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8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83화(83/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83)
“……?”
“갑자기 왜…….”
연병장에 모인 부대원들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데미안을 보았다.
갑자기 외곽에 주둔해 있던 정규군이 이곳에 왜 왔는지도 모르겠지만.
“부대장님,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혹시…… 저희 감형과 관련해서 무슨 문제가 생겼나요?”
“……대장님?”
부대원들은 자신의 앞에 선 채 침묵하고 있는 데미안을 보았다.
데미안은 여전히 부산한 녀석들의 모습에 입꼬리를 씰룩였다.
그리고 이내.
“축하한다, 이 새끼들아.”
데미안이 나지막하게 첫마디를 열었다.
어찌 됐든 감형이 확정된 상황에서 녀석들에게 쓴소리를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너희가 했었던 일들은 분명 손가락질을 받고 지탄받아야 할 것들이다. 그것은 지금 너희가 공을 세웠다고 해서 무마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버텨 준 건 고맙다. 너희들과 함께한 시간은 짧지만, 의미 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과거의 나를 보는 듯한 녀석들의 모습.
데미안도 과거엔 이 녀석들 중 한 명에 불과했었으니까.
데미안이 그들에게 말했다.
“만약 이곳을 나가게 된다면 너희로 인해 피해를 보았던 사람들을 찾아가서 백배사죄해라. 한 번에 되지 않겠지만, 진심으로 사죄하고 또 사죄하면서 너희들의 죄를 반성해라.”
데미안 스스로에게 하는 말.
이번 생에선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지만, 가능하다면 자신 역시 사죄하고 싶었다.
데미안의 말에 부대원들은 모두 숙연한 표정으로 묵묵히 들었다.
스스로의 과오를 누구보다도 자신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모습에 데미안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또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죽지 말고 살아남아라. 그럼 언젠가는 볼 수 있겠지.”
그 말에 데미안이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 순간.
“부대애애애애애! 차렷!”
쿵!
강한 발 구름.
마치 한 동작인 것 같은 소리에 데미안이 멈칫하며 고개를 돌려 그들을 보았다.
어느덧 가장 앞에 나온 3조장이 데미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일 과묵했지만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했던 녀석.
3조장이 데미안을 보며 소리쳤다.
“부대장님을 향하여어어어! 경례!”
“왕국의 영광을 위하여!”
연병장이 떠나갈 듯한 쩌렁쩌렁한 외침.
그 외침이 이어지자.
“왕국의 영광을 위하여!”
3조장이 오른 주먹을 말아 쥐며 왼쪽 가슴을 때렸다.
그 모습에 데미안은 두 다리를 붙이며 몸을 꼿꼿이 세웠다.
그리고 오른 주먹을 왼쪽 가슴에 올렸다.
‘이것은…….’
그들의 새 출발을 위한 응원이다.
“왕국에 영광을.”
각 잡힌 경례가 끝나고.
“잘들 살아라.”
데미안이 돌아섰다.
그리고 남아 있던 부대원들은 데미안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경례를 유지한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한 철의 꿈과도 같은 막스트리의 일들이 모두 끝이 났다.
* * *
“……후우.”
막스트리를 떠나 군단에 도착한 데미안은 작게 숨을 토했다.
설마 자신이 이곳으로 오게 될 줄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군단장이…… 직접 호출을 할 줄이야.’
분명히 다른 사람들을 거쳐 보고가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군단 본부의 앞에 선 데미안은 옷매무새를 정돈했다. 그러자 한 병사가 데미안에게로 다가왔다.
“자네가 데미안인가?”
“예, 그렇습니다!”
“따라오게.”
데미안은 앞서 걸어가는 병사를 따라갔다.
길게 이어진 복도를 몇 번 꺾으며 안으로 들어가자, 곧 군단장의 집무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군단장의 집무실 앞에 선 병사가 말했다.
“군단장님 앞에선 물은 질문엔 빠르고 간결하게 대답하고, 예의에 어긋나는 질문은 하지 않는다.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망설임 없이 대답하는 데미안의 모습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똑똑.
“군단장님, 데미안 병장을 데리고 왔습니다.”
“들어와.”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
병사가 가볍게 옆으로 비켜서자, 데미안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왕국에 영광을.”
“격식은 됐어.”
