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36)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37화(37/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37)
간부들의 시선이 데미안에게 집중되었다.
특히 윌키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헛소리를 했다간 이 자리에서 목을 날려 버리겠다는 듯한 눈빛.
데미안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는.
‘익숙하다.’
예전에도 그랬다.
고작해야 징벌 부대의 지휘관 따위가 어딜 자신들과 동등한 위치에 서려고 하느냐.
항상 내려다보며 잡아먹으려고 작정한 놈들이 주변에 그득그득하지 않았던가.
데미안은 윌키스의 눈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말했다.
“냉정하게 현재 전력으로는 앞으로 벌어질 몬스터 웨이브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
“후퇴는 없다고 분명히…….”
“하지만 말입니다.”
데미안이 윌키스의 말을 잘랐다.
“두 번째 웨이브가 발생하기 전에 특공대를 꾸려 마기가 깃든 크리스털을 파괴한다면 어떻겠습니까?”
“크리스털을 파괴한다고?”
바셀이 두 눈을 부릅떴다.
그에 타르온이 굳은 표정으로 데미안을 보았다.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느냐?”
“예, 제 생각에는 충분히 해 볼 만한 선택지라 생각합니다.”
데미안의 대답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지금까지 다른 이들의 이야기만 듣고 있던 헤메른이 데미안을 보았다.
“마기가 깃든 크리스털 주변으로 다른 몬스터는 없었습니까?”
“물론 있었습니다.”
데미안은 크리스털 주변으로 호위를 서듯 자리하고 있던 몬스터들을 떠올렸다.
기존의 블랙베어는 소형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거대 몬스터 몇 마리.
그리고 주변으로 잔챙이처럼 보이는 몬스터들 십여 마리가 있었다.
“냉정하게 녀석들을 잡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특히…… 그 대형 몬스터는 오우거 이상의 힘을 지니고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런 대형 몬스터에 마기가 깃들었다면, 전투력은 측정 불가다.
데미안의 말에 윌키스가 인상을 더욱 찌푸렸다.
“하지만 녀석들을 잡는 것이 아니라, 시선을 끄는 사이 크리스털을 공격한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저의 판단입니다.”
“흐음…….”
“녀석들을 유인하고 그사이 크리스털을 깨자는 말인가.”
충분히 가능성 있는 얘기였다.
물론 위험도는 상당할 것이다.
그 거대 몬스터가 어느 정도의 전투력을 지니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으니까.
“후퇴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긴 합니다만…….”
후퇴를 했다가 나중에 더 많은 몬스터들이 마기에 중독된다면, 그때는 어지간한 병력으론 토벌을 시도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그야말로 군단 단위의 병력이 움직여야 할 터.
“……한 가지만 더 확인해 봐도 되겠습니까?”
“무엇을요?”
“데미안, 벡스를 불러와라.”
타르온은 데미안과 함께 정찰을 나갔던 벡스를 불렀다.
상당히 눈이 좋고 판단력이 뛰어난 벡스다. 함께 정찰을 갔으니 상황에 대한 판단을 듣고자 했다.
“벡스, 너는 어떻게 생각하지?”
타르온은 데미안이 얘기한 작전을 벡스에게 말해 주며 물었다.
그에 벡스는 고개를 돌려 데미안을 보았다.
녀석이 그런 작전을 생각했다고?
“…….”
이 녀석이 막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벡스는 자신이 본 상황과 데미안이 낸 작전을 생각하며 솔직하게 얘기했다.
“무모한 작전이라 생각합니다.”
“흐음.”
“……그런가.”
벡스의 말에 다른 간부들이 작게 탄식을 터트렸다.
뭔가 희망의 불씨가 꺼지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벡스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만약 이 토벌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데미안이 구상한 작전이 유일하다고 생각합니다.”
벡스가 단호하게 얘기했다.
그에 타르온이 입술을 꾹 다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타르온이 윌키스에게 말했다.
“네오칼리츠 부대는 특공대를 구성하는 것에 동의합니다.”
“에르칼 수비대도 동의합니다.”
타르온이 동조하자 바셀도 가세했다.
그에 헤메른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저희 쪽에서는 많은 인원을 뽑을 수 없습니다. 이곳에서도 저희의 힘이 필요할 테니까요. 하지만…….”
