 휘둘렀지만, 창을 내지른 병사들에겐 닿지 못했다.
그리고 그 순간.
파앗!
사제들의 기도와 함께 주변으로 퍼지고 있는 신성력.
“키에에에에에에엑!”
“크에에에에엑!”
그 신성력에 모르크들의 힘이 약화되기 시작했다.
“지금이다! 놈들을 몰아쳐라!”
기세가 오른 병사들이 모르크들을 하나씩 처치하기 시작했다.
이미 놈들에 의해 죽은 동료들이 있다.
그래서 병사들은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모르크들을 향해 자비 없이 칼과 창을 휘둘렀다.
“죽어라!”
“전부 죽여 버려!”
푹! 서걱! 푸아악!
“크에에에엑!”
털썩.
어느덧 숲은 병사들의 고함 소리와 모르크의 비명으로 가득했다.
이윽고 하나둘, 모르크들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제법 시간이 흘렀을 때.
“후우…….”
“헉…… 헉……! 다 죽인 건가?”
깡그리 전멸된 모르크들을 보며 병사들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지휘관들은 혹시라도 살아남은 모르크가 있을까, 다시 한 번 확인을 시켰다.
병사들은 죽은 모르크의 시체에 창을 꽂아 넣으며 마무리까지 확실하게 했다.
그 후 전투가 완전히 마무리되었다.
“전사자들을 확인하고 부상자들은 서둘러 치료해라.”
길지 않은 전투였다.
하지만 죽은 이들과 다친 이들의 수가 꽤 많았다.
전혀 예상치 못한 기습이 만들어 낸 참상이었다.
성큼성큼.
그때 토벌대의 총사령관인 윌키스가 말에서 내려 타르온을 향해 걸어갔다.
분노로 번들거리는 눈빛.
당장이라도 욕지거리를 내뱉을 듯 움찔거리는 표정.
윌키스는 타르온에게 다가가 그대로 그의 뺨을 후려쳤다.
쫘악!
“……!”
“뭐, 뭐?!”
돌발 상황이라면 돌발 상황이다.
근처에 있던 네오칼리츠 부대원들이 윌키스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대체 이게 무슨 행패란 말인가.
하지만…….
“도대체 네놈들이 하는 일이 뭐지? 이런 정보는 없었지 않나!”
그리고 주변에 있던 네오칼리츠 부대원들을 보며 말했다.
“대체 일을 어떻게 처리하기에 이런 상황이 생긴단 말인가!”
조사한 바로 토벌대 병사들 중 죽은 이들만 오십 명이 넘었다.
다친 이들까지 합한다면 백 명이 훌쩍 넘는 것이다.
윌키스는 성질을 이기지 못한 채 씩씩거리며 네오칼리츠 부대와 에르칼 수비대를 보았다.
당장이라도 검을 뽑아 들 것만 같은 기세.
하지만 타르온은 윌키스를 보며 차분하게 말했다.
“모르크는 단일 개체의 몬스터입니다. 무리를 짓지도 않고 이렇게 함정을 파지도 않습니다.”
“그럼 이건 뭐라고 설명할 텐가!”
“마기로 인해 변한 현상은 저희도 예측을 할 수가 없습니다.”
“모른다고 하면 끝인가! 그럼 네놈들이 먼저 앞으로 달려 나가 정찰이라도 해야 했다!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놓고 뒤늦게 변명이라도 하는 건가?”
윌키스가 죽일 듯한 눈빛으로 타르온을 보았다.
“정찰이 필요하다고 요청했지만, 그깟 몬스터들 따위 밀어 버리면 그만이라도 했던 것이 사령관님이십니다.”
스윽.
타르온이 주변에 쓰러진 병사들의 시체를 보았다.
토벌대뿐만 아니라, 다른 부대에서도 희생자가 발생되었다.
꾸욱.
타르온의 주먹이 파르르 떨렸다.
비록 징벌 대신 왔다곤 하나, 이들 모두가 가족과도 같은 녀석들이다.
타르온이 말했다.
“지금의 상황을 만든 것은 사령관님이십니다.”
