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39)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40화(40/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40)
에르칼로 돌아온 토벌대.
토벌의 기쁨을 느끼기보다, 죽은 이들과 부상자들을 치료하며 분주하게 움직여야만 했다.
죽은 동료들을 위한 위로.
넋을 기리며 그들이 편안한 곳으로 갈 수 있는 기도를 했다.
거창하진 않았지만, 함께 싸운 전우들을 기리며 슬픔을 나누었다.
그리고…….
“으하하하하하하! 건배애애!”
토벌의 성공을 위한 파티가 벌어졌다.
파티라고 해 봐야 고기를 구운 음식과 독한 술이 전부였지만, 그것만으로도 병사들은 충분했다.
간부들은 따로 자리가 마련되어 모였다.
“다들 고생했다.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이렇게 잘해 주어 고맙다.”
윌키스는 술을 채운 잔을 들며 간부들에게 말했다.
이번 토벌로 인해 죽은 이들이 상당히 많았지만.
“전사자들은 그 가족들에게 보상금이 지급될 것이다. 각 부대의 간부들은 빠짐없이 조사하여 죽은 부대원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예!”
토벌이 끝난 이후 윌키스는 미묘하게 바뀌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특공대가 구성되는 그때부터 말이다.
그 역시 이번 토벌에 어떤 사연을 가지고 온 것 같았다.
윌키스가 자리에 있던 헤메른을 보았다.
“몸은 좀 괜찮소?”
마기에 침식당하긴 했지만, 클레어의 정화로 지금은 다소 안색이 좋아진 상황이었다.
헤메른이 고개를 끄덕였다.
“신의 힘으로 이겨 낼 수 있었습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대가 아니었다면 결코 이 토벌은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오.”
윌키스가 타르온과 바셀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대들을 무시했던 것을 용서해라. 그대들이 있었기에 이 토벌을 성공할 수 있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타르온과 바셀의 대답에 윌키스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두 부대에는 따로 포상이 내려질 것이니 기다리고 있도록. 그리고…….”
윌키스가 타르온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크리스털이라고 했던가? 마기를 품었던 원흉 말이네.”
“예, 맞습니다.”
“그것을 깨트린 자가 누구라고?”
윌키스의 물음에 타르온이 헤메른을 바라보았다.
헤메른은 타르온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다는 뜻이었다.
그에 타르온이 윌키스에게 말했다.
“네오칼리츠 부대의 데미안입니다.”
* * *
“…….”
데미안은 지금 자신의 몸에서 일어난 현상에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의 데미안은 처음 토벌을 떠나기 전과 너무나도 달라져 있었기 때문이다.
달라진 육체.
예전과 비슷했지만, 몸이 한결 가벼웠고 근력이 훨씬 강해졌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변화는.
“……4성이라니.”
2성에서 머물러 있던 델프트 마력 연공법이 4성까지 올라간 것이었다.
게다가 고작 호두 정도 크기였던 마력홀은 주먹만 한 크기로 커졌다.
데미안의 몸 안으로 침식했던 마기가 정화되면서 마력이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후우.”
마력홀을 채운 마력은 충만하다 못해 넘쳐흐르고 있었다.
‘이런 느낌이었나?’
2성과 4성의 차이는 어마어마한 수준이었다. 단순히 두 배의 차이라 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굳이 비교를 한다면 다섯 배? 아니, 그 이상.
게다가 마력홀을 가득 채우고도 몸 안에서 배회하는 마력이 있을 정도였다.
지금 당장은 이 마력들까지 모두 사용할 수 없겠지만.
‘나중에 마력홀이 커지게 되면 그때…… 전부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크리스털이 가지고 있던 방대한 마기의 일부이긴 했지만, 이것만으로도 족히 몇 년의 시간을 앞당겼다 할 수 있었다.
데미안은 창을 잡은 채 마력을 끌어올렸다.
우우우우웅!
이전과는 달리 더욱 선명하게 푸른빛으로 감도는 기운.
그에 데미안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단순히 양만 많아진 게 아니야.’
무슨 일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몸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마력의 움직임이 예전보다 훨씬 자유롭고 수월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마력이 움직이는 통로가 넓어진 것처럼 말이다.
‘지금이라면…….’