스윽.
헤메른이 앞으로 한 걸음 나오며 말했다.
“저와 클레어 사제가 함께하겠습니다. 클레어 사제는 일반 사제들과 달리 엄청난 신성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모두가 의견을 통일했다.
그에 윌키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특공대를 구성하도록 하지.”
윌키스가 말했다.
어차피 그에게는 선택지가 없었다.
게다가 듣고 보니 불가능할 것 같은 작전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각 부대에서 가장 뛰어난 인원 열 명을 선별하도록. 총 서른두 명으로 특공대를 구성한다.”
윌키스가 데미안에게 물었다.
“이 인원이면 가능하겠는가?”
“숫자는 충분하다 생각합니다.”
데미안이 대답했다.
거대 몬스터의 수는 셋.
나머지 십여 마리는 잔챙이다.
서른 명의 병사와 신관 두 명이라면…….
‘가능하다. 아니, 반드시 해내야 한다.’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토벌이 진행되긴 했지만.
‘토벌이 성공한다면, 그 공로의 상당 부분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게다가 이후 하멜 상단이 들어와서 자리를 잡는다면 마력을 증가시켜 주는 영약을 제조하는 것도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데미안이 앞으로 나갈 행보에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정이었다.
“지금 바로 준비한다. 서둘러라!”
윌키스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각 부대에서 인원을 차출하기 시작했다.
가장 위험한 임무를 띄고 있었기에 부대에서 가장 뛰어난 이들이 선별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데미안, 너도 함께 간다.”
“예!”
타르온의 말에 데미안이 창을 움켜쥐었다.
* * *
특공대는 빠르게 구성이 되었다.
각 부대에서 가장 뛰어난 열 명만을 모았는데.
“뭐야, 저 어린놈은?”
“……너무 앳된데? 아직 몸도 다 안 자란 애송이잖아?”
“크크큭, 저 부대는 어디야? 네오칼리츠? 거긴 저렇게 모을 사람이 없었나?”
특공대에 끼어 있는 데미안을 본 녀석들이 낄낄거리며 웃었다.
모두 수도에서 내려온 토벌대의 병사들이었다.
하지만 그때.
“저 애송이가 마기가 깃든 흉물을 찾아내고 이 작전을 생각했다고 하더군.”
“……예?”
“설마요.”
그들은 앞에 있는 남자를 보았다.
윌키스의 휘하 장수로써, 실질적인 토벌대의 대장이라 할 수 있는 베를토스였다.
그는 의아한 표정을 짓는 부하들을 보며 말했다.
“우린 지금 이곳에서 가장 위험한 임무를 위해 움직인다. 다들 시시덕거릴 여유가 있는 걸 보니 목숨이 두 개는 되는 모양이지?“
“아, 아닙니다!”
“죄, 죄송합니다. 저희가 실언을 했습니다.”
베를토스의 말에 그들이 다급히 말했다.
“위험한 임무라고 하는데…… 저런 어린 녀석이 끼어 있어서…… 죄송합니다.”
“저의 불찰입니다.”
“실력에 나이는 상관없다. 실력이 없다면 죽게 될 것이다.”
스윽.
베를토스의 시선이 부하들에게 향했다.
“너희들도 목숨 관리 잘하는 것이 좋을 거다. 어쩌면…… 살아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그만큼 위험한 작전임을 사전에 들었다.
어쩌면 이곳에 남아 있는 것이 더 나을 정도로 말이다.
가라앉은 분위기에 토벌대 병사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그에 베를토스가 데미안에게 시선을 돌렸다.
“…….”
데미안 작은 소란에 그들 쪽을 바라보다가, 베를토스와 시선이 마주쳤다.
‘……제법 쓸 만한 녀석이 있네.’
데미안이 베를토스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저런 눈빛은 오랜만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평화의 시대에도 저런 눈을 가진 녀석이 있었던가?
‘어디서 본 적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데미안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억을 더듬었지만.
‘모르겠네.’
어쩌면 과거의 삶, 어느 전장에서 한 번쯤 마주쳤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워낙 이곳저곳 떠돌아다니며 싸웠으니까 말이다.
