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6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63화(63/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63)
“뭐라고?”
데미안의 부대 이전 소식은 순식간에 카이온 부대 전체에 퍼졌다.
“데미안!”
개인 훈련을 하던 디아날이 막사로 뛰어 들어오며 소리쳤다.
카이온 부대로 온 이후 부부대장이라고 항상 존댓말을 쓰던 녀석이 얼마나 흥분했으면.
짐을 정리하던 데미안이 디아날을 보았다.
“무슨 일이야?”
“부대를 이전한다니. 그게 정말이야?”
“아, 그렇게 됐어.”
“그렇게 됐어?”
디아날은 별거 아니라는 듯 툭 던진 데미안의 말에 쌍심지를 켰다.
저벅저벅.
“그렇게 됐어? 그게 끝이야?”
디아날이 화를 내며 데미안의 멱살을 잡았다.
순간 데미안은 디아날의 팔을 쳐 낼까 했었지만.
그저 녀석이 하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
디아날이 왜 이런 반응을 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달라진 거 하나 없네.’
아니, 원래 이런 녀석이었으니까.
그래서 가까워질 수 있었기도 했다.
피식.
“웃어? 지금 웃음이 나와?”
디아날의 말에 데미안이 말했다.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오프 더 레코드.”
“오프…… 뭐?”
“비밀이라고. 보안 철저히 해야 되는 내용이라고.”
“……뭔데.”
멱살을 쥐고 있는 손에 힘이 조금 누그러지는 듯했다.
데미안이 바로 말을 이었다.
“대장님이 날 차기 대장으로 지목하셨어. 그 과정에서 군단장님의 테스트가 진행되는 거고. 이 부대 전입이 그 테스트.”
“대, 대장?!”
디아날이 화들짝 놀라며 입을 틀어막았다.
이윽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디아날이 데미안에게 물었다.
“부대 전입을 해서 뭘 하는 건데?”
“그건 가 봐야 하는 거고…… 뭐가 됐든 다시 돌아올 땐 내가 이 카이온 부대의 부대장이다.”
“……아.”
“아? 그게 끝이냐고 물어보고 싶은 말은 난데.”
“……무슨 말이야?”
“그럼 비어 있는 부부대장 자리는 누가 맡을까. 제비뽑기로 뽑을까?”
“…….”
순간 디아날의 눈빛이 번뜩였다.
데미안이 무슨 말을 하는지 똑똑히 이해를 했기 때문이다.
데미안은 자신의 멱살을 잡고 있는 디아날의 손을 가볍게 뿌리쳤다.
그리고 옷매무새를 가볍게 만지고는 말했다.
“돌아왔을 때, 똑같은 수준이면 아는 척도 안 할 테니까 각오해. 진짜 크게 실망할 수도 있으니까.”
“……언제 돌아올 거야?”
“늦어도 1년.”
데미안의 눈빛이 날카롭게 가라앉았다.
“1년 안에 돌아올 테니까, 그때까지 죽어라 하고 있어.”
“……알겠어. 아니, 알겠습니다.”
디아날이 비장한 표정으로 대답을 하곤.
“왕국에 영광을.”
오른 주먹을 말아 쥐며 왼쪽 가슴에 댔다.
그에.
“왕국에 영광을.”
데미안도 같은 자세를 취하며 디아날의 경례를 받았다.
그렇게, 데미안은 막스트리로 떠났다.
그리고.
“…….”
데미안이 떠나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디아날이 몸을 돌렸다.
디아날은 비장한 표정으로 리온하르크에게로 다가갔다.
“교관님.”
“무슨 일이지? 지금은 개인 정비 시간일 텐데.”
“강해지고 싶습니다, 방법을 알려 주십시오.”
“……?”
뜬금없이 무슨 소리란 말인가.
하지만 리온하르크는 진지한 디아날의 눈빛에 입꼬리를 올렸다.
“많이 힘들 텐데, 버틸 수 있겠나?”
“버틸 수 있습니다. 아니, 무조건 버텨 내겠습니다.”
그 말에 리온하르크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중간에 포기했다간 그대로 원래 있던 부대로 전출을 보내도 상관없겠나?”
“상관없습니다!”
디아날이 소리쳤다.
그러곤 디아날은 데미안이 떠나기 전 남긴 말을 다시 떠올렸다.
―그럼 비어 있는 부부대장 자리는 누가 맡을까. 제비뽑기로 뽑을까?
꾸욱.
디아날이 눈빛이 비장함으로 어른거리고 있었다.
그에 리온하르크가 말했다.
“무기를 들고 연병장으로 오도록.”
리온하르크의 표정이 평소와 달리 조금은 상기된 듯했다.
이 맛에 가르치는 일을 그만둘 수가 없었다.
가끔 이런 녀석들이 툭툭 튀어나오니까.
과연 이 녀석은…….
‘얼마나 버티려나.’
벌써부터 웃음이 나온다.
* * *
바로크 왕국의 동부 전선.
