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34)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35화(35/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35)
“외곽으로부터 원을 그리며 안쪽으로 들어갈 생각이오.”
윌키스의 말에 다른 이들의 표정이 굳었다.
“사령관님, 그것도 좋은 방법이긴 하나 지금은 숲의 중앙으로 곧장 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바셀이 윌키스에게 말했다.
브론세리안 숲의 규모도 규모지만, 무엇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기에 중독된 몬스터들이 점점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옆에 있던 타르온도 거들었다.
“맞습니다. 최초로 마기에 중독된 몬스터가 나온 이후, 상당히 많은 녀석들이 전염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시간을 끌면 우리에게 더욱 불리할 거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말에 윌키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만약에 숲 중앙으로 이동을 했는데, 마기의 원흉이 되고 있는 것이 없다면 어떻게 할 건가? 목이라도 내놓을 자신이 있나?”
“…….”
“그건…….”
윌키스의 으름장에 타르온과 바셀의 표정이 굳었다.
말도 안 되는 협박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
“숲 중앙에 있을 가능성이 굉장히 큽니다.”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클레어가 말했다.
윌키스의 시선이 클레어에게 향했다.
“가능성이 크다는 건, 확실한 건 아니라는 말이지 않소.”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마기의 기운이 더욱 짙어지고 있습니다. 방향으로 확인했을 땐, 숲의 중앙에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아니, 확실합니다.”
클레어가 단호하게 얘기했다.
몇 번 대화를 해 본바, 윌키스에겐 돌려 말하는 것이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상당히 자신의 주관이 뚜렷하며 고집이 센 사람이다.
게다가 자신의 직위를 이용하여 상대방을 찍어 누르고 우위에 서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이렇게 확실하게 얘기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클레어가 말을 이었다.
“이미 첫날의 사망자가 백여 명에 달합니다. 시간이 지체될수록 병력은 줄어들 것이고, 상대해야 하는 적은 더욱 많아집니다.”
가능한 빠르게 원흉을 제거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것은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예, 우선 마기의 원흉을 제거한 이후 후퇴하고 그 이후에 남아 있는 잔당은 시간을 들여 처리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됩니다.”
바셀이 클레어의 의견에 생각을 보탰다.
하지만 윌키스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한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지 않나. 토벌대가 구성된 지금, 잔당들까지 전부 처리하고 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시간은 오래 걸리겠지만, 가장 안전하면서 확실한 방법입니다. 무리한 강행군으로 인해 병사들 중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자들이 생길 수 있지 않겠습니까. 병사들을 소중히 여겨 주십시오, 사령관님.”
“……내 작전이 강행군이며 내가 병사들을 막 대한다는 것인가?”
“아니, 그 말이 아니라…….”
바셀이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대체 어찌 이리도 꽉 막혔단 말인가.
윌키스가 말했다.
“왕국의 군인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설사 죽더라도, 그들의 죽음은 왕국을 위한 숭고한 죽음이지. 군인이라면 마땅히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사령…….”
타르온이 주먹을 꽉 움켜쥐며 윌키스를 보았다. 하지만 그때.
“사령관님.”
“음?”
클레어와 함께 신전에서 파견된 몽크가 입을 열었다.
신전 세력의 지휘관으로 온 헤메른이었다.
헤메른이 윌키스에게 말했다.
“중앙으로 곧장 이동하여 마기의 원흉을 제거한다면 그 즉시 우리는 목적을 달성하게 됩니다. 즉 토벌을 성공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나지막하지만 힘 있는 목소리.
게다가 묘하게 설득력이 깃들어 있었다.
“빠르게 토벌을 끝내 병사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낸다면, 그것 자체로도 사령관님은 성공적인 지휘관으로 많은 이들에게 존경을 받을 것입니다.”
“흐음…….”
“누구나 많은 시간이 주어진다면 결국 토벌을 성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빠르게 일을 끝내는 것은 오직 사령관님의 능력밖에 없지요.”
“그런가?”
윌키스가 물었다.
그에 바셀이 가세했다.
“맞습니다. 특히 브론세리안 숲은 상당히 넓습니다. 그런데 그런 숲의 토벌을 며칠 안으로 끝낸다면, 그것 자체만으로도 사령관님의 엄청난 리더십과 능력을 입증하는 것이지 않겠습니까.”
