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68)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71화(71/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71)
기지를 탈환한 이후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데미안이 집중했던 것은 딱 두 가지였다.
바로 궁수들의 육성과 부대원 전체의 체력을 향상시키는 것이었다.
공성, 수성이라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전쟁에선 체력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사람이 죽고 죽이는 무거운 중압감이 있는 것이 바로 전장이다.
그곳에 들어서는 것만 하더라도 보통 이상의 체력이 소진된다.
체력이 약한 녀석들은 칼을 몇 번 휘두른 것만으로 헉헉거릴 정도니까 말이다.
때문에 전장에서는 얼음장처럼 차가운 상황 판단과 정신력 그리고 꺼지지 않는 강철 체력은 필수였다.
“헥…… 헥…… 헥……!”
“입 벌리지 말고 코로 크게 숨을 들이켜! 그리고 입으로 쪼개면서 호흡을 내뱉어라!”
“예엡! 허억…… 허억……!”
고작 30분.
하지만 그 30분에 단 한 명도 예외 없이 모두 죽을 것 같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아니, 몇 명은 이미 바닥에 쓰러진 채 개처럼 기고 있는 녀석들도 있었다.
멈추면 죽이겠다.
데미안이 엄포를 놓았기 때문이다.
“그만!”
“으아아악!”
“으악!”
“허미, 나 죽네!”
데미안의 외침과 함께 부대원들이 모두 바닥에 쓰러지며 가슴을 헐떡였다.
몇몇 조장들은 자존심 때문인지 주저앉지는 않았지만.
“허억…… 허억…… 허억…….”
두 무릎에 손을 올린 채 크게 어깨를 들썩였다.
데미안이 1조장에게 다가가 그의 머리에 물을 부었다.
“할 만하냐?”
“죽을 것…… 같습니다. 우욱!”
체력 훈련을 끝내고 나면 토하는 녀석들이 절반 이상이다.
1조장은 구토감을 애써 억누르며 허리를 폈다.
“대체 이건 무슨 훈련입니까……?”
난생처음 받아 보는 훈련이었다.
“혹시 정규군들은 모두 이런 훈련을 하나요?”
“아니, 모두는 아니야. 아주…… 소수의 엘리트들만이 하는 훈련이랄까?”
“엘리트들이 하는 훈련이요……?”
데미안이 적용시킨 체력 훈련은 이른바 인터벌 트레이닝으로 불리는 훈련이다.
과거, 리온하르크에게 받았던 훈련이었다.
짧은 시간 동안 느리게, 그리고 전력 질주.
이 두 가지를 반복하는 것인데 전력 질주는 경우에 따라 1분에서 3분 정도까지 지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느리게 달릴 때는 거의 걸음 수준으로 뜀박질을 하는데, 이때 최대한 쉬면서 호흡을 가다듬는 것이 필수였다.
그리고 불규칙하게 그것을 반복하게 되면, 심장은 극한으로 부하를 받게 되고.
그 과정에서 심장 기능과 폐 기능이 엄청나게 강화가 된다.
‘결국은 체력이 있어야 버틸 수 있는 것이니까.’
그 증거로 최근 녀석들의 혈색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빡세게 운동하고, 그리고 잘 먹고.
이 두 가지가 바뀌었을 뿐이었지만, 이미 녀석들은 정규군에 준할 정도로 기본 바탕이 만들어진 것이다.
1조장은 부대원들을 보고 있는 데미안을 쳐다보았다.
정말 이 사람을 따라가면…… 무언가 달라질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1조장이 데미안에게 말했다.
“저기…… 대장님.”
“말해라.”
“만약에 말입니다. 정말 만약에…… 이곳에서 전쟁이 끝나면…… 대장님이 있는 부대로 갈 수 있습니까?”
“왜, 군대에 말뚝 박으려고?”
“아니, 뭐…… 저 같은 놈이 밖에 나가 봐야 또 사고밖에 더 치겠습니까. 그냥 대장님 같은 분 밑에 있으면 사고도 안 칠 것 같고…….”
“하긴 내 밑에 있는 놈들이 사고를 치면 차라리 죽는 게 더 낫겠다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만들어 주긴 하지.”
데미안의 눈빛에 1조장이 움찔했다.
이어서 데미안이 말했다.
“네놈들 하는 거 봐서.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우선 이곳부터 정리를 확실하게 해야겠지.”
“예, 옙!”
1조장이 크게 대답했다.
