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58)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61화(61/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61)
“……후우.”
밖으로 나온 데미안은 작게 숨을 토했다.
6군단장 키아렌과의 첫 만남.
그것은 잊을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강렬한 느낌이었다.
‘설마…… 이때도 저런 자가 있단 말인가?’
아니, 어쩌면 더 있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확실한 건 키아렌이 그저 신분으로 저 자리까지 올라간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왕국 최초의 여장군이라고 하더니…….’
오히려 소문이 축소된 듯한 느낌이었다.
어지간한 녀석들이라면 그녀의 앞에 서는 순간 입을 뻥긋하는 것조차 힘들 것이다.
“어어, 부부대장. 군단장님을 보고 왔습니까?”
“어떤 분이었습니까?”
막사로 돌아오자 부대원들이 데미안에게 물었다.
부대원들은 키아렌이 마차에서 내려 응접실로 가는 그 잠깐을 본 것이 전부였다.
부대원들의 말에 데미안이 제르카를 스윽 쳐다보았다.
“뭐야, 왜 날 봅니까?”
“아마 저놈은 군단장님 앞에 서면 입도 뻥긋하지 못할 거야. 기에 눌려서 말이야.”
“무슨! 제가 기가 얼마나 센데 그러십니까!”
제르카가 강하게 항변했다.
하지만 그에 옆에 있던 디아날이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이 녀석, 망나니 같지만 의외로 마음이 여린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소녀예요, 소녀.”
“흐흐, 제르카에 대해 잘 파악한 것 같은데, 디아날?”
제르카의 쌍둥이 동생 테르카가 말했다.
디아날과 테르카, 두 사람의 핑퐁에 제르카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둘 다 아주 뒤지고 싶은 모양이지, 앙?!”
하지만 그 순간.
벌컥.
“왕국에 영광을!”
갑자기 막사로 들어온 키아렌과 빈센트.
그에 자리에 앉아 있던 데미안이 벌떡 일어나 경례했다.
키아렌이 고개를 대충 끄덕이곤 자리에 있는 카이온 부대원들을 보았다.
스윽.
키아렌이 한 명 한 명 아이 컨택을 할 때마다 부대원들이 움찔했다.
그녀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마치 거대한 맹수의 앞에 선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키아렌이 바짝 얼어 있는 부대원들을 보며 말했다.
“그대들의 공로에 대해선 들었다. 갑작스러운 지원에 큰일을 겪었더군.”
“아닙니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아, 아닙니다!”
데미안의 대답에 이어 다른 이들이 한 명씩 더듬거리며 말했다.
그 모습에 키아렌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도 좋은 활약을 기대하겠다.”
작은 격려와 함께 키아렌은 몸을 돌려 막사를 나갔다.
빈센트는 돌아서 가는 키아렌을 향해 경례했지만, 키아렌은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손을 휘휘 저으며 떠날 뿐이었다.
짧았지만 강렬했던 존재감.
그리고 그녀가 떠나자.
“우아…….”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어.”
“왜 부부대장이 그런 말을 한지 알겠네.”
다들 키아렌을 만난 소감을 한마디씩 내뱉었다. 그리고 그때.
“으하하하! 아까 제르카 봤냐? 이 새끼 완전히 얼었어!”
카일이 제르카를 보며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에 제르카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뒤, 뒤지고 싶냐!”
당장이라도 검을 뽑을 듯한 기세에 카일이 낮게 웃으며 말했다.
“덤벼, 아주 곤죽으로 만들어 줄 테니까.”
“둘 다 그만해라. 우린 오늘 내로 정리하고 부대로 돌아간다.”
빈센트가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
뭔가 고민이 있는 듯한 표정.
데미안이 빈센트에게 물었다.
“면담은 잘하셨습니까?”
“……그래.”
무슨 면담인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것까진 차마 할 수 없었다.
이내 카이온 부대는 빠르게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곳에서의 일은 모두 끝났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험난한 지원 활동이긴 했지만.
‘다들 엄청난 경험을 했어.’
이것으로 최소한 이곳에 있는 녀석들은 이전에 비해 몇 단계는 성장했을 것이다.
그리고…….
“돌아가자.”
“예!”
부대원들을 바라보는 빈센트의 눈빛은 무언가 복잡한 듯했다.
그렇게 카이온 부대는 발페이트의 본부로 돌아왔다.
