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74)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77화(77/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77)
“전군, 돌격하라!”
“우아아아아아아아아!”
“돌격하라아아!”
아카르의 명령과 함께 이렌 왕국의 병사들이 크게 함성을 지르며 앞으로 진격하기 시작했다.
특유의 삼각 진형을 갖춘 그들은 제법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과연 정규군이라는 건가.’
저 정도 속도를 유지하면서도 진형에 흔들림이 없었다.
데미안은 다가오는 이렌 왕국의 병사들을 보며 말했다.
“다들 명심해라. 너흰 배운 것만 확실하게 하면 된다. 괜히 녀석들의 분위기에 휩쓸려 무리하지 마라!”
“예, 알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쩌렁쩌렁한 대답.
그들은 데미안의 말을 명심하며 배운 것들을 계속해서 머릿속으로 곱씹었다.
‘우리는 방패다…… 우리는 방패다.’
다른 것은 하지 않는다.
오로지 다가오는 적들을 저지하고 막아 낼 뿐.
공격을 하는 것은 후방에 위치한 궁수 부대가 할 일이다.
철저하게 공격과 방어로 나누어진 역할.
그 안에서 방어를 담당하던 선두의 병사들은 모두 침을 꿀꺽 삼켰다.
“온다…… 온다……!”
그리고 어느덧 녀석들의 얼굴 표정마저 선명하게 보이는 거리가 되었다.
방패를 들고 있던 방어조의 부대원들이 몸에 힘을 바짝 주었다.
이어서 그들이 일정 간격 안으로 들어오는 바로 그 순간.
“발사!”
뒤쪽에서 3조장의 목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그리고 그 명령과 함께.
촤자자자자자자자자작!
오십 명으로 이루어진 궁수 부대가 다가오는 이렌 왕국 병사들의 머리 위로 화살을 쏘았다.
촤작! 쑤아아아아악!
하늘로 날아오른 화살을 보며 아카르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아카르가 미간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궁수는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 그것이……!”
부관인 마누엔이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전군! 방패를 들어 화살을 막아라!”
곧이어 아카르가 다급히 소리쳤다.
화살에 완전히 노출되어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퍼퍼퍼퍽!
퍽!
“크아아아악!”
“으아아악!”
아카르의 명령에 병사들이 급히 방패를 들어 방어를 시작했다.
하지만 몸을 완전히 가릴 수 있는 방패를 가진 것은 선두의 방패병뿐이었다.
“으아아아악!”
나머진 병사들은 겨우 몸을 가릴 수 있는 정도의 얇고 작은 원형 방패가 전부였다.
“최대한 몸을 웅크리면서 방패로 급소를 가려라! 머리와 가슴 쪽을 방패로 막아라!”
아카르는 날아오는 화살을 쳐 내며 명령을 내렸다.
그 명령에 병사들은 몸을 웅크리며 어떻게든 화살을 방어하려 했지만…….
“큭!”
“크악!”
명령대로 급소 부분만 방어할 수 있을 뿐, 다리와 팔은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당연히 부상자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바로크 왕국의 막스트리 부대원들은 쾌재를 불렀다.
“됐다!”
“궁수 부대! 재장전을 서둘러라! 한 번 더 공격한다!”
3조장은 유의미한 공격에 다시 소리쳤다.
―놈들은 우리에게 궁수 부대가 있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 거야. 이번 첫 전투에서 최대한 많은 타격을 입혀야 한다.
‘부대장님 말씀대로다!’
이렌 왕국의 병사들이 가지고 있는 것은 작은 원형 방패가 대부분이었다.
급소를 방어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몸 전체를 방어하는 건 불가능하다.
“준비 완료!”
“준비 끝났습니다!”
이윽고 궁수 부대의 재장전이 끝나자 3조장도 함께 시위를 당기며 소리쳤다.
“발사!”
촤자자자자자자작!
퍼퍼퍽! 퍼퍼퍼퍼퍼퍼퍽! 퍽!
“으아아아아악!”
“아악, 내 누우우우운!”
그 와중에 몇 명은 꽤나 심각한 부상을 입었는지 바닥에 쓰러지며 뒹굴기 시작했다.
아카르는 부관인 마누엔을 노려보았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상황이란 말인가.