“예, 우리의 목적은 몬스터들을 모조리 처리하는 것이 아닌, 마기의 원흉을 제거하는 것이니까요.”
“흐음, 다들 그렇게 말한다면…….”
윌키스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좋네. 그렇다면 곧장 숲의 중앙으로 진입하여 마기의 원흉이 되는 것을 파괴하도록 하지.”
그 말에 타르온은 속에서 올라오는 천불을 다시 꾹 삼켰다.
다른 이들 역시 비슷한 감정인 듯했다.
다만 그 와중에 윌키스만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부대를 정렬시켜라, 곧장 숲의 중앙으로 진격한다!”
“예.”
“알겠습니다.”
드디어 숨 막히는 회의가 끝났다.
* * *
“대장님, 어떻게 됐습니까?”
“회의는 잘 끝나셨습니까?”
타르온이 돌아오자, 기다리던 몇몇 부대원들이 타르온에게 다가갔다.
타르온이 말했다.
“숲 중앙으로 곧장 진격하기로 했다.”
“숲 중앙에…… 무엇이 있습니까?”
에런이 물었다.
숲 중앙이라면 가장 깊숙한 곳이라 할 수 있었다.
당연히 큰 위험이 있을 가능성도 높은 곳이다.
“숲 중앙에 마기의 원흉이 되는 것이 있다고 하는군.”
“숲 중앙에 정말 그런 것이 있습니까?”
“모르지, 하지만 신관들의 얘기로는 그럴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했다.”
타르온의 말에 에런이 굳은 표정으로 입을 꾹 닫았다. 하지만 그때.
“진형은 어떻게 됩니까? 저희는 어느 쪽에 섭니까?”
에런을 따라온 데미안이 물었다.
그에 에런이 살짝 주의를 주는 듯 미간을 찌푸리곤 말을 했다.
“막내가 끼어들 대화가 아니다.”
“아니, 괜찮다.
타르온은 개의치 않았다.
이렇게 부대장을 따라 자신에게 왔다는 건, 그만큼 이 토벌에 관심을 많이 둔다는 뜻일 터.
타르온이 대답했다.
“우린 선두에 선다.”
어찌 본다면 가장 위험할 수도 있는 위치.
애초에 토벌대가 구성될 때부터 예견되어 있었던 일이다.
데미안이 말했다.
“우리가 선두면, 정찰대를 운영해도 되는 거 아닙니까? 어차피 우리 뒤쪽으로는 수비대가 붙을 텐데요.”
“……그래도 상관없지.”
정찰로 인해 한 번 문제가 불거진 상황이다.
정찰대를 운영하지 않으면 그것이 더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에 데미안이 손을 들었다.
“제가 정찰을 하고 싶습니다.”
“미친 소리. 너는 시키는 것만 잘해라.”
에런이 곧장 데미안에게 주의를 주었다.
하지만 데미안은 에런을 보며 말했다.
“제가 부대 내에서 상당히 몸놀림이 빠른 편입니다. 숲에서도 잘 다니고…… 눈도 좋습니다.”
그깟 계급 따위.
이런 실전 상황에선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계급이 높고 경험이 많다는 건, 어디까지나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무조건 살아남는 건 아니었다.
게다가 현재 네오칼리츠 부대에서 데미안과 비슷한 수준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타르온이 데미안을 보았다.
“…….”
오랫동안 부대를 이끌다 보면, 남들과 다른 사람 보는 눈이 생긴다.
그런 관점에서 데미안은 특별한 녀석이었다.
‘종잡을 수가 없군.’
―녀석이 마력을 사용하는 것을 아는가?
마력을 사용할 줄 아는 평민.
고작 열세 살이지만, 훈련소를 수석 졸업하고 네오칼리츠 부대로 ‘자원입대’한 녀석.
데미안을 설명하는 단어는 모든 것이 어긋나 있었다.
마력과 평민.
열세 살과 수석 졸업.
하지만 무엇보다.
‘이곳으로 자원입대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녀석일까.
“……대장님?”
“좋다, 허락하지. 하지만 지휘권은 불가한다. 에런, 벡스를 지휘관으로 붙여 정찰대를 꾸려라.”
“알겠습니다.”
벡스가 함께 간다면 안심이다.
에런은 곧장 벡스와 더불어 정찰대를 꾸릴 부대원 몇 명을 데리고 왔다.
“부르셨습니까?”