왕국 내 가장 치열한 전장이 벌어지고 있는 마을.
그곳에 도착한 데미안은 자신을 안내하러 나온 병사를 보았다.
“당신이 데미안입니까?”
“예, 소속과 이름이 어떻게 되십니까?”
“6군단 3사단 직속, 타이렌입니다.”
타이렌이라 소개한 병사는 데미안에게 악수를 청했다.
데미안이 그의 손을 가볍게 잡으며 말했다.
“현재 이곳에 상황은 어떻습니까?”
“뭐…… 매번 똑같습니다. 금광을 가운데 두고 계속 싸우고 있는데, 아무래도 이렌 왕국 쪽에선 계속해서 병사들을 투입해서 금광 채집을 하려고 애쓰고 있지요.”
“지금은 이렌 왕국 쪽에 금광이 넘어간 상태라고 할 수 있겠군요.”
“예.”
어차피 빼앗고 뺏기고의 반복이다.
하지만 그런 양상이라곤 해도, 현재는 대부분의 소유권이 이렌 왕국 측에 있는 상황이었다.
“지금 시간이 조금 급해졌습니다. 앞으로 한 달 안에 금광을 차지하지 못한다면, 이렌 왕국 쪽으로 완전히 넘어가 버리게 됩니다.”
“……그런 규칙이 있습니까?”
“예, 금광을 차지하고 3개월을 지켜 냈을 경우 금광을 완전히 소유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왜 왕국은 정예병을 투입시키지 않는 겁니까?”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금광을 원하는 것은 이렌 왕국이지, 우리는 절실하지 않거든요.”
그저 이들을 통제할 장소가 필요할 뿐.
데미안이 타이렌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이렌 왕국이 훨씬 더 전력이 강할 텐데…… 어떻게 3개월마다 금광을 차지할 수 있었습니까?”
그것이 가장 궁금하다.
이쪽은 범죄자 쓰레기들.
그에 비해 이렌 왕국은 나름의 정예병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수년째 이 싸움이 지속될 수 있단 말인가.
그 답은 간단했다.
“3개월이 될 때쯤, 전 병력을 전부 금광으로 투입시킵니다.”
“……예?”
“전부 밀어 넣어 대부분의 병력이 죽인 이후, 막스트리 외곽에 주둔하고 있는 본대가 금광을 차지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범죄자들의 숫자가 다시 채워지면 본대는 빠지고, 다시 그들이 막스트리의 전장으로 투입되는 것이었다.
“…….”
그러니까 3개월마다 이곳에 있는 범죄자들은 금광을 빼앗지 못하면 무조건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해 있는 것이다.
하지만 타이렌은.
“하하, 그래도 한 10% 정도는 어떻게든 꾸역꾸역 살아남는 녀석들이 있습니다. 가장 오래된 녀석은 벌써 3년이 넘기도 했지요.”
순간적이긴 했지만, 구역질이 나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어서 데미안은 타이렌을 따라 막스트리의 부대 기지로 걸음을 옮겼다.
저벅저벅.
“이곳이 기지입니다. 따로 부대 이름은 없어, 그냥 막스트리 부대라고 하시면 됩니다.”
“그렇군요.”
기지의 안으로 들어오자 다른 녀석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들 역시.
“……뭐여, 신병이여?”
“에휴, 관심 가지지 마. 한 일주일 버티면 그때 이름이나 물어보자고.”
새로운 얼굴의 등장에 녀석들은 자기들끼리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에 타이렌이 말했다.
“이곳 분위기가 좀 그렇습니다. 대충 이해는 하시고, 후에 따로 소개를 해 드리겠습니다.”
“……그러시죠.”
데미안은 두리번거리며 기지 내부의 모습을 보았다.
제대로 된 막사는 하나도 없었다.
천과 막대로 만든 임시 막사.
그것이 이들의 보금자리였다.
게다가 기지라고 하는 것도 통나무를 세워 나무를 이어 만든 벽이 전부였고, 군인들이 아닌 범죄자들만 모아 놨으니 기강이 잡혀 있을 리 없었다.
‘막스트리 외부에 주둔하고 있는 군인들 때문에 도망치지도 못하고 이곳에 있는구나.’
새삼스레 예전의 기억이 많이 떠오른다.
그렇지만 그때와는 다른 양상.
데미안이 모르는 막스트리의 이전 모습이 지금은 현재라는 것이다.
“이곳입니다.”
데미안은 이윽고 비어 있는 막사를 배정받았다.
“며칠 전까진 쓰던 녀석이 있었는데, 지금부턴 데미안 님이 쓰시면 됩니다. 혹시 궁금하거나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구할 수 있는 선에선 구해 드릴 테니까요. 그리고…… 일단 짐부터 푸시고, 이따 한 시간 뒤쯤 병사들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뭐라고 한들, 데미안은 막스트리 부대의 지휘관으로서 이곳에 오게 되었다.
