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57)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60화(60/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60)
바로크 왕국은 총 6개의 군단을 지니고 있었다.
그중 6군단은 북쪽 경계를 지키며 서부 칼데슨 산맥의 영역까지 관리하고 있었다.
때문에 다른 군단과는 달리 항상 전장에 노출되는 빈도가 훨씬 많아 군인들에겐 기피하고 싶은 곳이었다.
6군단장 키아렌.
불꽃처럼 타오르는 듯한 머리색.
허리까지 길게 내려오는 머리를 대충 질끈 묶고, 움직이기 편하도록 몸에 달라붙는 옷을 입는 것이 특징이었다.
굉장히 투박한 옷차림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가슴과 잘록한 허리, 쭉 뻗은 다리는 6군단 군인들의 선망의 대상으로 항상 뽑히게 했다.
물론 그녀의 앞에서 어설프게 눈알을 굴렸다간 그대로 목이 달아날 수도 있겠지만.
“……그래?”
“옙!”
키아렌은 심각한 소식을 전달한 부관을 보며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성인 남자의 손가락 굵기 정도 되는 시가의 끝을 자른 후 입에 문 키아렌은 연기를 뿜어냈다.
“그래서 지금 잡은 놈들은 어디에 있지?”
“3지부에 잡아 두었다고 합니다.”
“흐음…….”
설마 제국이 그런 황당한 일을 벌일 줄이야.
이 사안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복잡하군.’
단순히 몇 명 죽이고 싸움 한 번 하는 걸로 끝나는 수준이 아니다.
자칫 잘못하다간.
‘제국과의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아니, 이미 녀석들의 도발로 인해 시작되었다고 봐야 하는 건가?
키아렌은 짜증 섞인 표정으로 연기를 길게 뿜어냈다.
하지만 그때.
“그런데 키아렌 님. 이전에 브론세리안 숲에 마기에 중독된 몬스터 때문에 토벌대를 구성했던 일을 기억하십니까?”
“윌키스 남작이 지휘한 그 토벌 말인가?”
“예.”
“기억하지. 그런데 그건 왜?”
키아렌의 물음에 부관이 대답했다.
“그때…… 마기를 머금은 흉물을 파괴한 병사 있지 않습니까. 그 병사가 이번 국경 공격을 막아 냄에 크나큰 공을 세웠다고 합니다.”
“……이름이 뭐야?”
“데미안 이병입니다.”
“이병?”
이병이면 아직 군에 들어온 지 1, 2년 밖에 되지 않은 햇병아리라는 뜻이다.
그런데 그런 녀석이 브론세리안 숲에서 마기를 머금은 흉물을 파괴하고, 이번엔 국경에서 또 다른 공을 세웠다고?
“이번에 세운 공은 뭐지?”
“소수의 특공대를 지휘하여 적의 후방으로 이동해 적장의 목을 벴다고 합니다.”
“……뭐야, 그게? 허접한 놈들만 있었던 거야?”
“보고된 바로는 적장은 펠컨이라는 장수로 마력을 다룰 수 있다고 합니다.”
“하?”
펠컨이라는 이름은 모른다.
하지만 마력을 다룬다는 것 하나만으로 그의 가치는 엄청나게 올라간다.
어설프게 마력을 다루는 녀석이 지휘관으로 오진 않았을 테니까.
‘대체 뭐 하는 놈이야?’
이병이 마력을 다루는 적장의 목을 베었다라…….
지금의 상황만큼이나 골 때리는 보고이지 않은가.
이내 생각을 하던 키아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관이 고개를 갸웃하자.
“3지부 국경 수비대로 간다. 지금 바로 준비할 수 있도록.”
“직접 말씀이십니까?”
“그래, 직접.”
여간해선 다른 곳으로 잘 움직이지 않는 키아렌이다.
그런 그녀의 말에 부관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이내 침착하게 대답하며 밖으로 나갔다.
괜히 준비가 늦어졌다간 키아렌의 불같은 성격을 온몸으로 받아야 하는 경우가 생기니까.
이윽고 부관이 나가자.
“……참, 이게 무슨 상황인지.”
예상치 못하게 벌어진 상황에 키아렌은 그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준비된 마차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비록 상황이 복잡하긴 했지만.
“가 보면 알겠지.”
이내 그녀를 실은 마차가 3지부 국경 수비대의 기지로 향하기 시작했다.
