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51화(51/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51)
“……이상으로 열 명이 분대장이다.”
데미안이 부부대장으로 선출되고, 뒤이어 열 명의 분대장이 호명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그 열 명 중 디아날과 카일 그리고 제르카와 테르카도 있다는 것이었다.
쌍둥이 형제 제르카와 테르카.
두 사람 모두 데미안의 과거 부하였던 이들이었다.
빈센트가 말을 이었다.
“앞으로 꽤 치열한 훈련이 진행될 것이다. 그리고 카이온 부대의 모든 훈련은 앞으로…….”
스윽.
빈센트가 옆에 있던 리온하르크를 보며 말했다.
“여기 계신 리온하르크 교관이 진행할 것이다. 왕국 내에서도 최고의 교관으로 불리는 분이시다. 감히 말하건대, 명령에 불복종했다간 군법으로 엄히 다스릴 것이니 주의하도록 해라.”
“예, 알겠습니다!”
우렁차게 대답하는 부대원들의 모습에 빈센트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시작부터 한 차례 삐걱거리는 모습이 있었지만.
하지만 그것을 넘기고 나니 원활하게 흘러가는 듯했다.
빈센트가 말을 이었다.
“우리의 주된 임무는 국경에서의 작전이다. 최근 국경 주변으로 다른 왕국의 정찰병들이 넘어오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되었다. 그들을 잡는 것이 첫 번째 임무이고, 더 나아가서는 왕국 내부에 몰래 잠입한 적국의 병사들과 교전을 하는 것이다.”
빈센트의 말에 데미안의 표정이 굳었다.
어째서 카이온 부대가 독립 부대로 지정되었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종의 특공대 같은 역할인가.’
왜 무력을 중시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게다가 국경이라.’
이미 몇 개월 전부터 제국의 정찰병으로 의심되는 이들이 국경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었다.
독립 부대까지 만들어 그것을 견제하는 것을 보아.
‘아직까지 해결이 되지 않은 건가……’
데미안이 알기론 북쪽 국경 수비대도 그리 호락호락한 녀석들은 아니었다.
평화로운 시대라곤 하나, 타 왕국과 맞대고 있는 국경은 언제나 정예들이 있을 수밖에 없었으니까 말이다.
“시간이 촉박하니 빠르게 말하겠다.”
빈센트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첫 작전은 소수의 인원으로 진행된다. 나를 비롯한 부부대장과 각 분대장들만 투입되고, 나머지 병사들은 본부에서 훈련에 임하도록.”
이후 훈련을 통해 특기를 선발하여 새롭게 부대를 편성할 계획이었다.
“더불어 처음에도 말했듯, 우리 부대는 강한 무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부대이다. 때문에 본인이 분대장, 혹은 부부대장이 되고 싶다면 지정된 날짜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도록 하겠다.”
“음?”
“기회를 준다고?”
“오?!”
순간 부대원들의 눈빛이 번뜩였다.
언제든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는 말이지 않은가.
부대원들의 시선에 빈센트는 잠깐 고민하는 듯하더니.
“흠, 승급전이라 하는 것이 좋겠군. 매월, 마지막 날 승급전을 열 테니, 도전하고 싶은 이들이 있으면 언제든 도전하도록. 그리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싶은 자들은 그만큼 노력해서 자리를 지켜라.”
“예!”
“이제 갓 출발하는 만큼 삐걱거리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최대한 대화를 통해 해소시켜 나가며…….”
빈센트가 잠깐 말을 멈췄다.
그리고 부대원들을 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상명하복을 명심하도록.”
“예, 알겠습니다!”
이로써 카이온 부대의 정식 출범이 시작되었다.
부대원들은 막사 내 배정된 자리에 짐을 풀기 시작했다.
앞으로 이곳이.
“우리가 지낼 곳이네.”
“그래도 막사는 제법 괜찮은 것 같아.”
“네오칼리츠 부대에 있었을 때보단…… 훨씬 낫네.”
힘든 임무를 시키는 독립 부대를 만든 만큼 지원은 확실한 것 같았다.
그리고…….
“부부대장과 각 분대장들은 30분 뒤 회의실로 모이도록. 작전 회의를 진행하겠다.”
빈센트의 말과 함께.
“나머진 30분 후에 연병장으로 모두 모여라. 훈련을 시작하겠다.”
리온하르크의 말에 부대원들이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다.
기사단원들조차 벌벌 떨 정도로 강도 있는 훈련으로 유명한 리온하르크이지 않은가.