“벡스, 이 녀석들을 데리고 정찰대를 꾸려라. 곧장 출발해야 할 거다.”
“막내를 말입니까?”
“그래.”
타르온의 말에 벡스가 데미안을 바라보았다.
훈련 때 제법 빠른 몸놀림을 보여 주긴 했지만.
“아직 경험이 없을 텐데요.”
“그래서 네가 같이 가잖아.”
“……알겠습니다.”
벡스는 다소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다른 녀석들 중 데미안보다 빠른 녀석들은 몇 없었다.
정찰대는 아무래도 속도가 생명이니까.
“지금 곧장 출발할 테니, 창은 두고 박도로 바꿔 장비해라.”
“알겠습니다.”
“예!”
스무 명으로 구성된 정찰대가 순식간에 만들어졌다.
벡스는 데미안을 보았다.
“막내는 진형 가운데 서고,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뒤로 빠져라.”
“알겠습니다.”
이윽고 벡스를 중심으로 정찰대가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이제.’
데미안의 눈빛이 번뜩였다.
어찌 본다면 이번 토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
바로 마기가 깃든 흉물을 찾아내는 것이다.
‘위험 요소가 있긴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토벌대 전체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
그것만 찾아낸다면 토벌의 절반은 해냈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데미안은 마력을 끌어올리며 주변의 상황에 더욱 집중했다.
잠시 후.
“……?”
순간 데미안이 멈칫하며 어디론가 시선을 돌렸다.
뒤에 있던 선임이 데미안에게 물었다.
“뭐야? 왜 멈춰?”
“저쪽에서 무슨 기척이 느껴집니다.”
“기척?”
순간 벡스가 고개를 돌아보며 데미안을 보았다.
막내 녀석.
“뭐야?”
“이 녀석이 저쪽에서 기척이 느껴진다고 합니다.”
후임 부대원의 말에 벡스가 미간을 찌푸렸다.
갑자기 무슨 소리란 말인가.
벡스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저쪽으로 이동해 보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벡스는 데미안이 가리킨 방향 쪽으로 이동했다.
아무것도 없으면 아주 혼쭐을 내 줄 생각으로 말이다.
방향을 바꿔 이동하던 정찰대는 시야를 가리고 있는 수풀을 지났다. 그리고.
“……!”
“흐, 흡!”
벡스가 본능적으로 주먹을 들었다.
동시에 부대원들이 자리에 멈추며 호흡마저 작게 들이켰다.
앞쪽에서 보이기 시작하는 몬스터.
모두 붉은 안광을 번뜩이며 몸에 검은 반점을 지닌 녀석들이다.
“……마기에 중독된 몬스터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
뭉쳐 돌아다니는 녀석들이 한 종류의 몬스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베, 벡스 님. 저런 게 가능합니까?”
한 부대원이 조심스레 물었다.
벡스가 고개를 저었다.
“나도 이런 건 처음 본다.”
고블린과 오르크 그리고 강철울프가 함께 무리를 지어 다니는 모습.
그리고 공통점은 녀석들이 어느 한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토벌대가 있는 곳이었다.
“……미친.”
벡스는 자신도 모르게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본대가 있는 곳에서 십 분도 안 되는 거리다.
그런데 벌써 몬스터들이 이렇게 왔다는 말인가?
꿀꺽.
순간 벡스는 생각했다.
만약 이쪽을 보지 않았더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라고 말이다.
오싹.
온몸의 털이 쭈뼛 서는 느낌이었다.
벡스가 놀란 눈으로 데미안을 보았다.
하지만 이내.
“젠장…… 일단 너희 셋은 서둘러 본대로 돌아가서 이 사실을 알려라.”
“알겠습니다.”
벡스는 가장 날쌘 부대원 셋을 돌려보냈다. 그리고 남은 부대원들을 보며 말했다.
“우린 뒤쪽으로 조금 더 진입한다. 녀석들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해야 해.”
눈으로 보이는 것만 대략 백여 마리가 넘는다.
처음 만났던 모르크와는 질적으로 다른 몬스터들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녀석들이 기습하기 전에 발견을 했다는 것이었다.
“……데미안.”
“예.”
어떻게 알았는지 이유는 중요치 않다.
지금 중요한 건.
“혹시라도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으면 곧장 얘기하도록.”
“옙!”
데미안의 대답에 벡스가 정면을 바라보았다.
저 앞쪽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지만…….
“진입한다.”
가 보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