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41)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42화(42/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42)
“……뭐라고?”
바로크 왕국의 북쪽 국경을 지키고 있던 수비대장은 부하의 보고에 미간을 찌푸렸다.
“제국 갑옷을 입거나 문양을 확인했나?”
“아닙니다. 다만 그들의 수색 방식이나 사용하는 도구가 제국의 병사들이 주로 사용하는 방식이기에 추측한 것일 뿐입니다.”
갑자기 국경 쪽에 나타난 의문의 무리.
바로크 왕국의 국경 수비대는 그 무리를 제국의 병사들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들이 왜 우리 국경 쪽을 얼씬거리고 있단 말인가.”
“그것까진…… 죄송합니다.”
수비대장의 짜증 섞인 목소리에 부하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그때.
“아마 이런 것이 아닐까요?”
“……자네는.”
“현재 제국은 스페니언 왕국과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들리는 소문으로는 그들이 스페니언 왕국 다음으로 우리 왕국 쪽으로도 뻗어 나올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하던데…….”
갑자기 나타난 남자의 말에 수비대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뭐라고? 그 미친놈들이 감히 어딜 넘본다는 말인가!”
아무리 제국이라 하더라도 모든 왕국을 적으로 돌려 싸울 수는 없다.
현재 스페니언 왕국과 제국은 국경 인근에 있는 중립 지역으로 인한 갈등으로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나름의 명분이 있는 전쟁.
때문에 주변에 있는 왕국들도 그들의 전쟁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었다.
따로 동맹 제의가 오지 않는 이상 자신들이 전쟁에 참여할 수 있는 명분은 없으니까.
“제국이 대륙을 상대로 선전 포고라도 하겠다는 말인가?”
“그건 알 수 없지요. 다만 스페니언 왕국 다음 그 주변에 있는 작은 왕국들이 모두 무너지고 그들의 손으로 들어간다면…….”
한순간에 제국의 규모는 커질 것이다.
게다가 그들을 모두 쓰러트린 힘과 자신감으로.
“우리에게 검을 겨눌 수도 있지 않나……라는 것이지요.”
“……상부에선 이미 알고 있나?”
“아직.”
남자가 고개를 저었다.
그에 수비대장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털썩 앉았다.
툭…… 툭…… 툭…….
뭔가 고민하는 듯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들기는 수비대장.
하지만 이내 그가 말했다.
“우선은 우리 선에서 확실하게 알아보도록 한다. 그들이 정말 제국의 병사들인지 아닌지부터.”
“알겠습니다.”
“현 시간부로 국경 주변의 경계를 더욱 강화하도록 한다. 의심스러운 자들이 있으면 강압적인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반드시 잡을 수 있도록!”
“예!”
달려가는 부하를 뒤로한 채 수비대장은 앞에서 묘한 미소를 짓고 있는 남자를 바라볼 뿐이었다.
* * *
데미안은 에르칼로 온 이후 있었던 일들을 디엘에게 말해 주었다.
현재의 네오칼리츠 부대의 상황, 그리고 브론세리안 숲에서 있었던 일들을 말이다.
“……엄청났군요.”
“좀 고생했습니다. 물론 그 덕분에 1년 동안 독점 운영권을 가질 수 있게 되었지만요.”
“하지만 브론세리안 숲은 아만초로 유명하지 않습니까. 이곳의 터줏대감들이 아만초의 유통은 꽉 쥐고 있을 텐데요?”
정확하게는 유통을 거치지 않고 각자 거래하고 있는 납품처가 있을 것이라는 뜻이었다.
데미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렇죠. 하지만 브론세리안 숲에서 아만초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지금까지 그들이 아만초만 캤던 것은 아만초와 에르칼이 가진 특성 때문이었다.
전투가 많은 에르칼이었기에 에르칼 수비대나 네오칼리츠 부대의 군인들은 아만초가 많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수요가 많은 아만초를 많이 캤고, 더불어 아만초는 숲의 초입 부분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안으로 조금만 진입을 한다면 다른 약초를 비롯해서 영약의 재료가 되는 것들까지 있습니다. 우린 그것들을 메인으로 공략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이곳 약초꾼들도 이제는 1년 동안은 제 허가 없이 브론세리안 숲으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토벌대의 대장이었던 윌키스 남작이 엄포를 하고 떠났다.
