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81)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84화(84/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84)
데미안이 돌아오고 곧장 카이온 부대의 부대장 취임식이 벌어졌다.
모든 부대원들이 모인 연병장.
단상 위엔 지금까지 카이온 부대의 부대장을 맡고 있던 빈센트와 데미안이 자리했다.
그리고 빈센트가 부대원들 전체를 보며 선언하듯 말했다.
“현 시간부로 카이온 부대의 부대장은 데미안 중사가 맡도록 한다. 앞으로 데미안을 중심으로 잘 협력하여 좋은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도록!”
“예, 알겠습니다!”
부대원들의 대답과 함께 빈센트가 데미안을 슬쩍 쳐다보았다.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고개를 돌리곤 부대원들을 보았다.
“다들 오랜만이다. 뭐, 솔직히 그리 오래 흐르진 않았지만 7개월이란 시간 동안 생각보다 많은 일이 있어서 길게 느껴지는 것 같다.”
데미안은 막스트리에 있었던 7개월의 시간을 떠올렸다.
정말이지 한 시간 한 시간이 귀중했을 정도로 빡빡한 날을 보냈던 것 같았다.
데미안이 부대원들을 보며 말했다.
“앞으로 뒤질 만큼 힘든 일이 많을 거다. 하지만 그 앞에는 언제나 내가 먼저 가겠다. 너희는 그저 이 대단한 부대장을 따라서 오면 된다.”
데미안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이상.”
짝짝짝짝짝짝.
부대원들이 모두 박수를 쳤다.
누군가는 환호성을 지르며.
누군가는 어디 한번 보자는 듯 이죽거리는 듯한 표정으로.
누군가는 비장한 표정으로 말이다.
그렇게 부대장 취임식을 끝내고 막사로 돌아온 데미안은 가장 먼저 집무실부터 배정받았다.
빈센트는 자신이 사용하던 집무실을 데미안에게 인계했다.
데미안이 빈센트에게 물었다.
“이제 어디로 가십니까?”
“본부로 들어가겠지. 원래 거기 있었으니까.”
“군단 직속 본부입니까?”
“그래.”
빈센트가 6군단 직속 본부 소속인 것은 알고 있었다.
6군단장인 키아렌에게 상당히 큰 신임을 얻고 있다는 것도 말이다.
빈센트의 대답에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때, 빈센트가 씨익 웃으며 데미안에게 말했다.
“그런데 군단장님께 재미있는 건의를 했더구나.”
“예,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그건 모르지. 하지만 조금은 아쉬운 것 같은데. 군단장님은 자신이 내뱉은 말은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다. 자신의 권한으로 해 줄 수 있는 일이라면 불법적인 일이 아닌 이상 전부 들어줬을 거다.”
“그래서 요청드린 것이었습니다.”
“……욕심이 없는 건지, 아니면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군.”
빈센트가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만 데미안을 보는 표정엔 미소가 가득했다.
“너라면 잘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미 국경 수비대에서 보여 준 모습만으로도 상상 이상의 모습을 보여 주었는데.
‘설마 막스트리에서까지…….’
이 녀석의 끝은 어디까지일까.
빈센트는 그의 어깨를 가볍게 툭툭 두드렸다.
정말 이 녀석이라면 잘할 것만 같은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때.
“부대장님!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금방 가도록 하지.”
예정된 손님이 데미안을 찾아왔다.
* * *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놀랐습니까?”
에르칼에서 발페이트로 갔다가 막스트리로.
그리고 막스트리에서 또다시 발페이트로.
그야말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었다.
데미안을 찾아 발페이트로 온 디엘은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갑자기 군 보급품 담당이라뇨. 이게 무슨 소리예요?”
“왕국 군대 전체는 아닙니다. 우선은 6군단부터요.”
“아니, 어쨌든요.”
디엘은 현재의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갑자기 6군단에서 연락이 오더니, 앞으로 군 보급품을 맡아 달라는 부탁을 받았기 때문이다.
6군단이면 최소 2만 명이 넘어가는 엄청난 규모였다.
그 많은 인원들의 보급품이라니.
냉정하게 말한다면, 하멜 상단에게 있어선 그야말로 천운이 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보급품에서 떨어지는 수익은 안정적으로 계속해서 들어오는 것이니까.
