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43)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44화(44/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44)
“흐음…… 이보게.”
“예.”
붉은 기가 살짝 맴도는 웨이브 진 머리카락.
깔끔한 콧수염에 제법 날렵한 턱선을 가진 중년의 남자는 앞에 있던 집사를 보았다.
최근 만난 귀족 부인들과의 좋은 만남으로 상당히 기분이 좋았기 때문이다.
바로 이 녀석을 먹은 이후였다.
“이 영약은 최근부터 들어온 것 같은데, 어디 좋은 거래처라도 생긴 것인가?”
“마음에 드십니까?”
“흐음, 아주 효과가 제대로 느껴지는군. 아직도 아랫도리가 불끈불끈하다네.”
남자의 말에 집사가 작게 미소를 지었다.
“최근 윌키스 디엘로 남작이 브론세리안 숲의 토벌을 성공리에 끝마치며 그곳에서 보다 질 좋은 약초와 영약의 재료가 나오고 있다고 하더군요.”
‘윌키스 디엘로? 그 망나니 같은 작자가 그런 일을 해냈다는 건가?“
지방이긴 하나 그곳에서도 세력 싸움에 밀려 외진 곳으로 갔다고 들었는데.
분명 그에게 주어진 토벌은 성공 확률이 굉장히 낮은 것이었을 터.
“나름의 전화위복했다는 말인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가 중앙으로 나올 가능성은 없다.
굳이 신경 써야 할 인물도 아니었지만.
“흐흐흐. 그래도 그 덕분에 이런 좋은 영약을 얻게 될 줄이야. 생각 이상으로 품질이 좋은 영약이로군.”
“붉은 용아초라는 약초가 핵심 재료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브론세리안 숲이라면 에르칼일텐데, 이것을 유통하는 곳이 있을 터.”
“알아볼까요?”
집사의 물음에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서둘러 알아보게, 곧 다른 녀석들도 눈독을 들일 수 있으니.”
사교계에선 자고로 빵빵한 체력만이 많은 아녀자들을 품을 수 있는 유일한 무기였다.
최근 나이가 40이 넘어가면서 예전만 못해 이런저런 영약을 먹어보았다.
하나 먹을 때만 반짝일 뿐, 뭔가 만족스러움을 얻지 못했는데…….
‘이런 좋은 녀석이 있나.’
남자는 붉은빛이 도는 환을 들어 올리며 입꼬리를 올렸다.
“구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많이 구하도록 하라.”
“예, 카멜론 백작님.”
그와 함께 집사가 물러났다. 그에 카멜론 백작은 그것이 담긴 상자를 조심스럽게 닫으며 웃음을 터트렸다.
* * *
퍽! 촤악!
몬스터들의 비명과 함께 피가 주변으로 난무했다.
그 중심에서 창을 들고 싸우고 있는 한 소년.
데미안이었다.
“…….”
디엘은 데미안이 싸우는 모습을 물끄러미 보았다.
처음엔 몬스터가 나타났기에 숨기 바빴지만, 이제는 편하게 구경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도 생겼다.
“……신기하네.”
디엘이 중얼거렸다.
보면 볼수록 신기한 사람이지 않은가.
분명 함께 온 이들도 그리 나이가 많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지간한 용병들은 상대도 되지 않을 것 같아.’
상단을 운영하다 보면 당연히 위험한 일들이 비일비재한 편이었다.
때문에 디엘도 상당히 많은 용병들을 고용해 본 이력이 있다.
그랬기에 일반적인 용병들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데미안을 비롯한 디아날과 카일은 보통 실력이 아니었다.
감히 그들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이 세 사람에게 실례일 정도로 말이다.
“후우.”
몬스터 네 마리를 가뿐하게 해치운 데미안은 작게 숨을 토하며 디엘에게 다가왔다.
후끈한 열기와 함께 전투의 잔향이 느껴진다.
디엘이 데미안을 보자, 데미안이 말했다.
“이제 함께 오지 않으셔도 됩니다. 부대에서 물어보면 그냥 디엘 님이 시킨 일이 있어서 숲으로 들어왔다고 하면 되니까요.”
“그냥…… 제가 오고 싶어서 온 거예요. 어차피 상단에서 할 일도 별로 없고요.”
거짓말이다.
최근 주문이 엄청나게 늘어나면서 디엘이 해야 할 일이 상당히 많아졌다.
