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52)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53화(53/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53)
수비대의 감시대의 아래쪽 수풀.
그 아래로 내려가기로 결정한 데미안은 빈센트와 함께 움직였다.
타닥. 타다닥.
경사가 굴곡진 곳이 많았고, 바닥이 평탄하지 않은 길이었다.
단순한 산길을 생각했다간 크게 당황할 수 있는 상황.
길잡이를 나선 국경 수비대원은 카이온 부대원들을 보며 말했다.
“바닥이 굉장히 울퉁불퉁하고 험합니다. 천천히 갈 테니 조심해서 따라오십시오.”
“그러지. 다들 조심하도록.”
빈센트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작전지에 들어선 순간부터 명령에 대한 대답을 육성으로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타닥. 촤르르륵!
중간중간 있는 나무를 잡으며 브레이크를 걸었다.
우거진 수풀의 나뭇가지에 잘못하다간 상처가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타다닥!
길잡이를 하고 있던 수비대원은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데미안을 보았다.
‘……이 새낀 뭐지?’
이곳 북쪽 국경의 산세는 바로크 왕국 내에서도 험하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바닥에 불규칙적으로 박힌 돌멩이.
그리고 중간중간 쑥 꺼지는 지형과 가파른 지형.
국경 수비대로 온 신입들은 열이면 열 모두가 상당히 고생을 했었다.
대게 1~2년 정도는 매일같이 돌아다녀야 겨우 적응을 할 수 있는 지형인데.
‘그런데…… 이렇게 빠르게 적응을 했다고?’
그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그때, 뒤따라오던 데미안이 수비대원에게 물었다.
“이런 지형에서 녀석들이 국경 수비대의 추격을 뿌리치고 도망쳤다는 말입니까?”
국경 수비대원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부끄럽지만 그랬다네.”
데미안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어졌다.
옆에 있던 빈센트가 물었다.
“그건 왜 묻는 거지?”
“……확인해야 하니까요. 이런 험한 산지 지형에서 숙련된 수비대를 뿌리치고 도망칠 정도의 수준이라는 뜻은…… 녀석들이 상당한 정예병이라는 뜻입니다.”
물론 정찰에 특화된 녀석들일 수도 있다.
보통 정찰은 발이 빠른 녀석들 위주로 선별을 하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만에 하나, 그것이 그들이 가진 능력 중 일부분이라면.
‘모두가 전투에 능숙한 정예병이라면…….’
데미안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점점 불안해지는 마음.
예상하고 있는 최악의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잠깐.”
데미안이 주먹을 들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부대원들이 움찔하며 멈추자, 데미안은 천천히 바닥에 있던 부러진 나뭇가지를 보았다.
“…….”
그리고 그 주변을 슬쩍 살피기 시작하더니, 빈센트를 보며 말했다.
“녀석들이 이곳을 지나간 흔적이 있습니다.”
아래로 정찰을 내려온 이후 처음으로 찾은 녀석들의 흔적이었다.
이곳을 시작으로 천천히 뒤를 쫓는다면.
“녀석들이 있는 곳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데미안이 천천히 앞으로 나가며 다른 곳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이쪽입니다.”
데미안은 침착하게 녀석들이 남긴 흔적을 따라갔다.
중간중간 인위적으로 흔적을 지운 곳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것을 흔적 삼아 따라가기도 했다.
뒤에서 따라가던 카일이 디아날에게 슬쩍 물었다.
“저 새낀, 뭐 사냥꾼이야 뭐야? 어디서 저런 걸 다 배운 거지?”
“나도 몰라.”
알면 알수록 비밀이 많은 녀석인 것 같았다.
데미안은 마치 숙련된 사냥꾼처럼 적들이 남긴 흔적들을 찾아갔다.
그리고.
“……하, 이놈들 봐라.”
놈들이 이곳에 온 지 6개월이라고 했던가?
‘하긴 그 정도 시간이면 매너리즘이 생길 법도 하지.’
이것이 바로 그 증거였다.
앞서 기지와 가까운 곳에선 꽤 치밀하게 흔적을 지운 성의를 보였지만.
