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51)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52화(52/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52)
데미안을 포함한 작전 부대가 북쪽의 국경 수비대에 도착했다.
국경 수비대장인 페레론은 빈센트를 보며 악수를 청했다.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고생하십니다.”
이미 아는 사이인지, 두 사람은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페레론이 빈센트와 함께 온 부대원들을 보았다.
“이번에 창설된 그 부대입니까?”
“맞습니다. 첫 작전이라 지원 임무로 온 것입니다.”
페레론 역시 카이온 부대에 대한 이야기는 들었다.
테스트부터 제법 강도가 높아 모두들 실력은 인정해 줄 수 있다고 말이다.
페레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안으로 들어가서 얘기합시다. 상황이…… 좋지 못하니.”
“그러지요.”
빈센트는 부대원들에게 대기 명령을 내리고는 페레론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빈센트가 떠나자 카일이 데미안에게 다가왔다.
“뭔가 느낌이 그런데?”
“싸한 느낌이야.”
디아날이 거들었다. 그에 제르카가 테르카와 함께 데미안에게로 다가왔다.
“뭔가 곧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느낌인데? 여기 있는 녀석들 분위기가 전부 흉흉해.”
테르카의 말대로였다.
전방 근무를 서고 있는 국경 수비대의 표정엔 여유가 없었다.
마치 당장이라도 적이 공격해 올 것처럼 바짝 긴장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그에 데미안은 말없이 국경 수비대가 바라보고 있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확실히 심상치 않은 바람이 불고 있는 듯하다.
흡사…….
‘전장의 냄새가 난다.’
왜 이곳에서 그런 느낌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데미안이 옆에 있던 제르카와 테르카를 보았다.
“너희 두 명은 내 바로 뒤에 항상 따라붙어라.”
“뭐?”
제르카가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빈센트가 강하게 얘기한 상명하복으로 인해 반박은 하지 못했다.
이럴 때 보면 또 순한 녀석 같기도 하다.
데미안은 국경 수비대의 근무지 주변을 가볍게 둘러보았다.
그때.
“이번에 지원 온 부대인가?”
누군가의 목소리에 데미안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제법 덩치가 큰 남자가 있었는데.
“가렌트다.”
가렌트라 소개한 남자가 데미안에게 손을 내밀었다.
데미안이 악수를 하며 말했다.
“카이온 부대의 부부대장, 데미안입니다.”
“흐흐, 이번에 새로 만들어졌다는 그 독립 부대 말이지? 그런데 부부대장이 이렇게 어린 녀석이라니. 뭔가 듣던 것과는 다른데?”
“자주 듣는 말입니다.”
“흐흐흐, 위축되지 않는 것을 보니 실력은 꽤 있는 모양이로군.”
그는 국경 너머 수풀 쪽을 바라보았다.
“최근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계속 깔짝거리며 국경을 넘어오던 녀석들의 규모가 커지고 있거든.”
“어느 정도입니까?”
“가장 최근 전투는 오십 명 정도. 그것도 꽤나 정예병들이었다.”
전투라는 말에 데미안의 뒤쪽에 있던 이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저 자신들은 도망치는 녀석들을 쫓는 것이 아니었던가?
데미안이 물었다.
“다친 사람은 얼마나 있습니까?”
“최근 전투에서 한 명. 도망치던 녀석에게 눈먼 창에 맞아 버렸지.”
“그런데 잡은 녀석은 없는 겁니까?”
“아쉽게도 말이야.”
가렌트가 이를 악물었다.
그만큼 분함이 컸기 때문이다.
‘……국경 쪽으로 정찰이 아닌 공격이라면.’
예전에도 이런 경우가 종종 있었다.
마치 정찰인 것처럼 유린하다가 병력을 계속해서 숨긴 채 늘려 가는 방식 말이다.
한 번에 많은 인원이 국경 쪽으로 이동을 하게 되면 발각될 수 있으니, 정찰병으로 위장하여 그 수를 늘려 나가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한 번에 공격……을 하는 방식이었지.’
제국의 무서운 점이 바로 그것이었다.
상대방보다 강한 힘을 지니고 있지만, 결코 상대방을 힘으로만 찍어 누르지 않는다.
치밀한 작전과 완벽을 기하는 신중함.
때문에 그들과의 격차가 더욱 크게 벌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데미안이 물었다.
“혹시 인근에 적이 매복해 있을 가능성은 없습니까?”