하지만 디엘은 주기적으로 데미안을 따라 숲 안으로 들어왔다.
단순히 데미안과 그 일행들이 싸우는 모습을 보고 싶다기보다는.
‘이들이 어디로 갈지…….’
이들의 행보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디엘이 데미안에게 물었다.
“데미안 님.”
“네?”
디엘의 부름에 데미안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
디엘이 물었다.
“원래 그렇게 강했어요?”
“……예?”
갑자기 뜬금없이.
하지만 디엘은 곧장 말을 이었다.
“아니, 그냥 뭐랄까…… 세 분 모두, 나이에 비해 너무 강한 것 같아서요.”
디엘이 쑥스럽다는 듯 볼을 긁적였다.
그녀의 말에 데미안이 픽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강함과 나이는 비례 관계가 아니에요.”
“하지만 아직까지 몸도 다 자라지 않은 상태보단 완전히 자란 것이 유리하지 않을까요?”
아이와 어른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다.
확실히 몸이 다 자라서 큰 상태라면 더 강해지겠지.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맞는 말도 아닙니다.”
데미안이 고개를 저었다.
“중요한 건 어떻게 그 몸을 완성시키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이거든요.”
빈둥거리며 시간만 채워 성장한 몸 따윈 의미가 없었다.
물론 지금처럼 평화의 시대엔 이러나저러나 큰 의미는 없겠지만.
하나.
“사람 몸이란 것이 강철과도 같아서 두드릴수록 강해지거든요. 그게 제가 이곳에 온 이유이기도 하고요.”
마기를 완전히 걷어 냈음에도 불구하고, 브론세리안 숲은 다시 몬스터들로 채워지고 있었다.
물론 이전에 비해선 난도가 훅 떨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목숨을 건 실전을 할 수 있는 장소라는 것이다.
“이곳은 제게 있어 마르지 않는 훈련소와도 같습니다.”
나를 더욱더 단단하게 만들어 줄 훈련소.
“…….”
데미안의 말에 디엘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어려운 표정을 지었다.
그에 데미안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그냥 힘든 걸 즐기는 변태라고 생각하면 편할 거예요.”
“아?”
“아는 무슨. 그렇다고 변태라고 생각하진 말고요.”
데미안의 말에 디엘이 혀를 쏙 내밀며 헤헤하고 웃었다.
속마음을 간파당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알겠어요.”
디엘이 웃으며 대답했다.
알수록 특이하고 재미있는 사람이다.
“후우, 그럼…….”
데미안은 디엘을 뒤로한 채 다시 일행들에게로 가 바닥에 쓰러진 몬스터들을 보았다.
십여 마리의 몬스터에.
“이게 전부인 것 같지?”
“그런 것 같아. 사실 이 근처는 우리가 거의 씨를 말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흐흐흐, 선임들은 알까나 몰라. 우리 덕분에 편하게 호위 임무를 하고 있다는 걸 말이야.”
카일이 낮게 웃음을 터트렸다.
녀석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실제로 다른 선임들이 호위하고 있는 약초꾼들보다 훨씬 안쪽으로 들어가 몬스터들을 처리하고 있었으니까.
데미안은 창날에 묻은 피를 가볍게 닦으며 주변을 보았다.
‘조금 더…… 안쪽으로 가 봐야 하나?’
델프트 마력 연공법이 4성에 오르면서 이제 어지간한 몬스터들은 데미안에게 상대가 되지 않았다.
오르크 한 무리가 덤벼도 데미안을 이길 수 없는 수준이었으니까 말이다.
데미안이 가진 엄청난 동체 시력.
그리고 수많은 전장에서 겪은 전투 경험.
거기에 마력까지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니, 이곳에선 상대할 이가 거의 없었다.
‘머지않아 이곳을 떠나야 할 수도 있겠구나.’
1년 이상은 머무를 거라 생각을 했었는데…… 생각보다 계획이 앞당겨지고 있는 것 같았다.
데미안이 숲 안쪽을 바라보았다.
그때.
“무슨 생각하냐?”
“아무것도요.”
데미안이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 순간.
“……?”
데미안이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느덧 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그에 디아날과 카일이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래?”
“그…….”
무언가 말을 하려는 데미안.
하지만 이내 그가 소리쳤다.
“모두 고개 숙여!”
데미안이 크게 소리를 치는 바로 그 순간.
