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79)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82화(82/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82)
“왜 나에게 이런 말을 하는 거지?”
아카르가 다시 물었다.
당최 데미안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바로크 왕국과 이렌 왕국.
사실상 외교적으로 그리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카르의 물음에 데미안은 생각을 곱씹었다.
이 적장과의 짧은 만남.
몇 번 검을 섞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데미안은 확신할 수 있었다.
‘이렌 왕국에는 반드시 이 녀석이 있어야 한다.’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배후를 걷어 낸다면 이렌 왕국은 제국을 상대할 수 있는 좋은 동맹국이 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지금부터의 행동은 내가 책임진다.’
네오칼리츠 부대에서 브론세리안 숲의 역사를 바꾼 것 다음으로 두 번째 행동.
‘이것을 예측한 건 아니었지만…….’
이 행동이 반드시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데미안이 말했다.
“두 번 당할 수는 없으니까.”
“……두 번?”
“그런 게 있다. 그리고 내 말에 설득력이 있다는 것은 당신이 더 잘 알 텐데.”
분명 내부에서 조짐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렇게 빨리 무너지는 것이 불가능할 테니까.
이어서 데미안이 물었다.
“정말 왕국 정세에 아무런 이상함도 없었나?”
“…….”
데미안의 말에 아카르가 침묵했다.
그 말에 데미안은 어느 정도 확신할 수 있었다.
데미안이 아카르에게 말했다.
“알지만 모른 척하고 있었던 건가?”
“그런 건 아니다.”
아카르가 고개를 저었다.
데미안은 그의 말을 믿었다.
최소한 그가 모른 척을 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그저 이상함을 느껴도 그것이 잘못된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을 뿐일 테지.
‘하지만…….’
이제는 얘기가 달라진다.
아카르가 다시 왕국으로 돌아간다면 그 이상함을 쫓을 테니까.
다만 그것을 조금 더 확실하게 하기 위해선.
“그러기 위해선 한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조건이라니?”
“이곳에서의 전쟁을 끝내야 한다.”
“……금광을 바로크 왕국에서 가지고 가겠다는 건가?”
“그래, 어차피 우리가 이겼잖아. 지금 너를 이곳에서 죽인다면 왕국 측에선 새로운 부대를 편성할 텐데. 그 부대가 온들 달라질 것 같아?”
“왕국의 병사들을 무시하지 마라!”
“무시하지 않는다. 하지만 너보다 뛰어난 장수가 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진심이었다.
아카르는 데미안이 본 장수들 중 손에 꼽을 정도로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저 데미안이 조금 더 뛰어났을 뿐.
‘공격을 보고도 전부 피하지 못하게 한 녀석들은 제국 기사들 중에서도 드물었다.’
아카르가 제국의 상급 기사들과 비등할 정도의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아카르도 자신의 위치를 냉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그의 말처럼 장군급이 오지 않는 이상 이곳을 탈환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만큼 눈앞에 있는 이 녀석은…….
“빌어먹을.”
아카르가 나지막하게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이미 녀석이 무슨 말을 하는지 충분히 이해를 했다.
어째서 이곳을 바로크 왕국이 가지고 가야 하는지.
“……이곳을 넘겨주면 나는 문책을 받게 되겠지.”
“그래,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분명 너를 눈엣가시처럼 생각하고 있는 자가 있을 거다. 아니, 정확하게는 왕국에 충성하고 있는 장수들을 말이야. 그리고 내 생각이 맞다면…….”
“날 이곳에 보낸 녀석들과 관련이 있을 수 있겠군.”
“…….”
아카르의 말에 데미안이 침묵했다.
이 자식…….
‘……대단한데?’
데미안은 이미 미래의 상황을 알기에 그것과 연결 지어 상황을 예측하는 것이다.
때문에 어느 정도 ‘억측’이라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에 비해 아카르는 미래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상황.
그런 것을 가정한다면…….
‘단순히 무력만이 아니라 책략까지도 뛰어난 수준이라는 건가.’
확실하다.
이런 녀석이 이름을 떨치지 못한 채 이렌 왕국이 멸망한 것이라면.
