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76)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79화(79/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79)
“…….”
이백 명이었던 병사들 중 살아남은 이는 백 명이 조금 넘은 상태였다.
말도 안 되는 패배.
단 한 번의 폭발에 함정을 건너던 병사들은 모두 목숨을 잃었다.
생각지도 못한 전술.
아니, 그 누가 예상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설마…… 폭약을 준비했을 줄이야.’
게다가 최대한 효율을 올리기 위해 부러진 화살촉과 날카로운 돌을 채워 넣었다.
그야말로 전술과 폭약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사용 자체가 불가능한 전술이었다.
심지어 폭약이 폭발하는 그 순간, 자신들 쪽으로는 파편이 튀지 않도록 구덩이를 파 놓은 것까지.
“……부대장님.”
“다친 병사들을 치료하고, 온전한 병사들에게 적들의 상황을 24시간 감시하도록 하라. 또 어떤 함정이 만들어질지 예상할 수 없으니.”
“알겠습니다.”
마누엔이 나가자 아카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단 한 번의 전투로 병력의 절반을 잃었다.
물론 병력은 다시 채우면 된다.
죽은 병사들에겐 미안하지만, 이 싸움을 이대로 끝낼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아카르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건 다른 것이었다.
으득……!
아카르가 입술을 질끈 깨물며 그때의 상황을 떠올렸다.
폭약이 터졌을 때, 아군의 병사들이 죽어 갔고, 아카르와 본대의 거리가 떨어졌을 때였다.
상대 병사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아카르를 에워쌌다.
하지만 그때.
―보내 주어라.
지휘관으로 보이는 녀석의 한마디.
마치 자신은 언제든지 죽일 수 있다는 듯한 자신감이 가득한 눈빛은…….
“……빌어먹을.”
이곳에 올 때까지만 해도 주변에서의 기대는 엄청났었다.
당연하다.
기존에 있던 고드윈과 자신은 계급만 같을 뿐, 걸어온 길이 다르니까 말이다.
밑바닥에서 기어올라온 녀석과 처음부터 엘리트 코스를 밟고 군인이 된 자신이 어찌 같을 수 있단 말인가.
때문에 아카르가 금광 기지로 발령 난다고 했을 때, 드디어 이렌 왕국이 칼을 뽑았다는 소리를 했었다.
완벽하게 금광을 이렌 왕국의 소유로 가지고 올 것이라 말이다.
하지만 이게 무엇이란 말인가.
당장 병사를 충원하기 위해 보고를 올려야 했지만, 그것을 올리는 것조차 창피했다.
“……후우.”
아카르가 낮게 숨을 토했다.
비록 자존심에 금이 가며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인정해야 한다. 녀석들의 준비가 더욱 치밀했다는 것을.’
약하기에 더욱 많은 것을 준비했던 것이다.
아카르는 뼈아픈 패전을 떠올리며 다시금 언덕진 금광 기지를 바라보았다.
‘그 모든 수풀이 전부 함정일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그건 불가능하다.
고작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그 모든 함정을 파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그것들은…….
‘그것마저도 허수였다는 건가.’
아마 자신들이 함정을 피해 돌아오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을 것이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녀석들이 준비한 장치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완전한 나의 패배다.”
하지만 다음번엔 결코 지지 않으리.
아카르가 자리에서 일어나 경계를 서고 있는 부대원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 * *
“……폭약이라니. 상상이나 했겠어?”
“듣자 하니 아무나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데…… 대체 어떻게 구한 거야?”
전투가 끝나고 난 이후, 막스트리 부대원들은 엄청난 폭발을 일으켰던 폭약을 떠올리며 대화를 나누었다.
왕국 내에서도 상당히 귀한 물품으로 허가받은 사람이 아니라면 구경조차 하기 힘들다는 물건이었다.
그런 폭약이 이런 막스트리의 소규모 전쟁에서 사용이 될 줄이야.
“다들 뭣들 하고 있어? 장비부터 정비하고, 기지 보수부터 해야 할 거 아니야!”
1조장이 부대원들을 보며 소리쳤다.
이 승리가 굉장히 값지다는 것은 그도 알고 있다.
하지만 언제 태만해질지 모르는 이들을 잘 알기에 항상 고삐를 잡아야 했다.
물론 그것은 자신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렇게 금광 기지의 하루는 또다시 흘러가고 있었다.
“……두 달인가.”
어느덧 데미안이 금광 기지를 차지한 지 두 달이 지났다.
