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54)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55화(55/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55)
실력이 꽤 뛰어난 듯한 녀석들이긴 했지만, 고문 앞에선 장사가 없었다.
전문가의 손길에 녀석들은 집에 있는 속옷 개수까지 전부 털어놓을 지경이었다.
때문에 상황은 심각해졌다.
붙잡은 포로에게 정보를 캐낸 이후, 긴급 간부 회의가 열렸다.
국경 수비대장 페레론을 비롯한 수비대 간부들과 더불어 카이온 부대에선 빈센트와 데미안이 참석했다.
“……설마 스페니언 왕국의 소행일 줄이야.”
“스페니언 왕국이 어째서 이런 일을 한 겁니까? 그들과 우리는 서로 마찰이 생길 일이 없지 않았습니까.”
빈센트가 페레론에게 물었다.
하지만 페레론은 고개를 저었다.
자신 역시 이 상황에 대해 대답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
“이상한 점이 있긴 했습니다.”
“……무엇이 말인가?”
갑자기 화두를 던진 데미안의 말에 페레론이 물었다.
데미안이 대답했다.
“제국과 스페니언 왕국의 전쟁이요. 분명 스페니언 왕국의 패배로 끝났는데, 이후 영토 문제가 별로 없었으니까요.”
전쟁에 패배한 국가는 당연히 승전국이 전쟁으로 인해 손해 본 대부분을 보상해야 한다.
그에 영토나 혹은 막대한 돈 혹은 왕국민들을 내어 주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금전적인 보상이 이루어졌다곤 하나, 그걸로 승전국의 피해 보상이 전부 이루어졌을 리 없을 것입니다.”
스페니언 왕국에서 제국에게 내어 준 영토가 별로 없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약간 있긴 했지만, 마치…….
“그저 구실 같은 느낌이고요.”
그렇다면 두 국가 사이에 또 다른 거래가 있을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가령 예를 들어.
“바로크 왕국을 치기 위한 길을 내어 주며 도와준다던가.”
“……?!”
그 말에 페레론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무리 스페니언 왕국이 패전했다 한들, 그렇게까지 무리수를 두지는 않을 터.
“모든 걸 잃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그들이 못할 건 없지요.”
사실 억측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미래의 일을 알고 있기에 이런 예상이 가능한 것이다.
‘원래 스페니언 왕국은 제국에게 집어삼켜진다. 그것이 일어날 미래라면…… 이런 일도 충분히 가능하다.’
죽기 직전,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데미안은 가정해 보았다.
만약 과거의 삶에서도 이번 일과 똑같은 일이 있었더라면?
‘하지만 국경이 뚫려 제국이 쳐들어왔다는 얘기를 들어 본 적은 없다.’
그렇다면 누군가에 의해 막혔을 것이다.
그리고 막힌 이후.
‘스페니언 왕국은 결국 임무 실패로 제국에게 완전히 집어삼켜지는 것이지.’
그렇다면 앞으로 길어야 1년.
그 안에 스페니언 왕국은 완전히 멸망하게 된다.
그리고 제국은 그것을 시작으로 주변에 있는 소왕국들을 침공하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바로크 왕국이나, 떨어진 아르티안 왕국 역시 제국의 행보에 이상함을 느끼긴 하지만.
‘하지만 그땐 이미 늦었지.’
주변 정리가 끝난 제국이 제대로 칼을 뽑아 들었을 땐, 그야말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고작 1년 정도 지났을 때, 바로크 왕국은 영토의 30%를 빼앗겼으니까.
그리고 5년이 지났을 때…….
‘……젠장.’
좋지 않은 기억이 떠올랐다.
데미안이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페레론을 보며 말했다.
“경우의 수를 열어 놓고 생각을 해야 합니다. 대비했다가 아닐 경우 그냥 수고스러울 뿐이지만, 대비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얻어맞았다간…….”
데미안이 자리에 있는 간부들을 보며 말했다.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요.”
어린 데미안의 말이었지만.
꿀꺽.
국경 수비대의 간부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데미안의 기세에 모두 집어삼켜졌기 때문이다.
페레론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회의는 여기까지만 하지요. 그리고 빈센트 대위, 잠깐만.”