쑤아아아악!
수풀 너머에서 무언가 일행들을 향해 빠르게 날아왔다.
디아날과 카일은 급히 몸을 숙이며 그것을 피했지만.
‘젠장!’
파밧!
데미안은 혼자 떨어진 디엘을 향해 곧바로 몸을 날렸다.
“꺅!”
데미안이 디엘을 안고 바닥을 굴렀다.
파파팟! 푸욱!
“큭!”
순간 데미안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에 디엘이 물었다.
“괘, 괜찮아요?”
“예.”
데미안이 짧게 대답했다.
상처보다도.
“……젠장, 어떤 새끼야?”
데미안은 오른쪽 어깨에 박힌 무언가를 손으로 뽑았다.
“……나뭇가지?”
가시처럼 생겼지만 나뭇가지였다.
대체 어떤 새끼가 이런 걸 쏘았단 말인가.
“크으으으으으…….”
그때, 낮은 울음을 터트리며 무언가 일행들을 향해 다가왔다.
디아날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저건 뭐야?”
난생처음 보는 생명체에 디아날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몬스터들 중에서도 저런 것이 있다는 얘기는 들어 본 적 없다.
데미안이 녀석을 보았다.
마치 나무를 사람처럼 만든다면 저런 모습일까?
게다가 나뭇가지처럼 생긴 팔과 손은 제법 그럴싸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초점을 잃은 듯한 눈동자와 검은 눈빛.
“……마기?”
분명 마기에 중독된 증상이다.
그런데 마기에 중독된 녀석들은 크리스털이 깨지면서 모두 죽은 것이 아니던가?
“……설마.”
그 죽음마저 버틸 정도로 차원이 다른 녀석이란 말인가?
초대형 몬스터들조차 모두 버티지 못한 채 죽어 쓰러진 상황이다.
그런데 이렇게 작은 녀석이 그걸 버텨 냈다고?
“크어어어어어어!”
하지만 오래 생각할 시간 따윈 주어지지 않았다.
녀석이 다시 손을 앞을 뻗자.
파바바바밧!
아까 쏘아진 가시가 다시 한 번 일행들을 덮쳤다.
데미안이 곧바로 창을 휘두르며 가시를 모조리 튕겨 냈다.
“디엘 님을 지켜! 녀석은 내가 상대한다!”
단 한 번의 합으로 알 수 있다.
두 사람은 녀석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디아날과 카일 역시 그것을 인지했는지, 곧바로 디엘을 데리고 멀찍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타닥!
데미안이 빠르게 나무 괴물을 향해 달려들었다.
녀석은 달려드는 데미안을 보며 또다시 손을 뻗었다.
파바바밧!
“이제 안 통한다, 이 새끼야.”
가볍게 몸을 앞으로 숙이면서 공격을 피해 낸 데미안이 빠르게 녀석에게 접근했다.
이 녀석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죽여 놓고 생각해 볼게.”
그러니.
“순순히 죽어라!”
쒜에에에에에에엑!
데미안의 창이 아래에서 위로 빠르게 솟구쳐 올랐다.
그렇지만.
쩌엉!
“……?”
마치 보이지 않는 벽 같은 것에 창이 막히자 데미안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건 대체 무슨 능력이지?
하지만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쑤아아아아악!
녀석의 기다란 손톱이 갑자기 꽈배기처럼 하나로 뭉치더니 순식간에 기다란 창처럼 바뀌어 버렸다.
“크아아아아아아악!
녀석이 데미안을 향해 창을 뻗었다.
옆구리로 들어오는 공격에 데미안이 미간을 찌푸렸다.
녀석의 변칙적인 공격에 데미안은 뒤로 빠르게 몸을 뺐다.
공격 패턴을 파악할 수 없으니 우선 거리를 벌려 탐색부터 해야 할 것 같았다.
“후우…… 신체 변형도 가능하다는 거지?”
이 자식, 정체가 뭔지 점점 궁금해진다.
이런 녀석을 들어 본 적이 있었던가?
데미안이 창을 들며 자세를 낮췄다.
녀석이 빈틈을 보이면 곧바로 달려들어 목을 잘라 버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때.
―……죽여 ……줘.
“……?”
데미안이 흠칫 놀라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갑자기 머릿속으로 이상한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설마……?”
―죽여……다오.
앞에 있던 나무 괴물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