“……매복?”
가렌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지만…….
“허허허허허, 매복이고 자시고 할 만큼 녀석들의 병력이 많지가 않아. 그리고 우리에게 위협이 될 정도의 병력이 움직인 거라면 이미 우리 감시에 걸렸을 거다.”
“…….”
그 말을 부정하진 않는다.
위협이 될 정도의 인원이 ‘한 번에’ 움직였다면 당연히 감지했겠지.
하지만 오랫동안 시간을 들여 정찰병으로 위장한 녀석들이 차근차근 이곳에 모여 있다면…….
‘대략 5개월이 넘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만약 그 시간 동안 꾸준하게 병력을 이곳으로 집결시켰더라면, 최소한 수백 단위가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곳의 국경 수비대 병력은 어느 정도입니까?”
“3지부에만 이백 명이 있지.”
‘그렇다면 모든 지부를 포함한다면 대략 육백 명 정도. 하지만 신호를 한다고 해도 다른 지부에서 지원이 오는 데까진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거리로 따진다면 사실상 별개로 봐야 한다.
그렇다면 이곳을 지킬 수 있는 인원은 이백 명이 전부였다.
‘……느낌이 싸한데.’
이곳의 분위기, 그리고 지금까지의 상황.
모든 퍼즐을 끼워 맞춰 보았다.
하지만 뭔가 등줄기를 서늘하게 만드는 긴장감이 가시질 않는다.
타닥.
“부부대장! 어디 가?!”
데미안이 어디론가 빠르게 달려갔다.
북쪽을 지키는 3지부의 가장 높은 장소였다.
“…….”
3지부는 1지부와 2지부와 달리 산으로 이루어진 지형이었다.
당연히 다른 곳보다 지형이 험하기에 적들의 침투가 가장 적은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적이 숨기에도 가장 적절한 곳이기도 하다는 뜻이었다.
스윽.
데미안은 아래쪽 수풀이 우거진 곳을 바라보았다.
만약 저곳 중 어딘가에 적들이 매복하여 전투를 준비하고 있다면…….
데미안의 시선이 아래쪽 수풀 너머에 고정되어 있었다.
* * *
“현재 적의 규모는 대략 백여 명 정도가 있지 않을까 예상을 하고 있습니다.”
“백여 명이요? 생각보다 숫자가 많군요.”
분명 정찰병으로 들어온 녀석들이라 판단했는데, 그 정도의 숫자가 있단 말인가?
빈센트가 미간을 찌푸렸다.
백여 명이라면 3지부에 있는 국경 수비대의 절반가량의 병력이다.
경우에 따라선 녀석들이 전면전을 택하여 덤빌 수도 있다는 것이다.
페레론이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뭔가 녀석들이 조금씩 바뀌는 것 같다는 의심이 있긴 하지만…….”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 조금씩 체형이 다른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는 거지요.”
“……그게 무슨.”
빈센트의 표정이 굳었다.
하지만 그에 페레론이 손을 휘휘 저으며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걱정 마십시오. 녀석들이 뭔가 꼼수가 있다 하더라도 먼저 공격을 하지는 못할 겁니다. 병력의 차이도 차이지만, 이미 높은 지형에 궁수들을 배치해 놨으니까요.”
만약 녀석들이 대가리를 들이대는 순간, 곧바로 궁수들의 화살이 녀석들을 덮칠 것이다.
“흐음…….”
자신만만한 페레론과 달리 빈센트는 다소 우려 섞인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그 후 짧은 잡담으로 대화는 끝났다.
빈센트는 카이온 부대원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대장님, 대화는 잘하셨습니까?”
“뭐, 특별한 건 없는 것 같다.”
“뭐라고 합니까?”
데미안의 물음에 빈센트가 그를 보았다.
“생각보다 적의 규모가 많은 것 같다.”
빈센트는 데미안에게 페레론과 있었던 이야기를 모두 해 주었다.
그리고…….
“데미안, 네 생각은 어떻지?”
“으음…….”
빈센트는 데미안과 의견을 공유하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그와 대화를 많이 해 보진 않았지만, 회의 때나 다른 판단에서 상당히 예리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데미안이 빈센트에게 말했다.
“그런데 걸리는 것이 있습니다.”
“뭐지?”
“적의…… 모습이 달라졌다고 의심이 된다 하지 않았습니까.”