* * *
“정말 고맙습니다. 덕분에 잘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도움이 되었다니 정말 다행이군요.”
3지부에서의 일은 잘 마무리가 되었다.
백여 명에 가까운 인원을 포로로 잡았고, 보고도 정상적으로 끝마치게 됐다.
부서진 기지를 정상화하는 데 시간은 걸리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런 건 중요한 일은 아니었다.
페레론은 도움을 준 카이온 부대원들을 보았다.
다행히 이들 중 사망자는 한 명도 없었다.
‘좋은 지휘관을 만난 덕분이겠지.’
페레론은 씁쓸한 듯한 표정으로 그들을 보았다. 하지만…….
“또 만나길 기원하겠습니다.”
이제는 돌아가야 하는 카이온 부대원들이다.
페레론은 빈센트에게 악수를 청했다.
그리고 그때.
“대장님!”
“무슨 일이지?”
페레론은 갑자기 자신에게 달려오는 부하를 보며 물었다. 그에 부하가 대답했다.
“구, 군단장님께서 지금 기지로 오고 있다는 연락입니다.”
“……군단장님께서?”
페레론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워낙 엉덩이가 무거운 것으로 소문이 난 분이다. 그런데 갑자기 연락도 없이 이곳으로 온단 말인가?
페레론이 소리쳤다.
“이, 일단 응접실부터 깨끗하게 정리해라!”
기지 전체가 싸움의 흔적으로 엉망인 상태였다. 하지만 응접실 정도라면 빠르게 정리가 가능할 터.
“예,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이번 전투에 참여했던 모든 인원들 대기하라는 명령도 있었습니다.”
“알겠다. 서둘러 응접실부터 정리할 수 있도록.”
“예!”
페레론의 말에 부하가 크게 대답하며 서둘러 응접실 쪽으로 달려갔다.
그에 페레론이 빈센트를 보았다.
“전원 대기하라고 하시니 복귀하는 건 조금 늦추셔야 할 것 같습니다.”
“어쩔 수 없지요.”
빈센트가 부대원들을 보며 말했다.
“다들 군단장님이 오실 때까지 대기한다. 워낙 불같은 성격인 분이시니, 언행에 조심할 수 있도록.”
“예!”
“예, 알겠습니다!”
빈센트의 말에 다른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데미안은 군단장을 떠올렸다.
‘이곳이면 6군단장…… 키아렌 장군인가?’
바로크 왕국, 유일한 여자 장군이다.
방금 빈센트가 말한 것처럼 불같은 성격이긴 하지만, 좋게 말하면 시원시원하며 호쾌하다고 할 수 있었다.
‘쓸데없는 허례허식을 하지 않는 사람으로 유명했지.’
그래서 전란의 시대에, 그녀에게 연줄을 대기 위해 뇌물을 바치려던 놈들 상당수가 목이 날아갔었다.
―왕국이 불타고 있는 것은 너희 같은 쓰레기들 때문이다.
그녀에 대한 일화 중 유명한 것들은 제법 많았다.
때문에 데미안도 선명하게 기억할 수 있었다.
다만 만나 본 적은 한 번도 없는데…….
‘들리는 소문으론 진짜 성격이 개차반이라고 하던데.’
어떤 행동을 할지 예상이 되지 않는다.
데미안은 그저 말없이 자리에서 대기하며 군단장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슬슬 지겹다는 생각이 들 때쯤.
“군단장님께서 오십니다!”
기지의 망루에서 확인을 하던 병사가 크게 소리쳤다.
이윽고 마차 한 대와 그 마차를 호위하고 있는 병사들이 기지 안으로 들어왔다.
그에 페레론이 급히 마차 쪽으로 달려갔다.
끼익.
마차의 문이 열리고.
“왕국에 영광을!”
붉은 머리카락의 6군단장을 본 페레론이 크게 소리치며 경례했다.
키아렌은 고개를 끄덕이곤 대열 중인 병사들을 보았다.
“…….”
이내 주변을 확인한 키아렌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시신들은 모두 치웠다곤 하나, 아직까지 전투가 치러졌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그래서 이들이 얼마나 치열한 밤을 보냈는지 알 수 있었다.
키아렌이 말했다.
“다들 고생 많았다. 이번 일에 대한 보상은 확실하게 주어질 테니 걱정 말도록. 그리고 대위.”
“옙!”