약초꾼들이 미치지 않고서야 그 말을 무시할 수 있을 리 없지 않은가.
게다가 에르칼 수비대에서도 데미안의 공적을 인정해 주었으니 더더욱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된 디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약초꾼들도 숲으로 들어갈 허가증이 필요하겠군요. 저희가 그들과 만나 따로 계약을 하겠습니다.”
“얘기가 빠르겠군요. 그리고…… 여기 적힌 이 품목은 가능한 소량만 풀면서 많이 저장을 해 주세요.”
“……이게 뭡니까?”
“나중에 우리의 무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니 유의하셔야 합니다.”
데미안의 말에 디엘은 종이에 적힌 약초를 보았다.
“알겠습니다.”
대답을 한 디엘이.
“그리고 알아 두시면 좋을 것 같은데, 현재 대륙의 정세가 조금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이상하다뇨?”
데미안의 표정이 굳어졌다.
디엘이 말을 이었다.
“현재 제국과 스페니언 왕국이 전쟁 중인 것은 알고 계시죠?”
“물론이죠.”
국경 인근의 중립 지역으로 인해 전쟁이 벌어졌는데, 곧 있으면 스페니언 왕국이 패배 선언을 하며 중립 지역을 내어 주게 된다.
‘그리고 비슷한 방식으로 주변의 소왕국에게 패배 선언을 받고…… 4년 후, 폭군 같은 모습을 보이게 되지.’
그것이 바로 전란의 시대의 시작이다.
제국이 압도적인 무력으로 대륙의 모든 왕국에게 선전 포고하며 정벌 전쟁을 시작하는 것이다.
디엘이 말을 계속했다.
“그런데 제국의 병력이 다른 왕국의 국경을 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아직 확실하진 않지만…… 굉장히 고급 정보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아는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그에 데미안이 물었다.
“그들이 다른 왕국을 상대로 전쟁을 벌인다는 것입니까?”
“지금 당장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지금부터 제국의 움직임을 알아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혹시나 전란의 시대가 당겨질까 걱정했는데.
‘후우, 아직 그건 아닌가.’
데미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디엘을 보았다.
역시 디엘을 찾은 것이 신의 한 수였다.
이 시기부터 대륙의 정세를 파악하고 있을 줄이야.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은 브론세리안 독점 운영권부터 얘기를 끝내지요. 앞으로 1년 동안 긁어모을 수 있을 만큼 최대한 긁어모아야 할 것입니다.”
“그건…… 걱정 마세요.”
디엘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에 데미안 역시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브론세리안 숲에서 나온 품목의 수익은 5:5로 하겠습니다. 사실상 독점 운영권을 따낸 것은 저니까 이 정도 비율은 정당하다 생각합니다.”
“으음…… 50%는 조금 많은 것 같습니다. 40%만 하시지요. 일은 저희가 다 하는 것이지 않습니까.”
디엘이 살짝 망설이며 말했다.
데미안은 고개를 저었다.
“내 허락이 없으면 그 50%도 못 가집니다. 다른 상단과 계약한다면 내가 못해도 60% 이상은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알겠습니다. 당할 수가 없군요.”
디엘이 순순히 포기했다.
칼자루를 온전히 데미안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5:5를 요구한 것은 데미안 쪽에서 하멜 상단을 상당히 배려해 준 것이다.
디엘 역시 그것을 알기에 두 번 말하지 않았다.
데미안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제게 돌아오는 수익의 절반은 또다시 재투자하겠습니다.”
“재투자요?”
“예, 그 돈으로 제국 곳곳에 사람을 심어 그들의 동향을 파악하는 데 쓰지요.”
“……뭔가 아시는 것 같은데…… 그 출처를 물어볼 수 있습니까?”
“안 됩니다.”
“제가 큰 실례를 한 것 같군요. 죄송합니다.”