데미안의 경례에 키아렌이 손을 휘휘 저었다.
그러곤 데미안을 쳐다보았다.
“…….”
확실히 다른 이들과는 다른 압박감.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속내를 들킨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데미안은 침묵한 채 키아렌을 보았다.
키아렌은 물끄러미 데미안을 바라보더니.
피식.
작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생했다. 듣자 하니 막스트리의 금광을 완전히 우리 소유로 끝을 냈다던데.”
“운이 좋았습니다.”
“운이라…… 과연 그것이 운으로 할 수 있는 일이던가.”
키아렌이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생각보다 데미안의 반응이 너무나 정석적이었기 때문이다.
키아렌이 옆에 서 있던 에드먼을 보며 말했다.
“시작해.”
“예.”
“……?”
갑자기 뭘 시작한다는 거지?
데미안이 의아한 듯 키아렌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6군단 직속 카이온 부대의 부부대장 데미안 병장은 막스트리에서 오랫동안 벌어진 이렌 왕국과의 금광 전쟁을 승리함으로써 자국에 온전한 금광 소유권을 가지고 온 공을 세운 것으로 다음과 같은 포상을 내린다.”
순식간에 벌어진 논공행상.
에드먼의 말에 데미안은 딱딱한 표정으로 키아렌과 에드먼을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 키아렌은 그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그런 데미안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에드먼이 말을 이었다.
“데미안을 병장에서 중사로 두 계급 특진! 더불어 6군단 독립 부대인 카이온 부대의 부대장으로 임명한다.”
카이온 부대의 부대장.
드디어 빈센트가 바라던 일이 이루어진 것이다.
게다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또한 포상금 100골드와 더불어 군단 무구 창고에서 원하는 무구 한 점을 하사한다.”
금광을 가지고 온 것에 비한다면 상당히 적은 포상금이라 할 수 있겠지만, 병장에게 주어진 공로의 치하로는 상당히 많은 편이라 할 수 있었다.
“데미안 중사, 앞으로.”
척!
데미안이 에드먼의 앞으로 다가가자 그는 작은 상자 하나를 건넸다.
안에는 제국 은행에서 바꿀 수 있는 100골드의 어음이 있었고, 옆에는 군단장의 직인이 찍혀 있는 무구 창고 허가증이 있었다.
“앞으로도 왕국을 위해 더욱 정진할 수 있도록.”
“더욱 정진하도록 하겠습니다!”
데미안이 크게 외치며 상자를 받았다.
그에 자리에 앉아 있던 키아렌이 박수를 치며 일어났다.
짝짝짝짝짝.
“대단해, 솔직히 내 예상을 훨씬 웃돈 공적이었어.”
처음엔 반쯤 장난이었는데, 설마 이 정도로 대단한 일을 해낼 줄이야.
키아렌이 데미안에게 말했다.
“이건 공식적인 상과는 별개로 내가 너에게 주는 특혜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말해 봐라. 내 권한에서 해 줄 수 있는 한 가지를 해 주지.”
군부 내에서 상당히 괴짜로 소문이 자자한 키아렌이지만, 능력 있는 병사에겐 한없이 퍼 주기로 유명하기도 했다.
키아렌의 말에 데미안의 눈이 번뜩였다.
‘설마, 이런 기회가 올 줄이야……’
군단장.
그것도 군부 내에 엄청난 영향을 가지고 있는 6군단장 키아렌의 권한을 사용할 수 있는 부탁이다.
그에 데미안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렇다면…… 제 얘길 들어 주시겠습니까?”
“……?”
부탁을 얘기하라고 했더니, 왜 한껏 분위기를 잡는 거지?
키아렌은 갑작스레 진지한 표정을 짓는 데미안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왕국의 안위와 관련된 내용입니다.”
이어지는 데미안의 말에 키아렌의 표정이 덩달아 굳어지기 시작했다.
* * *
“야! 데미안, 아니 부부대장이 돌아왔다!”
발페이트에 있는 카이온 부대가 난리가 났다.
카일이 막사로 들어오며 부대원들에게 소리치자.
“뭐?”
“벌써?”
“부부대장이 돌아왔다고?”
자리에 앉아 있던 녀석들이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데미안이 카이온 부대에 있었던 시간은 짧았지만, 그가 보여 주었던 퍼포먼스는 아직까지 선명하니까 말이다.