때문에 수많은 상인들이 군부에 줄을 대려 했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검은돈도 엄청났다.
그런데…….
“……이걸 정말 제가 받아도 되는 겁니까?”
디엘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이미 데미안이 해 준 것만으로도 하멜 상단은 예전보다 규모가 10배 이상 커진 상단으로 변모했다.
이제는 왕국 전체의 상단들 중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로 커진 것이다.
하지만 디엘의 말에 데미안이 고개를 저었다.
디엘이 화들짝 놀라자, 데미안이 말을 이었다.
“디엘 님이 뭔가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
“저는 단순히 디엘 님이 저와 친분이 있기 때문에 하멜 상단을 추천한 것이 아닙니다.”
사실 빈센트의 말처럼 다른 것을 요구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미안이 군의 보급품을 하멜 상단에게 부탁한 것은 크게 두 가지의 이유가 있었다.
“물론 제가 투자한 상단이니 저에 대한 이윤이 있다는 것을 무시할 수는 없겠죠.”
디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두 번째였다.
“군부를 변화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예? 그게 무슨 말이죠?”
어느 집단이든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하지만 바로크 왕국의 군부는 생각 이상으로 썩어 있었다.
이번 막스트리에서 있었던 일만 하더라도 알 수 있다.
‘고작 대위 따위가 보급품을 빼돌려 그렇게 돈을 챙길 정도면…… 그 위는 안 봐도 훤하지.’
군부 내에 얼마나 많은 도둑놈들이 있다는 말인가.
우선은 그들을 깡그리 처리해야만 한다.
‘앞으로의 전쟁에 필요 없는 놈들은 빠르게 치워 버린다.’
외부와의 전쟁도 중요하겠지만, 안에서 썩어 가는 것들부터 도려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당장 계약을 한다고 해도 최대한 빠르게 성과를 보여야 할 겁니다. 그게 아니라면 6군단장 성격상 바로 파기할 테니까요.”
자신의 부탁으로 기회를 한 번 주었을 뿐이다.
성과가 없다면 기존에 하던 이들에게 다시금 맡길 수밖에 없다.
디엘은 데미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그녀의 눈빛이 의지로 번뜩였다.
“반드시 해낼 테니까 걱정 마세요. 믿어 준 만큼, 꼭 보답할게요.”
“믿습니다.”
데미안이 입가에 작은 호선을 그렸다.
대화가 끝난 후 디엘은 바로 움직였다.
아마 한동안은 상당히 바쁠 것이다.
‘이제는 부탁하기도 힘들겠네.’
하지만 이 일이 잘 끝나게 된다면, 하멜 상단은 왕국 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상단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후 제국과의 전쟁을 준비해야겠지.
데미안은 돌아서는 디엘을 보며 앞으로의 계획을 생각했다.
지금까지 나타난 현상.
그리고 자신이 바꿔 놓은 미래.
그것들이 변수가 될 수는 있었지만.
‘제국의 움직임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은 현재까지는 없다.’
전쟁을 준비하기 위해선 그 거대한 제국의 발걸음을 멈추게 해야 하는데…….
데미안은 돌아서던 녀석의 모습을 떠올렸다.
‘지금쯤이면…… 녀석도 움직이고 있으려나?’
데미안은 그를 떠올리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 * *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 사료되옵니다!”
이렌 왕국의 왕궁 회의실.
대신들이 모인 회의실은 평소와 다르게 제법 뜨거운 열기가 후끈거리기 시작했다.
회의의 안건은 하나였다.
막스트리의 금광을 빼앗기고 돌아온 아카르 대위에 대한 처분을 어떻게 내릴지 말이다.
그리고 회의를 주도한 것은 이렌 왕국의 이르케론 백작이었다.
왕궁 내에서도 한 세력을 가지고 있는 나름의 실세.
아카르를 막스트리로 보낸 것 역시 이르케론이었다.
이르케론은 자리에서 일어나 앉아 있는 대신들을 보았다.
“이게 말이 되는 일입니까? 몇 년 동안 순조롭게 진행되던 금광을 바로크 왕국의 손에 홀라당 넘겨주다니요. 이것은 간단한 처벌로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카르 대위에게 사형이라니요. 그건 말이 되지 않습니다.”
