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59)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62화(62/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62)
오랜만에 받는 리온하르크의 훈련은.
‘……힘들다.’
죽을 것만 같았다.
―내 훈련 중에 마력은 사용 금지다.
데미안이 마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리온하르크는 시작 전에 확실하게 못을 박았다.
마력을 사용하지 못한다면, 냉정하게 데미안의 현재 수준은 그저 그런 병사들과 비슷했다.
그나마 네오칼리츠 부대에서 열심히 구른 탓에 체력과 근력이 나아지긴 했지만.
“끄으으으으으으으윽!”
데미안은 죽을힘을 다해 몸을 일으켰다.
배가 찢어지는 듯한 고통과 함께 머리 뒤로 큼지막한 돌을 들고 있는 팔이 덜덜 떨려 왔다.
쿡!
그때 리온하르크가 들고 있던 막대로 데미안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끄악!”
데미안이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몸을 쭉 폈다.
철봉에 다리를 걸친 채 바위를 들고 윗몸 일으키기를 하고 있는 데미안.
벌써 삼백 개가 넘었지만 리온하르크는 아직 성에 차지 않는 듯했다.
“오백 개를 완전히 채우고 끝내겠다. 이 정도로 어리광 부리지 마라.”
“……어리광이라니요.”
“지금 이 정도는 앞으로 있을 일에 비한다면 극락이라는 생각이 들 거다. 잔말 말고 계속해라.”
리온하르크는 현 카이온 부대원들에게 철저하게 체력 위주의 훈련을 시켰다.
다들 날고 긴다는 녀석들이긴 했지만, 진짜 전장에선 그 압박감으로 평소보다 몸이 몇 배나 무거워진다.
뒤에서 누가 옷을 잡아당기는 느낌이 들고, 바닥에 붙은 발은 접착제를 붙여 놓은 듯 끈적거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야말로 강철 같은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지치지 않아야 그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너는 두 배로 한다.”
“끄으으으으윽!”
데미안의 향후 거처가 결정된 순간, 리온하르크는 데미안에게 혹독한 훈련을 감행했다.
그곳에 가기 위해선 이 정도 훈련은 가볍게 할 수 있어야 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타고난 재능이다.’
마치 말라비틀어진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훈련을 시킬수록 데미안의 능력치는 말도 안 되게 상승을 했다.
마치 처음 훈련을 시키는 병사를 보는 것처럼 말이다.
보통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녀석들은 어지간한 훈련으론 ‘성장’이 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의 성장이란 어느 정도 한계가 있으니까 말이다.
처음에는 가파른 각도로 성장하겠지만, 점점 그 각도가 완만하게 변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완전히 멈추고 성장을 하지 않게 된다.
당연히 데미안 역시 굉장히 완만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 생각했다.
나이가 어리긴 했지만, 녀석이 보여 준 퍼포먼스는 어지간한 장수보다도 뛰어난 수준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었다.
‘……정말 전투적 재능과 마력을 사용하는 능력 두 가지로 이 정도의 일을 해냈다는 말인가?’
하늘이 내린 재능이라는 말밖에 설명이 되지 않았다.
물론 데미안이 과거에 수많은 전장의 경험을 가진 것과 바드로 인해 육체가 완전히 재구성되었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그런 평가를 내린 것이지만.
지금의 데미안의 체력과 근력이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는 것은 바드가 내린 ‘축복’이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사실을 모르는 리온하르크는 그저 모든 것이 데미안의 재능이라고만 생각했다.
“쉬지 말고 계속 움직여라! 이를 꽉 깨물지 마라! 나중에 어금니가 깨질 수도 있으니까!”
아예 입에 재갈까지 물려 버리는 참혹함에.
“……워어, 난 저렇게는 못하겠다.”
“우린 그냥 닥치고 시키는 것만 하자. 괜히 눈에 잘못 띄었다간 저렇게 될 수도 있으니까.”
최근 부쩍 가까워진 제르카와 카일은 당하고 있는 데미안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지금 이 정도만 해도 죽어 나가고 있는데, 데미안은 정말 자신들보다 두 배 이상을 더 하고 있었다.
“……그래도 해내는 걸 보면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옆에 있던 디아날은 순수하게 감탄을 터트렸다.
시킨다고 무조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마 자신이었다면…….
‘이미 탈진했을지도.’
의지력만으로 할 수 없는 것이 있으니까.
하지만 데미안은 재갈을 문 채 멈추지 않았다.
비록 느렸지만, 녀석은 포기하지 않았다.
능력은 물론.
‘정신력마저도 따라잡을 수 없다는 거냐…….’
문득 쉬고 있는 자신에게 화가 났다.
“……난 조금 더 뛰겠어.”
“야야! 그러다가 오후 훈련 때 죽어!”