“뭐라고? 네놈이 정녕 죽고 싶은 게로구나아아!”
윌키스가 크게 소리치며 검을 잡았다.
하지만 그 순간.
“그만하시지요.”
상황을 보고 있던 클레어가 끼어들었다.
그리고 윌키스를 보며 말했다.
“사령관님. 지금 이 숲은 마기에 중독되어 있습니다. 그 말은 이 숲 전체가 마기의 자아를 지니고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아를 지니고 있다고? 그게 무슨 말이지?”
“토벌대라는 거대한 외부 세력이 이곳으로 들어오면서 숲이 우리를 적으로 인식했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것이 가능하단 말인가?”
비단 윌키스뿐만 아니라, 다른 간부들까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만약 그러한 가설이 맞아떨어진다면.
“앞으로 이곳에선 지금의 상식과는 많이 벗어난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
클레어의 말에 모두가 침묵했다.
상황이 그만큼 더 위험해졌다는 것을 알리는 말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하나,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잘못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령관님, 그건…….”
“더 이상 이 일에 끼어든다면 토벌이 끝난 이후 신전에도 정식으로 항의를 하겠다.”
윌키스가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왕궁과 신전은 서로가 암묵적으로 간섭하지 않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때문에 윌키스도 이 정도 선에서 끝내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클레어가 물러나자 윌키스가 타르온을 보며 말했다.
“징계는 토벌이 끝난 이후 내리겠다. 지금부턴 그대들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그렇지 않으면 후에 목숨을 부지할 수 없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타르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에 윌키스가 몸을 돌리며.
“서둘러 전사자들의 시체를 수습해라! 그리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 야영 준비를 한다.”
윌키스가 다시 타르온을 보았다.
“빠르게 야영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찾도록.”
“……예.”
타르온이 대답하자 윌키스가 몸을 돌렸다.
이윽고 그가 떠나고 남은 네오칼리츠 부대원들은 서로 말이 없었다.
“……씨발, 거지 같네.”
“개같은 새끼. 지가 정찰을 하지 말라고 해 놓고, 뒤에 와서 지랄하고 있네.”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항의는 할 수는 없었다.
이 자리에서 자신들의 목을 쳐 내는 것쯤 윌키스에겐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으니까.
상대는 귀족.
자신들은 징역 대신 군 복무를 수행하고 있는 죄인이지 않은가.
“……후우. 서둘러 동료들의 시체를 수습해라. 그리고 에런, 발 빠른 녀석들을 데리고 야영지를 수색할 수 있도록.”
“알겠습니다.”
억울한 상황이었지만,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부대원들이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리도 움직이자.”
디아날이 데미안에게 말했다.
데미안은 고개를 돌려 죽은 병사들을 보았다.
씁쓸한 표정.
그들을 보는 눈빛에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
첫날부터 꽤 많은 전사자가 발생했다.
그리고 네오칼리츠 부대원들 중에서도 전사자가 있었다.
막사에서 낄낄거리며 웃던 선임과 내기를 하자며 소리치던 선임도 죽었다.
“……젠장.”
데미안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씁쓸함이 입안을 스치고 지나갔다.
“괜찮냐?”
“……아니.”
카일의 물음에 데미안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우리도 움직이자.”
“그래.”
데미안은 가지고 있던 약초로 부상자들을 치료했다.
그러는 사이 야영지를 찾으러 떠났던 정찰대가 돌아왔다.
“이곳에서 조금만 더 이동하면 될 것 같다.”
“바로 이동한다! 서둘러라!”
야영지가 결정되자 토벌대의 간부들이 소리치며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이곳에 있다간 피 냄새로 다른 몬스터들이 몰려올 수 있었다.
게다가 해가 지고 있는 상황.
빠르게 야영지로 이동하여 막사를 만들어야 했다.
토벌대는 서둘러 움직이며 야영지로 이동했다.
쿵! 쿵!
모두가 서둘러 막사를 짓기 시작했다.
인원이 많은 만큼 필요한 재료도 많았지만, 널려 있는 것이 나무였다.
