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4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41화(41/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41)
“죄송합니다.”
데미안은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저는 이곳이 좋습니다.”
“이곳이 좋다고?”
윌키스가 의아한 눈빛으로 데미안을 보았다.
“에르칼은 분명…….”
윌키스가 멈칫하며 타르온과 바셀을 쳐다보았다.
뒤이어 하려는 말은 에르칼에서 복무하고 있는 그들에게 상당히 실례가 되는 말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정말 생각이 없나? 기사가 된다는 것은 준귀족으로 신분이 오른다는 뜻이다. 평민이 아니라는 것이지.”
윌키스가 다시 권했다.
이곳에 두기엔 확실히 아까운 재능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남작님의 은혜만은 깊이 생각하겠습니다. 권유는 감사합니다만, 저는 이곳에 남겠습니다.”
정중하면서도 확실한 거절.
데미안의 말에 윌키스가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윌키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내 술이나 한 잔 더 받게나.”
“영광으로 받들겠습니다.”
이미 과거의 삶에서 귀족들은 물론 왕족까지도 만나 보았던 데미안이다.
혀끝에 칼날이 달린 것처럼 신랄할 때도 있지만, 이렇게 그들의 비위를 맞추는 것도 거뜬했다.
데미안이 잔을 내밀자 윌키스가 씨익 웃으며 술을 따랐다.
“왕국을 위하여!”
“왕국을 위하여!”
윌키스의 선창에 다른 이들이 후창하며 술을 들이켰다.
꿀꺽꿀꺽.
순식간에 잔을 비운 데미안은 조심스레 잔을 내려놓고 윌키스에게 경례했다.
“왕국에 영광을!”
오른 주먹을 왼쪽 가슴에 대고 경계한 데미안은 이내 막사를 빠져나왔다.
“후우.”
독한 술의 열기가 입안에서 쏟아진다.
마력을 운용하여 몸속에 있는 술기운을 날린 데미안은 에르칼의 입구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이제.’
브론세리안 숲의 마기가 정화되었다.
이것을 역사적으로 본다면 엄청나게 크나큰 일이라 할 수 있다.
‘과거의 삶에선 브론세리안 숲이 제국에 의해 토벌되지만…….’
지금은 우리 왕국의 손으로, 데미안의 손으로 직접 이루어 냈다.
이것이 앞으로 어떤 변화를 만들어 낼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앞으로 1년.’
1년 동안 브론세리안 숲에서 나오는 모든 것들을 독점 운영할 수 있는 권리를 얻어 냈다.
‘1년 동안 얻을 수 있는 건 전부 깡그리 긁어모아 주마.’
지금이 분기점이다.
앞으로 1년 동안 지금까지 이루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부를 축적할 수 있다.
생각을 정리한 데미안은 편지를 보내기 위해 인력소로 이동했다.
* * *
토벌이 지나고 며칠이 지났다.
브론세리안 숲의 토벌이 성공적으로 끝난 탓에 네오칼리츠 부대에도 의례적인 일이 있었다.
“설마, 일주일 동안 휴가를 줄 줄이야.”
“지금 다른 선임들은 난리 났어. 그동안 고생한 거 다 보상받겠다면서……”
“……주점에 사람이 터져 나가겠군요.”
보지 않아도 눈에 훤히 보였다.
일주일 동안 훈련이 없는 휴가가 이어졌으니, 얼마나 풀어질까.
하지만.
쒜엑! 부웅! 촤악!
디아날과 카일은 옆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데미안이 휘두르는 창에선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카일이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창에 무슨 짓을 한 거 같지 않습니까? 그렇지 않고서야 창을 휘두르는데 저런 소리가 날 리가…….”
“지난 토벌 이후 많이 변한 것 같다.”
디아날은 데미안을 보았다.
확실히 지난 토벌 이후 분위기 자체도 달라졌고, 무엇보다 창을 휘두르는 동작이 간결하면서도 강해졌다.
‘……얼마나 더 벌어진 걸까.’
이전에도 비등하게 싸우는 건 불가능했다.
하지만 토벌 이후 완전히 달라진 데미안과는 그 격차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후우…….”
한참 동안 창술을 훈련하던 데미안은 땀을 흠뻑 흘린 채 숨을 크게 내쉬었다.
