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62)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65화(65/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65)
막스트리 외곽 부대.
정규군들이 있는 곳이기에 막사부터 시설이 굉장히 깔끔했다.
“저기 안에 지휘관이 왔다면서?”
“아, 얘기 들으셨습니까?”
타이렌은 선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병장 하나 왔는데, 흐흐. 위에선 무슨 생각으로 보냈는지. 저런 거 하나 온다고 달라질 놈들이 아닌데 말이지요.”
타이렌은 막스트리에서 벌써 2년을 넘게 있었다.
그리고 그동안 숱하게 많은 죄수들이 죽어 나가는 것을 보았다.
애초에 왕국에게 있어 막스트리는 그저 죄수들을 가둬 두기 위한 장치에 불과했다.
그깟 금광 따위 바로크 왕국에겐 없어도 그만이니까.
그런데 갑자기 지휘관이라니.
“뭐, 그래도 구경하는 재미는 있지 않을까요?”
“구경은 무슨. 제깟 놈이 뭘 할 수 있다고.”
그러고는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선임이 타이렌에게 말했다.
“그 누구냐. 오래 살아남은 놈.”
“헤무스 말입니까?”
“아, 그래. 헤무스란 이름이었지. 그놈에게 슬쩍 말해 놔. 그 지휘관이란 놈은 우리랑 다른 부대니까 적당히 손봐 주는 걸로는 우리가 터치 안 하겠다고.”
선임이 작게 웃음을 터트리며 어깨를 들썩였다.
정규군에겐 납작 엎드리는 죄수들이지만, 자신들이 뒤를 봐주지 않는다고 얘기를 하면…….
“아주 곤죽이 될 것 같은데. 며칠 만에 도망치는 거 아니야? 으하하하하하!”
선임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그때.
“아…… 그런데 그건 좀 다를 것 같습니다.”
“무슨 말이야?”
타이렌은 아까 보았던 그 모습을 떠올렸다.
그 흉포한 놈들이 얌전히 바닥에 대가리를 박고 있던 그 모습이 아직 눈에 선했다.
‘뭐…… 그것도 잠깐이겠지.’
그 녀석들이 어떤 녀석들인데.
죽는 것 말고는 답이 없는 녀석들을 데리고 녀석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내 타이렌도 선임의 말에 동감한다는 듯 그저 함께 낄낄거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 * *
막스트리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백 명이 훌쩍 넘는 죄수들이 7열 종대로 줄지어 서 있었다.
이들이 7열 종대로 선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데미안에게 혼쭐나게 맞았던 녀석들이 7명이었기 때문이다.
데미안은 줄지어 서 있는 죄수들을 보다가.
“거기 줄 똑바로 서라. 앞사람 대가리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줄 똑바로 맞춰 서라.”
데미안은 들고 있던 막대를 들고 옆으로 튀어나온 죄수를 가리키며 말했다.
데미안의 지적 한 마디 한 마디에 그들이 움찔하며 빠릿빠릿하게 움직였다.
“이제야 좀 볼만하네.”
잔뜩 긴장한 표정.
눈알을 굴리는 것조차 지적받고 있었기에, 그들은 목석처럼 앞만 보며 서 있었다.
그에 데미안이 가장 왼쪽에 있던 녀석을 가리켰다.
데미안에게 처음 일격에 기절해 버렸던 덩치였다.
“앞으로 여기 제일 앞에 있는 이 녀석들이 조장이다. 너부터 1조. 그리고 넌 2조.”
데미안은 옆으로 걸음을 옮기며 다른 조도 호명하기 시작했다.
총 7조까지 모두 호명이 되자, 데미안이 말했다.
“앞으로 너희들을 부를 때 1조장, 2조장으로 부를 거다. 이름도 필요 없다. 그냥 너희는 내가 시키는 대로만 움직이고 하라는 일만 해라.”
우뚝.
자리에 선 데미안의 눈빛에 그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아까 보여 준 데미안의 퍼포먼스가 뇌리에 각인된 듯 선명하게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늘 이후 이런 일이 또다시 벌어질 경우, 즉각 사형이다. 너희 같은 쓰레기들을 죽인다고 뭐라고 할 사람은 없으니까.
이곳에 있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정말 그 말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이다.
때문에 죄수들은 마치 군인처럼 군기가 바짝 든 모습으로 데미안을 보았다.
“1조장.”
“예, 옙!”
“말 더듬지 말고 한 번에 대답해라. 1조장.”
“예!”
“그리고 각 조장들은 뒤를 돌아 각 조원들을 바라보도록.”
데미안의 말에 조장들이 뒤를 돌아보았다. 그에 데미안이 말했다.
“앞으로 조원들이 사고 치면 이유 불문. 너희가 뒤진다. 농담 같으면 테스트해 봐도 좋아.”
“아, 아닙니다!”