“……저 새끼, 뭐야?”
“저 녀석, 여기가 첫 부대라고 하지 않았어?”
나무를 중심에 세운 이후 두꺼운 천을 잡아당겨 네 방향으로 고정시키는 막사였다.
튼튼하진 않지만, 빠르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이런 때에 유용하게 쓰이곤 했다.
그런데.
“저 새끼 밖에서 막사 치는 연습이라도 하고 온 거야?”
엄청난 속도로 막사를 완성시킨 데미안을 보며 다른 부대원들이 감탄을 터트렸다.
“후우, 카일. 넌 방금 배운 걸로 다른 선임들을 도와줘.”
“오케이.”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데미안은 본인의 막사를 끝낸 것으로도 모자라 다른 선임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다니며 그들을 도와주었다.
데미안의 능숙함에 부대원들은 그의 지시를 따라 빠르게 막사를 만들 수 있었다.
어느덧 완성된 막사.
그렇게 토벌 첫날의 밤이 지나고 있었다.
* * *
스스스스슥.
검은빛이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곳.
파스슥!
그 빛과 함께 자라나던 새싹은 잎사귀에 검은 반점이 생기며 몇 배로 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변에 있던 동물이나 몬스터들의 눈은 붉은색으로 변하며 번들거렸다.
수백, 아니 수천 마리의 몬스터.
마치 설탕 덩어리에 개미 떼가 뭉쳐진 것처럼 ‘그것’을 중심으로 모인 몬스터들의 수는 징그러울 정도로 많았다.
그리고 이내…….
―죽여라……. 죽여라…….
몬스터들의 머릿속에 내려진 하나의 명령.
―이곳을 침범한 인간들을 죽여라……!
“키에에에에에에엑!”
“쿠어어어어어어!
엄청난 포효와 함께 모여 있던 수천 마리의 몬스터들이 어디론가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목적은 오로지 단 하나.
자신들의 보금자리에 침범한 인간들을 숙청하는 것.
이윽고 몬스터들이 움직인 자리에서.
중심에 있던 그것이 반짝이며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 * *
다행히 밤새 다른 공격은 없었다.
새벽이슬과 함께 잠에서 깬 데미안은 마른 천으로 갑옷과 무기를 닦았다.
습기로 약간 축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일어나자마자 장비 손질이냐?”
“너도 해. 혹시라도 미끄러질 수 있으니까, 손잡이 부분은 특별히 신경 써서 닦고.”
“땡큐.”
데미안이 던진 천을 받은 카일이 자리에 앉아 장비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매번 툴툴거리긴 해도, 이런 건 시키면 곧잘 하는 카일이었다.
데미안은 그런 카일을 보며 피식 웃음을 터트리곤 막사 밖으로 향했다.
“흐음…….”
딱히 문제는 없었다.
주변을 살펴보아도 다른 기척은 없다.
하지만.
‘몸이…… 무겁다.’
잠을 잘못 잔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예상할 수 있는 것은 하나.
숲 전체에 중독된 마기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그 사실이 맞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병사들의 컨디션은 좋아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안으로 들어갈수록 더 심해지겠지.’
아마 숲의 가장 중앙 쪽에 마기의 근원이 되는 ‘그것’이 위치해 있을 것으로 추측됐다.
그렇다면 현재 토벌대에게 중요한 것은 하나였다.
‘방향을 제대로 잡는 것이 중요할 텐데…….’
이상한 곳에서 시간을 잡아먹었다간 위험한 상황이 계속해서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전투가 반복될수록 부상자는 늘어날 것이고.
‘마기에 점점 중독될 수 있으니까.’
속전속결로 숲의 중앙으로 이동해야 한다.
스윽.
데미안의 시선이 야영지 중심에 있던 간부들의 막사로 향했다.
아침부터 분주하게 회의를 하는 듯했다…….
“잘 결정을 내려야 할 텐데.”
데미안은 그저 작게 중얼거리며 몸을 풀기 시작했다.
하지만…….
“……외곽으로 돌아서 가겠다고요?”
사령관 윌키스의 결정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