카이온 부대의 시작.
처음부터 범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 * *
파바밧!
“빌어먹을!”
죽을힘을 다해 쫓았건만, 눈앞에서 놓쳐 버렸다.
국경 수비대원 중 한 명이 인상을 구기며 욕설을 내뱉었다.
“개같은 새끼들! 대체 어디로 도망친 거야!”
언제부터인가 기웃거리는 정도로 신경을 자극하던 녀석들이, 최근 국경 안으로 침범하기 시작했다.
마치 이곳의 상황을 정찰하듯 은밀하게 움직이는 녀석들을 포착한 것은 제법 오래전 일이었다.
하지만.
“……놓친 건가.”
추격대의 지휘를 맡고 있던 수비대원이 작게 탄식을 터트렸다.
분명 심증으로는 제국의 정찰병이 확실한데, 물증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일로 왕궁에서는 제국에 항의 서신을 보내긴 하겠지만, 증거가 없으니 효력이 있을 리 없었다.
오히려 강하게 항의를 했다간 제국 쪽에서 그 일을 걸고넘어질 가능성이 컸다.
결국, 확실하게 항의하기 위해선 녀석들을 잡아 증거를 확보해야 했다.
“젠장…… 잡았어야 했는데.”
상당히 빠른 녀석들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곳의 지리를 너무 잘 알고 있다.’
그 말은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왕국의 병사 중 첩자가 있거나, 그게 아니라면.
‘우리가 모르는 정보의 루트가 있는 건가?’
어느 쪽이든 자신들의 입장에선 상당히 좋지 못한 상황일 수밖에 없다.
어찌 됐거나 그들의 정보력이 자신들을 훨씬 웃도는 상황이라는 것일 테니.
불안한 마음에 추격대장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부대원들을 보았다.
“돌아간다.”
소득은 없었지만 계속해서 이곳에서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돌아가는 발걸음.
군화에 쇳덩이를 붙인 듯 무거웠지만, 그들은 그저 굳은 표정으로 복귀할 뿐이었다.
* * *
데미안을 비롯한 부대원들이 회의실에 모두 모였다.
빈센트는 왕국의 지도가 붙어 있는 벽을 보며 말했다.
“북쪽 국경은 스페니언 왕국과 붙은 영역으로 우리가 맡게 된 지역은 여기 이 부분, 동쪽에 위치한 곳이다.”
빈센트가 막대로 한 부분에 원을 그리며 말했다. 그에 데미안이 물었다.
“그럼 반대쪽은 국경 수비대가 맡는 겁니까?”
“아니, 우린 국경 수비대를 지원하는 임무를 가진다.”
“아…… 그렇군요.”
독립 부대라곤 하나, 이제 만들어진 부대에게 이런 위험한 작전을 단독으로 실행시키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빈센트는 이내 스페니언 왕국을 보며 말했다.
“최근 들어서 계속 제국병으로 의심되는 녀석들이 국경 안으로 진입하고 있다는데, 아직 명확한 증거가 없어 상당히 곤란한 상황인 듯하다.”
“그런데 제국 놈들이 어떻게 북쪽 경계로 올 수 있는 겁니까? 스페니언 왕국은 뭐 하고요?”
제국이 왕국의 북쪽으로 오려면 스페니언 왕국을 지나서 올 수밖에 없다.
제국과 바로크 왕국.
그 사이에 스페니언 왕국을 포함한 소왕국이 3개나 더 있었으니까 말이다.
카일의 물음에 다른 이들도 의문이라는 듯 빈센트를 보았다.
“추측이다만, 최근 스페니언 왕국과 제국의 전쟁 결과로 인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전쟁 때 스페니언 왕국으로 진입한 병사들이 임무를 띠고 다음 목표물을 노리는 것일 수 있지.”
“다음 목표물이라 하시면…….”
디아날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에 데미안이 말했다.
“제국이 이 중심에 있는 소왕국은 물론, 우리 왕국까지 넓힐 생각을 하고 있다는 뜻이겠지.”
“……내 생각도 마찬가지다. 특히 지금 제국의 권력층들은 예전부터 영토를 넓힐 야욕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빈센트가 동의했다.
다만 조금 의외인 것은 일반 병사인 데미안이 상황을 보는 눈이 너무나 예리하다는 것이었다.
‘열네 살이라고…….’
하지만 빈센트는 이내 그의 나이를 머릿속에서 지워 버렸다.
리온하르크의 충고가 있지 않았던가.
―나이와 실력이 무슨 상관이 있는 건가?
