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65)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68화(68/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68)
쿵! 쿵! 쿵! 쿵! 쿵!
바닥을 강하게 구르며 진격하는 막스트리 부대의 돌격 진형.
이렌 왕국의 병사들은 다가오는 적들의 모습에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나, 둘. 하나, 둘.’
머릿속으로 구령을 외치며 발걸음마저 똑같이 맞추고 있는 막스트리 부대원들.
그에 기지를 차지하고 있는 이렌 왕국의 병사들은 또다시 화살을 쏘았다.
“발사아아아아!”
고드윈의 외침과 함께.
촤자자자자작!
백여 발이 훌쩍 넘는 화살이 막스트리 부대원들을 향해 쇄도했다.
“발사!”
촤자자자자작!
연달아 쏘아지는 화살.
하지만.
티티티티티팅! 태태탱! 티잉!
벌써 몇 번째 화살을 쏘아 올렸거늘, 녀석들의 진격을 멈추긴커녕, 제대로 된 피해조차 주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미친……!”
이렌 왕국의 병사 한 명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말이 안 되지 않은가.
고드윈조차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 짧은 시간에 이런 전술을 익혔다고? 이게 말이 되는 건가?’
고드윈은 지금의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처음엔 그저 흉내 정도만 내는 거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완전히 다른 양상이었다.
‘생각 이상으로 단단하다.’
화살로 녀석들에게 피해를 주는 건 사실상 힘들 것 같았다.
아니면 정교한 실력을 지닌 궁수가 방패 사이의 틈새로 화살을 쏘는 것뿐인데…….
“젠장.”
그런 궁수가 이런 곳에 있을 리 없지 않은가.
고드윈이 미간을 찌푸리며 녀석들을 보았다.
어느덧 언덕 아래까지 바짝 진입한 바로크 왕국의 병사들.
고드윈이 소리쳤다.
“통나무를 굴려라! 녀석들이 올라오지 못하게 막아라!”
“예!”
이미 화살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다른 병사들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서둘러 준비해 둔 굵직한 통나무를 준비했다.
상당히 두툼한 통나무.
게다가 길이도 길었기에, 그것을 굴리기 위해 들어 올리는 것은 상당히 힘든 작업이었다.
장정 열댓 명이 밧줄을 걸어 겨우 들어 올리자, 고드윈이 소리쳤다.
“불을 붙여라!”
화르르르륵!
기름 먹인 통나무에 불이 붙자, 이렌 왕국의 병사들은 통나무를 곧장 아래로 굴리기 시작했다.
쿠르르르릉! 쿵! 쿠쿠쿵!
굵직한 통나무 다섯 개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경사진 비탈을 따라 굴러갔다.
그에 고드윈의 눈빛이 번뜩였다.
‘오히려 빡빡하게 뭉쳐 있는 그 진형이 독이 될 것이다.’
속도가 붙은 통나무는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나게 위협이 된다.
그리고 막스트리 부대원들 역시.
“으, 으아아아악!”
“통나무다! 통나무가 굴러온다!”
진형을 해체하라는 명령이 없으니 계속해서 전진할 수밖에 없었다.
정면에서 굴러오는 통나무에 그들도 상당한 위협을 느꼈다.
하지만 그때였다.
파밧!
갑자기 선두에 있던 데미안이 앞으로 달려 나갔다.
통나무가 있는 쪽으로 달려 나간 데미안의 모습에 옆에 있던 3조장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대, 대장님!”
설마 혼자서 저 통나무를 막을 생각인가?
저렇게 가속도가 붙은 통나무를?
3조장을 비롯한 막스트리 부대원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너무 위험한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우우우우웅!
창을 쥔 데미안은 마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며 앞에서 굴러오는 통나무를 보았다.
둘레가 성인 두 명이 껴안아야 겨우 안을 수 있을 정도로 두꺼운 통나무였다.
‘준비는 많이 해 놨네.’
3개월마다 바뀌는 기지에서 이 정도 준비를 해 두었다면, 지휘하는 녀석이 멍청이는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하아아아아압!”
창에 마력을 주입한 데미안이 크게 소리를 질렀다.