페레론이 서둘러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이윽고 뒤따라오는 빈센트를 보며 페레론이 물었다.
“저 소년은 누굽니까?”
“데미안이요? 우리 부대 부부대장입니다.”
“저 어린 소년이 부부대장입니까? 대충 봐도 열다섯 정도인 것 같은데.”
“정확히 열네 살입니다.”
“여, 열넷?!”
페레론이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지금 열네 살짜리가 이런 상황에 대해 예측을 했단 말인가?
듣고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후우, 굉장히 탐나는 병사로군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희 부대 부부대장입니다. 혹시라도 이상한 접근을 하시면 안 됩니다.”
페레론의 의도가 담긴 말에 빈센트가 사전에 차단했다.
페레론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압니다. 그냥 너무 탐이 난다는 거지요. 보아하니 교전에서도 저 병사의 활약이 엄청났다고 들었습니다.”
페레론의 말에 빈센트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데미안이 순식간에 여섯 명을 죽여 버린 덕분에 두 명의 포로를 확보할 수 있었다.
만약 그것이 아니었다면…….
“어쩌면 우리 쪽에서도 사망자가 발생할 수도 있는 긴박한 상황이었지요. 데미안의 공이 엄청나게 컸습니다.”
“대단한 병사로군요.”
페레론은 진심으로 데미안을 칭찬했다.
덕분에 앞으로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조금은 윤곽이 나오는 듯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같은 시각.
“뭔가 분위기가 이상한데?”
“바쁘게 돌아가는 것 같아. 부부대장, 뭐 아는 거 없습니까?”
제르카가 데미안을 보며 물었다.
그에 데미안이 부대원들을 보며 말했다.
“오늘 밤, 어쩌면 고비가 될 것 같다. 다들 각오 단단히 해야 할 거야.”
“……또 전투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겁니까?”
“놈들이 쳐들어오는 겁니까?”
부대원들이 데미안에게 물었다.
그에 데미안은.
“그럴 가능성이 굉장히 높을 것 같다.”
그러곤 군화를 벗고 막사에 누웠다.
“쉴 수 있을 때 쉬어 둬. 전투가 벌어지면 쉬고 싶어도 쉴 수가 없을 테니까.”
아마도 녀석들이 공격을 한다면 최소한 해가 지고 나서일 것이다.
‘규모가 있으니, 대낮에 쉽사리 움직이지 않겠지.’
게다가 녀석들 입장에선 물러날 수도 없는 입장이다.
데미안이 예상한 생각이 맞다면.
‘오늘 밤…….’
녀석들이 온다.
데미안은 최선을 다해 수면을 취하기 시작했다.
* * *
차가운 긴장감이 감돌았다.
국경 수비대는 그 어느 때보다 비상 상태로 들어섰다.
“……정말 올까요?”
초소에서 근무를 서던 국경 수비대원 한 명이 함께 근무를 서던 선임에게 물었다.
그에 선임이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몰라, 시발…… 이게 무슨 개고생인지.”
오후, 간부 회의가 끝나자마자 국경 수비대는 가지고 있던 장애물을 설치하느라 엄청나게 진땀을 빼야 했다.
갑자기 적이 쳐들어올 수도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수비대원들은 다급하게 움직였지만, 제법 오래 짬을 먹은 병사들은 또 생각이 달랐다.
‘무슨 공격이야, 시발. 대충 시늉만 하다가 가겠지.’
포로를 통해 얻은 정보로는 이곳에 있는 적군의 숫자가 삼백이 넘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발, 말이 되냐? 그동안 매일 감시를 했는데, 삼백 명이 어떻게 여기에 모여?’
그건 자신들의 무능함을 스스로 입증하는 꼴이지 않는가.
“어디 거짓 정보에…… 시부랄, 많아 봐야 한 백 명 되겠지.”
게다가 이쪽은 지형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선임은 스스로에게 다독이듯 후임에게 말했다.
“너무 쫄지 마. 솔직히 걔네가 미쳤다고 공격해 오겠냐? 그놈들도 자기 목숨 아까운 줄은 알 텐데.”