“아닙니다! 잘 단속하겠습니다!”
7명의 조장들이 크게 소리를 지르며 앞에 있던 조원들을 노려보았다.
‘사고 치면 죽여 버리겠다.’
열과 성의를 다해, 진심으로 눈빛에 살기를 담아 조원들을 쳐다보는 조장들.
그들의 모습에 데미안이 말했다.
“좋아, 그럼 앞으로 이렇게 움직이는 걸로 하고…… 이곳에 대해 설명해 줄 사람이 필요한데.”
데미안이 녀석들을 두리번거리다가.
“아까 그 안내했던 병사랑 내 막사로 왔던 놈. 앞으로 튀어나와.”
“저, 저 말씀이십니까?”
“그래, 너.”
헤무스가 조심스레 손을 들자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해산. 너와 각 조장들은 내 막사로 올 수 있도록.”
대충 기강을 잡긴 했지만 데미안은 알고 있었다.
잠깐이라도 풀어 주는 순간, 이 녀석들은 다시 망나니가 될 것이라는 것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옥죌 수는 없는 법이다.
결국 무엇이든 너무 과하면 탈이 날 수밖에 없으니까.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겠네.’
적절한 당근과 채찍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전에 우선…….
“1조장.”
“예, 대장님!”
자연스레 대장이라는 칭호가 나온다.
데미안이 그에게 말했다.
“회의가 끝나면 조원들을 데리고 이것보다 다섯 배 정도 큰 막사를 만들어 놔라. 대충 만들면 너희도 대충 걸어 다닐 수 있게 다리를 분질러 놓을 테니 튼튼하게 만들어라.”
“저, 저희 조만요?”
빠악!
“크악!”
1조장의 물음이 끝나기 무섭게 데미안이 들고 있던 몽둥이로 녀석의 머리통을 후려갈겼다.
1조장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해, 해 놓겠습니다!”
“처맞은 지 얼마 지났다고 벌써 습성이 튀어나와? 앞으로 명령엔 무조건 예로만 대답해라, 알겠어?”
“예, 옙!”
다시 한 번 기강을 잡은 데미안이 앞에 있는 헤무스에게 물었다.
“이곳에서 꽤 오래 버텼다고?”
“……3년 정도 있었습니다.”
“좋아, 그럼 대충 지형에 대해선 잘 알겠네?”
“눈 감고도 그릴 수 있는 수준이지요.”
헤무스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그에 데미안이 말했다.
“그럼 그려.”
“……예?”
“1시간 내로 금광 주변의 지형과 적의 규모에 대해 적은 것들을 가지고 다시 이곳으로 오도록. 그 사이 1조장은 애들 데리고 큰 막사를 만들고. 1시간 뒤에 그곳에서 회의를 한다.”
데미안의 말에 헤무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1시간 만에 말씀이십니까?”
“스읍.”
그 물음에 데미안이 눈을 부라리며 몽둥이를 들자.
“그, 그려 오겠습니다!”
헤무스가 크게 소리쳤다.
옆에 있던 1조장은 1시간 만에 막사를 어떻게 만드냐고 말하려 했다가 입을 꾹 다물었다.
‘모, 못해도 해야 된다.’
그것만이 자신들이 사는 방법이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1시간 뒤.
“……괜찮은데?”
정말 1시간 만에 이런 막사를 만들 줄이야.
데미안은 헐떡이는 1조장과 그 조원들을 보고는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
막사를 세운 기둥도 바닥에 잘 박았고, 바닥도 잘 다져 놓았다.
팽팽하게 당겨진 천은 어지간한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데미안이 만족스러운 듯 1조장과 그 조원들에게 말했다.
“잘했다. 너희는 특식으로 오늘 저녁 고기 파티다.”
“고, 고기 파티요?”
“고기를 준다는 말씀이십니까?”
1조원들이 눈이 휘둥그레지며 물었다.
이곳에서 물자를 자급자족해야 하는 이들의 식사는 대부분 딱딱한 밀빵과 멀건 수프가 대부분이었다.
고기는커녕 야채도 포만감 있게 먹을 수 없었다.
그런데 고기라니…….
“고기라니이이이이! 꾸엑!”
너무 큰 희열감에 속으로 생각하던 것이 입 밖으로 튀어나와 버렸다.
데미안의 몽둥이에 1조장이 머리를 부여잡으며 낑낑거렸다.
“소란 떨지 마라. 이제 회의를 시작할 테니 나머진 전부 꺼져.”
데미안은 헤무스가 그려 온 지도를 테이블 위에 펼쳤다.
급하게 그리긴 했지만, 그래도 있어야 할 것들은 전부 다 있었다.
데미안이 헤무스에게 말했다.
“설명해 봐.”
“예. 지금 현재…… 여기에 보이는 이것이 금광의 기지입니다. 지금은 이 기지에 이렌 왕국의 깃발이 꽂혀 있는데, 이 깃발의 여부로 금광의 주인이 바뀌는 거지요.”
