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48)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49화(49/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49)
타닥!
짧지만 빠르게 이어지는 발놀림.
제프는 순식간에 다가왔다가 멀어지기를 반복하는 데미안의 움직임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부웅!
‘젠장……!’
또다시 휘두른 검이 허공을 가르자 제프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좀처럼 녀석의 움직임을 따라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장 큰 문제는 다른 것이었다.
쩌정!
“큭!”
손목이 저릿해지는 공격.
막아 내긴 했지만.
‘바, 방금은…….’
정말 위험했다.
연달아 쇄도하는 공격을 놓칠 뻔하지 않았던가.
‘점점 몸이 따라가질 못하고 있다.’
피로가 쌓이는 건가?
제프는 고개를 저었다.
그것보다 녀석의 움직임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빠르고 날카로워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후우.”
데미안은 작게 숨을 토하며 앞에 있는 녀석을 보았다.
지금까지 ‘전력’으로 싸움을 한 것은 마기가 깃든 크리스털을 부술 때를 제외하곤 없었다.
즉, 제대로 된 상대와 합을 나누는 전투에선 전력으로 싸워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점점 마력의 활용이 편해지고 있어.’
게다가 이 감각.
기사와 합을 나누면 나눌수록 예전의 데미안으로 점점 돌아가고 있었다.
창을 움켜쥔 데미안이 제프를 보았다.
움찔!
데미안의 눈빛에 제프는 자신도 모르게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이제는 그저 자세를 취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압박이 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끝내겠습니다.”
“시발, 누구 마음대로!”
데미안의 말에 제프가 발끈하며 달려들었다.
이대로 공격을 막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무조건 선공.
그것만이 제프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흐아아아압!”
다시 펼쳐지는 왕국검술.
일차로 뻗어지는 찌르기가 데미안의 가슴을 노렸다.
쒜엑!
하지만 이번에도 허무하게 빗나가 버린 일격.
제프가 입술을 질끈 깨물며 곧바로 대각선으로 검을 휘둘렀다.
‘이것도 피한다면……!’
그다음은 변칙 공격으로 올려 베기가 아닌 녀석의 발목을 노린 하단 베기를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무언가 번쩍하는 순간.
쩌엉!
“……!”
제프는 빈손으로 하늘을 향해 만세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제프가 검을 내려 긋는 그 순간.
“……미친.”
데미안의 창이 아래에서 위로 솟구치며 제프의 검을 날려 버린 것이다.
검을 쥐었던 손바닥에서 찌릿한 통증이 느껴졌다.
안 봐도 훤하다.
손바닥이 찢어진 것이다.
대체 어떻게 이런 어린 녀석이…….
“괴물이네, 이 새끼.”
쑤아아아아아악!
이윽고 데미안의 창이 제프의 목을 향해 뻗어 왔다. 그리고.
우뚝!
그의 목 바로 앞에 멈추며 승부를 끝내 버렸다.
제프가 두 눈을 감았다.
“……졌다.”
하늘로 들어 올려진 팔이 천천히 아래로 떨어졌다.
이윽고 데미안이 창을 회수하며, 제프에게 고개를 숙였다.
“좋은 가르침, 감사합니다.”
“……나야말로.”
제프는 애써 분한 마음을 삼킨 채 데미안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그렇지만 패배는 패배.
이것을 받아들여야 앞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저벅저벅.
제프는 곧바로 몸을 돌려 막사 안쪽으로 들어갔다.
도저히 지원자들의 심사를 계속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데미안은 돌아서는 제프를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더 강해지겠네.’
기사들 중에 이런 녀석은 드물다.
일반 병졸에게 졌을 때 괜한 자존심을 부리는 녀석이 어디 한둘이었던가.
수긍하고 스스로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녀석은 크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데미안.”
“……?”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데미안이 고개를 돌렸다.
리온하르크였다.
“잠깐 보겠나?”
“예.”
그와의 두 번째 면담.
데미안은 리온하르크를 따라 막사 뒤쪽으로 이동했다.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가자 리온하르크가 데미안에게 물었다.