“하지만…… 현재 1급 비상 상황에 1지부와 2지부는 물론, 후방 부대까지 지원을 요청한 상태로 알고 있습니다.”
“……호들갑이지, 뭐.”
선임 역시 불안하긴 마찬가지인 했지만, 인정하고 싶진 않았다.
자신이 이곳에서 군 생활을 한 지 벌써 5년이 흘렀다.
그동안 위험한 상황도 가끔 있었지만, 지금처럼 요란을 떤 적은 없었다.
‘그냥 지나갈 거야,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그는 주문처럼 중얼거리며 앞을 보았다.
하지만 그때.
“……어?”
갑자기 앞에서 일렁이는 무언가에 선임이 고개를 내밀었다.
그 순간.
퍼억!
“마, 말크 병장니이이이임!”
후임은 말크의 이마에 박힌 화살을 보며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재빨리.
뎅뎅뎅뎅뎅뎅뎅뎅뎅!
초소에 있는 비상종을 미친 듯이 흔들었다.
“적이다! 적이 나타났다!”
이미 말크 병장은 즉사였다.
종을 친 후임은 초소에 납작 엎드린 채 몸을 벌벌 떨었다.
말크에게서 흘러내린 피로 인해 비릿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우욱!”
그 때문에 구토감이 심하게 올라왔고.
“우아아아아아아아!”
아래에서 들려오는 적들의 함성에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이 상황이 현실이 아닌 것 같았다.
뎅뎅뎅뎅뎅뎅뎅뎅!
“……왔다.”
“미친! 적들이라고?”
“진짜 몰려왔단 말이야?!
막사 휴식을 취하고 있던 카이온 부대원들은 갑자기 울려 퍼지는 종소리에 급히 장비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데미안은 군화의 끈을 꽉 조여 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부대원들을 보았다.
“다들 이전에 싸웠던 조 그대로 싸운다. 그리고 혹시라도 적에게 둘러싸인다면, 무조건 등을 맞댄 상태로 적과 상대해라. 어설프게 떨어져서 싸우다가 등에 칼 맞지 말고.”
소란스러운 분위기와 달리 데미안은 차분하게 얘기했다.
그 때문인지, 방금 전까지 호들갑을 떨던 부대원들도 다소 차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예.”
“우린 애초에 지원이니까 너무 앞으로 나갈 생각 말고, 안 되겠다 싶으면 뒤로 빠지거나 도망쳐라. 그게 살 수 있는 방법이다.”
데미안은 조립식 창을 내버려 두고 국경 수비대에 있는 온전한 창을 잡았다.
아무래도 이쪽이 내구도가 훨씬 좋았기 때문이다.
“제르카, 테르카. 적을 상대하되 결코 따라 들어가서 날뛰지 마.”
“예.”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곱게 대답하는 테르카와 달리 제르카는 저렇게 꼭 한마디를 붙인다.
데미안이 디아날을 보았다.
실력은 이 중에서 가장 뛰어나다 할 수 있지만.
“디아날, 망설이지 마라. 망설이는 순간 카일이 죽을 수 있다는 걸 명심해.”
“……알겠습니다.”
“흐흐, 걱정 마슈. 내가 확실히 엄호할 테니까.”
카일이 옆에서 낮게 웃음을 터트렸다.
데미안은 나머지 부대원들에게도 한마디 격려를 해 주곤 곧바로 바깥으로 나갔다.
이미 빈센트는 전투 준비를 끝낸 채 나와 있었다.
데미안이 말했다.
“부대장님. 카이온 부대, 전원 전투 준비 완료되었습니다.”
“현재 병력 요청을 해 둔 상태다. 가장 가까운 2지부는 몇 시간 안으로 도착할 것이다.”
그 말은 즉.
“버티기만 하면 우리의 승리다. 그러니 반드시 녀석들을 죽이겠다고 무리하지 마라.”
“알겠습니다!”
“예!”
그와 함께 빈센트는 곧장 수비대 초소를 빠져나가 아래에서 올라오고 있는 적들을 보았다.
“모두 죽여라! 놈들을 죽이지 못하면 우리가 죽는다!”
“왕국을 위하여!”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
뒤가 없는 녀석들만큼 무서운 건 없었다.
