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82)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85화(85/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85)
똑똑.
“들어오게.”
부대장이 된 이후 데미안은 리온하르크를 찾아갔다.
부대장 취임식 때도 보았지만, 이번엔 따로 의논할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앉게.”
리온하르크는 데미안을 반갑게 맞아 주었다.
참으로 보면 볼수록 신기하고 대단한 녀석이란 생각이 들었다.
데미안이 자리에 앉자 리온하르크가 물었다.
“무슨 일로 날 찾아온 건가?”
“부부대장에 임명할 병사를 추천받고자 왔습니다.”
“부부대장의 추천이라.”
하긴, 데미안이 떠나면서 그동안 공석으로 남아 있었던 부부대장의 자리다.
게다가 돌아온 데미안이 바로 부대장이 되었으니, 다른 사람을 임명해야 할 터.
하지만 리온하르크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데미안에게 물었다.
“이미 자네가 씨앗을 뿌려 놓고 가지 않았던가.”
“그래도 다른 뛰어난 적임자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데미안은 리온하르크의 눈을 신뢰한다.
마음 같아선 추천이 아니라 그에게 부부대장을 정해 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리온하르크에게 다소 과한 책임을 지우는 것일 수도 있기에, 적당히 추천이라 말한 것이었다.
리온하르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가장 적임자는 디아날이네. 사실 7개월 동안 가장 많이 실력이 늘기도 했고, 상황을 판단하는 냉철함도 좋네.”
“그렇습니까?”
데미안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리온하르크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정도라면, 녀석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었으니까.
이어서 리온하르크는 고민을 했다.
생각보다 괜찮은 녀석들이 제법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테르카도 부부대장으로 적임자라 할 수 있고…….”
“제르카 말고 테르카요?”
“제르카는 안 돼. 성격이 급하고 다소 격한 부분이 있어. 작전 중 부대원들을 위험에 빠트릴 수도 있네.”
리온하르크가 단호하게 얘기했다.
그 말에 데미안이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동의합니다, 스승님.’
제르카의 성정을 잘 알고 있는 데미안이었기에 웃을 수 있었다.
그리고…….
“흐음…… 한 명 더 꼽자면 아이작까지 추천할 수 있겠군.”
“……아이작이요?”
데미안이 고개를 갸웃했다.
딱히 인상이 깊게 남은 이름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온하르크는 진지한 표정으로 데미안에게 말했다.
“단점이라면 게으르다는 건데, 그것만 아니라면 가능성이 굉장히 뛰어난 녀석이네. 보아하니 눈에 띄는 걸 싫어해서 잘 나서지 않는 것 같긴 하지만.”
“흐음…… 그렇군요.”
아이작이라.
들어 본 적이 없다.
그렇지만 리온하르크가 그렇게 평가할 정도라면 정말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었다.
‘한번 확인해 볼 필요는 있겠지.’
생각을 끝낸 데미안이 리온하르크에게 고개를 숙였다.
“조언 감사합니다.”
“후후, 그보다 자네도 많이 변한 것 같군.”
“…….”
그 말에 데미안이 멈칫하며 리온하르크를 보았다.
설마 5성으로 넘어가기 직전인 지금 상황까지 알아챘다는 건가?
하지만 리온하르크는 그저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지은 채 데미안에게 말했다.
“모를 거라 생각했나?”
“아…… 네. 아주 미미한 변화라서 말이지요.”
“그 지점이 가장 힘들 때네.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하는 때이니까.”
리온하르크가 자리에서 일어나 데미안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머지않아 길이 열릴 테니, 너무 조급하게 굴지 말게.”
“……예.”
순간 데미안은 과거의 자신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리온하르크에게 가르침을 받던 그때의 자신과 순간 지금이 겹쳐지는 듯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리온하르크의 집무실에서 나온 데미안은 곧바로 부대원들이 있는 막사로 향했다.
“모두 주목!”
개인 정비를 하고 있던 부대원들은 데미안이 나타나자 모두 시선을 돌렸다.
길쭉하게 연결된 막사로 데미안이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지금부터 공석인 부부대장을 뽑으려고 한다. 뭐 투표니, 추천이니 이런 건 하지 않는다. 본인이 부부대장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앞으로 나오도록.”
“그래, 이때를 기다렸다!”
“적임자는 나지!”
