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75)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78화(78/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78)
똑…… 똑…… 똑…….
비가 오는 날이었다.
창밖으로 떨어지는 빗물을 보며 키아렌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침묵하고 있었다.
똑똑.
그때 노크와 함께 에드먼이 안으로 들어왔다.
녀석의 손에는 언제나 그렇듯 결재를 해야 할 서류가 잔뜩 쥐어져 있었다.
“군단자…….”
“에드먼.”
“……예?”
“어떻게 될 것 같아?”
“무엇이 말입니까?”
무슨 이유인지 오늘따라 상당히 감성적이신 것 같았다.
에드먼이 키아렌에게 묻자, 키아렌이 말했다.
“이제 앞으로 두 달이 안 남은 것 같은데.”
“……막스트리 말씀이십니까?”
“그래.”
키아렌의 대답에 에드먼이 고개를 저었다.
“모르죠. 성공했으면 하는 바람이긴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실패할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째서?”
“지금까지 성공한 사람이 없었지 않았습니까.”
이렌 왕국은 이렌 왕국 나름대로 금광을 포기할 수가 없는 이유가 있다.
아마도 막바지가 된다면, 우리가 정규군을 투입했듯 그들 역시 강한 병사들을 투입할 가능성이 컸다.
“그렇게 된다면 아무리 최근 훈련으로 강해졌다고 하더라도…… 그런 오합지졸들로 싸우는 건 불가능하지요.”
“그건 그렇지. 하지만 말이야.”
바깥을 내다보던 키아렌이 시선을 돌려 에드먼을 보았다.
“뛰어난 장수 한 명은 전장을 지배하기도 하지.”
하지만 키아렌은 이내…….
피식.
“물론 녀석이 그렇다는 말은 아니고.”
그저 가끔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키아렌의 말에 에드먼은 그저 말없이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 * *
발사!
촤자자자자자자작!
하늘로 솟구치는 화살이 이렌 왕국 병사들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하지만…….
팅! 티티팅! 탱탱!
이전과는 달리 길쭉한 방패를 들고 온 이렌 왕국의 병사들.
그들은 화살이 날아오는 순간 자리에 멈췄다. 그리고 능숙하게 방패를 들어 화살을 모두 막아 냈다.
오랜 훈련으로 몸에 밴 동작.
그에 아카르는 전방에 있는 막스트리 부대원들을 보았다.
며칠 동안 마누엔과 제법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아무래도 부임한 지 한 달이 조금 넘은 자신보다는 이곳에서 몇 년이나 근무를 한 마누엔이 아는 것이 훨씬 많을 테니 말이다.
아카르는 마누엔과의 대화를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새롭게 부대를 재구성했다.
물론 크게 바꿀 건 없었다.
애초에 전력은 자신들이 훨씬 위였으니까.
“돌격!”
“흐아아아아압!”
“저놈들을 모두 죽여 버려!”
언제나 자신들에게 유린당해 왔던 바로크 왕국의 범죄자들이었다.
최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우리를 이길 순 없다!’
이렌 왕국의 병사들은 녀석들에게 패배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더욱 전의를 불태웠다.
이번만큼은 승리하여 잃었던 자신들의 명예를 되찾을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방심하지 마라. 상대는 훈련받은 정규군임을 명심하도록!”
이어진 아카르의 외침에 이렌 왕국의 병사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항상 만만하던 녀석들이 이제는 완전히 달라지지 않았던가.
―인정할 것은 인정해라. 그들은 예전에 너희들이 알고 있던 적이 아님을.
아카르의 말에 그들도 완전히 인식을 바꾸었다.
눈앞에 있는 녀석들이 더 이상 오합지졸의 부대가 아니라는 것을.
정규군을 상대한다는 생각으로.
“흐아아아아압!”
“충돌한다!”
콰아아앙!
두 부대가 서로 격돌하는 순간.
“죽여! 전부 죽여 버려!”
“창병! 방패 뒤에 녀석들을 공격해!”
이렌 왕국의 병사들이 거세게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선두에 있던 방패병들이 그들을 저지하는 사이, 2열에 있던 창병들이 공격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때.
“하나, 둘! 흐아아압!”
구령과 함께 동시에 밀어붙이는 바로크 왕국의 막스트리 부대원들.
순간 그들이 방패를 앞세우며 강하게 돌진을 하자.
쿵!
“허억!”
“미, 밀린다!”
이렌 왕국의 병사들이 뒤로 한 걸음 밀려나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한 걸음이었지만, 강제로 뒤로 밀려나며 균형을 잡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순간.