‘이건 너무 대충했잖아?’
안쪽으로 갈수록 그 흔적이 노골적으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아예 지울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이다.
“여기서부턴 들키지 않게 조심히 움직여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녀석들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게 해야 하니까요.”
데미안의 말에 다른 부대원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덧 길잡이로 따라온 수비대원도 뒤로 물러선 채 데미안을 따라가고 있었다.
빈센트는 부대원들을 보며 말했다.
“언제든 전투가 벌어질 수 있다. 바짝 긴장하도록.”
끄덕.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럼 이동하겠습니다.”
데미안이 다시 천천히 산길의 아래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촤륵! 툭! 촤르륵!
아래로 내려가며 모래가 끌리는 소리와 함께 균형을 잡기 위해 잡은 나무가 살짝씩 흔들렸다.
부대원들은 그런 작은 반응에도 최대한 신경을 쓰며 조심스럽게 이동을 했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어느덧 긴장감과 피로에 옷이 땀으로 젖어 들고 있을 때쯤.
“……!”
조금 떨어진 곳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데미안이 급히 자세를 낮추며 주먹을 쥐었다.
그에 뒤에서 따라오던 부대원들이 급히 자세를 낮추었다.
하지만 그때.
삐끗!
부대원 중 한 명이 휘청하더니.
“으!”
발목을 접질렸는지 고통에 비명을 터트렸다. 아니, 소리가 새어 나오려는 순간.
덥썩!
검은 무언가가 그의 얼굴을 덮쳤다.
* * *
“젠장…….”
수풀에 몸을 숨긴 채 쭈그려 앉아 있던 남자는 씹고 있던 육포를 삼켰다.
벌써 이곳에 온 지 4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바로크 왕국의 북쪽 국경 수비대 처소 아래로 모인 병력만 삼백 명이 넘는다.
꽤 오랜 시간을 공들여 이동을 시킨 탓에 녀석들은 자신들의 숫자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듯했다.
“작전 개시 명령은 아직인가?”
“이번에 오는 녀석들이 명령서를 가지고 온답니다. 조금만 기다려 보시죠.”
무리의 선임으로 보이는 털보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얼른 끝내고 돌아가고 싶군.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싶어.”
이슬이 내리는 새벽.
차가운 냉기가 몸속을 침투했다.
게다가 가지고 온 침낭과 야영 장비에선 어느덧 꼬질꼬질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털보의 말에 다른 병사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저도요. 그리고 나와서 고기가 듬뿍 들어간 뜨끈한 스튜를 먹었으면 좋겠군요.”
“지금 몇 개월째, 육포와 과일만 먹고 있는데…… 젠장, 똥도 건강해지는 기분이야.”
그나마 식량 조달과 숲에서 먹을 것을 구할 수 있어 겨우 버티고 있었다.
털보가 말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으니 조금만 참아라. 이번 작전이 성공으로 돌아간다면, 포상도 두둑할 테니까.”
“쥐꼬리만큼 줬다간 제대로 항의할 겁니다.”
선발대의 경우 6개월 가까운 시간을 이 숲에서 보냈다.
포상이 적다면 아주 뒤집어엎어 버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때.
“……?”
무리에 있던 한 사내가 어디론가 시선을 돌렸다.
이윽고 그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왜 그래?”
“……방금 무슨 소리가 들리지 않았어?”
“소리?”
“저쪽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던 것 같은데.”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수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수풀을 대충 쳐 내고는 그 너머를 두리번거렸다.
“……착각인가?”
“산짐승 아니야?”
동료의 말에.
“빌어먹을 산짐승. 불을 피우질 못하니까 잡아도 쓸데가 없어.”
야생 동물의 생고기를 뜯어 먹을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이윽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사내는.
“……착각인가.”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 * *
“…….”
입을 틀어막고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한 녀석.
분대장 중 한 명인 제이콜이다.
이마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놀란 눈을 끔뻑이고 있었는데.
“……살짝 삔 것 같습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닌 것 같았다.
녀석의 발목을 만지던 데미안이 제이콜을 보며 물었다.
“일어나서 바닥을 강하게 디뎌 봐.”