이윽고 바닥을 단단히 고정한 다리와 함께 허리가 회전하며 뒤로 젖혔던 팔이 앞으로 쭉 뻗어 나갔다.
이상적인 찌르기.
이윽고 데미안의 손에 쥐어진 창이 앞으로 뻗어 나가며 통나무를 때리는 순간.
콰드득!
마치 벼락이 치는 듯한 소리와 함께 굴러오던 통나무가 멈췄다.
“……어?”
그 모습에 고드윈은 물론.
“……!?”
“멈췄……어?”
“……잉?”
뒤에서 보고 있던 막스트리 부대원들조차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게다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쩌적! 쩌저저저적!
데미안이 내지른 창을 기점으로 통나무가 완전히 박살 나며 반으로 갈라졌다.
고드윈이 소리쳤다.
“이런 씨발! 이게 무슨 상황이야!”
항상 냉정함을 유지하는 그조차 당황할 정도로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어떻게 찌르기 한 번에 저 두꺼운 통나무가 저리 산산조각이 날 수 있단 말인가.
“대체 저 녀석은 누구야!”
정규군에서도 저런 놈은 본 적이 없었다.
고드윈은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하지만 어느덧 언덕의 바로 앞까지 도달한 막스트리 부대원들.
이어서 데미안은 경사진 언덕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부대, 헤쳐! 돌격하라!”
“우아아아아아아아아!”
“돌격하라아아아아아아!”
거북이처럼 뭉쳐 있던 막스트리 부대원들이 동시에 산개하며 금광 기지의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언덕의 중간중간을 엄폐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 방어를 하던 기지였기에 오르기만 한다면 녀석들을 잡을 수 있었다.
밀고 들어오는 바로크 왕국의 병사들의 모습에 고드윈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3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이제 끝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그렇지만.
‘어차피 이 녀석들을 죽여도 내일 당장 정규군이 투입될 터.’
항상 해 왔던 패턴이긴 하나 매번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이 정도로 치고 올라왔으면 이쪽의 피해도 각오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고드윈은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
“후퇴! 후퇴하라!”
퇴각 명령과 함께.
뿌우우우우우우!
후퇴의 나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에 이렌 왕국의 병사들이 언덕 반대편으로 빠르게 도망치기 시작했다.
나팔 소리에 금광에서 일하던 광부들도 함께 부리나케 도망쳤다.
“우아아아아아!”
“도망치는 놈들을 죽여!”
“쫓아라!”
흥분한 막스트리 부대원들이 도망치는 이렌 왕국의 병사들을 쫓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
“그마아아안!”
마력을 실은 데미안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그에 부대원들이 움찔하며 데미안이 있는 쪽을 쳐다보았다.
저벅저벅.
데미안은 홀로 깃발을 들고 언덕 정상에 있는 기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곳에 꽂혀 있는 이렌 왕국의 깃발.
콰득!
깃발을 뽑은 데미안은 이렌 왕국의 깃발을 부러트리고 바로크 왕국의 깃발을 꽂았다.
“기지를 탈환했다! 우리의 승리다아아!”
“우아아아아아아아아!”
“우리가 이겼다! 으아아아아아!”
데미안의 외침과 함께 부대원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금광 기지가 들썩일 정도의 엄청난 함성.
부대원들은 진심으로 기뻐하며 소리쳤다.
당연하지 않은가.
매번 기지를 빼앗지도 못한 채 죽는 이들이 대부분이었고, 설사 한 번 빼앗는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동료가 죽어 나갔으니까.
“으아아아아! 살았다!”
“살아남았어…… 으흐흐흐흑!”
하지만 이번엔 살아남았다.
기지를 탈환했음에도 불구하고 죽은 이들은 한 손에 꼽을 정도였고, 부상자도 많지 않았다.
이토록 완벽한 승리는 단언컨대 처음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모두 후퇴한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몇몇 조장들이 데미안에게 물었다.
예상치 못한 데미안의 말에 다른 부대원들은 당황한 표정과 함께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렇지만 데미안은 부대원들을 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후퇴한다! 모두 막스트리로 돌아간다!”
방금 기지를 탈환해 놓고 곧바로 기지를 내어 준다는 것이었다.
그에 부대원들은 모두가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명령이다.”
