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5)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5화(5/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5)
“으랏차라!”
기합과 함께 사람 머리통만 한 바위를 번쩍 들어 올리는 지원자들.
바위의 크기는 크지 않았지만, 무게가 30kg이 넘었다.
‘그냥 의욕만 앞선 햇병아리들을 걸러 내려는 의도가 확실하게 보이네.’
단순하지만 쉽지 않은 시험이다.
특히나 손잡이가 있는 것이 아닌 둥그런 원형의 돌이기에 허리까지는 쉽게 들 수 있지만, 어깨 위로 올리기가 쉽지가 않았다.
“흡!”
하지만 양손으로 단단하게 파지를 한 데미안이 짧게 숨을 내쉬며 바위를 번쩍 들었다.
“오오!”
“뭐, 뭐야!”
“저 애송이 녀석이…… 제법인데?”
시험을 치러 온 이들의 대부분이 10대 후반에서 20대 초중반 정도의 사내들이었다.
데미안처럼 어린 나이는 없다.
떨어질 거라 예상했던 데미안이 성공을 하자 주변에선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래 봐야 뭐…… 애송이 같은데.”
“저렇게 앳된 녀석이 들어갈 수 있을 만큼 군대가 호락호락하지 않은데 말이야, 흐흐.”
데미안은 자신을 보며 대놓고 비웃는 녀석들을 보며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나중에 전쟁 터지면 제일 먼저 도망칠 녀석들이.’
저런 녀석들이 군대에 들어가려고 하는 이유는 하나다.
적당히 훈련받으면서 시간만 보내면 봉급이 꼬박꼬박 떨어지는 일종의 철 밥통과도 같은 직업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5년 후 제국의 정복 전쟁으로 인해 대륙이 피바다가 되었을 땐 완전히 이야기가 달라진다.
정말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 전장이 매일 같은 일상이기 때문이다.
“통과!”
1차 테스트에서 통과한 데미안은 다음 시험을 준비했다.
어차피 체력 훈련 몇 가지와 더불어 마지막은 왕국의 역사와 관련된 시험을 보면 끝이다.
과정 자체는 그리 어려운 것은 없지만, 뽑는 인원이 제한되어 있다 보니, 경쟁자의 성적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벌써부터 데미안을 고까운 시선으로 보고 있는 녀석들이 있었다.
‘형은 다 이해할 수 있다.’
저들 중 절반 이상은 떨어진 채 집으로 돌아갈 테니까.
데미안은 녀석들을 무시한 채 다음 시험을 준비했다. 하지만 그때였다.
“야.”
“……?”
갑자기 데미안에게 다가온 한 소년.
얼핏 봐도 다른 지원자들보다 확연히 어려 보이는 외모였다.
데미안과 비슷한 또래랄까?
하지만 녀석은 데미안에게 다가오더니 이내 씨익 웃으며 말했다.
“너 재미있는 녀석이구나?”
“……?”
하지만 어째서일까.
뭔가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듯한 얼굴이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낯익은 얼굴.
데미안이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하지만 이내…….
“허, 헉!”
데미안은 자신도 모르게 헛바람을 들이켰다. 그에 녀석이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래?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너…… 혹시 이름이……?”
“내 이름? 아펠이다.”
아펠…… 반스트리올.
‘맞구나, 이 녀석.’
생각지도 못한 녀석을 만나 버렸다.
* * *
아펠 반스트리올.
어찌 이 녀석을 모를 수 있단 말인가.
이 빌어먹을 녀석은 데미안이 알고 있는 평민 출신 중 가장 성공한 녀석이다.
고작 서른이라는 나이에 장군에 오르며 백작 작위까지 받은 전설 중 전설이었다.
그런데 왜 빌어먹을 녀석이라고 표현을 했는가.
당연하지 않은가?
‘개…… 부러우니까!’
그야말로 데미안에게 있어선 선망의 대상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러니 딱 한 번…… 봤을 뿐인데도 녀석의 얼굴이 각인된 것 아니겠는가.
다만 이전의 생에서 봤던 것과는 달리 상당히 앳되면서도 둥글둥글한 외모에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
‘굉장히 날카롭고 진지한 녀석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보니 조금 다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것 따윈 상관없이…….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오는군.’
설마 이 녀석을 여기서 만날 줄은 정말 예상조차 하지 못했다.
옛 전우를 만나기 위해 선택한 3훈련소가 녀석의 시작점이었다니.
‘이건…… 또 하나의 운명 같은 거라고 생각을 해야 하나?’
앞으로 이 녀석과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나쁘게 지낼 이유가 없다.’
데미안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난 데미안이다. 그런데 뭐가 재미있다는 거지?”
“몰라서 물어?”
