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73)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76화(76/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76)
막스트리 부대의 하루 일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서둘러라! 오늘 안으로 최소 1미터 이상은 파야 하니까!”
“예!”
데미안의 외침에 부대원들은 미친 듯이 삽질을 하고 있었다.
금광의 주변이라 바닥에 제법 큼지막한 바위도 있었고, 땅 자체가 단단한 편이었다.
곡괭이로 먼저 땅을 부수고 삽질을 해야 하는 터라 제법 시간은 걸렸지만.
‘기본적인 전력 자체가 밀릴 수밖에 없으니…… 철저하게 준비를 하는 수밖에.’
데미안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데미안이 고개를 돌려 기지 위쪽에 있는 병사에게 소리쳤다.
“동향은?!”
“아직 움직임은 없습니다!”
이렌 왕국 측을 감시하고 있던 부대원이 크게 소리쳤다.
기지를 빼앗긴 다음날 바로 쳐들어오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혹시라는 것이 있으니까.
데미안이 이렌 왕국 병사들이 있는 기지 쪽을 바라보았다.
‘지휘관을 잃었으니 최소 1~2주는 정비에 나서겠지.’
후퇴할 때 살아남은 부관이 지휘관으로 진급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지휘관이 올 가능성이 크다.’
데미안은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면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대장님, 그런데 기지 주변으로 전부 파는 건가요?”
“아니, 이렌 왕국 측에서 오는 방향 쪽만 파면 된다. 폭은 못해도 4미터. 깊이는 2미터가량 파야 효과가 있으니까 명심해.”
“알겠습니다.”
데미안은 작업 중인 병사들을 내려 보았다. 그리고…….
“데미안 님, 준비하라는 것 전부 끝냈습니다.”
“그래? 가 보도록 하지, 안내해라.”
“예!”
데미안은 헤무스의 뒤를 따라 기지 아래로 걸어 내려갔다.
* * *
“여기가 막스트리인가.”
막스트리, 이렌 왕국의 거점에 새로운 지휘관이 왔다.
훤칠한 외모.
짧은 금발 머리.
상당히 큰 키에 체격도 제법 큰 축에 속했다.
지휘관의 이름은 아카르.
아카르는 부대 안으로 들어오며 모든 병력들을 정렬시켰다.
“반갑다, 제군들. 아카르 대위다. 금일부로 본 부대의 지휘관으로 발령받았다.”
깔끔한 인사.
필요한 말만으로 소개를 끝낸 아카르는 이윽고 부관을 불렀다.
“자네가 고드윈 대위의 부관이었나?”
“예, 그렇습니다!”
“자네에게 들어야 할 말이 많을 것 같군. 이름이 뭔가.”
“마누엔 소위입니다.”
“집무실로 오도록.”
이윽고 아카르는 마누엔을 데리고 집무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아카르가 나가자.
“후우…… 저 사람이 그 유명한 아카르 대위인가?”
“검술 실력이 엄청나다지?”
“아무래도 고드윈 대위님이 일격에 죽은 걸 의식하고 보내온 지휘관인 것 같아.”
병사들은 아카르를 보며 느낀 감상을 한마디씩 내뱉었다.
사실 전술적으로는 자신들의 우위였다.
분명 준비도 많이 했고, 하나도 빠짐없이 잘 사용했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백병전도…… 그리 밀리지 않았어.’
아니, 오히려 백병전은 자신들이 유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녀석들은 무리를 지어 자신들의 공격을 막아 내는 데 여념이 없었으니까.
그대로 싸움이 길게 이어졌다면 분명 자신들이 이겼을 것이다.
“하지만…… 그 지휘관이 너무 강했어.”
“맞아, 눈으로 좇는 것도 힘들 정도였어.”
“그런데 어려 보이지 않았어? 얼굴이 뭔가 앳돼 보이던데…… 잘 봐 줘야 스무 살은 됐으려나?”
한 병사가 말했다. 하지만 다른 병사들은 고개를 저었다.
“어이, 카넨. 딱 봐도 마력을 사용하는 것 같던데, 그 나이에 그런 실력을 가진 녀석이 여기에 왜 있겠어? 어디 기사단에서 엘리트 교육을 받고 있겠지.”
“하긴, 그건 그래.”
불확실한 추측보단 근거 있는 논리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어찌 됐든 그 일이 있었기에 아카르라는 괴물이 자신들의 부대에 오지 않았던가.
어쩌면…….
“이번에야말로 이곳에서의 전쟁을 끝낼 수도 있겠는데?”