“준비가 끝났으면 곧장 출발하도록 하지.”
베를토스가 모인 특공대원들을 보며 말했다. 그에 타르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데미안.”
“예,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선두는 데미안의 몫이었다.
특공대원들 중 길을 아는 것은 데미안밖에 없었으니까.
데미안이 뒤를 슬쩍 바라보며 말했다.
“최대한 몬스터가 없는 곳으로 가되, 빠른 길로 이동하겠습니다. 길이 험할 수 있으니 잘 따라오십시오.”
“픕!”
“길이 험할 수 있다니, 크크큭.”
“저 애송이가 안내하는 길을 우리가 못 갈 리가 있나.”
그 말에 몇몇 놈들이 코웃음을 쳤다.
데미안은 신경도 쓰지 않고 달리기 시작했다.
타닥!
‘이제부턴…….’
시간 싸움이다.
본대가 무너지기 전에 크리스털을 깨야 하니까 말이다.
파밧!
마음이 급해지면서 데미안의 속도가 점차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데미안의 뒤를 따르던 특공대원들의 표정이 굳기 시작했다.
“……어?”
“뭐야, 저 새끼.”
특히 아까 낄낄거리며 웃었던 토벌대원 몇 명은 벌써부터 숨소리가 거칠어지며 거리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 모습에 베를토스가 말했다.
“뭐 하고 있나, 네놈들이 말하는 애송이보다 뒤처질 생각인가?”
“아, 아닙니다!”
“크흑……!”
녀석들이 이를 악물고 데미안을 쫓기 시작했다.
“헉…… 헉…… 헉…….”
그리고 유일하게 클레어만은 벌써부터 완전히 처져 버렸다.
엄청난 스피드로 숲길을 달리는 그들의 움직임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다.
하지만 그때.
“잠시 실례해도 되겠습니까?”
타르온이 클레어에게 다가가 조심스레 물었다.
클레어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타르온의 의도를 알기에 클레어는 곧장 승낙했다.
그리고.
“꺅!”
타르온이 클레어를 한쪽 어깨에 둘러멨다.
그냥 안을 거라고 생각했던 클레어가 당황한 듯 짧게 비명을 질렀다.
타르온이 말했다.
“이렇게 달려야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잠시만 버텨 주십시오.”
“네, 넵! 저는 큭! 신경 쓰지 마시…… 큭!”
들썩일 때마다 복부가 어깨에 눌려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클레어는 입을 꾹 다문 채 버텨 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꽤나 안쪽까지 들어왔다고 생각했을 무렵.
슥!
달리던 데미안이 주먹을 쥐며 자세를 낮췄다.
뒤따라오던 녀석들이 애써 숨을 고르며 몸을 낮췄다.
그에 데미안이 천천히 수풀을 걷어 내며 우거진 나무 너머로 있는 공터 쪽을 가리켰다.
“저기입니다.”
데미안이 말한 널찍한 공터.
숲 중앙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도 특이했지만, 그것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거대한 크리스털이었다.
“허, 헉!”
“뭐야? 저 말도 안 되는 크리스털은.”
“……시발, 너무 큰데?”
크리스털의 크기가 거의 사람만 했다.
영롱한 보랏빛과 검은빛 그 어딘가.
보는 것으로 사람을 홀릴 것 같은 크리스털에 헤메른과 클레어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엄청……나군요.”
“말도 안 되는 힘입니다.”
마기의 힘이 생각 이상으로 강했기 때문이다.
“저건 함부로 깼다간 후폭풍을 감당하기도 힘들겠는데…….”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고민할 여유 따윈 없었다.
데미안은 빠르게 크리스털 주변에 있는 몬스터들을 확인했다.
대형 몬스터 세 마리.
그리고 그 외에 몬스터들은…….
‘스무 마리가 안 되네.’
바뀐 건 없다.
그렇다면.
“다들 모여 주십시오.”
베를토스가 특공대원들을 모았다.
윌키스가 없는 지금, 그가 지휘관이었기 때문이다.
베를토스는 앞에 보이는 크리스털을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상세 작전을 설명하겠습니다.”
이곳에서 어떻게 움직이냐에 따라 작전의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
이어지는 베를토스의 말에.
“알겠습니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