녀석들에게 접근하기도 전, 상당수의 병사들이 부상을 당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이들은 상당히 적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대론 싸우는 의미가 없다.’
백병전을 펼치기도 전에 부상자가 이리 많아서야.
으득!
아카르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부임 후 첫 전투를 이딴 식으로 망치게 될 줄이야.
“마누엔 소위. 돌아가서 얘기 좀 하지.”
“예, 예?!”
“후퇴한다! 전원 후퇴하라!”
아카르는 욕심 없이 부대를 돌렸다.
아카르의 명령에 병사들은 절뚝거리며 급히 도망치기 시작했다.
다시금 화살이 날아오고 있었지만.
퍼퍼퍼퍼퍼퍼퍼퍼퍽!
그들의 화살은 애꿎은 바닥에 꽂힐 뿐이었다.
병사들과 함께 후퇴하던 아카르가 고개를 돌려 바로크 왕국의 막스트리 부대원들을 보았다.
“……이 굴욕은 조만간 갚도록 하겠다.”
사무칠 정도로 자존심이 상하는 상황이었지만, 아카르는 깔끔하게 첫 전투의 패배를 인정했다.
우선은…… 녀석들에 대해 아는 것이 먼저일 것 같았다.
그리고 이렌 왕국의 병사들이 물러나자.
“노, 놈들이 물러난다!”
“우리가 이겼어!”
“우리가 기지를 막아 냈다!”
막스트리 부대원들이 모두 환호성을 터트렸다.
이렇게 녀석들을 막아 낸 적이 처음인지라, 선두에 있던 1조장은 데미안을 보더니 우다다다 하고 달려왔다.
“대장니이이임! 우리가 이겼습니다!”
데미안은 자신을 향해 몸을 날리는 1조장을 보며.
슬쩍.
가볍게 옆으로 피하며 녀석의 다리를 걸었다.
“크악!”
덕분에 그대로 바닥에 꼬꾸라진 1조장이 억울하다는 눈빛으로 데미안을 보았다.
그에 데미안이 1조장에게 말했다.
“많이 편해진 것 같다?”
“그, 그럴 리 있겠습니까. 하하…… 하하하.”
어색하게 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1조장.
데미안은 이미 이렌 왕국 병사들이 있는 쪽으로 시선을 돌린 상태였다.
‘다행이라면 다행인가…….’
이번 전투는 녀석들의 안일한 판단으로 인한 승리다.
다음번엔 보다 단단히 준비를 해서 오겠지.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그동안 준비해 두었던 함정을 들키지 않고 전투를 끝낼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이다.
이런 식이라면 다음번 전투에선 고생해서 만든 함정이 큰 위력을 발휘할 테니까.
‘앞으로 두 달…….’
아마도 다음 공격은 조금 더 빠르게 진행이 될 터.
네 번…… 아니, 어쩌면 다섯 번 정도.
그 전투를 막아 낸다면 이곳을 지킬 수 있는 확률이 굉장히 높아진다.
그렇다면…….
‘이 전쟁이 끝나고 다시 돌아갈 수 있다.’
데미안은 작게 숨을 토하며.
“돌아간다.”
“예!”
부대원들과 함께 다시 언덕의 기지로 걸음을 옮겼다.
* * *
쾅!
테이블이 부서질 듯 크게 흔들렸다.
주먹을 움켜쥔 아카르의 눈빛에 언뜻 살기마저 번들거렸다.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 보도록, 부관.”
마누엔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분명 적의 전력에 대해 아카르가 물어보았을 때, 마누엔이 말했기 때문이다.
적 부대에는 궁수들이 없다고 말이다.
“그, 그것이…… 죄송합니다!”
마누엔은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분명 자신의 실책이 맞다. 하지만…….
“그들에겐 정말 궁수가 없었습니다. 불과 두세 달 전만 하더라도 진형이나 전술도 모르는 비정규 군인이었으니까요.”
마누엔은 자신의 억울함을 입증하기 위해 그들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바로크 왕국이 이곳을 범죄자 수용소로 유지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아카르 역시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때문에 마누엔의 말을 쉽게 믿었던 것이기도 했다.
“……후우.”