“흐음…… 그런 말을 잠깐 했었던 것 같다.”
사실 그 부분은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진 않았다.
중요한 포인트는 적군의 수가 백여 명이라는 것. 그로 인해 전면전이 벌어질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하지만 데미안이 빈센트에게 물었다.
“만약 수가 백 명이 아니라면요?”
“……그게 무슨 말이지?”
“처음 이곳으로 정찰병이 진입했다고 하는 것이 언제지요?”
“6개월 정도 되었다고 하는군.”
“그때부터 국경 쪽으로 진입한 정찰병은 있는데, 나간 이들은 없지 않습니까.”
“그야 수풀 너머로 숨었을 땐, 아무래도 감시 범위를 벗어나니 그럴 수밖에 없겠지.”
“그렇다면 들어온 이들이 이곳에 자리를 잡고 매복하고, 또 병력이 계속 진입했던 것이라면…… 그 수는 백 명이 아니라, 최소 삼사백 명 정도는 된다고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억측이지 않은가?”
빈센트의 물음에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니라면 괜찮은 것이지만,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돌이킬 수 없습니다.”
과거의 삶에서 제국이 이러한 방식으로 국경을 완전히 뚫고 넘어간 적이 있었다.
‘그 시기가 지금인지는 알 수 없지만…….’
데미안이 모르고 넘어간 사건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은가.
데미안의 말에 빈센트의 표정이 상당히 심각해졌다.
‘가정’이긴 하지만, 소름이 돋을 정도로 두려운 가정이었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라도 그런 상황이 정말로 벌어지고 있다면.
‘이곳은 전멸이다.’
지원이고 나발이고 그냥 이곳에서 개죽음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페레론 대위를 만나서 얘기하겠다. 정찰대를 보내라 요청해야겠다.”
“제가 가겠습니다.”
“뭐?”
몸을 돌리던 빈센트가 미간을 찌푸렸다.
“우린 이곳에 지원을 온 것이다. 전면으로 나설 이유가 없어.”
“저는 사냥꾼인 아버지로부터 사냥감을 추적하는 기술을 배운 적 있습니다. 단순히 경계 근무만 서던 이곳 병사들보다 제가 훨씬 적들의 흔적을 잘 찾아낼 것입니다.”
“불허한다.”
“대장님!”
“불허라 하지 않았나!”
빈센트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부대가 만들어지고 첫 임무다.
이런 중요한 첫걸음부터 부하를 사지(死地)로 밀어 넣을 생각은 없었다.
“만약 우리가 우려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이곳에서의 임무를 보다 완벽하게 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작전에 적극 참여한 것으로 국경 수비대와의 관계는 물론 성과 보고에도 좋은 말들을 적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우려한 상황에 대한 증거를 찾는다면…….
스윽.
데미안이 빈센트를 보았다.
아마도 지금쯤 머리가 상당히 복잡하겠지.
부대원을 지켜야 하는 대장의 사명과 부대의 성과를 챙길 수 있는 그 중간 어딘가에서 갈등을 하고 있을 것이다.
‘빈센트 같은 지휘관들은 숱하게 봤었지.’
이 사람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지금과 같은 평화의 시대.
자신의 성과를 챙기는 것이 결코 지탄받을 일은 아니니까.
데미안이 말을 이었다.
“국경 수비대는 물론, 국경을 지켜 낸 시작점으로 훈장 그 이상의 포상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꼭 해 보겠습니다.”
“……자신 있나?”
굳건하던 빈센트가 흔들렸다.
확실히 데미안의 말처럼 위험한 일일 수도 있으나.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건가.’
으득.
지금 갓 부대를 출범한 자신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긴 했다.
그리고…….
“나도 함께 간다. 너희들 혼자 보낼 순 없다.”
씨익.
그 말에 데미안이 입꼬리를 올렸다.
“이곳 지형에 대해 빠삭하고 발 빠른 병사 몇 명을 붙여 달라고 요청해 주십시오. 그리고 우리 쪽에서도 발이 빠른 녀석들로 추리겠습니다.”
“젠장, 알겠다. 준비하고 있도록!”
그 말과 함께 빈센트는 몸을 돌려 페레론에게 향했다.
스윽.
데미안은 수풀 너머에 있을 녀석들을 생각하며 빠르게 부대원들을 정렬시키기 시작했다.
그렇게 카이온 부대의 첫 임무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