‘이미 전쟁 전에 죽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것도 내부의 배신으로 인해서.
가정이 아닌 확신이 되는 순간.
“좋아, 그럼 한번 해 보자고. 나도 이 사실을 윗선에 보고해 볼 테니까. 너에게 힘을 실어 주겠다.”
“……하.”
아카르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분명 한 시간 전만 하더라도 서로를 죽이기 위해 싸웠던 녀석이다.
분명히 적이었던 녀석이었거늘, 한순간 동맹 관계가 된 것만 같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목숨보다도 지금은 더 중요한 것을 확인해야 할 때이니까.
아카르는 잠깐 망설이다가.
“……아카르 대위다.”
데미안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에 데미안이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데미안 병장이다.”
“……병장?”
순간 아카르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
* * *
해가 뜬 직후 아카르와 이렌 왕국의 병사들은 곧바로 기지로 돌아갔다.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적당히 때우다가 결국은 작전에 실패한 것으로 귀환할 것이다.
“……정말 이렇게 보내도 괜찮습니까?”
“응.”
헤무스의 물음에 데미안이 대답했다.
뭐, 갑자기 생각이 바뀌어서 공격을 한다면 난처하긴 하겠지만.
‘그래도…….’
사람을 잘 믿는 편은 아니지만, 같은 무장으로서 감이라는 것이 있다.
아카르 역시 왕국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누구보다도 뛰어날 터.
‘그러니 저런 실력을 지녔는데도 이런 곳으로의 좌천을 군말 없이 받아들인 거겠지.’
이렌 왕국 쪽에선 회심의 카드로 아카르를 보냈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조금 틀린 말이다.
그런 의도가 있을 수는 있으나, 명확하겐 왕궁의 누군가에게 찍혀 유배를 온 것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가 실패를 한다면…….
‘당연히 문책을 할 터.’
만약 그 문책을 주도하는 녀석이 아카르를 이곳으로 좌천시킨 녀석과 동일, 혹은 같은 그룹이라면…….
“이제 뒤는 녀석이 알아서 할 거야. 우린 그냥 기다리면 된다.”
“……예.”
헤무스는 다소 불안한 표정을 지었지만, 데미안의 말에 더 이상 토를 달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가끔 이렌 왕국의 부대원들이 공격을 하는 것처럼 기지 주변을 어슬렁거리곤 했지만, 이내 다시 돌아갔다.
데미안은 더 이상 녀석들이 공격해 오지 않는다는 사실에 최대한 개인 훈련에 집중했다.
‘역시…… 아카르와의 실전이 도움이 컸어.’
목숨을 위협받는 수준의 실전.
아카르와의 결전이 데미안에겐 그러했다.
다소 쉽게 이긴 듯했지만, 녀석의 공격에 등골이 서늘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까.
‘그럴 때마다 마력이 더욱 반응을 하는 건가?’
어쩌면 본능적으로 강하게 끌어 쓴 마력 덕분에 아카르와의 싸움에서 수월하게 이길 수 있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길이 보인다.’
전혀 뚫릴 것 같지 않았던 5성의 벽이 이제는 조금씩 무너지고 있는 느낌이랄까?
아주 미세하지만 조금 더 넓어진 마력홀에 데미안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스윽.
이윽고 훈련을 끝낸 데미안이 눈을 뜨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드디어 마지막 날이 되었기 때문이다.
“……끝인가.”
데미안이 기지의 꼭대기에 있던 투석기 옆에 서서 이렌 왕국 측을 바라보았다.
상당히 치열하게 달려온 듯했지만, 마지막은 처음과 달리 잔잔했었던 것 같았다.
“…….”
데미안은 이렌 왕국 쪽에서 나와 있는 아카르를 보았다.
먼 거리였기에 그의 표정까진 자세히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그 역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끄덕.
이 끄덕임을 그가 알아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끄덕.
“…….”
아카르가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데미안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이어서 데미안은 바로크 왕국의 깃발이 꽂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이미 모든 부대원들이 밖으로 나와 데미안의 마지막 선언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으으으…… 제발.”