데미안이 짧게 숨을 토하며 손에 쥐고 있던 창으로 마력을 밀어 넣었다.
데미안의 손을 타고 흘러 들어간 마력이 창을 감싸자.
수아아악.
창 주변으로도 푸른빛이 은은하게 감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후아!”
창으로 마력을 밀어 넣은 채 유지하던 데미안이 크게 숨을 토했다.
어느덧 그의 이마에선 땀방울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상당히 피로한 일이구나.”
몸 밖으로 마력을 배출하여 사물을 강화하는 것은 아무래도 훈련이 필요할 것 같았다.
크리스털을 깰 때 성공하긴 했지만.
‘그야말로 잠깐일 뿐이었지.’
중요한 것은 앞으로 이것을 유지할 수 있도록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력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강한 무기가 될 수도, 단단한 갑옷이 될 수도 있었으니까.
지금 데미안이 운용하고 있는 마력의 움직임은 그야말로 기본 중에 기본일 뿐이었다.
“설마…… 이렇게 빨리 될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는데.”
3성이 넘어간 이후에는 마력 컨트롤의 훈련이 상당히 중요해진다.
전투 도중 필요한 부분을 마력으로 강화하여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것은 ‘필수’이니까 말이다.
‘예전에 싸웠던 기사들만 봐도…… 완전히 다른 수준이었지.’
그들은 뛰어난 마력 컨트롤로 본인이 낼 수 있는 수준보다 몇 배나 뛰어난 전투를 보여 주었다.
데미안이 주먹을 꾹 쥐었다.
무언가, 갑자기 바뀐 상황에 조급함이 살짝 들었지만.
‘일단 해야 할 일부터 하나씩 한다.’
애써 마음을 가다듬으며 앞으로의 계획을 생각했다. 그리고 그때.
“여기서 뭐 해?”
“왜?”
카일이 다가오자 데미안이 물었다.
카일이 말했다.
“토벌대 사령관이 널 보자고 하는데?”
“……윌키스 남작이?”
“그놈 이름이 윌키스였나? 몰라, 어쨌든 널 불러오라고 하네.”
카일의 말에 데미안이 고개를 갸웃했지만.
“가자.”
이내 간부들이 모인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 * *
파티는 한창 분위기가 오르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브론세리안 숲의 토벌은 보고된 그 이상으로 엄청난 난도를 가지고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토벌대 사령관을 맡은 윌키스 남작은 이번 일로 엄청나게 위상이 올라갈 것이다.
“왕국의 영광을!”
간부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한 데미안은 윌키스를 보며 경례했다.
그에 윌키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데미안을 보았다.
“어서 오게, 그대 이름이 데미안이었던가?”
“예, 그렇습니다.”
“가까이 오게.”
입구에 있던 데미안은 디귿자로 배치되어 있던 테이블의 중간으로 걸어갔다.
윌키스가 데미안을 보며 물었다.
“그대가 마기를 지니고 있던 흉물을 파괴했다고 들었다. 그것이 사실인가?”
“헤메른 님께서 먼저 일격을 가한 것을 제가 마지막에 날름한 것일 뿐입니다. 결코 저만의 공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크크크크큭! 재미있는 표현이로군.”
“후후, 그렇군요.”
술이 살짝 들어갔는지 윌키스의 얼굴은 붉었다.
그는 옆에 있던 새 잔에 술을 따르며 데미안에게 건넸다.
“술을 할 줄 아나?”
“물론입니다.”
데미안은 윌키스가 건넨 잔을 받았다.
살짝 붉은빛을 띠고 있는 술.
과일 향이 뒤섞인 냄새가 훅하고 올라온다.
‘……좋은 술이네.’
얼마 만에 마시는 술인지.
하물며 이런 고급술은 이전의 삶에서도 거의 마셔 보지 못한 것들이다.
꿀꺽꿀꺽.
데미안은 순식간에 잔을 비웠다.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스트레이트로 비워 버리는 데미안의 모습에 윌키스가 웃음을 터트렸다.
“으하하하하하! 이 병사, 술도 굉장히 잘하지 않나!”
그는 많이 기쁜지 끅끅거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이내.
“네 말처럼 모두의 공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누가 뭐라고 해도 이번 토벌에서 가장 큰 공을 세운 것은 너다.”
이미 헤메른에게 모든 얘기를 들었다.