아펠은 주변을 슬쩍 살피더니, 이내 데미안에게 한 걸음 가까이 다가오며 말했다.
“너…… 마력을 익히고 있잖아.”
작게 속삭이듯 말하는 아펠.
그의 말에 데미안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역시 그 이유 때문인가?’
마력이라는 것이 평민이 익히면 안 된다는 법은 없지만, 일반적으로 평민이 마력을 익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야말로 엄청나게 돈이 많은 집안에서 지원을 받거나, 아니면 정말 특별한 사연이 있지 않은 이상 평민이 마력을 익힐 수 없으니까 말이다.
데미안이 피식 웃음을 터트리자 아펠이 데미안에게 손을 내밀었다.
“비슷한 또래가 없어서 심심했는데, 만나서 반갑다.”
“나도 반갑다.”
데미안이 아펠의 손을 잡으며 악수하자 아펠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꼭 합격해서 같이 들어가자고.”
“그래, 너도.”
물론 이렇게 말하지 않아도 녀석은 합격할 거다.
어쩌면 이곳에 있는 지원자들 중 가장 뛰어난 성적으로 합격할 수도 있겠지.
데미안은 돌아서는 아펠을 보고선 곧장 몸을 돌렸다.
‘그럼…… 이제 다음 시험이.’
데미안은 다음 시험을 확인했다. 그리고…….
“……아, 이거야?”
15킬로미터 오래달리기.
그저 별거 없는 시험이긴 하지만, 이 15킬로미터 오래달리기가 조금 특별한 시험으로 인식되는 이유가 있었다.
“지원자들, 이제 두 번째 시험을 시작하겠습니다! 각 번호대로 연병장으로 빨리 모입니다!”
워낙 지원자들이 많아 15킬로미터 오래달리기는 네 개의 연병장으로 나누어 진행된다.
데미안은 자신의 번호표에 맞는 연병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단상 위에 있던 교관이 자리에 모인 지원자들을 보며 소리쳤다.
“제한 시간은 1시간 30분입니다! 그 안에 반드시 완주해야 하며, 달리는 도중 다른 지원자들과 어깨를 부딪치거나 약간의 충돌은 가능하나 절대 주먹이나 발등으로 다른 지원자를 공격해서는 안 됩니다. 또한 제한된 트랙을 벗어났을 경우에도 룰 위반으로 실격될 수 있으니 이 점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이어지는 교관의 더 궁금한 사항 있느냐는 외침이 있었지만, 대답하는 이들은 없었다.
어차피 대충 다 알고 온 이들이 대부분이니까 말이다.
게다가 이 오래달리기엔 재미있는 요소가 한 가지 있었다.
‘약간의 충돌은 가능하나 공격해서는 안 된다라…….’
이미 데미안의 눈에는 훤히 보였다.
지원자로 둔갑해 시험에 참가한 ‘교관’들이 말이다.
그리고 출발선에 선 지원자들은 잔뜩 긴장된 표정으로 출발 신호를 기다렸다.
데미안은 그저 가볍게 손목과 발목을 풀고 있었다.
“어? 같은 조네?”
“아펠.”
“잘해 보자.”
옆으로 다가온 아펠이 데미안의 팔을 툭 치며 말했다. 그에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시험이 시작되었다.
삐이이익!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오십여 명의 지원자들이 동시에 뛰기 시작했다.
연병장 크기는 제법 컸지만, 그래도 오십 명이 넘는 인원이 함께 달리다 보니 조금 부산한 느낌이 있었다.
타다닥! 타닥!
그때 몇몇 무리가 앞으로 빠르게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바로 시작인가.’
아까 데미안이 봐 두었던 교관들이다.
녀석들은 제법 빠른 속도로 앞을 치고 나가더니, 이윽고 앞쪽으로 벽을 만들기 시작했다.
“어어?”
“뭐 하는 짓이야, 저게?”
몇몇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녀석들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후, 시작인가?”
“저게 그 말로만 듣던 통곡의 벽인 모양이야.”
이미 예상하고 있던 지원자들은 오히려 진지한 눈빛으로 교관들을 바라보았다.
말이 오래달리기지 정확하게 따지자면…….
‘교관의 방해를 이겨 내고 15킬로미터를 1시간 30분 안에 돌파해야 하는 거지.’
그 때문에 이 시험은 교관들을 떼어 내지 못해 1시간 30분 안에 들어오지 못한 이들이 탈락하는 경우의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다른 연병장도 상황은 똑같을 것이다.
그래서 이 상황에 대해 다들 여러 가지 전략을 짜 왔을 것이다.
오래달리기에 교관 방해는 훈련소에 오래된 전통과도 같으니까.