게다가 이미 데미안이 막스트리에서 이룬 공적은 바로크 왕국 군부 전체에 퍼질 정도로 유명했다.
“흐흐흐, 그놈이라면 해낼 줄 알았어.”
카일이 웃음을 터트리며 얘기했다. 그에 옆에 있던 제르카와 테르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도 알고 있었어.”
“나도.”
애초에 카이온 부대의 입대 테스트에서 기사를 꺾은 것이 녀석 혼자이지 않은가.
아니, 그런 걸 떠나서 무언가 녀석이 실패한다는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았다.
무슨 일이든 거의 완벽하게 해내질 않았던가.
“자, 일단 마중부터 가자고. 그 녀석도 우리를 보고 엄청나게 놀랄지도 몰라.”
“하긴…… 그놈도 엄청 굴렀겠지만, 우리도 장난 아니었잖아?”
지난 7개월.
카이온 부대원들은 리온하르크의 지옥 훈련 아래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이제는 기사들과 싸워도 어느 정도 맞상대가 가능한 수준까지 올라왔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가장 많이 변한 건…… 저 녀석이지.”
테르카의 말에 다른 이들이 모두 디아날을 바라보았다.
차분한 표정으로 따라 걸어오는 녀석.
자신들 중 유일하게 마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디아날은 작게 숨을 토하며 호흡을 고르기 시작했다.
―1년 안에 돌아올 테니까, 그때까지 죽어라 하고 있어.
녀석은 약속을 지켰다.
막스트리라는 왕국 내에서도 손꼽히는 격전지에서 고작 7개월 만에 말이다.
‘나도…… 약속대로 죽어라 노력했다.’
지난 7개월 동안 디아날은 정말 치열하게 훈련하고 또 훈련했다.
하루에도 마음이 꺾일 뻔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다.
그만큼 리온하르크의 훈련은 고되고 치열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다시 돌아왔을 때 만날 데미안을 생각하며 버티고 버텼다.
―돌아왔을 때, 똑같은 수준이면 아는 척도 안 할 테니까 각오해. 진짜 크게 실망할 수도 있으니까.
떠나기 전 녀석이 남긴 말.
그 자리에 멈춰 있을 자신의 모습이 겁나 죽을힘을 다해 발버둥 쳤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이것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하지만 디아날은 카이온 부대 내, 그 누구보다 많은 변화를 이뤄 냈다.
디아날을 비롯한 카이온 부대원들이 부대의 입구로 나갔을 때.
“뭐 귀한 손님이 온다고 전부 이렇게 나와 있어?”
태연하게 걸어오는 녀석의 모습에 모두가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 모습에 데미안 역시 입가에 작은 호선을 그리며 말했다.
“돌아왔다, 이 자식들아.”
데미안이 돌아왔다.
* * *
“……참 나.”
키아렌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어처구니가 없었다.
키아렌이 옆에 있던 에드먼에게 물었다.
“네 생각은 어때?”
“어느 정도 근거가 있다는 정보하에 알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렌 왕국 측의 내용은 어느 정도는 맞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소름이 돋는 거지. 병장 나부랭이…… 아니, 이제 중사인가? 어쨌든 중사 따위가 타국의 내부 정보를 그렇게 알고 있다는 것이 말이 되는 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키아렌의 표정에 에드먼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혹시…… 다른 왕국이나 제국에서 심어 놓은 첩자가 아닐까요?”
“최소한 제국은 아니겠지. 그랬다면 이렌 왕국의 실정에 대해 얘기했을 리 없으니까.”
철저하게 제국과 반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타국에서 첩자를 심었을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할 순 없었다.
녀석이 보여 준 능력은 이상하리만치 비정상적인 부분이 많았으니까 말이다.
똑…… 똑…….
에드먼의 말에 키아렌이 고민하는 듯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굳이 의심으로만 볼 필요는 없지. 우선은 지켜만 보자고.”
“예.”
“아, 그리고 데미안이 말한 그 새끼들은 전부 조사하도록.”
“보급품으로 뒷돈 받아먹는 녀석들 말이지요?”
에드먼의 말에 키아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도 그런 쓰레기들이…… 쯧.”
“조치하겠습니다.”
에드먼의 말에 키아렌은 데미안이 했던 말들을 떠올리며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