그에 데미안이 쓰러져 있는 부대원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후엔 곧장 진형과 궁술 훈련이다. 차질 없도록 준비해.”
“알겠습니다!”
몸을 돌린 데미안은 방금 전 1조장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이곳에서 전쟁이 끝나면…… 대장님이 있는 부대로 갈 수 있습니까?
“…….”
녀석들은 범죄자들이다.
하지만 자신 역시 과거엔 녀석들처럼 나쁜 짓을 상당히 많이 일삼지 않았던가.
사람이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은 아니지만.
‘한 번쯤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안에서 변할 수 있는 녀석들도 있지 않을까?
물론 그 죗값은 확실하게 받아야겠지만.
머리가 조금 복잡해지는 가운데, 데미안은 막사로 돌아가 침대에 털썩 누웠다.
생각해 보니 이곳에 온 이후로 제대로 쉰 적이 한 번도 없는 듯했다.
“후우.”
고작 두 달.
다소 억지스러운 이유로 막스트리로 오게 되었지만, 이곳에서의 생활이 나쁘진 않았다.
무엇보다 예전의 자신을 보는 것처럼,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부대원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제법 괜찮았다.
그래도.
“날 이곳에 보낸 녀석에게 제대로 한 방은 먹여 줘야겠지.”
아주 보란 듯이 말이다.
그리고 같은 시각.
“에, 에취!”
서류에 사인을 하던 키아렌이 갑자기 재채기를 크게 하자, 옆에 있던 에드먼이 고개를 갸웃했다.
“감기 걸리셨습니까?”
“아니, 그냥 갑자기. 아, 귀도 왜 이렇게 간지러워?”
“누가 군단장님 욕을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어떤 간땡이 부은 녀석이?”
키아렌이 눈을 부릅떴다. 하지만 에드먼은 어깨를 으쓱했다.
“없는 곳에선 누구 욕인들 못 하겠습니까. 그러니까 밑에 병사들에게 좀 잘해 주십시오. 너무 혼만 내지 마시고요.”
“내가 언제 혼을 냈지?”
“저한테도 좀 잘해 주시고요.”
서류를 받아 든 에드먼이 작게 미소를 지었다.
“그럼 가 보겠습니다.”
이윽고 에드먼이 나가자.
“……그런가?”
괜히 자신의 행동을 뒤돌아보던 키아렌이었다.
* * *
―당신……은 살아요…… 행복하게.
―안 돼! 안 돼! 안 돼애애애애애애!
피를 흘리며 죽어 가는 여인의 마지막 모습.
화르르륵!
―어떤 미친놈이 불을 지른 거야!
푸욱!
―끄아아아아악!
―사, 살려 줘! 제발…… 내가 잘못했어. 내가 다 잘못했어……!
불타는 가게 안에서 죽어 쓰러진 남자들.
무릎을 꿇고 비는 녀석.
하지만 다 필요 없다.
그녀가 죽은 그 순간, 내 세상도 무너졌으니까.
“…….”
잠을 청하던 3조장이 천천히 눈을 떴다.
또 이 꿈이다.
선명하게 뇌리에 남아 있는 기억.
잠을 자려고 했지만 좀처럼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후우.”
3조장은 몰래 막사를 빠져나오며 숨을 토했다.
차가운 밤공기에 정신이 맑아지는 듯했다.
그는 마치 버릇처럼 궁술 훈련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느덧 그의 손엔 매일 사용하는 활이 쥐어져 있었다.
“후우…….”
작게 심호흡을 한 3조장이 화살을 들어 시위를 걸었다.
화르륵.
겨우 과녁이 보일 정도로만 켜진 횃불.
하지만 그는 상관없다는 듯 천천히 시위를 당기며 과녁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끼릭.
당긴 시위가 팽팽해지자 그는 숨을 멈추며 시위를 놓았다.
팅!
쑤아아아아악! 퍼억!
날아간 화살이 꽂히며 과녁이 크게 들썩였다.
벌써 한 달째.
3조장은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밤 훈련이 끝난 후 이렇게 개인 훈련을 이어 가고 있었다.
“후우…….”
그는 고개를 들어 왼쪽 눈으로 하늘을 보았다.
오늘따라 달이 밝은 것이 훈련하기 참 좋은 밤인 듯했다.
화살을 몇 번 더 쏘자 어지러웠던 머릿속이 조금은 정리가 되는 것 같았다.