크리스털이 품고 있는 마기의 힘이 너무 강해 가까이 가는 것조차 힘들다고 했다.
하물며 그것을 깨트리는 일.
그건 그야말로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라고 말이다.
“공에는 나이 따위가 필요 없다. 네가 이룬 업적에 대해 자랑스러워해도 된다.”
“……감사합니다.”
데미안의 말에 윌키스가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말했다.
“널 이곳에 부른 것은 할 말이 있기 때문이다. 공식적인 포상이야 나중에 내려오겠지만, 따로 원하는 것이 있다면 얘기해라. 내가 해 줄 수 있는 선에선 무엇이든 들어줄 테니.”
“…….”
윌키스의 말에 데미안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확실히 이렇게까지 하는 것을 보니.
‘이번 토벌로 인해 난처했던 입장이 해소된 것 같네.’
윌키스에게 있어 브론세리안 숲의 토벌은 상당히 중요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에 데미안이 주저 없이 얘기했다.
“윌키스 님의 업적으로 인하여 앞으로 브론세리안 숲은 달라질 것입니다.”
우선 녀석을 띄워 준다.
데미안의 말에 윌키스의 입꼬리가 씰룩였다.
다른 이들은 그저 침묵한 채 지켜만 보았다.
“브론세리온 숲은 엄청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숲입니다. 이곳에서 나는 약초는 물론 여러 특산물은 왕국에 없어서는 안 될 것들이지요.”
데미안은 브론세리안 숲에 대한 얘기를 이어 갔다.
그에 윌키스를 비롯한 다른 간부들은 놀란 표정으로 데미안을 보았다.
부대의 막내라 들었는데, 제법 브론세리안 숲에 대한 배경지식이 풍부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품목들을 원활하게 왕국 전역으로 보내기 위해선 그것을 운영할 상단이 필요합니다.”
“맞는 말이다.”
윌키스가 데미안의 말에 동의했다.
그저 단순히 약초를, 특산물을 많이 캔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그것을 좋은 품질인 채 다른 곳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
“그래서 네가 원하는 것이 뭐지?”
데미안의 말이 길어지자 윌키스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에 데미안이 말했다.
“브론세리안 숲에서 나오는 물품들에 대한 운영 독점권을 주십시오.”
“……운영 독점권?”
윌키스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기껏해야 돈이나 집, 아니면 아티팩트 같은 것을 얘기할 줄 알았다.
그런데 브론세리안 숲에서 나오는 물품들에 대한 운영 독점권을 달라니.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윌키스는 참을 수 없다는 듯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타르온을 보며 물었다.
“크하하, 이 녀석 나이가 몇이라 했지?”
“……열세 살입니다.”
“열세 살? 크크크크큭. 이게 열세 살이 할 수 있는 말인가?”
윌키스가 데미안에게 다시 시선을 돌렸다.
“말도 안 되게 비범한 병사로군. 운영 독점권을 달라니.”
말을 흐리던 윌키스가 웃음을 멈췄다.
이내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운영 독점권이라는 것은 함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위해선 상당히 많은 힘과 노력이 필요하지.”
“…….”
역시 안 되는 건가?
억지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다만 그가 가진 직위와 상황을 생각해본다면 어느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을 뿐.
데미안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하지만.”
“……?”
윌키스의 말에 데미안이 다시 그를 보았다.
윌키스가 말했다.
“앞으로 브론세리안 숲을 정리하고 활성화시키기엔 다소 시간이 필요할 터. 그런 어수선한 분위기라면…….”
윌키스가 고민하더니, 검지를 펼쳤다.
“지금부터 1년. 1년 동안 브론세리안 숲에서 나오는 물품의 운영권을 보장해 주도록 하지. 그동안은 다른 상단이 에르칼로 오지 못하도록 해 주겠다.”
윌키스가 입꼬리를 올렸다.
“어떠냐, 이 정도면 되겠느냐?”
그 말에 데미안이 두 눈을 반짝였다.
“감사합니다!”
데미안은 오른 주먹을 왼쪽 가슴에 올려 경례하며 소리쳤다.
그에 윌키스가 낄낄거리며 웃더니.
“그리고 말이야. 데미안이라고 했던가?”
“예, 그렇습니다.”
“기사단에 들어오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