지금까지 바로크 왕국의 정규군과 싸우면서도 불리했던 것이 바로 지휘관의 무력 차이였다.
마력을 다루는 장수는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위협이 되니까 말이다.
그런 상황으로 본다면 아카르 대위가 이곳에 왔다는 건 엄청나게 의미가 컸다.
아카르의 검술 실력과 더불어 그가 마력을 다루는 것은 이렌 왕국에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였으니까.
뭔가 이렌 왕국의 진형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 * *
싸늘한 바람이 부는 기지였다.
그나마 언덕처럼 생긴 안쪽의 기지에 부대원들이 쉴 곳이 마련되어 있었지만, 갑자기 바뀐 환경이 좋을 리는 없었다.
모두가 뒤척이며 애써 잠을 청하고 있는 밤.
“……후우.”
데미안은 홀로 밖으로 나와 델프트 마력 연공법을 수련했다.
그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훈련을 계속했던 데미안이었지만, 최근 일로 인해 조금은 소홀히 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은데.’
하지만 벌써 몇 달째, 5성의 벽이 깨어지질 않았다.
단순히 훈련을 더 해서 마력의 양을 늘린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결국 깨달음의 영역인 건가……?”
마력홀의 크기가 더 이상 커지질 않으니 마력을 모으는 것도 불가능하다.
몸속으로 흡수한 마력을 마력홀에 저장하지 못하면 결국 흩어져 나가게 되니까.
데미안은 자리에서 일어나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결국은 나한테도 그런 계기가 필요하다는 건가?”
데미안이 생각할 때 사람이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기준치 이상의 경험이었다.
지금까지 해 왔던 수준이 아닌, 그 이상의 강렬함을 줄 수 있는 경험.
예컨대 엄청난 강자와의 싸움이 데미안에겐 새로운 길을 제시해 줄 수도 있었다.
물론 이번 이렌 왕국의 지휘관과도 전투를 벌였지만…….
‘너무 약해.’
아니, 그가 약하다기보다는 자신이 기준 이상으로 강하다고 할 수 있었다.
‘이미 예전의 나는 뛰어넘은 수준인가?’
데미안은 자신의 수준을 냉정하게 평가했다.
이미 과거의 자신을 뛰어넘었다.
당연하지 않은가.
데미안이 강해진 것은 7할이 말도 안 될 정도로 많은 실전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죽을 위기만 수십, 수백 번이었고 그중에선 진짜 죽기 직전에 살아 돌아온 것도 십수 번이었다.
그런 경험을 통해 상대의 움직임을 미리 파악하는 것이 가능했고, 그것으로 적을 쓰러트릴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데미안은 어떤가.
바드의 축복으로 인해 육체가 재구성되며 보통 사람보다 훨씬 빠르게 단련을 할 수 있었다.
현재 데미안의 육체는 오랫동안 수련한 성인 장수들과 비등한 수준이었다.
마력의 양과 컨트롤은 단장급 기사의 수준에 이르렀다.
거기에 과거에 숱하게 겪었던 전장의 경험까지.
솔직히 왕국에서 이름 꽤나 떨친다는 녀석들이 아닌 이상 누구에게도 질 것 같지 않았다.
‘앞만 보며 달려왔구나.’
회귀……라는 단어를 써야 하는 건가?
회귀한 이후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앞만 보며 달려온 것 같았다.
이미 어느 정도 목표로 한 수준까지 올라왔지만.
‘그래도 부족해.’
데미안의 갈증을 채워 주지는 못했다.
과거의 전장에서 자신이 약한 탓에 부하들이 모두 죽지 않았던가.
게다가 무참하게 부하들과 자신들을 전멸시켰던…… 제국 놈들.
뿌드득!
데미안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괴물 같은 그들의 힘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에 이 정도에서 멈출 수는 없었다.
‘더…… 강해져야 한다.’
데미안은 다시금 눈을 감은 채 천천히 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 * *
바로크 왕국의 막스트리 부대가 금광 기지를 탈환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그들이 기지를 차지한 이후, 한 달 동안 지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워메, 벌써 한 달째여.”
“이러다가 진짜 전쟁이 끝나는 거 아니여?”
이렌 왕국 측을 보며 경계 근무를 서던 부대원이 말했다. 하지만 그에 함께 근무를 서던 부대원이 코웃음을 쳤다.
“아직 저놈들이 공격을 한 번도 안 와서 그냥 차지하고 있는 거여, 이 써글 것아. 저놈들이 워떤 놈들인데 보고만 있겠냐?”