지휘관 한 명 있다고 뭐가 달라질진 모르겠지만.
“그럼 쉬십시오.”
타이렌이 빙긋 미소를 짓고는 이내 막사를 나섰다.
혼자 남은 데미안은 작은 막사를 보았다.
“…….”
겨우 성인 남자 3~4명 정도가 누우면 끝나는 정도의 크기.
앞으로 데미안이 살게 될 공간인 것이다.
그리고 그때.
“……그냥 내버려 두는 거 아니었나?”
데미안은 막사 뒤쪽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이내.
“그래, 매도 빨리 맞는 것이 낫다고…… 괜히 자고 있을 때 귀찮게 하는 것보단 낫겠지.”
데미안은 막사 안에 놓인 막대 하나를 들었다.
그러고는.
스윽.
밖으로 나온 데미안이 녀석들을 보았다.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녀석들.
껄렁거리는 모습과 함께 대가리 수가 많아야지만 보일 수 있는 여유.
그 모습에 데미안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에.
“아야, 지금 웃음이 나온다냐?”
“웃지 못할 이유가 있을까?”
데미안은 손에 쥔 막대를 어깨에 툭 걸치며 말했다.
그 말에 남자가 낄낄거리며 말했다.
“거 보니까, 아까 짐짝에 쪼까 좋은 것이 많이 든 것 같은디. 뭔지 까 보고 좋은 게 있으면 나누자고. 앞으로 오래 볼 사인디.”
무리의 대장으로 보이는 녀석이 막사 안쪽으로 보이는 데미안의 짐을 가리켰다.
하지만…….
“……오래 본다고? 너희는 며칠 내로 뒤질 것 같은데.”
“뭐시?”
“이 새끼가 아주 독설을 하는구만. 너, 이곳이 어딘지나 알고 왔냐?”
옆에 있던 다른 녀석이 데미안을 향해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자 데미안이 귀찮은 듯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그냥 볼일이나 보고 빨리 가. 열, 아니 열두 명이네. 뭐 뜯어먹을 게 있다고 열두 명이나 오는지.”
“흐흐흐흐흐, 아주 겁대가리를 상실한 놈이구먼.”
이런 대화는 이제 지겨웠다.
데미안이 앞에 있던 녀석을 보며 말했다.
“내가 먼저 간다. 빨리 쉬고 싶어서 말이야.”
그 말과 함께.
파밧!
데미안이 녀석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 * *
“오호, 헤무스. 아직까지 살아 있네?”
헤무스는 갑자기 찾아온 타이렌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팔자 좋게 막스트리 외곽에서 편하게 꿀이나 빨고 있는 정규군 놈들 중 한 명이지 않은가.
‘그냥 못 본 척 지나가지…… 개같은 새끼.’
일부러 막사 안으로 숨었거늘.
굳이 막사 안으로 기어들어 와서 이렇게 말을 건다.
“흐흐흐, 운이 좋았지요. 그런데 여긴 무슨 일이십니까?”
평소엔 잘 오지도 않던 녀석이 모습을 드러내니 괜히 불안했다.
그런 헤무스의 물음에 타이렌이 말했다.
“새로 온 지휘관이 있다. 소개시켜 줄 테니까 사람들을 전부 모아.”
이곳에서도 나름대로 보이지 않는 계급이라는 것이 존재했다.
오래 버틴 녀석들이 주축을 이루어 세력을 만드는 건, 어찌 본다면 막스트리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하지만 타이렌의 말과 함께.
“……설마 아까 저쪽 막사로 같이 가던 그 앳된 녀석을 말하는 겁니까?”
“음, 이미 봤나?”
“그 녀석이 지휘관입니까?”
“그래.”
순간 헤무스의 표정이 핼쑥해졌다.
“저, 정규…… 군인이란 말입니까?”
“맞다, 이번에 훈장으로 병장 진급을 한 녀석이지. 그런데 왜 그러나?”
“이런 젠장.”
헤무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곳에서 자신들에게 있어 정규군은 그야말로 귀족과도 같은 존재였다.
잘못 건드렸다간 뼈도 못 추리게 되는.
헤무스의 반응에 타이렌의 표정이 굳었다.
“설마…….”
“정규군인 줄 몰랐습니다! 진짭니다!”
그냥 평소와 똑같이 어디서 감방살이할 녀석이 또 왔다고 생각했다.
타이렌이 말했다.
“이 일은 나중에 징계 처리하도록 하지. 우선은…… 서둘러!”
타이렌과 헤무스가 급히 데미안이 있는 막사 쪽으로 뛰어갔다.
자신의 기억이 맞다면 아까 데미안의 막사로 가던 십여 명의 녀석들을 말하는 것 같은데…….
‘젠장.’
시작부터 꼬이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타이렌과 헤무스가 데미안의 막사에 도착했을 때.
“……1시간 뒤에 온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줄지어 머리를 박고 있는 죄수들 앞에 쪼그려 앉은 데미안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