“왜 말이 되지 않소! 그렇다면 막스트리에 있던 병사들까지 모두 처벌해야겠소?”
이르케론 역시 아카르의 사형이 집행될 거라 생각하진 않았다.
다만 이 정도로 강하게 밀어붙여야, 그를 오랫동안 감옥에 가둬 둘 수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때였다.
“현재 대륙의 정세는 파악하고 아카르 대위의 사형을 말하는 것입니까?”
한 남자가 매서운 눈빛으로 이르케론 백작을 바라보았다.
기병 장관의 부관인 알로메르타였다.
군부 최고 권력자인 기병 장관의 옆에 있는 자인만큼 군부와 관련된 발언권은 상당히 강한 편이었다.
하지만 이르케론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에게 말했다.
“막스트리 금광이 왕국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모르는 것이오? 군부라 해서 덮어 줄 생각 따윈 마시오.”
“덮어 줄 생각 따윈 없습니다. 잘못이 있다면 당연히 받아야겠지만, 아카르 대위를 죽인다면 전방 전선은 누가 지킨단 말입니까.”
애초에 그를 막스트리로 내려보낼 때부터 만류했던 알로메르타였다.
그런데 이제는 그를 죽이겠다고?
알로메르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현재 제국은 스페니언 왕국과의 전쟁 이후 상당히 위협적인 행보를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사실상 스페니언 왕국은 제국의 속국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고, 스페니언 왕국의 동부에 있는 티르칸 왕국 역시! 제국에 거의 집어삼켜지고 있습니다.”
무서우리만큼 빠른 속도로 주변 왕국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제국이었다.
이런 분위기라면 향후 1~2년 안으로 이렌 왕국도 집어삼키려 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우리 왕국은 서쪽으론 바로크 왕국, 북쪽으론 스페니언 왕국과 세일로니안 왕국과 국경이 맞닿아 있습니다. 하지만 만에 하나 티르칸 왕국이 제국의 손에 넘어간 후 세일로니안 왕국마저 위협을 당한다면…….”
스윽.
알로메르타가 회의실에 있는 대신들을 쳐다보았다.
모두가 심각한 현재의 상황을 알고 있는 듯 굳은 표정이었다.
이어서 알로메르타가 말했다.
“다음은 우리 왕국 역시 제국의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때.
“그건 그들이 외교적으로 제국과의 관계를 이어 나가질 못하니까 생기는 문제이지 않습니까.”
이르케론 백작이 끼어들며 말했다.
“우린 티르칸 왕국과는 다릅니다. 이미 제국과 긴밀한 외교를 통해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소. 설마 티르칸 왕국이 제국의 손에 넘어간다고 해도……”
“외교는!”
알로메르타가 이르케론의 말을 단박에 잘랐다.
이르케론이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보았지만, 알로메르타가 곧장 말을 이었다.
“힘이 있을 때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힘의 차이가 커지면 결국 그 외교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가진 것을 모두 내어 줄 수밖에 없을 것이고요.”
“그렇다고 아카르 대위를 그냥 두자는 것입니까?”
“자자, 그만들 하지.”
꽤나 거칠어지는 분위기에 자리에 있던 한 노인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의 말에 알로메르타는 물론 이르케론까지 입을 꾹 닫은 채 서로를 노려볼 뿐이었다.
노인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 문제는 지금 당장 결정할 것이 아니라, 추후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겠네.”
“……알겠습니다.”
“그러도록 하지요.”
이르케론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듯 눈을 부릅뜨며 알로메르타를 노려보았다.
이윽고 대신들이 회의실 밖으로 나가자.
“……알로메르타 대령.”
“예.”
그는 회의를 끝냈던 노인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
이렌 왕국의 재상, 파렐 공작이었다.
파렐 공작이 알로메르타를 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이제는 확인이 모두 끝난 것 같구려.”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서둘러 움직여야겠지. 더 늦기 전에 말일세.”
더 늦었다간 돌이키기 힘든 일이 생길 수도 있다.
파렐의 말에 알로메르타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돌아서는 알로메르타를 보며.
“다시금 피바람이 몰아치는 것인가.”
하지만 왕국을 위해 해야 하는 일이다.
회의실을 나선 파렐 역시 어디론가 다급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