“아니, 그니까 내 말은 저놈들이 공격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 거라는 거지.”
“그게 뭔디?”
“그때 봤잖여! 우리 대장이 파바박 하고 달려가서 적 지휘관 목을 그냥 숭덩 하고 썰어 버리는 것을 말이여. 그런 걸 보고 어떻게 바로 공격을 하겄냐.”
“그건 그려. 그땐 진짜…… 한 달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눈앞에서 훤하니께.”
그들은 그때의 전투를 다시금 떠올렸다.
솔직히 백병전이 되었을 때만 해도 죽었구나라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었다.
하지만 막상 부딪쳤을 때 들었던 생각은.
‘……할 만한데?’
그동안의 훈련이 자신들을 강하게 만들어 주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스스로를 믿어라!
그리고 대장이 했던 그 한마디.
그것이 자신들을 지금 이곳에 있을 수 있게 했다.
“……보통 한 번 전투가 치러지면 열댓 명은 죽었었는데 말이여.”
“이번엔 한 명도 안 죽었었지. 다친 놈들은 쪼까 있지만.”
“흐흐흐흐, 그냥 앞으로 두 달 동안 녀석들이 안 왔으면 좋겠다.”
그들은 낄낄거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그때.
“……어?”
“저, 저건!”
지금까지 잠잠했던 이렌 왕국의 병사들이 어느덧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언제나 그래 왔듯 정렬된 진형.
그 모습에 그들은 서둘러 종을 치며 소리를 질렀다.
“이렌 왕국 놈들이 나타났다! 적이 나타났다!”
“뭐?”
“이렌 왕국 놈들이 나타났다!”
한 달째 함정을 만들고 있던 부대원들은 갑작스레 들려온 소식에 서둘러 기지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데미안도 기지 밖에 보이는 이렌 왕국의 군대를 바라보았다.
“……드디어 온 건가.”
녀석들이 한 달 동안 공격을 하지 않은 것은 어쩌면 새로운 지휘관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당장 지휘관이 왔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 재정비는 필수였으니까.
‘하지만 녀석들이 공격을 한다는 건…….’
내부의 문제를 전부 해결했다는 것으로 생각해도 과언이 아닐 터.
게다가 한 달 동안이나 재정비를 했다면, 이전보다 확실히 달라진 점이 있을 것이다.
“3조장.”
“예, 대장님.”
“궁수 부대를 지휘하도록. 상황에 따른 판단은 너에게 맡기도록 하지.”
“……제가 잘할 수 있을까요?”
“못하면 전부 죽겠지.”
“…….”
데미안이 피식 웃으며 3조장의 어깨를 가볍게 툭 쳤다.
“걱정 마라, 내가 앞에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3조장의 말에 데미안이 투구를 눌러쓰며 창을 들었다.
이윽고 데미안이 아래로 내려가며 소리쳤다.
“막스트리 부대! 기지 아래로 정렬한다!”
“예!”
당연히 수성은 기지 안에서 하는 것이 정석이다. 하지만 데미안은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언덕의 아래로 내려가 앞쪽에서 녀석들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두두두!
“정렬해라! 진열을 맞춰!”
선두에 선 1조장은 앞선의 줄을 맞추며 크게 소리쳤다.
그와 함께 체격이 큰 병사들이 가장 선두로 나와 방패를 들었다.
아무래도 충돌이 있었을 때 근력이 강한 병사들이 유리하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 모습에 이렌 왕국의 지휘관 아카르는 멀리 있는 데미안을 보았다.
“저자가 지휘관이로군.”
딱히 특별해 보이는 것은 없는데…….
“…….”
기지를 탈환한 녀석들이 기지를 버리고 언덕 아래에서 방어를 한단 말인가?
분명 보통 때라면 미친 녀석들이라 욕하며 돌격을 하겠지만.
‘뭔가 준비를 해 둔 수가 있다는 뜻일 터.’
스릉!
아카르가 검을 빼 들었다.
이곳에 부임한 이후 첫 전투.
모두가 그저 지금까지처럼 금광을 뺏고 빼앗으며 적당히 캐는 것을 생각하고 있겠지만…….
‘미안하지만 너희들 모두가 이곳에서 죽게 될 것이다.’
아카르는 막스트리에 오래 있을 생각이 없었다.
최대한 빠르게 기지를 탈환한 이후.
‘이 오랜 싸움을 끝내 버리겠다.’
아카르가 검을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전군, 돌격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