“마력을 사용하는 것이 더욱 능숙해졌군. 누구에게 배웠나?”
데미안이 마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훈련소에서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보통의 훈련 방법으로는 마력을 컨트롤하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
데미안은 리온하르크의 물음에 어깨를 으쓱했다.
“그냥 구르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익힐 수밖에 없던데요?”
“……그런가?”
네오칼리츠 부대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지.
리온하르크는 데미안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설마 그것 때문에 네오칼리츠 부대로 간 것인가……?’
기사단마저 마다하고 네오칼리츠 부대로 간 데미안이지 않은가.
리온하르크가 물었다.
“그런데 이곳은 어쩐 일로 온 거지? 네오칼리츠 부대에 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텐데. 기사단의 입단도 거절하고 간 곳이 아닌가.”
그 말에 데미안이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기사단을 거절했던 것에 소심한 불평인 건가?
데미안이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기사단이 좋은 건 알고 있지만, 그들은 실전을 치르진 않잖아요.”
“……그들의 훈련량은 실전 못지않게 치열하며 엄청나다.”
“하지만 결국 훈련이죠. 훈련에서도 진검을 사용하긴 하지만, 위험한 순간이 오면 끝내 검을 멈추잖아요.”
어느덧 데미안의 표정이 진지하게 변했다.
리온하르크 역시 굳은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데미안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저는 실전에서만 익힐 수 있는 감각이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 실전을 겪을 때, 내 전우와 돈독해지는 전우애도 마찬가지고요.”
결코 기사단을 무시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기사단 중 실전을 치러 본 적 있는 기사단은 거의 없었다.
그저 안전이 보장된 검술과 창술. 그리고 마력 연공법.
그들의 전투력이 뛰어나다는 건 인정한다.
당장 실전에 배치해도 일반적인 보병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전투력을 뿜어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다.
정말 큰 위기의 순간이 왔을 때, 과연 그들 중 몇 명이나 대처를 할 수 있을까.
진짜 전쟁이 터졌을 때, 그리고 목숨이 경각에 달했을 때.
‘살아남는 녀석들은 진짜 사선을 경험해 본 녀석들이지.’
데미안은 자신의 생각을 확고히 다졌다.
“……그렇다면 이곳에 온 것은 실전이 있다고 생각해서인가?”
리온하르크가 데미아에게 물었다.
데미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기 위해 만들어진 부대이지 않습니까.”
“근거는?”
“그게 아니라면 이런 호화스러운 봉급과 대우에…… 독립 부대라는 권한까지…… 줄 리가 없지 않습니까.”
데미안의 말에 리온하르크는 말문이 턱 하고 막히는 것을 느꼈다.
이내 생각에 잠긴 듯 리온하르크는 말을 바로 잇지 못했다.
“……자네가 몇 살이라고 했지?”
“이제 14살입니다.”
“…….”
믿을 수 없다.
이렇게 두 눈으로 보지 않았더라면, 직접 듣지 않았더라면 믿지 않았을 것이다.
데미안을 바라보던 리온하르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 생각은 잘 알았네. 그리고 합격이네.”
“감사합니다.”
“아까 같이 있던 두 명은 함께 온 동료인가?”
“예, 그렇습니다.”
데미안의 말에 리온하르크가 말했다.
“그들 역시 합격이다. 따로 발표를 기다릴 필요는 없을 것 같군.”
그 말에 데미안의 입가에 작은 호선이 그려졌다.
예상했던 대로 모두가 합격인 것이다.
데미안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특혜는 없었네, 그저 자네들의 실력이 뛰어났을 뿐.”
그 말을 남긴 리온하르크는 몸을 돌려 다시 심사장으로 향했다.
심사를 보고 있던 빈센트가 리온하르크를 불렀다.
“교관님, 어디 다녀오신 겁니까?”
“제프와 대련한 소년을 만나고 왔네.”
“아까 그 녀석이요? 아는 병사입니까?”
“훈련소에서 한 번 봤었지.”