마누엔의 말이 끝나자 아카르가 작게 숨을 토했다.
사실 그도 알고 있다.
마누엔을 다그친다고 이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그렇지만.
‘아까 그 진형…….’
방패를 들고 있는 적들의 모습.
그리고 뒤쪽에 배치된 궁수 부대.
심지어 앞쪽으로 기울어진 삼각형의 진형은 언제든 자신들을 집어삼킬 수 있는 진형이지 않은가.
‘그런 진법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묘하게 위화감이 드는 진형.
자칫 정말로 집어삼켜질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드는 모습이었다.
“적의 지휘관은 누구지?”
“정보가 없습니다. 지난 전투에서 고드윈 대위를 죽인 자는 확실한데…… 그가 어디서 온 누구인지는 모릅니다.”
“창술이 뛰어난 것 외에는 아는 것이 없다는 건가?”
“……송구스럽습니다.”
이 또한 부관을 탓할 것은 아니다.
좁은 지역이라곤 하나, 상대에 대해 알아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으니까.
‘애초에 병력도 이백 명으로 제한이 되어 있고.’
어째서 이런 게임 같은 짓을 하고 있는지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서로의 목적이 충족되기에 계속 이어지는 전쟁이라곤 하나…….
‘마치 체스의 말이 된 기분이라 좋지는 않군.’
아카르는 작게 혀를 찼다.
“일어나게, 소위.”
“……예.”
마누엔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아카르가 말했다.
“지금부터는 저들을 바로크 왕국의 정규군. 아니, 그 이상의 수준으로 가정하고 작전을 짤 것이다. 그렇게 준비하도록.”
“알겠습니다!”
“최대한 서둘러 다시 금광 기지를 공격해야 한다. 저들이 어떤 카드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니까.”
앞으로 두 달.
제법 여유로울 거라 생각했던 시간이 이제는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아카르와 마누엔은 서둘러 회의실에서 작전 회의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 * *
오랫동안 전장에 있다 보면 이른바 ‘감’이라는 것이 발달하게 된다.
데미안은 이렌 왕국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굳은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러십니까, 부대장님?”
“다음 공격은 조금 치열할 수도 있을 거야. 방비를 단단하게 해야 해.”
“흐흐, 그동안 준비해 둔 것이 상당히 많지 않습니까. 기지 앞쪽에 만들어 둔 함정도 그렇고 언덕 쪽에…….”
“헤무스.”
“……죄송합니다.”
데미안의 말에 헤무스가 다급히 고개를 숙였다.
최근 거듭되는 승전에 자신의 말이 조금 많았었던 것 같았다.
데미안은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괜찮다. 하지만 고작 몇 번 이긴 걸로 모든 것을 해낸 것처럼 굴다가는 다음 전투에서 죽을 수 있다.”
“항상 조심하겠습니다.”
녀석들이 후퇴한 지 이틀쩨.
아마도 이삼일 내로는 녀석들이 다시 공격해 올 것 같았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카드가 뭔지 상당히 궁금하겠지.’
고작 몇 개월 전만 하더라도 전술 따윈 전혀 모르던 비정규직 범죄자 부대이지 않은가.
그런 녀석들이 한순간 전술과 진형을 익혔고, 심지어 궁술까지 배워 실전에 사용을 하고 있었다.
물론 자신들이 이긴 것은 그에 대한 저들의 혼란으로 인한 것이지, 순수한 실력이라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럼 단점을 덮을 만큼 다른 부분에서 철저하게 준비를 하지 않았던가.
스윽.
데미안은 아래에서 방패를 들며 배운 것을 반복하고 있는 부대원들을 보았다.
녀석들에게 한 가지 기대를 걸 수 있는 것은, 이들도 나만큼…… 아니, 어쩌면 나보다 이 승리를 더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동기 부여가 확실해서 좋긴 하지만…….’
결국 끝까지 성공했을 때 좋은 것일 뿐이다.
그것이 만약 실패로 돌아간다면.
“아무것도 남지 않겠지.”
“예?”
데미안의 중얼거림에 헤무스가 물었다. 그러자 데미안은 그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꼭 승리하자고.”
“……예!”
그리고 이틀 후.
예상대로 이렌 왕국의 부대가 다시 공격을 감행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