“후퇴하라!”
데미안이 병사들을 보며 크게 소리쳤다.
자신들이 기지를 버리고 앞으로 나온 이유.
바로 뒤로 도망치면서 싸우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진형 자체가 후퇴에 용이했기에, 명령이 떨어지는 순간 막스트리 부대원들은 빠르게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단순히 도망만 치는 것은 아니었다.
막스트리 부대원들이 뒤로 빠지는 그 순간.
퍼퍼퍼퍼퍽!
어느덧 궁수들이 하늘로 활을 쏘는 것이 아닌, 정면으로 이렌 왕국의 병사들을 향해 활을 쏘기 시작했다.
거리가 가까워진 만큼 수평으로 쏘아도 그들에게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적의 공격이다! 방패를 들어!”
부관인 마누엔이 소리쳤다.
다행히 빠른 대처로 인해 피해는 없었지만…….
‘이런 식의 전술을 사용한다고?’
마치 부대를 2개로 나누어 게릴라 작전을 펼치는 것과 같은 방식이지 않은가.
기습이 아닌, 평지에서 이런 식의 작전을 사용할 줄이야.
마누엔이 미간을 찌푸렸다.
“적을 쫓아라.”
아카르가 단호하게 명령을 내렸다.
분명 이 후퇴는 자신들을 끌어들이기 위함일 터.
따라 들어갔다가는 다른 수에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이 가지고 있는 카드가 무엇인지 알아야 앞으로의 대처가 가능하다.
아카르는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명령을 내리고 있는 적장의 모습을 보았다.
눌러쓴 투구로 인해 제대로 모습이 보이진 않았지만.
‘제법 심리전에 강하다는 말인가?’
사람을 안달 나게 하는 재주가 있는 녀석이로군.
하지만 그런 것을 떠나서, 비정규군을 이렇게 강하게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그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하물며 개인의 무력까지 강하다라.’
그렇다면 최소한 어느 정도 이름을 날리고 있는 장수 혹은 지휘관일 텐데.
아카르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이 싸움, 절대로 방심할 수가 없다.
“쫓을 때 속도를 늦추어 따라간다. 어차피 녀석들이 갈 곳은 저 기지까지밖에 없다!”
그렇다면 멀리서 할 수 있는 공격 역시 화살 공격이 전부라는 것이었다.
아카르는 곧바로 병사들에게 방패를 들라 명령해 화살 공격을 대비했다.
그리고 혹시 모를 함정을 대비하며 속도를 늦춰 전진하기 시작했다.
“……호오?”
분명 한 번의 격돌 이후 녀석들도 몸이 달아올랐을 텐데.
데미안은 속도를 늦추며 쫓아오는 이렌 왕국의 병사들을 보며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보통은 강한 힘을 가진 쪽에선 더욱 안달 날 수밖에 없는데 말이다.
“새로운 지휘관이 제대로 정신이 박힌 놈이로군.”
의외로 저런 지휘관이 많이 없는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곳에서 네놈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이 없을 것이다.
‘너도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굴러 봐라.’
혹시 모를 함정에 대비해 속도를 늦추며 경계하는 모습은 좋았지만.
“스스로 만든 도끼에 발등을 찍혀 보도록.”
데미안이 입꼬리를 씰룩이며 손을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끼이이이익!
언덕의 가장 꼭대기에 설치되어 있던 투석기가 뒤로 휘어지기 시작했다.
녀석들이 남겨 놓고 간 투석기였다.
“알겠지만 이건 방패로 막는다고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야.”
이 녀석 때문에 처음에 얼마나 난처한 상황이 벌어졌던가.
데미안의 빠른 판단이 아니었다면, 병력의 절반이 죽었을 수도 있는 위험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그것이.
‘너희들의 발목을 묶을 것이다.’
데미안의 눈이 번뜩였다.
“발사!”
쿠웅!
밧줄이 잘림과 동시에 가득 쌓아 두었던 바위 수십 개가 하늘로 솟구쳤다.
“피, 피해라!”
“투, 투석기다!”
“모두 피해!”
콰콰콰콰콰콰콰콰쾅! 콰콰콰쾅!
그야말로 하늘에서 재앙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정확하게 자신들이 있는 곳으로 쏟아지는 바위들을 보고 아카르가 인상을 찌푸렸다.
“빌어먹을 놈들!”
대체 몇 가지를 준비했단 말인가.