“죽은 병사들을 위해 위로제를 올리고, 그 가족들에게 확실하게 위로와 보상을 하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대가 직접 해야 한다.”
“알겠습니다.”
페레론이 크게 대답하자 키아렌이 걸음을 옮겼다.
그에 페레론이 옆으로 다가가며 그녀를 응접실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이어서 키아렌이 응접실의 소파에 앉아 페레론에게 물었다.
“그런데 이번 전투에서 상당히 큰 공을 세웠던 이병이 있다고 하던데.”
“데미안 이병을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저희 부대로 지원을 온 카이온 부대 소속의 부부대장으로, 적의 후미를 쳐 적을 교란시키고 적장의 목을 베었습니다.”
페레론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전달했다. 그에 키아렌이 말했다.
“그래서 빈센트가 여기에 있었던 거로군.”
빈센트는 새로 창설된 카이온 부대의 임시 대장으로 자신이 직접 보냈었다.
마차에서 내렸을 때, 빈센트가 보여 조금 의아했는데.
‘카이온 부대란 말이지.’
나름대로 6군단 내의 뛰어난 병사들을 모아 테스트를 거친 후 만든 부대인데.
그 짓거리가 영 쓸데없는 짓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 병사 좀 보지. 아, 빈센트도 같이.”
“옙!”
이윽고 페레론은 부하를 보내 곧장 데미안을 응접실로 불러왔다.
“빈센트 대위님, 데미안 이병. 군단장님의 호출입니다.”
“가지.”
“예.”
빈센트는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데미안에게 말했다.
그녀의 성격상 곧장 자신들을 부를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빈센트는 병사를 따라 응접실로 가는 중간, 데미안에게 말했다.
“혹여라도 무언가를 질문한다면 그냥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대답하면 된다. 괜히 말을 길게 했다간 불호령이 떨어질 수 있으니, 간결하게 대답하도록.”
“예.”
데미안은 빈센트와 함께 응접실로 들어갔다.
소파에 앉아 있는 붉은 머리카락의 여성.
언뜻 보니 굉장히 예쁜 미모를 지니고 있었지만.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은 눈빛에 데미안은 털이 쭈뼛 서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과거에 돌아온 듯한 느낌이었다.
진짜 전쟁을 겪어 본 자의 눈빛.
서늘하게 다가온 익숙함에 데미안이 그녀를 응시했다.
이윽고 키아렌이 빈센트를 보며 말했다.
“오랜만이군, 빈센트 대위.”
“예, 오랜만에 뵙습니다.”
“자네가 데미안인가?”
키아렌이 데미안에게 물었다.
데미안이 대답했다.
“예, 그렇습니다!”
“흐음…… 어려 보이는데. 뭐, 나이 따윈 상관없지. 그대가 적장의 목을 베었다고?”
“예.”
데미안의 대답에 키아렌이 침묵했다.
한 점 망설임 없는 대답.
게다가 녀석의 몸에서 은근히 느껴지는 기세.
‘보통 녀석은 아니로군.’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녀석이 어떻게 적장의 목을 벨 수 있었던 것인지.
그에 키아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이번 공로에 대한 보상이 있을 것이다. 큰 공을 세웠다.”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후후, 그런가. 알겠다, 돌아가 봐라.”
대화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이제 포로들을 만나 보고 앞으로의 상황에 대해 논의를 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때.
“대위 빈센트. 6군단장님께 일 대 일 면담을 요청합니다.”
갑자기 빈센트가 군단장에게 말했다.
그에 키아렌이 고개를 갸웃하더니.
“……빈센트 대위를 제외하고 전부 나가 있도록.”
갑자기 면담이라니.
저토록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니 거절할 수가 없지 않은가.
이윽고 빈센트를 제외한 모두가 응접실을 나가자 키아렌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지낼 만한가?”
“……덕분에 고생하고 있습니다.”
빈센트가 앓는 소리를 냈다.
그에 키아렌이 어깨를 들썩이며 웃음을 터트렸다.
“크크크크큭, 그래도 제법 잘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아까 본 그 녀석, 제법 쓸 만한 것 같아. 그런데 무슨 일이지?”
“아까 그 데미안 이병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그 녀석? 말해 봐.”
키아렌이 말했다.
그에 빈센트는 이곳에 온 이후 쭉 고민하고 있던 생각을 정리하며 말했다.
“그것이…….”
그리고 이어지는 빈센트의 말에 키아렌의 표정이 굳어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