그에게 나이의 잣대를 대지 않기로 생각했다.
빈센트가 이어 말했다.
“우선 우리는 제국이 다른 마음을 먹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부대장님.”
“말하게.”
빈센트가 말하자 디아날이 말을 이었다.
“만약 제국의 정찰병이 아니라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너무 제국 병사라고 단정 짓는 것 같아 말씀드립니다.”
“제국이든 아니든 크게 상관은 없다. 다만 그들의 정찰하는 방식이 제국의 방식과 흡사하여 그렇게 생각할 뿐, 다른 곳이라 하더라도 잡아야 하는 건 마찬가지니까.”
빈센트의 말에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과정에서 교전이 일어날 수도 있겠군요.”
“그렇겠지, 놈들은 절대 잡히지 않으려고 할 테니까.”
게다가 정찰병이라곤 하나, 지금까지 왕국의 국경 수비대가 번번이 놓친 녀석들이다.
실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은 우리는 ‘지원’이지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는 거다. 국경 수비대를 도와 녀석들의 퇴로를 막거나, 움직임을 늦추는 쪽의 임무라는 것을 잊지 마라.”
“예!”
부대원들이 대답했다.
빈센트가 지도를 보며 말했다.
“우선 우리는…….”
툭.
“이곳으로 이동한다.”
그 말에 자리에 있던 부대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어둠이 내린 밤.
모두가 잠이 든 시각, 데미안은 눈을 뜬 채 천장을 바라보았다.
‘……작전이라.’
단순하게 몬스터들을 사냥하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른 작전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이런 평화의 시대를 유지하기 위해 발 벗고 움직이는 이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느꼈다.
‘지금 시기엔 전부 꿀이나 빨면서 편하게 지낸다고 생각했었는데.’
네오칼리츠 부대도 그랬고, 새로 창설된 카이온 부대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작전이 어느 정도의 위험도를 띠고 있을진 모르겠지만.
‘사망자가 나올 수도 있는 작전이다.’
지원 임무라곤 하지만 적국의 정찰병과 조우하는 만큼 위험도가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었다.
게다가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곳에 모인 이들은 대부분 군 경력이 4~5년 이상 된 녀석들밖에 없었다.
네오칼리츠 부대에서 온 세 명의 경력이 사실상 가장 적은 것이었다.
‘뭐, 그런 건 상관없지.’
다만 신경 쓰이는 건 실전에서 적과 만났을 때, 모두가 얼마나 빠르게 반응할 수 있냐는 것이다.
특히.
‘상대를 죽여야 할 때의 느낌은…… 완전히 다를 텐데.’
디아날과 카일은 몬스터들을 사냥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몬스터.
사람을 상대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었다.
아무리 국경을 넘어온 적이라 할지라도 사람을 죽여야 할 때 생기는 머뭇거림은 어쩔 수 없었다.
사람이라면 사람을 죽이는 것에 있어 망설일 수밖에 없으니까.
때문에 실전이 중요한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얼마나 망설이지 않고 상대를 제압할 수 있냐는, 전쟁에서 아주 큰 부분이니까.
데미안은 눈을 감았다.
눈을 감으면 언제나 과거에 있었던 전장의 모습이 떠올랐다.
데미안의 눈앞에 그려진 과거의 첫 전장.
급조된 징벌 부대로 첫 전투를 치러야 했을 때.
‘……그때 많이 죽었지.’
실력으로 밀려 죽은 이들도 있었지만, 결정적인 순간 망설임으로 죽는 이들도 상당히 많았다.
어찌 본다면 그때의 일이 또다시 반복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 생각했다.
스윽.
데미안이 다시 눈을 떴다.
‘어쩌면…….’
이번 작전.
이러한 부분이 상당히 큰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다른 녀석들이 어떤 경험을 가지고 왔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대비해서 나쁠 건 없겠지.’
그렇다면 최소한 한 명이라도 더 살아남아 돌아올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한 가지 다행인 점이 있다면.
‘제르카와 테르카를 이곳에서 바로 만날 줄이야.’
들짐승 같은 성정을 지니고 있지만, 전쟁과 관련된 녀석들의 재능은 뛰어났다.
평화의 시대엔 어울리지 않지만, 전란의 시대에선 가장 필요한 그것.
우선은…….
‘이번 작전으로 녀석들을 제대로 각성시킬 필요가 있겠지.’
작전에서 녀석들이 필요할 때가 반드시 올 터.
데미안은 앞으로의 작전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다시금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