“빠, 빨리 말해 주십시오. 현기증 납니다!”
“워매, 심장 터져 버릴 것 같구만!”
녀석들이 기다리고 있는 순간.
얼마나 이 시간만을 애타게 기다렸을까.
부대원들의 모습에 데미안이 피식 웃으며 기지에 꽂혀 있던 바로크 왕국의 깃발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소리쳤다.
“우리의 승리다! 우리가 이겼다!”
“우아아아아아아아아!”
“자유다! 드디어 자유다!”
“우리가 이겼다아아!”
데미안의 외침과 함께 부대원들이 모두 함께 소리쳤다.
그 외침이 얼마나 큰지 기지 전체가 떠들썩해질 정도였다.
그리고 금광 기지에 들어선 지 3개월 만에 그들은 다시 막스트리 부대로 돌아올 수 있었다.
“……대단하군.”
막스트리 부대에서 기다리고 있던 세오레일은 데미안을 보며 진심으로 감탄을 터트렸다.
“설마, 정말로 해낼 줄은 몰랐네.”
고작 병장 한 명.
그가 지휘관으로 온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질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데미안은 그런 우려 따윈 모두 박살 낸 채 오로지 결과로 자신을 증명해 냈다.
세오레일은 다가오는 데미안의 손을 꽉 잡으며 그를 안았다.
“그대는 우리 왕국의 역사에 새로운 한 줄을 그었네.”
물론 왕국이 막스트리의 금광을 얻고자 했더라면 얻었을 수는 있을 것이지만.
하지만 세오레일은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금광 기지를 탈환했지만, 정규군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온전히 왕국의 품으로 가지고 오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하물며 데미안은 오합지졸 범죄자들을 이끌고, 추가 병력의 지원도 없이 이것을 해내지 않았는가.
“감사합니다. 모든 것이 대위님께서 지원해 주신 덕분입니다.”
“흠흠, 자네가 알아주니 나도 기쁘기 그지없군. 그리고 이번 일이 끝나면 곧장 보고하라는 군단장님의 지시 사항이 있으셨네.”
“군단장님께서요?”
데미안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물론 군단장에게 이 일을 보고할 생각이긴 했으나, 설마 그녀가 계속해서 주시하고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데미안의 물음에 세오레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직접 찾아와 보고하라는 명령이니, 바로 준비하게.”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 일에 대해선 군단장님께 꼭 보고하겠습니다.”
“하하하, 그래 주겠나? 그렇다면 나야 고맙지. 하하하하하.”
데미안의 말에 세오레일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이 일이 군단장님께 들어간다면 어찌 됐든 자신에게도 공이 조금은 돌아올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럼 부대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오게. 군단장님과의 면담 후 원래 있던 부대로 바로 복귀할 수도 있으니.”
“……알겠습니다.”
하나의 일이 끝나고 나니 무언가 순식간에 정리가 되는 것 같았다.
빠르게 진행되는 일에 데미안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부대원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저벅저벅.
허름하게 지어진 막사.
그나마 그 중심에 나무 기둥이 튼튼하게 박혀 있는 막사가 데미안의 막사였다.
피식.
이곳에 오자마자 녀석들을 조지며 막사를 지으라고 했던 일이 떠오른다.
그리고 자신을 참교육하겠다며 덤비던 녀석들.
이내 머리를 처박고 ‘잘못했습니다.’라고 외치던 목소리가 귀에 선명했다.
‘……그새 정이 든 건가.’
데미안이 막사의 기둥을 슬쩍 만졌다.
탈도 많고, 일도 많았던 이곳이다.
그리고…….
‘이제는 떠날…… 때지.’
이미 예견된 일이었지만, 그 마지막이 조금 아쉬운 것을 보니…… 이곳에서의 모든 것이 진심이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이내.
“전 부대원! 연병장으로 집합하도록!”
데미안이 소리쳤다.
그에 부대원들이 다급하게 뛰쳐나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데미안이 가볍게 옷매무새를 만지며 걸어갔다.
이제는 마지막을 말할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