하지만 아직 녀석들의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
다시 투석기를 매단 밧줄이 당겨지며, 투석기가 발사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앞에서는 적의 궁수 부대가 화살을 쏘고 있었고, 기지 위에선 투석기가 또다시 장전을 진행 중이었다.
도망치지 않는 이상 이도 저도 되지 않는 위험 상황.
아카르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속도를 올린다! 투석기가 준비되기 전, 녀석들과의 거리를 좁혀 무마시키도록!”
탐색전 정도의 전투를 생각했지만, 그것마저 되지 않는 듯했다.
아카르는 이번 전투에 사활을 걸기로 했다.
“내가 선두로 가겠다! 나를 따라와라!”
아카르가 검을 들며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뒤이어 따라오는 이렌 왕국의 병사들.
데미안은 선두에서 달려오는 적장을 보며 꽤나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선두로 달려온다고?’
자신의 무력에 어지간히 자신이 있는 녀석인 듯했다.
데미안이 소리쳤다.
“서둘러 언덕 위로 올라간다! 이동할 때 바닥을 보며 주의하도록!”
“예!”
데미안의 명령에 언덕 쪽으로 이동하던 막스트리 부대원들이 바닥을 보며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쿵, 쿵, 쿵, 쿵, 쿵!
순간적으로 무언가 다른 소리.
바닥이 살짝 들썩이는 듯한 느낌마저 드는 광경에 그들을 쫓던 아카르의 눈썹이 꿈틀했다.
‘설마……?’
아카르가 이윽고 소리쳤다.
“바닥을 조심해라! 함정이다! 함정이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도를 늦출 수는 없었다.
어느덧 투석기의 장전이 완료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으아아아아아!”
“달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이렌 왕국의 병사들은 이를 악물며 아카르를 쫓았다.
그리고 아카르는 방금 전 녀석들이 지나갔던 길목을 보며 바닥으로 시선을 돌렸다.
수풀이……?
수풀을 덮어 감춰진 함정.
너무 뻔하긴 했지만, 아카르는 멈출 수밖에 없었다.
“빌어먹을.”
아카르는 바닥을 덮고 있는 수풀을 검으로 걷어 냈다.
촤악! 촤악!
수풀을 걷어 내자 깊게 판 구덩이 사이로 널찍한 판자가 올려진 채 다리 역할을 하고 있었다.
아마도 아까 바닥이 들썩거리듯 보였던 것이 바로 이 판자 위를 건넜기 때문인 것 같았다.
게다가…….
‘이, 이게…… 전부 다 함정이란 말인가?’
옆으로 길게 늘어져 있는 수풀.
나뭇가지와 잎사귀로 잔뜩 덮인 부분이 생각 이상으로 넓었다.
대체 언제 이런 것들을 준비했단 말인가.
“놀라고 있을 때가 아닐 텐데.”
데미안이 함정 반대편에서 아카르를 보며 말했다.
그에 아카르가 시선을 돌려 데미안을 보았다.
“뭐라고?”
“이미 준비가 끝났거든.”
“……빌어먹을!“
대략 함정의 폭은 4미터 정도.
일반 병사들이 한 번에 뛰어넘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이노오오옴!”
쿵!
아카르가 바닥을 박차며 반대쪽에 있던 데미안을 향해 뛰어올랐다.
갑옷과 무기를 입고 있었지만, 마력을 다룰 수 있다면 이 정도는 충분히 가능했다.
그리고 단번에 뛰어넘은 아카르가 데미안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쩌엉!
데미안은 빠르게 창을 들어 녀석의 공격을 막았다.
“이까짓 잔재주로 왕국의 병사들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잔재주라고 생각하나?”
“물론!”
뒤이어 이렌 왕국의 병사들이 수풀을 걷어 내며 그곳에 설치된 판자를 밟고 함정을 건너기 시작했다.
녀석들이 건넌 것이라면 자신들도 건널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미안하지만 진짜는 이거야.”
“……뭐?”
아카르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그리고 그 순간.
화르르륵!
궁수 부대는 기름 먹인 천을 감은 화살에 불을 붙이더니, 곧장 이렌 왕국의 병사들이 건너고 있는 함정 아래로 화살을 쏘았다.
함정 아래 깔린 화살촉과 날카로운 돌. 그리고 그 아래 있는 시커먼 무언가.
“네놈 설마……?”
“정답.”
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화약이 폭발하며 함정 안에 깔아 두었던 화살촉과 날카로운 돌이 터져 나가며 이렌 왕국의 병사들을 집어삼켰다.
“이 전쟁은 우리가 승리할 것이다.”
데미안이 아카르에게 선전 포고를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