“후, 저걸 뚫느냐 못 뚫느냐 사실상 이번 시험의 관문이라 하더라고. 15킬로미터를 1시간 30분 안에 뛰는 건 기본이고 말이야.”
“알고 있어?”
“뭐, 워낙 유명하니까. 그래도 상관없어. 그냥 이대로 천천히 따라가다가 마지막에 제쳐 버리면 그만이니까.”
아펠은 별거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그 말에 데미안이 앞에 있는 교관들을 보았다.
물론 아펠의 말처럼 그냥 천천히 체력을 비축하며 따라가다가, 시간이 다 되어 갈 때쯤 교관들을 제치면 된다.
‘그것도 충분히 괜찮은 작전이긴 하다.’
그렇지만.
“……나랑은 맞지 않아.”
괜히 우물쭈물하며 눈치 싸움하는 건 딱 질색이다.
다들 나름의 전략을 생각하고 있겠지만.
“내 전략은 이거다.”
“……?”
나지막하게 중얼거리는 데미안의 말에 아펠이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이내…….
파바밧!
“어어?”
빠르게 앞으로 치고 나가는 데미안을 보며 아펠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제 시험이 시작했는데 벌써 치고 나간다고?
“……저 자식 또라이 아니야?”
아펠의 시선은 교관들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데미안의 등에 고정되어 있었다.
* * *
분기마다 진행되는 입대 시험에선 제법 많은 참가자들이 참여한다.
수도에만 다섯 개의 훈련소가 있었고, 매년 병사들을 양성하며 국력 강화에 힘쓰고 있었다.
“이번엔 몇 명이나 통과할 것 같습니까?”
“글쎄, 지금 1차 실기에 통과한 인원만 이백 명이 넘는다. 여기서 절반은 떨어트려야 하지 않겠어?”
“흐흐, 절반이 뭡니까. 솔직히 작정하고 통과시키지 않으려고 하면 몇 명 통과 못 할 것 같은데요?”
꽤 덩치가 큰 교관 한 명이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선임으로 보이는 교관이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너무 빡세게 하지는 마라. 괜찮은 녀석들은 통과시켜야 하니까. 최소 열 명 이상은 통과시킨다고 생각해.”
“예, 예. 받들겠습니다.”
덩치가 대답하며 뒤를 슬쩍 보았다.
저 녀석들이 모두 합심해서 한 번에 달려드는 것이 아닌 이상 자신들을 뚫는 것은 힘들다.
애초에 이 시험은 단순히 체력만 보는 시험이 아니니까. 게다가…….
“뭐, 전부 고만고만하네요. 열 명……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덩치가 다시 선임을 보며 말했다.
당연한 말이다.
자신들은 이곳에서 벌써 2년 이상 매일같이 훈련을 하고 있는 교관들이다.
정해진 트랙을 벗어나면 실격.
이 규칙을 지킨 상태에서 자신들이 만든 벽을 빠져나가는 건 쉽지 않다.
오히려 공격을 하면 안 된다는 룰은 지원자들을 지키기 위한 룰과도 다름없다.
그에 덩치는 콧김을 뿜어내며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이렇게 가다가 마지막쯤 되면 그때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 막 달려들 겁니다.”
매년 그랬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래달리기에서 합격하는 인원들은 50%가 되지 못했다.
덩치의 말에 선임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우리도 천천히 페이스 조절하면서 가자고. 진짜는 마지막 10분 전이니까.”
“예, 알겠습니다.”
“예.”
선임의 말에 다른 교관들이 모두 대답했다. 그리고 그 순간.
두두두두두두두두.
“……?”
갑자기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덩치가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다.
분명 무언가 달려오는 소리가…….
“……잉?”
“뭐야, 저 미친놈은.”
덩치가 미간을 찌푸리자 다른 교관들이 뒤를 보았다.
웬 어린 녀석 하나가 황소처럼 달려오고 있지 않은가.
그에 덩치가 피식 웃었다.
“올해는 혈기 왕성한 녀석이 있네요.”
“……다치게는 하지 말고 적당히 경각심만 심어 줘. 혼자 나대다간 다칠 수 있다고 말이야.”
“흐흐, 제 강철 어깨에 부딪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살살해 보겠습니다.”
지루한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했는데, 시작부터 달려드는 녀석이 있을 줄이야.
덩치가 작게 웃으며 달려오는 녀석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애송아, 그렇게 튀다간 시작하자마자 탈락할 수도 있다. 개인적인 감정은 없지만…… 뒤로 가 줘야겠다!”
흡!
그리고 덩치가 녀석을 향해 어깨를 들이박는 순간…….
휙!
“……엇?”
가볍게 몸을 돌리며 피한 데미안이 앞서 달려가던 교관들을 뛰어넘으며 말했다.
“실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