꾸욱.
그는 손에 쥐고 있는 활을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무언가에 열중해 본 적이 있었던가?
“…….”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느낌.
몰입이라는 것이 이토록 즐겁고 설레는 일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
‘어쩌면…….’
이것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악몽으로부터 해방시켜 줄 수 있지 않을까?
이곳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그냥 죽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실제로 그의 몸에 있는 큰 흉터 중 대부분은 이 전쟁터에서 생긴 것이었다.
하지만 생명력도 질긴 것이, 그렇게 큰 부상을 입고도 꾸역꾸역 살아남았다.
마치 계속 살라고 말하던 그녀의 말처럼.
‘내가…… 살아갈 자격이 있는 건가?’
그녀를 지키지 못한 죄책감은 아직까지도 그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었다.
3조장은 다시 활을 들었다.
활을 쏘고 있는 이 순간만큼은, 주변 전부가 하얗게 변하는 것만 같았다.
마치 세상에 자신 혼자만 존재하는 것처럼 말이다.
쿵! 쿵!
새벽 늦게까지 과녁에 화살이 꽂히는 소리가 계속해서 울려 퍼졌다.
“…….”
그리고 데미안은 그런 3조장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 * *
막스트리 부대의 하루는 항상 같았다.
오전엔 극악의 체력 훈련으로 거의 영혼을 쏙 빼놓았고, 오후부턴 궁술 훈련에 매진을 하기 시작했다.
다만 한 달이 지난 시점, 조금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대장님, 서른 명 정도로 궁수 부대를 만드는 것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실력이 퍽 괜찮아?”
“예, 조금만 더 훈련을 한다면 움직이면서도 활을 쏘는 것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3조장의 보고에 데미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 달 동안 3조장은 자신의 궁술 훈련은 물론, 궁술에 재능이 있는 녀석들을 발굴하며 함께 훈련을 시작했다.
그 덕분에 예상보다 좋은 패를 하나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앞으로 궁수 부대는 네가 지휘한다. 이제 다른 녀석들 전부 봐주는 데 시간 쏟지 말고, 궁수 부대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알겠습니다.”
“그리고 말이야.”
“……예?”
몸을 돌리던 3조장이 움찔하며 다시 데미안을 보았다.
데미안은 오른쪽 얼굴을 가리고 있는 그의 긴 앞머리를 가리켰다.
“답답하지 않아? 무슨 흉터인진 모르겠지만, 상처 한두 개가 여기선 흉이 아닐 텐데.”
“……괜찮습니다.”
“그렇다면야 상관없지만.”
“혹시 또 시킬 일이 있으십니까?”
“아니, 가 봐.”
“그럼.”
3조장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물러났다.
데미안은 돌아서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세상천지, 사연 없는 녀석이 어디에 있겠냐마는 의외로 막스트리엔 독특한 사연을 지닌 녀석들이 꽤 많았다.
그중에서도 3조장은 특히나 더욱 신경이 쓰였다.
평소 말이 거의 없을 정도로 과묵한 성격.
다른 죄수들과 달리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그저 말없이 묵묵하게 하는 성실함도 있었다.
게다가 저 오른쪽에 있는 상처.
―화상 자국입니다. 어떻게 다쳤는지는 말해 주지 않았는데…… 조금 흉측한 편이라 가리고 다니는 거죠.
“……참.”
그저 스스로에 대한 테스트만 하면 된다고 생각을 했다.
카이온 부대의 대장 자리를 위한 시험으로 이곳에 오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지내면 지낼수록.
녀석들을 알면 알수록.
데미안은 무언가 자신의 가슴을 짓누르는 듯한 답답함을 느꼈다.
이유는 간단했다.
여기에 있는 녀석들이 과거의 자신과 많이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곳의 전투가 끝나면, 녀석들은 뿔뿔이 흩어지겠지.
그리고 어딘가 이름 없는 외지로 끌려가 노역을 하거나, 또다시 전쟁터에서 체스 말이 되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질 것이다.
“젠장. 이래서 깊게 알려고 하지 않았는데…….”
하지만 어찌 대충할 수 있을까.
이렇게 죽을힘을 다해 노력하는 녀석들을 보고 말이다.
데미안은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번 일을 처리하기 위해선…….
“결국 군단장님을 만날 수밖에 없나.”
일개 병장 따위가 군단장님을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 번은 해 봐야겠지.”
데미안은 결심한 듯 어디론가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