제르카가 뒤에서 소리쳤지만.
“……나도 조금만 더 뛰어 볼까?”
카일마저 자리에서 일어나 디아날에게로 다가가자.
“……에이씨!”
제르카는 물론 테르카와 다른 녀석들마저 인상을 구기며 비틀거리며 뛰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데미안을 훈련시키던 리온하르크가 고개를 돌렸다.
“……?”
저놈들은 갑자기 왜 뛰는 거지?
그리고 이내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크크크크크크크큭.”
설마 이것도 이 녀석이 만들어 낸 상황이라 해야 하는 건가?
아무리 코에 걸면 코걸이고, 귀에 걸면 귀걸이라지만.
‘그래도…….’
리온하르크는 확신할 수 있었다.
만약 이 녀석이 막스트리에서 돌아온다면.
‘엄청난 부대가 하나 튀어나오겠군.’
리온하르크는 흐뭇한 표정으로 데미안을 바라볼 뿐이었다.
* * *
“허억…… 허억…….”
“대충 끝났나?”
“녀석들도 물러난 것 같습니다. 여기, 물.”
“고맙다.”
수통을 받은 병사는 바닥에 쓰러지듯 주저앉으며 물로 머리를 식혔다.
꽤나 미지근한 탓에 상쾌한 느낌은 없었지만, 그래도 피 냄새가 조금은 지워지는 느낌이었다.
막스트리.
바로크 왕국의 동부 전선으로 비교적 규모가 작은 이렌 왕국과 맞닿아 있는 분쟁 지역이었다.
하지만 분쟁 지역치고는 제법 고른 땅과 큼지막한 금광이 있었기에 이렌 왕국과 끊임없이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곳이었다.
이렌 왕국의 입장에선 국가 재정을 위해 절대로 빼앗길 수 없는 금광이었고, 바로크 왕국은 자신들의 규모 절반도 되지 않는 이렌 왕국에게 금광을 넘겨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자존심.
때문에 평화의 시대라곤 하나, 유일하게 하루도 끊이지 않고 소규모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곳이었다.
“젠장…… 그냥 윗대가리들끼리 알아서 결정을 하면 안 되나? 언제까지 이 미친 짓거리를 하고 있어야 해?”
막스트리에서 3년을 버틴 헤무스는 거칠게 욕설을 내뱉었다.
말이 3년이지, 이곳에서 3년을 버틴 것은 사실상 기적과도 같은 일이기 때문이다.
이곳에 온 놈들 중 절반은 6개월 안으로.
그중에서 또 절반은 1년 안으로.
그리고 나머지는 2년 안에 죽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대충 세수를 한 헤무스가 옆에 있는 후임을 일으켰다.
이곳에 온 지 1년 정도 된 녀석인데, 많이 친해진 탓에 잃고 싶지 않았다.
“넌 빨리 뒤지지 마라.”
그나마 윗대가리들끼리의 협약이라고 한다면, 이 금광으로 인한 전투에 인원수를 제한했다는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굉장히 규모가 큰 왕국 간의 전쟁으로 벌어질 수 있으니 말이다.
바로크 왕국의 입장에선 철저하게 이렌 왕국이 금광을 가지고 가지 못하게 막는 것이 목적.
그에 소왕국인 이렌 왕국의 입장에선 울며 겨자 먹기로 무조건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대규모 전쟁을 벌인다면 자신들이 질 것이 분명하니까.
금광을 차지하기 위해 벌써 수년째 전투.
바로크 왕국 측에선 막스트리는 상당히 유용한 지역이었다.
막스트리에 오는 이들은 보통 바로크 왕국에서 중범죄를 저지른 자들이기 때문이다.
군인이 아닌 그냥 범죄자들.
각각의 사연을 지닌 이들이 있지만, 대부분은 회개가 불가능한 쓰레기들만 모여 있었다.
네오칼리츠 부대와 비슷한 양상이 있긴 하지만,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위험하며 썩은 곳이라 할 수 있었다.
왕국의 입장에선 통제되지 않는 범죄자들을 보냄과 동시에 돈 들이지 않고 그들을 관리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었다.
죽어도 그만.
그러다 금광이라도 얻게 된다면 굉장한 이득.
그저 이곳에 있는 이들만이 하루하루, 지옥 같은 투쟁을 벌일 뿐이었다.
“……가자, 먹어야 또 싸우지.”
먹고 싸우고 먹고 싸우고.
매일 치열한 전쟁의 연속이었지만, 그들은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또다시 버둥거리고 있었다.
* * *
3지부 국경 수비대에 있었던 활약으로 논공행상이 진행되었다.
군단장이 온다거나 하는 거창한 이벤트는 없었지만.
“데미안, 앞으로!”
빈센트는 모든 병사들이 있는 곳에서 데미안을 호명했다.