“……음?”
이어서 데미안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카일을 보았다.
데미안이 카일에게 말했다.
“뭘 한가롭게 쳐다보고 있어?”
“뭐야?”
“그렇게 놀고 있을 거면 덤벼. 가볍게 대련이나 하게.”
데미안이 카일을 보며 손가락을 까닥였다. 그에 카일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오냐! 요즘 꽤 기고만장해진 것 같은데, 오늘 흠씬 두들겨 패 주마.”
“흐흐흐, 네가 두들겨 맞는 거 아니냐?”
옆에 있던 디아날이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에 카일이 거칠게 콧김을 내뱉었다.
“흥! 저 자식을 상대할 비장의 무기를 준비했으니 잘 보십쇼.”
카일이 손도끼와 방패를 들었다.
예전에 데미안이 조언을 해 준 이후, 계속해서 손도끼와 방패를 사용한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손도끼와 방패를 사용하니 훨씬 싸우기가 편했기 때문이다.
카일이 데미안을 향해 달려들었다.
“지금 지친 상태라고 나중에 핑계 대지 마라!”
“말도 안 되는 걱정은.”
데미안은 달려드는 카일을 보며 곧장 창을 내질렀다.
쭉 뻗은 창이 카일의 가슴을 노렸다.
휙!
카일은 가볍게 몸을 비틀어 창을 피한 채 곧바로 데미안을 향해 손도끼를 휘둘렀다.
우선은 녀석의 다리를 공략해 움직임부터 잡을 생각이었다.
부웅!
“……?!”
하지만 카일의 손도끼가 닿기도 전, 이미 데미안이 뒤로 다리를 빼며 창을 뻗었다.
쾅!
“큭……!”
움직임이 너무 컸나?
카일은 다시 신중하게 데미안을 향해 손도끼를 휘둘렀다.
큰 동작이 아닌 확실하게 녀석을 맞출 수 있는 공격을 선택한 것이다.
휙! 부웅! 훅!
하지만 카일의 공격은 전부 허공을 갈랐다.
그의 손도끼가 데미안의 몸에 닿기도 전에, 이미 방향을 예측했다는 듯 공격을 피해 낸 것이다.
“…….”
디아날은 그런 데미안의 움직임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보았다.
‘귀신같은 움직임이다.’
볼 때마다 신기한 데미안의 움직임이었다.
어떻게 실제 전투에서 저런 움직임을 보일 수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때.
“이 자식……!”
계속해서 빗나가는 공격에 카일이 이를 악물며 횡으로 손도끼를 휘둘렀다.
부웅!
이번에도 빗나간 그의 손도끼.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쒜에에엑!
손도끼를 휘두른 카일이 그대로 회전하더니, 뒤로 빼 두었던 방패를 데미안에게 휘두른 것이다.
“……!”
순간적으로 날아드는 카일의 방패에 데미안이 눈을 부릅뜨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핏!
카일의 방패가 데미안의 앞머리를 살짝 스쳤다.
하지만.
퍼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데미안이 창대로 카일의 옆구리를 강하게 후려쳤다.
“끄악!”
카일이 옆구리를 부여잡은 채 바닥으로 쓰러지자.
“어? 미, 미안하다!”
“끄으으으윽…….”
데미안이 바닥에 쓰러진 카일에게 다가갔다.
녀석은 맞은 곳을 부여잡으며 고통스러운 듯 인상을 구겼다.
“으윽…… 이 새끼. 너무 세게 친 거 아니냐?”
쓰러졌던 카일이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데미안에게 말했다.
그 모습에 데미안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무식하게 튼튼한 자식.’
보통 녀석들이었다면 방금 전 일격에 정신을 잃었을 것이다.
그런데 카일은 그저 손으로 몇 번 슥슥 문지르곤 일어난 것이다.
데미안이 카일에게 물었다.
“괜찮냐?”
“안 괜찮아. 부러진 건 아니겠지……?”
“그런데 방금 기술은 뭐야? 처음 보는 거였는데.”
손도끼를 휘두르며 회전하는 순간, 방패를 사각으로 움직였던 것 같았다.
그에 녀석의 움직임을 예측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카일의 전투 스타일과는 완전히 다른, 상당히 창의적이면서 똑똑한 공격이었다.