끄덕.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발로 바닥을 몇 번 디뎠다.
살짝 통증이 있긴 하지만.
“걸을 수 있겠어?”
“예, 문제없습니다. 그냥 순간 놀랐을 뿐입니다.”
돌부리에 걸려 발목이 살짝 돌아가는 느낌에 놀랐던 것이다.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지를 뻔했는데.
“……덕분에 살았다.”
“흐흐, 뭐 이런 걸로.”
제이콜이 옆에 있던 카일에게 말했다.
비명을 지르는 순간, 카일의 솥뚜껑 같은 손이 제이콜의 입을 틀어막았기 때문이다.
하마터면 동료들에게 큰 민폐를 끼칠 뻔했다.
제이콜의 상태를 확인한 데미안은 다시금 멀리 있는 적들을 보았다.
이제 육안으로 보이기 시작하는 수준.
다행인 건, 저들이 자신들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데미안이 고개를 돌려 부대원들을 보았다.
끄덕.
끄덕.
고갯짓 한 번으로 의미가 통한다.
데미안이 앞으로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하자, 빈센트를 비롯한 부대원들이 데미안의 뒤를 따라 움직였다.
그리고 그들과의 거리가 대략 이십여 미터 정도까지 좁혀졌을 때.
스윽.
일행들은 모두 자세를 낮추며 숨을 죽였다.
이제부터는 수풀이 흔들리는 움직임.
그리고 바닥의 모래가 끌리는 소리가 저들에게 닿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숨소리조차 크게 내어선 안 된다.
타닥.
빈센트가 데미안의 옆으로 다가왔다.
“생각보다…… 숫자가 상당히 많다.”
“그런데 일부인 것 같습니다.”
전방에 보이는 녀석들의 숫자는 대략 십여 명.
아마 다른 곳에 또 무리가 있을 것이다.
‘녀석들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데미안이 빈센트에게 물었다.
“어떻게 할까요?”
“…….”
빈센트가 침묵했다.
섣불리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적이 이곳에 매복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성과는 거두었다. 하지만…….
‘……그 숫자가 얼마나 되는 거지?’
녀석들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지 못한다면 반쪽짜리 정찰이라 할 수 있었다.
데미안이 말했다.
“만약 저들을 쳐서 포로를 사로잡을 수 있다면…… 정보를 캐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럴 수만 있다면 가장 좋은 상황이다.
원하는 정보를 얻어 낼 수 있었으니까.
“……잠깐 기다려라.”
빈센트의 말에 데미안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지금 결정은 상당히 위험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때문에 데미안은 빈센트가 돌아갈 것이라 생각했다.
‘평화에 적응된 군인들이 이런 일을 할 수 있을 리…… 없지.’
안타깝지만 빈센트의 잘못은 아니다.
이런 작은 소규모 교전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목숨이 걸린 이상, 망설여지는 것은 당연했으니까.
하지만.
“……자네. 그리고 데미안.”
빈센트가 길잡이로 따라온 수비대원과 데미안을 불렀다.
두 사람이 가까이 다가오자.
“양쪽으로 돌아가 이 주변에 다른 적병들이 있는지 정찰을 하고 돌아오게.”
수비대원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으나.
끄덕.
이윽고 데미안과 그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며 혹시 가까운 곳에 있을 다른 적병들의 위치를 파악했다.
그리고…….
“이쪽에는 없었습니다.”
“이쪽에도…… 다른 무리들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돌아온 수비대원과 데미안의 보고에 빈센트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적의 수가 이쪽보다 많기는 하나.
‘무장된 상태가 아니다.’
게다가 녀석들은 방심을 하고 있는 상황.
녀석들을 포로로 잡을 수만 있다면, 엄청나게 좋은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꾸욱.
빈센트가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에 데미안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빈센트는 훨씬 강하고, 저돌적인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이어서 빈센트가 부대원들에게 말했다.
“녀석들을 기습하고 포로를 확보한다.”
그 말에 부대원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전투.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었지만.
“알겠습니다.”
데미안만이 두 눈을 번뜩이며 나지막하게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