데미안이 연병장 앞에 있는 단상 위로 오르자 빈센트가 크게 말했다.
“귀관은 3지부 국경 수비대로 침략한 스페니언 왕국의 공격으로부터 적의 후미를 공격하여 교란 및 적장의 목을 벤 공적을 이루어 냈다. 그에 이병에서 병장으로 3계급 특진! 그리고 20골드와 더불어 군단 무구 창고에서 원하는 무구 한 정을 지급하도록 한다.”
“오오오오오오!”
“오오! 특진! 근데 3계급이나 진급하는 게 가능한가?”
“몰라, 어쨌든 대단한 거지. 와…… 군 생활을 4년 동안 한 나보다 앞서가네.”
카이온 부대원들은 데미안을 보며 감탄을 터트리며 박수를 쳤다.
함께 3지부로 가지 않았던 녀석들 중에선 아니꼽다는 표정을 짓는 녀석들이 있었지만.
“인정한다. 솔직히…… 사람 실력이 아니긴 했어.”
“더한 걸 받아도 인정이지.”
데미안이 싸우는 모습을 보았던 이들은 오히려 상이 부족하다고 말할 정도였다.
“에이씨, 내가 갔으면 저 상은 내가 받는 건데.”
그리고 누군가의 중얼거림에.
“야, 지랄 마. 넌 갔으면 모가지 댕강이야, 븅신아.”
제르카가 이죽거리며 녀석에게 말했다.
녀석이 울컥하며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뭐, 덤빌래? 개새끼야? 확 모가지를 뽑아 버릴까 보다.”
“…….”
제르카의 살벌한 기세에 눌려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데미안의 논공행상이 끝나고, 함께 참석했던 이들도 10골드의 포상을 받게 되었다.
그렇게 논공행상이 끝난 후.
“데미안, 따라와라.”
빈센트는 데미안을 데리고 집무실로 향했다.
그동안 미루어 왔었던 이야기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십니까?”
평소와 달리 굉장히 진지한 분위기에 데미안이 빈센트에게 물었다.
자리에 앉은 빈센트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우선 미안하다는 얘기부터 먼저 하겠다.”
“……예?”
빈센트는 이전, 3지부 국경 수비대에서 6군단장과 면담을 했던 내용을 데미안에게 말했다.
이야기를 듣던 데미안이 조금은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게 사실입니까?”
“미안하다. 너를 카이온 부대의 대장으로 임명하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내가 너무 성급하여 일을 이렇게 만들게 되었다.”
마음 같아선 돌이키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군단장님의 의지가 확고하셔서 돌이킬 수가 없었다.”
데미안의 막스트리행을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데미안이 놀란 것은 그것 때문이 아니었다.
바로 빈센트가 자신을 카이온 부대의 부대장으로 임명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고작 한 달도 안 되는 시간.
자신의 무엇을 보고 그런 중책을 맡긴단 말인가.
‘……대충 일을 떠넘길 생각으로 결정할 사람은 아니다.’
데미안도 그동안 그와 함께 생활하면서 빈센트에 대해 조금은 알 수 있었다.
단순히 독립 부대라 하여 이런 곳의 부대장으로 있을 인물이 아니다.
최소 군단에서도 중책을 맡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그가 자신을 부대장으로 인정했다는 거에 놀랐던 것이다.
이어서 데미안이 말했다.
“막스트리에 가서 제가 무엇을 하면 됩니까?”
“……그곳에서 금광을 확실하게 왕국의 것으로 만들어 지켜야 한다더군.”
“금광이라…….”
막스트리는 데미안이 굉장히…… 잘 아는 곳이다.
당연하지 않은가.
자신 역시 가장 처음 그곳에서 시작을 했었으니까 말이다.
과거의 삶.
범죄를 저지르며 쓰레기처럼 살다가 전란의 시대가 된 이후 끌려간 곳이 바로 막스트리였다.
‘물론 그때는 제국 놈들과 싸운 거였지만.’
지금은 이렌 왕국과 금광을 놓고 싸우는 것일 뿐이다.
달라진 것은 없다.
데미안이 말했다.
“제가 그것을 해낸다면 카이온 부대의 부대장이 되는 것입니까?”
“그래.”
어쩌면 이 결정.
데미안이 원하던 바를 훨씬 앞당길 수 있는 일이었다.
‘몇 년은 걸릴 거라 생각했는데…….’
앞으로 4년 후.
전란의 시대가 오기 전, 그때까지만 이루면 된다고 생각을 했는데.
‘훨씬 빨리 이룰 수 있겠어.’
바로 자신의 부대를 만드는 것.
게다가 카이온은 각 부대의 정예들로 구성된 특수한 성질을 띤 독립 부대이지 않은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겠습니다.”
막스트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