데미안의 물음에 카일이 웃음을 터트렸다.
“흐흐흐, 너한테 써먹으려고 꽤 오랫동안 연습한 필살기지. 그런데…… 젠장, 이렇게 허무하게 빗나갈 줄이야.”
카일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데미안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정말 좋은 공격이었다. 방패가 날아올지는 예상조차 못 했었거든.”
“……그래?”
데미안의 칭찬에 카일이 히죽 웃음을 지었다.
‘……단순한 녀석.’
그때 디아날이 다가오며 카일에게 말했다.
“상대하는 입장에선 공격이 보이지 않았을 것 같네. 카일이 덩치가 커서 회전하는 순간 방패가 완전히 가려졌거든.”
그와 동시에 제3자의 시각으로 말했다.
“방패로 공격할 때 밑에서 위로 올려치거나, 그대로 횡으로 공격을 하면서 패턴의 변화를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아. 아, 상대의 허벅지 쪽을 노려 움직임을 저지하는 것도 좋고.”
“좋은 의견이네요.”
데미안이 한마디 거들자.
“호오! 그거 좋겠군요!”
“제대로 연습만 한다면 너의 독자적인 기술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디아날이 카일을 격려했다.
카일이 낮게 웃음을 터트렸다.
“흐흐흐흐흐흐, 이로써 나의 천재성이 입증되는 건가. 그럼 저는 이 필살기부터 조금 더 연마해 보겠습니다.”
카일은 곧바로 목각 인형이 있는 훈련장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녀석 나름대로 뭔가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뜻이겠지.
카일이 떠나자 데미안이 디아날에게 물었다.
“검은 손에 잘 맞습니까?”
“여전히 몬스터들을 한 방에 날리진 못할 땐 조금 답답하긴 해.”
“흐흐, 그렇습니까?”
“하지만 요즘 상당히 편해지긴 했어.”
디아날은 양쪽 허리에 걸려 있는 검을 슬쩍 들며 말했다.
그에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슬슬 바꿔야 할 겁니다.”
“……뭘?”
“언제까지 몬스터와 싸울 수는 없으니까요.”
데미안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전란의 시대가 온다면 그때는 몬스터가 아닌 강한 ‘인간’들을 상대해야 하니까 말이다.
그 말에 디아날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무슨…….”
하지만 그 순간.
“데미안! 누가 찾아왔는데?”
“아, 목 빠지는 줄 알았네.”
찾아온 이가 누구인지 이미 아는 것처럼.
데미안은 곧바로 디아날에게 목례를 하고 부대의 입구 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혼자 남은 디아날은 데미안이 남긴 말을 곱씹었다.
“……계속해서 몬스터와 싸울 수 없다라.”
그 말이 무슨 의미일까.
나중에 데미안에게 물어봐야겠다 생각하며 디아날도 카일이 간 훈련장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오랜만입니다.”
부대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역시나 디엘이었다.
디엘이 데미안에게 말했다.
“편지를 받고 팀을 꾸려 에르칼로 왔습니다. 상인들까지 전부 오십 명 정도 규모입니다. 그런데…… 그 편지 내용은 정말입니까?”
“물론이죠. 상단주님께서도 함께 오셨습니까?”
데미안의 물음에 디엘이 고개를 저었다.
“아빠는 수도에 계십니다. 이곳은 제가 책임자로 왔습니다.”
“이곳에 지부를 설립할 거죠?”
“얘기부터 들어 보고요.”
그 말에 데미안이 씨익 웃었다.
“아마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이 많을 겁니다. 이번 브론세리안 숲을 토벌하면서 꽤 많은 변화가 생겼으니까요.”
편지로 자세한 내용을 모두 적기엔 무리가 있었다.
다만 앞서 보여 준 데미안의 신용이 제법 괜찮았던 탓인지, 편지 한 장에 디엘은 곧바로 상단팀을 꾸려 에르칼로 왔다.
서로 간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쉽게 할 수 없는 행동.
이것만으로도 디엘이 데미안을 상당히 신뢰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데미안이 조용한 곳으로 디엘을 안내했다.
“가시죠, 해야 할 말들이 많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아도 잔뜩 기대하고 왔습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크큭, 가시죠.”
그 말에 디엘은 고개를 끄덕이며 데미안의 뒤를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