* * *
부대로 돌아온 데미안은 지원을 갔던 분대장들과 함께 막사 내에 있는 목욕탕으로 향했다.
3지부 국경 수비대에서 있었던 일들이 마치 현실이 아닌 것처럼 지나갔기 때문이다.
“크으, 이 상처 보이냐? 내가 한 번에 두 명을 상대하면서…… 영광의 상처지.”
“씻고 난 이후 제대로 소독을 해 둬. 작은 상처라고 대충 치료하면 나중에 골치 아플 수 있으니까.”
제르카의 말에 데미안이 말했다.
그에 제르카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후후, 이까짓 상처는 상처도 아닙니다. 걱정 마십시오.”
하지만 그 순간.
찰싹!
“으악!”
테르카가 제르카의 상처 부위를 때리자, 그가 비명을 질렀다.
테르카가 말했다.
“부부대장님 말씀에 그냥 네 하고 대답해라. 나중에 덧나서 고생하지 말고.”
“이 자식이!”
“그보다 부부대장님. 부대장님은 어디에 계십니까?”
“오자마자 교관님을 따로 만나는 것 같던데.”
테르카의 물음에 데미안이 뜨끈한 공용 욕조 안으로 몸을 담그며 말했다.
며칠간의 고생에 대한 피로가 쫘악 풀리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한 거 못 느끼셨습니까? 평소와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저도 그렇게 느꼈습니다. 돌아오는 내내 말씀도 별로 안 하시고 말이죠.”
디아날이 말을 거들었다.
확실히 군단장님과의 면담 이후, 빈센트의 모습이 평소와는 조금 달랐기 때문이다.
“글쎄…… 나도 이유는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일이라면 곧 말씀을 해 주시겠지. 다들 모른 척하고 있어.”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대답에 데미안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지금은 복잡한 생각은 접어 두고, 피로부터 풀어. 언제 또 이렇게 여유롭게 쉴 수 있을지 모르니까.”
다시 복귀했으니, 내일부턴 훈련에 참가해야 한다.
악명 높은 리온하르크의 훈련이다.
어쩌면 실전 작전이 그리울 정도로 힘든 훈련이 될 수도 있었다.
이어서 데미안은 그저 몸에 힘을 뺀 채 피로를 풀었다.
그리고 같은 시각.
“무슨 일인가?”
“상의할 일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부대로 복귀하자마자 빈센트는 리온하르크를 불렀다.
꽤나 급해 보이는 표정에 리온하르크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내 집무실로 들어간 빈센트가 리온하르크에게 말했다.
“이번 지원 작전에서 큰일이 있었습니다.”
빈센트는 3지부 국경 수비대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 리온하르크에게 얘기했다.
얘기를 듣던 리온하르크의 표정이 점차 굳어 갔다.
“……심각한 상황이로군.”
정세에 상당히 민감하며 상황 판단이 빠른 리온하르크였다.
이번 스페니언 왕국의 공격으로 인하여 대륙 정세가 어떻게 흘러갈지, 그 심각성을 빠르게 파악했다.
빈센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 와중에 데미안의 활약이 엄청났습니다.”
“처음부터 보통은 아니라고 생각했네. 훈련소에서 내가 기사단을 추천했을 정도니까.”
하지만 그것을 거절했다는 것은 빈센트 역시 알고 있었다.
떡잎부터 다르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하지만 그 정도의 재량을 보일 줄은 정말 상상조차 하지 못했었다.
“그래서…… 조금 이르긴 하지만 군단장님께 건의를 올렸습니다.”
“무슨 건의를 말인가?”
리온하르크의 물음에 빈센트가 잠깐 생각하는 듯하더니.
“제가 임시로 카이온 부대의 부대장을 맡은 건 알고 계시지요?”
“알고 있네. 그리고 이 카이온 부대가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졌는지도.”
최근 제국의 행보로 인해 대륙의 정세가 흉흉해지고 있었다.
때문에 즉각 전투가 벌어졌을 때 투입할 수 있는 특수 부대를 만드는 것이 카이온 부대의 시작이지 않은가.
그래서 6군단 소속일 뿐, 중대는 물론 사단의 명령 체계와는 별개인 직속 독립 부대로 만들어졌다.
빈센트는 그런 카이온 부대가 완성될 때까지 그들을 이끄는 임시 부대장이었다.