전투라고 한다면 처음 이곳을 차지할 때 한 번.
그리고 이렌 왕국에 새로운 지휘관이 온 이후 한 번이었다.
두 번째 전투에서 녀석들의 피해가 상당했기에 병력을 충원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병력을 충원한다고 하기엔 시간이 과하게 흐른 감이 있었다.
이제 녀석들에게 남은 것은 한 달.
그 한 달 안에 금광 기지를 손에 넣어야 하는데.
‘이전 같은 피해를 받으면 사실상 거의 기회가 없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병력이라는 것이 그저 하늘에 무한정으로 떨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녀석들은 대체 뭘 준비하고 있는 거지.
‘결국은 정면 승부밖에 없을 텐데.’
데미안은 마지막 시간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기지에 있는 것들을 더욱 신경 쓰기 시작했다.
기지 가장 위쪽에 설치된 투석기의 관리도 완벽했고, 함정에 설치된 두꺼운 널빤지도 아군이 건너온 이후 바로 파괴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 두었다.
그리고 매일같이 훈련을 한 덕분에, 궁수 부대는 어느덧 조금씩이지만 움직이면서 화살을 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늘었다.
‘밥만 먹으면서 활만 쏘니 실력이 늘 수밖에.’
거기에 3조장의 가르침도 상당히 큰 역할을 했다.
“이제…… 끝을 향해 가는 건가.”
그 누가 오더라도 이곳을 막아 낼 생각이었다.
이곳은 어쩌면 다시 돌아온 이후, 자신에게 주어진 첫 임무와도 같은 곳이니까.
“와라, 기다리고 있으니까.”
데미안은 이렌 왕국 측의 진영을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 * *
“아카르 님.”
마누엔이 아카르의 집무실로 들어왔다.
평소와 달리 심각한 표정의 아카르.
그는 마누엔을 보며 물었다.
“병사들의 사기는 어떤가.”
“모두 그날의 복수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패배가 익숙하지 않았던 이렌 왕국의 병사들이다.
이곳에서의 승부는 언제나 자신들의 승리로 돌아갔었으니까.
그나마 바로크 왕국의 정규군이 쳐들어왔을 때는 병력 보존을 위해 조용히 물러났었을 뿐이다.
패배가 아닌 그저 자신들의 전략적 후퇴.
때문에 이들이 겪은 패배의 후유증은 제법 컸고, 그로 인한 분노는 상당했다.
“모두가 동료들의 복수를 갚고 싶어 합니다.”
아카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병력의 충원은 금방 되었지만, 그들과의 융합이 가장 중요한 사안이었다.
때문에 아카르는 확실할 때를 기다렸다.
자신들이 온전히 전력의 100%를 낼 수 있는 그 상황을 말이다.
“나 역시 준비가 끝났다.”
아카르는 생각했다.
이 전쟁을 완전히 끝내기 위해선 결국 그 데미안이라는 이름의 지휘관을 꺾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비록 나이는 어려 보였으나.
‘내가 상대해 본 그 누구보다도 강한 녀석이다.’
딱 일 합.
일 합뿐이었지만 아카르는 그가 상당한 실력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검을 아무런 미동도 없이 막아 냈으니까.
스윽.
아카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차피 이번에 패배하게 된다면 뒤를 돌아볼 수도 없는 상황이다.
“병사들을 모두 집결시켜라. 오늘 밤, 녀석들을 치겠다.”
“알겠습니다.”
아카르의 말에 마누엔이 비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 * *
가끔 그런 날이 있지 않은가.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밤.
오늘이 딱 그랬다.
“날이 춥습니다.”
“헤무스.”
“녀석들이 이 밤중에 공격을 해 올까요?”
헤무스는 심각한 표정으로 이렌 왕국의 진형을 보고 있는 데미안에게 물었다.
데미안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게 아니야. 언제든 공격해 올 수 있는 시기라는 거다.”
“그래서 횃불도 더 많이 켜 놓지 않았습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헤무스.”
“예.”
“하루를 기준으로 적의 기습에 가장 취약할 때가 언제인 줄 아나?”
“……지금입니까?”
“아니, 동이 트기 직전.”
“……예?”
“밤이 끝나는 그 시점에 긴장이 풀어지거든. 대부분의 병사들은 그것을 알면서도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지금은 아직 이른 새벽입니다만.”
헤무스가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물었다. 그에 데미안이 말했다.