디엘이 사과하자 데미안이 고개를 저었다.
말해 줄 수 없는 건.
‘출처가 없으니까.’
그래서 대답해 줄 수 없었을 뿐이다.
디엘이 데미안을 보며 말했다.
“그럼…… 앞으로 1년 동안 이곳에 있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잘 부탁드립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디엘의 말에 데미안이 입가에 작은 호선을 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에르칼에 하멜 상단의 지부가 세워졌다.
하멜 상단이 첫 지부라 할 수 있는 이곳.
매일같이 많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자, 갑시다! 오늘도 파이팅이요!”
“으쌰! 오늘도 한 번 열심히 해 보자고!”
“어이, 막내! 오늘 약초꾼님들 일하는 도중에 먹을 새참도 잘 챙겨서 와라!”
“걱정 붙들어 매세요!”
디엘은 에르칼에 있는 모든 약초꾼들과 계약을 맺었다.
브론세리안 숲으로 들어가기 위해선 데미안의 허가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을 대행하는 것이 하멜 상단이었기 때문이다.
“……호오, 엄청난데?”
데미안은 에르칼로 떠나는 약초꾼들과 상인들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고작 며칠 만에 이 정도로 자리를 잡을 줄이야.
“아, 데미안 님.”
“많이 바빠 보이시네요.”
“더 바빠져야죠. 시간이 1년밖에 없을 텐데요.”
“뭐, 1년 뒤에는 나눠 먹기가 되겠지만, 그래도 한 1년은 더 재미 볼 수 있을 거예요. 그 이후엔 적당히 빠져야겠지만.”
“우선 에르칼에 있는 약초꾼들과는 모두 계약을 맺은 상태입니다. 1년 계약을 맺었는데, 운영 독점권이 끝나기 전에 빠르게 갱신할 예정이에요. 그럼 뒤에 들어오는 상단들은 약초꾼들을 구하지 못해 시간을 허비할 겁니다.”
“……좋네요.”
벌써 거기까지 계획하고 있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데미안은 디엘에게 중요한 품목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디엘은 고개를 끄덕이며.
“지난번에 말씀하신 품목은 이미 최대한 저장해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찾은 품목인데…….”
디엘이 약초를 모아 둔 곳에서 작은 상자 하나를 가지고 왔다.
상자를 열자 불그스름한 색을 띤 약초 하나가 있었다.
“붉은 용아초라고 해서 잎사귀가 마치 용의 입처럼 생겼다는 약초입니다.”
“어? 그러네요. 브론세리안 숲에 붉은 용아초도 있었습니까?”
“예, 아십니까?”
“물론이죠.”
용아초는 크게 푸른색과 붉은색으로 나누어진다.
푸른색은 마력 증진 및 피부 탄력에 굉장히 좋은 효능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붉은색은 체력 증진 및 정력 증강으로 중년들에게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는 약초다.
브론세리안 숲에 붉은 용아초까지 있을 줄이야.
“이건 귀족들을 상대로 무조건 비싸게 팔아야 합니다. 특히 사교계에서 많이 활동하는 남자 귀족들을 비밀리에 고객 리스트로 만들어 보세요.”
“……이게 무슨 효능이 있습니까?”
“정력에 좋습니다.”
“아.”
짧은 탄성.
그 안에 디엘의 모든 생각이 담겨져 있었다.
디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대한 많이 확보하도록 하겠습니다.”
“힘내십시오. 아, 그리고…….”
데미안이 주변을 슬쩍 보더니 디엘에게 한 걸음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에르칼 수비대와 네오칼리츠 부대의 대장들을 따로 만나 보세요. 무슨 말인지 알죠?”
“그렇지 않아도 내일쯤 만나기로 약속을 잡아 둔 상태입니다.”
그녀의 말에 데미안이 엄지를 살짝 치켜들었다.
세상에 공짜란 없다.
이 정도의 이득을 취하고 있다면 조금은 내놓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
데미안의 말을 이해한 디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며칠 뒤.
“데미안, 대장님의 호출이다.”
예상대로 타르온의 호출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