빈센트는 밀려드는 적군의 숫자를 보았다.
‘예상대로인가.’
하지만 예상했다고 해서 감당할 수 있는 숫자는 아니다.
3지부에 있는 수비대의 숫자는 대략 이백여 명.
지형적 이점이 있다곤 해도 상대가 1.5배나 더 많은 것이다.
“쏴라! 녀석들이 올라오지 못하게 활을 쏴라!”
활을 든 병사들이 녀석들을 향해 화살을 쏘았지만, 제대로 훈련이 되지 않은 화살이 위협적일 리는 만무했다.
수십 발을 쏘고 있었지만, 화살에 맞아 쓰러지는 적은 서너 명이 고작이었다.
“이곳만 넘으면 된다! 오늘 이곳을 지우고 집으로 돌아간다!”
스페니언 왕국의 병사들이 소리를 지르며 3지부 국경 수비대의 기지로 돌격했다.
쾅! 쾅! 쾅!
치열한 접전이 이어졌다.
선두에선 문을 틀어막고 있던 이들이 분전하며 기지의 문을 방어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끄아아아아악!”
기지의 벽을 타고 올라온 녀석들이 날뛰기 시작했다.
“밧줄을 내려라! 이곳을 사수해!”
벽을 타고 올라온 녀석들이 가지고 있던 밧줄을 내렸다.
저 밧줄로 다른 녀석들이 올라온다면…….
‘뚜, 뚫린다!’
페레론이 크게 소리쳤다.
“저곳을 막아라! 밧줄을 타고 올라오지 못하게 어서 막아야 해!”
하나가 뚫리기 시작하면 다른 곳이 뚫리는 것은 삽시간이다.
이러다가 기지의 문이 열리기라도 한다면 전멸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
페레론의 외침에 수비대원들이 급히 녀석들을 향해 달려들었지만.
“어딜!”
“막을 수 있을 성싶으냐!”
앞을 가로막은 녀석들이 강렬하게 저항했다.
쉽사리 뚫리지 않는 상황에서 어느덧 밧줄이 아래로 내려갔고.
“올라간다!”
“올라가! 어서 올라가!”
밧줄을 타고 적들이 기지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기지가 뚫리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그때.
파밧!
갑자기 검은 그림자가 비호처럼 녀석들을 향해 덮쳤다.
푸욱!
“커억!”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스페니언 왕국의 병사가 바닥에 쓰러졌다.
뚝…… 뚝…….
바닥에 떨어지는 핏물.
그와 함께 자리를 지키던 녀석이 당황한 표정으로 앞에 있는 놈을 보았다.
“넌 뭐야?!”
파밧!
하지만 녀석은 대답조차 하지 않고 곧장 자신을 향해 달려들었다.
남자는 들고 있던 검으로 달려오는 녀석을 향해 휘둘렀다.
“……!?”
자신이 어디로 검을 휘두를지 알고 있기라도 한 듯, 미리 피해 버리는 녀석.
마치 귀신과도 같은 녀석의 움직임에 남자가 당황한 표정으로 다시 검을 들었다.
핏!
“큭!
작은 상처.
창이 종아리를 스치며 작은 상처를 만드는 순간, 남자의 몸이 움찔했다.
하지만 이내, 녀석이 쥔 창이 푸른빛으로 빛나는 순간이었다.
퍼퍼퍼퍼퍽!
“…….”
순식간에 몸 여기저기에 구멍이 뚫린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거지?
그렇지만 그는 더 이상 생각을 이어 갈 수 없었다.
털썩.
붉은 피를 흘리며 쓰러진 남자의 위로 창을 쥔 사내가 작게 숨을 토했다.
“후우…….”
데미안은 기지의 벽면에 묶인 밧줄을 타고 올라오는 적군들을 보았다.
“내려가라.”
“으아아아아아악!”
“으아아악!”
데미안이 창으로 밧줄을 잘라 내며 주변에 있던 국경 수비대를 보았다.
“이곳이 뚫리면 다 죽는다. 그러니까.”
어느덧 그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죽을힘을 다해 막아. 나도 돕겠다.”
그 말에 국경 수비대원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