하지만…….
“데미안을 카이온 부대의 부대장으로 임명하고 싶다고 요청을 했습니다.”
“……!”
빈센트의 말에 리온하르크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어지간한 일에는 놀라지 않는 그였지만.
“진심인가?”
“예.”
그만큼 빈센트의 이야기는 파격적이었기 때문이다.
리온하르크가 침묵했다.
하지만 이내.
“군단장님께선 뭐라고 대답하셨는가?”
그 물음에 빈센트는 군단장과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 * *
“불허한다.”
“…….”
단칼에 잘라 낸 키아렌의 대답에 빈센트가 침묵했다.
그 모습에 키아렌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뭐야, 벌써 지겨워졌을 리는 없고. 설마 정말로 그 애송이가 부대장급이라 생각해서 추천한 거야?”
“……예, 그렇습니다.”
빈센트의 말에 키아렌이 진지한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부대 창설된 지 얼마 안 됐잖아. 잘 알지도 못할 텐데 그렇게 장담하나?”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상황이었다.
카이온 부대가 창설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다.
그사이 일이 있었다면 몇 번이나 있었을까.
그런데 그 짧은 사이 부대장급의 인물을 선택한 것이다.
그것도 군 생활이 채 2년도 되지 않는 이병을 말이다.
하지만 빈센트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를 본 기간은 짧지만, 그에 대한 저의 생각은 변함이 없고, 또한 확신하고 있습니다.”
빈센트는 데미안을 처음 보았던 테스트 때를 기억했다.
몬스터 기사단의 기사를 유린하듯 끝내 버리는 말도 안 되는 창술.
하지만 단순히 창술이 뛰어나다고 해서 그를 추천한 것이 아니었다.
보통의 병사들은 아무리 훈련이 잘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실전 상황을 겪게 되면 대부분이 몸이 얼어붙는다.
그렇지 않더라도 자신의 힘을 100% 사용하지 못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그는 달랐습니다.”
기지의 벽을 타고 올라오는 적을 제압하고 다른 부대원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모습은 아직까지도 눈앞에 선명했다.
게다가…….
“누가 생각이나 할 수 있었을까요. 소수의 특공대를 구성해서 적의 후미를 노리겠다는 발상을요.”
그것도 자발적으로 본인이 지휘를 해서 말이다.
“보통의 병사들이라면 기지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두려웠을 것입니다.”
나가서 적을 조우하는 순간 죽는다는 것을 알 테니까.
죽음의 공포란 그런 것이다.
판단력을 흐리게 하며, 몸을 무겁게 하는 엄청난 압박감이 들 수밖에 없다.
“짧은 시간이지만 제가 본 데미안 이병은 일반적인 병사들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그리고…….
그의 눈빛은 흡사, 군단장님의 그것과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빈센트는 차마 뒷말을 하지 못한 채 속으로 삼켜야 했다.
이 말은 지독한 사지를 뚫고 올라온 군단장에게 실례가 될 수도 있었으니까.
“……후우.”
빈센트의 말에 키아렌이 복잡한 감정을 내뱉었다.
빈센트는 유능한 장수다.
때문에 카이온 부대라는 중요한 일을 맡긴 것이다.
‘최소한 1년은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는데.’
고작 한 달.
그 짧은 시간 사이에 빈센트가 고른 녀석이라…….
솔직히 의아함보다는 호기심이 컸다.
대체 얼마나 특별한 녀석이기에 빈센트가 이렇게 말할 정도인가 싶은 것이다.
그에 키아렌이 잠깐 무언가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빈센트에게 말했다.
“좋아, 그럼 이렇게 해 보는 건 어때?”
“어떻게 말씀이십니까?”
“막스트리로 보내. 그곳에서 작은 부대 하나를 맡겨 보고, 성과가 있으면 카이온 부대의 부대장으로 임명하도록 하지.”
“……막스트리요?”
순간 빈센트의 표정이 움찔했다.
빈센트가 말했다.
“군단장님, 그곳은…….”
하지만 키아렌은 이미 결정을 내린 듯 빈센트를 보며 말했다.
“한번 보자고. 정말 그만한 그릇이 되는지 말이야.”
만약 그곳에서도 잘 버텨 낸다면 그것이 입증될 터.
그 말에 빈센트는 그저 말없이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