그 한마디에 모두가 막스트리의 부대 기지로 복귀할 수밖에 없었다.
의문을 남긴 채 말이다.
* * *
“……뭐라고?”
고드윈은 기지를 버리고 떠났다는 바로크 왕국 병사들의 소식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그게…….”
고드윈의 일그러진 표정에 보고를 한 부관이 말을 더듬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보고에 고드윈이 욕설을 내뱉었다.
“이런 미친 새끼들! 그럼 대체 뭐 하러 그렇게 목숨 걸고 나타났단 말인가!”
“그것이…… 협약의 날짜 때문인 것 같습니다. 3개월 동안 깃발을 바꾸지 못하면 이곳의 전투가 끝나니까요.”
“내가 그런 것을 모른다 생각하는가? 하지만 기지를 끼고 방어를 하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는 것은 전술을 모르는 애들도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왜 녀석들이 다시 돌아갔냐는 말이지!”
“그건…….”
고드윈의 물음에 부관조차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대체 무슨 꿍꿍이지?”
고드윈은 통나무를 박살 냈던 녀석을 떠올랐다.
딱 봐도 지휘관급으로 보이는 장수였는데, 도무지 그 의중을 파악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상관없다. 녀석들이 떠났다면 다시 우리가 차지하면 그만.”
또다시 3개월이라는 시간을 버텨 내야 하겠지만, 자신들의 숙명이지 않은가.
게다가…….
“녀석들의 전술을 알았으니 이번엔 더욱 철저하게 준비한다. 화살보다는 통나무를 연달아 굴릴 수 있도록 하고, 암벽 쪽에서 커다란 바위를 준비하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이제 녀석이 무슨 생각으로 후퇴를 했는지는 상관없다.
‘한 번은 쉽게 내어 주었지만…… 두 번째는 호락호락하게 당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두 번째는 없다.
고드윈의 눈빛이 살기로 번뜩였다.
반드시 녀석의 결정을 후회하게 해 주겠다는 생각으로.
고드윈은 이윽고 부대를 이끌고 비어 있는 금광 기지를 다시 장악했다.
* * *
막스트리 부대원들이 다시 부대로 복귀를 하고 난 후였다.
이례적으로 조장들이 모여 데미안의 막사로 찾아왔다.
“대장님, 잠깐 괜찮으십니까?”
“……무슨 일이야?”
데미안의 말에 그들이 막사 안으로 들어왔다.
모두 너 나 할 것 없이 비장한 표정.
그 표정에 데미안이 고개를 갸웃했다.
“할 말이 있으면 해라. 무슨 일이지?”
그에 조장들이 데미안에게 말했다.
“대장님,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돼서 여쭙습니다. 도대체 왜 후퇴를 하신 겁니까?”
“맞습니다. 아무리 저희가 멍청이라곤 해도 기지에서 방어를 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것쯤은 압니다.”
“예, 기껏 피해도 없이 이렌 왕국 놈들을 몰아냈는데…… 왜 후퇴 명령을 내리신 겁니까?”
이미 조장들끼리 회의를 하다가 온 것 같았다.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으니, 이렇게 단체로 몰려온 것이겠지.
그에 데미안이.
피식.
조장들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 순간 조장들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고, 녀석들의 안색이 핼쑥하게 변했다.
데미안의 눈빛이 처음 만났을 때, 그때처럼 엄청난 살기로 번들거리는 듯했기 때문이다.
“죄, 죄송……!”
1조장이 급히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소리쳤다.
하지만 그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좋아, 한 번만 설명해 주지.”
“……예?”
“넌 왜 무릎을 꿇고 있는 거냐?”
당장이라도 넙죽 절을 할 것 같은 1조장의 모습에 데미안이 물었다.
“하하…… 그게…….”
1조장이 쭈뼛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머쓱한지 머리를 긁적이는 녀석을 보며 데미안이 말했다.
“우선은 좋은 태도다. 너희 같은 놈들이라도 어떻게든 머리를 굴리는 모습은 좋은 거니까 말이야.”
데미안의 말에 녀석들이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그에 데미안이 물었다.
“그런데 말이야. 너희 수성은 할 줄 알아?”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