리온하르크는 이내 무언가 고민하는 듯하더니.
“빈센트 대위, 아까 그 소년을 비롯해 몇몇 괜찮은 녀석들로 전에 얘기했던 작전을 한 번 수행해 보는 건 어떻겠나?
“예?”
빈센트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너무 어리지 않습니까?”
“아까 실력은 보지 않았나.”
“그렇긴 합니다만…….”
솔직히 자신도 직접 보지 않았더라면 믿지 않았을 것이다.
서류에 적힌 나이는 고작 14살.
그것도 입대한 지 1년밖에 되지 않는 신참이다.
그런 일반 병사가 몬스터 기사단의 기사를 완전히 실력으로 꺾어 버렸다.
“그런데도 나이가 중요한가?”
“……아닙니다.”
빈센트가 고개를 저었다.
이미 제프를 꺾은 그 시점에서 그에게 검증받아야 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게다가…….
“다른 녀석들 중에서도 제법 쓸 만한 녀석들이 있습니다. 특히 아까 그 소년과 같이 테스트를 봤던 두 명 있지 않습니까.”
“함께 온 동료라고 하더군.”
“……네오칼리츠 부대에선 무슨 특수 부대라도 키우고 있답니까?”
무슨 일반 병사가 저렇게 강하단 말인가.
두 녀석 모두 스타일은 달랐지만, 테스트하는 기사에게 밀리지 않을 정도였다.
물론 그들은 패배했지만.
다만 그것은 기사들이 마력으로 육체 강화를 했기 때문이었다.
만약 마력을 사용하지 않고 동등한 입장이었다면…….
“후우. 그 작전, 한 번 해 보도록 하지요.”
빈센트의 말에 리온하르크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 * *
벽에 걸린 수많은 검과 방패.
제법 화려한 문양이 새겨진 갑옷이 한쪽 벽면에 장식되어 있는 방이었다.
그 중심, 책상에 앉아 있던 중년의 남자는 앞에 놓인 상자를 열었다.
“……이건가?”
“예, 현재 바로크 왕국에서 고위 귀족 가문을 대상으로 판매하고 있는 영약입니다.”
“흐음…… 바로크 왕국의 기술력이 이만큼 발전을 했던가?”
남자의 말에 앞에 있던 비서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이전에 비해 훨씬 질 좋은 약초와 재료들이 공급되는 것 같다는 게 현재 분석 결과입니다.”
“갑자기 이렇게 좋은 재료들이 나올 수 있나?”
남자가 물었다.
바뀌어도 너무 갑자기 바뀌지 않았던가.
그리고 그 물음에 비서가 답했다.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바로크 왕국을 가로지르는 칼데슨 산맥 쪽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알겠습니다.”
비서가 고개를 끄덕이자.
“이리 좋은 것이 있다면 응당 제국에게 바쳐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옳으신 말씀입니다.”
남자는 상자 안에 담겨 있던 영약을 들었다.
향부터 짙은 것이 상당히 고급 영약인 것 같았다.
“이런 것이 제국의 유망주에게 널리 퍼진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최대한 서두르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이내 비서가 밖으로 나가자,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최근 스페니언 왕국과 끝난 전쟁.
스페니언 왕국의 패배로 그들에게서 꽤 많은 물자와 땅을 확보했다.
하지만 제국은 아직까지 목이 말랐다.
그것도 많이.
“이 채워지지 않은 갈증을 어디서 찾아야 할꼬.”
나지막하게 중얼거린 그는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를 바라보았다.
이 도시의 끝이 더욱 넓게 퍼지고, 제국의 영향이 대륙 전체에 미칠 수 있다면…….
“후후후후후, 상상만으로도 기쁘지 않은가.”
하지만 이내 남자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결코 상상만으로 끝낼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곧 그들이 움직인다면…….”
머지않아 그 시기가 오겠지.
어느덧 남자의 입가에 작은 호선이 짙어졌다.
이미 제국은 대륙을 향해 은밀하게 칼날을 겨누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