“3개월이란 시기를 본다면 지금이 곧 동이 틀 때일 수 있다는 거지.”
이제 남은 시간은 3주.
녀석들의 입장에선 언제든 공격을 해도 이상할 것이 없을 때였다.
언제나 적의 공격을 대비해야 하는 상황.
방어라는 것이 마냥 편한 것만은 아니었다.
부대원들을 경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데미안이 매일 밤 이렇게 나와 있는 이유였다.
그리고 같은 시각.
파밧!
“다섯 개의 조로 나누어 적을 공격한다. 2조와 3조는 적의 기지 양쪽으로 이동해서 횃불을 제거하고 적들을 교란하도록.”
“알겠습니다.”
“4조와 5조는 적들이 분산되면 곧장 날 따라서 기지로 올라간다.”
“……알겠습니다.”
아카르는 큰 결단을 내렸다.
바로 어둠을 방패 삼아 부대원을 나누는 방식이었다.
성벽이 있는 성을 상대로라면 불가능한 전술이겠지만, 성벽이 없는 언덕 기지였기에 해 볼 만한 작전이다.
게다가…….
‘지금까지 이러한 전투를 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했으니…….’
더더욱 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다만 이 공격 역시 아카르에게도 뒤가 없는 공격이었기에, 실패한다면 여기에서 모든 것이 끝이라는 것이다.
꾸욱.
하지만 아카르는 자신 있었다.
비록 앞선 전투에선 저들이 준비한 여러 함정으로 졌지만.
‘이번 작전의 핵심은 결국 녀석과 나…… 둘의 싸움이다.’
기지를 장악하게 된다면 결국 그와의 승부가 이 싸움을 결정짓게 될 터.
“간다.”
투구를 눌러쓴 아카르의 안광이 번뜩였다. 이윽고 아카르를 선두로 이렌 왕국의 병사들이 어둠 속에 녹아들기 시작했다.
* * *
“……!”
화륵! 쿵!
기지 외곽을 밝히기 위해 세워 두었던 횃불이 꺼졌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경계를 서고 있던 막스트리 부대원 한 명이 급히 품에서 피리를 꺼내 입에 물었다.
혹시 적의 습격인가?
잘못 본 것인가 다시 한 번 확인을 했는데.
쿵!
작은 진동과 함께 또다시 횃불이 꺼졌다. 그리고 그 순간.
삐이이이이이이이!
“적이다! 적이 나타났다!”
경계병의 외침과 함께 잠을 자고 있던 부대원들이 서둘러 병장기를 챙겨 밖으로 뛰어나오기 시작했다.
데미안 역시 바깥으로 나와 상황을 파악했다.
“적의 습격입니다. 외곽에 있던 횃불을 끄며 진입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양동 작전인가?”
기지 양쪽의 횃불을 제거하며 올라온다는 것은 녀석들이 병력을 나누었다는 뜻.
이백 명밖에 되지 않는 병력을 나눈다는 것은 그만큼 나름의 결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어디냐…… 어디로 오는 것이냐.’
오른쪽, 왼쪽?
어느 쪽이든 결국 이곳으로 오겠지만, 녀석이 있는 쪽을 제대로 막지 않는다면 아군의 피해가 늘어날 뿐이다.
“……새벽에 게릴라전이라.”
뭐, 처음 겪는 일도 아니지 않은가.
데미안은 곧장 각 조장들을 소집했다.
궁수 부대로 빠진 3조장을 제외하고 모두 6개의 조.
데미안이 말했다.
“1조, 2조는 왼쪽을 맡아라. 그리고 4조 5조는 오른쪽을 막아라. 분명히 명심해야 할 건, 녀석들이 적당히 간을 보는 수준이라면 우리도 무조건 방어적으로 빠져라. 하지만 그게 아니라 놈들이 작정하고 덤벼든다면…….”
순간 데미안의 눈빛이 날카롭게 번뜩였다.
지금까진 최대한 몸을 사리면서 방어 위주로 싸우라 했지만.
“죽여라. 적들을 죽이고 너희 손으로 이 전쟁을 끝내도록 해.”
“……알겠습니다.”
그 말에 모두의 표정이 비장해졌다.
그에 6조장과 7조장이 데미안을 보며 물었다.
“대장님, 저희는 어떻게 합니까?”
“너희는 날 따라 중앙으로 내려간 후 적을 친다.”
만약 재수가 좋다면.
“적장을 바로 만날 수도 있겠지.”
그때가 바로 이 전쟁을 끝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