“이 기지에 있는 이렌 왕국의 깃발을 빼고 우리 깃발을 꽂으면 그때부터 금광이 우리 것이다?”
“예, 맞습니다.”
“……하.”
설명을 듣던 데미안이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정말 그야말로 게임처럼 진행이 되는 일이지 않은가.
이 녀석들에게 구제받을 수 없는 쓰레기라고 말은 했지만.
‘사람 목숨 가지고 장난질을 치고 있었네.’
왕국의 행동도 그다지 달갑진 않았다.
데미안은 굳은 표정으로 헤무스의 말을 계속해서 들었다.
요점을 정리하면 간단했다.
금광 기지에 깃발을 꽂는 쪽이 금광을 차지한다.
금광 기지를 방패 삼아 수성을 하는 쪽이 상당히 유리한 입지를 가진다.
“요지는 결국 금광보다는 기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네.”
“예, 맞습니다.”
헤무스의 설명에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지도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기지 쪽으로는 특별할 것이 없는 지형이었다.
그저 낮은 언덕 정도의 오르막길 끝에 지어진 기지.
그렇지만…….
‘무조건 방어하는 쪽이 유리하다.’
직접 봐야 정확하겠지만, 이런 상황에서 적의 기지를 뚫기 위해선 제법 타이트한 전술과 작전을 펼쳐야 한다.
‘이 녀석들을 데리고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우선은 먼저 기지를 탈환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삼는다.
시간을 버는 것이 중요하니까.
“알겠다. 너희들은 돌아가서 대기해라. 분명 말해 주겠지만, 괜히 탈영하거나 사고 치는 놈들에겐 두 번은 없다.”
흉흉한 데미안의 눈빛에 그들은 모두 침을 꿀꺽이며 대답했다.
이윽고 혼자 남은 데미안은 헤무스가 그린 지도를 보았다.
“우선 준비해야 할 것들이 꽤 많겠어.”
막스트리 본대에 지원을 요청하는 건 무리다.
애초에 그런 것이 가능했더라면, 이렇게까지 방치하진 않았을 테니까.
데미안은 혀를 차며 몸을 돌렸다.
“쯧…… 돈 좀 깨지겠네.”
하지만 지금은 써야 할 때다.
데미안은 홀로 어딘가로 걸음을 옮겼다.
* * *
“고, 고기다!”
막스트리 부대의 저녁.
데미안은 약속대로 정말로 고기를 듬뿍 가지고 왔다.
“이걸 큼지막하게 썰어서 넣고 스튜를 끓여. 날씨가 추워지니까 항상 몸을 따뜻하게 할 수 있게.”
“아, 알겠습니다!”
식사를 담당하던 죄수는 오랜만에 보는 고기를 휘둥그런 눈으로 쳐다보았다.
수레에 싣고 온 고기의 양은 그야말로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이 양을 전부 손질하려면 분주하게 움직여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저녁 식사로 주먹만 한 고기가 듬뿍 들어간 스튜가 나오자, 죄수들은 모두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어흑, 얼마 만에 먹어 보는 고기냐.”
“크윽…… 그래, 이 맛이야! 이 맛이라고!”
“매일 멀건 수프만 먹었었는데…… 이런 맛을 잊고 있었다니.”
여러 향신료가 함께 들어간 스튜를 먹으며 감탄을 터트리는 녀석들.
그에 데미안이 외쳤다.
“이 고기는 1조 인원들이 회의실로 쓸 막사를 잘 만들었기 때문에 주는 상이다. 모두 1조원들에게 고맙다고 한마디씩 해라!”
“으아아아! 1조원들아. 꾀부리지 않고 잘 만들어 줘서 고맙다!”
“너희 때문에 오랜만에 입이 호강이다!”
“고맙다, 전우야! 으하하하하!”
분위기가 순식간에 달아오르자 데미안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때 헤무스가 데미안에게 다가왔다.
“이 많은 양의 고기를…… 어디서 구하신 겁니까?”
“어디서 구하긴, 샀지. 여기만 허름하지 조금 후방으로 가면 여기도 살 만해.”
“…….”
데미안의 말에 헤무스는 말을 잇지 못했다.
자신이 그것을 모를 리 없지 않은가.
다만 데미안이 사 온 고기의 양이 거의 이백 명이 먹을 수 있는 양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정규군이라고 해도 그 많은 돈은 어디서 났단 말인가.
“각 조장들에게 전해. 내일부터 동이 틀 때 무조건 기상이라고.”
“동이…… 틀 때요?”
“한 명이라도 늦었다간 알지? 이 말도 꼭 전해.”
“……알겠습니다.”
대체 그 꼭두새벽부터 무슨 짓을 하려고.
헤무스는 내일이 두려운 듯 침을 꿀꺽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