데미안의 말에 생각보다 많은 인원들이 앞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부부대장으로 자원한 이의 숫자만 거의 스무 명에 달했으니까.
그 모습에 데미안이 미간을 찌푸렸다.
“진짜 전부 자신 있어서 나온 건가?”
데미안이 녀석들을 쓱 보았다.
그중에 아이작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녀석은 부부대장을 뽑는 일 자체에 관심이 없는 듯 자신의 관물대를 등받이 삼아 기대어 있었다.
데미안은 이내 시선을 돌려 자원한 녀석들을 보았다.
이렇게 의욕을 보이는 놈들이 많을 줄은 몰랐지만.
“좋아. 어차피 한 명만 뽑는 거니까 상관없겠지.”
데미안은 줄지어 서 있는 녀석들을 일렬로 세우더니, 앞에서부터 두 명씩 짝을 지었다.
“모두 연무장으로 따라와라. 부부대장이 되고 싶은 놈들은 실력으로 입증해.”
지휘관의 덕목이 오로지 강한 힘만은 아니다. 하지만 부부대장의 가장 큰 덕목은 ‘무력’이어야 한다.
책사가 아니기에 자신을 가장 잘 받쳐 줄 실력자가 필요한 법이다.
그리고 갑자기 벌어진 대련에 부대원들 전체가 연무장으로 쫓아왔다.
대련장에 선 후보로 올라온 이들을 보며 말했다.
“인원이 많아 정식 대련은 힘들 것 같고…… 손씨름으로 두 명만 뽑는다.”
“손씨름?”
“오! 재미있겠는데?”
구경하던 녀석들의 눈이 반짝였다.
그에 후보로 나온 녀석들도 내심 입꼬리를 올렸다.
손씨름은 서로 같은 손을 맞잡고 손과 같은 발을 붙인 채 상대를 먼저 넘어트리는 쪽이 승리하는 게임이다.
힘이 기본 바탕이 되어야 하지만.
‘힘만으로는 승리할 수 없지.’
균형 감각도 좋아야 하며 적의 힘을 이용하는 등 전술도 좋아야 한다.
‘물론 압도적인 힘이 있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고 어느 정도 기량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데미안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선 채 흥미로운 표정으로 녀석들을 보았다.
그리고.
“시작!”
데미안의 외침과 함께 부부대장 선출이 시작되었다.
“……후우.”
디아날은 작게 숨을 토한 채 앞을 보았다.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서 있는 부대원의 모습.
녀석이 디아날을 향해 소리치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원망하지 마라!”
상당히 덩치가 큰 녀석이었다.
당연히 자신이 힘이 훨씬 더 강할 거란 생각에 녀석은 자신감 있게 디아날의 손을 당겼다.
하지만…….
우뚝!
“……?”
꼼짝도 하지 않고 버티는 디아날을 보며 녀석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오히려 디아날이 차분하게 가라앉은 표정으로 녀석에게 말했다.
“오히려 나야말로 미안하다. 너무 빨리 끝내서.”
그극! 그그극!
꽉 쥔 손에 녀석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손뼈가 부러지는 듯한 느낌에 녀석도 함께 손에 힘을 주었다.
“흡!”
그에 디아날이 작게 숨을 토하며 녀석을 당기는 순간.
“아악!”
녀석이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바닥으로 꼬꾸라졌다.
순식간에 끝나 버린 승부.
디아날은 쓰러진 부대원을 가볍게 일으켜 주고는 이내 다른 녀석들을 보았다.
뒤이어 줄줄이 승부가 결정 나기 시작했고.
“다음, 바로 가자.”
데미안의 말에 디아날은 자신의 앞에 선 부대원을 보았다.
카일이었다.
“흐흐, 너랑이네? 누가 이기든 축하해 주자고.”
카일의 말에 디아날이 고개를 끄덕였다.
카일 역시 가볍게 주먹을 불끈 쥐고는 디아날의 손을 맞잡았다.
꾸욱.
손을 잡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카일이 보통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게다가 그동안 카일도 엄청나게 많은 훈련을 소화하지 않았던가.
“……후우.”
디아날이 작게 숨을 토하며 고개를 돌려 데미안을 보았다.
그리고 자신을 보고 있는 데미안의 모습에.
‘……이긴다.’
눈을 감으며 다시 한 번 의지를 되새겼다.
녀석의 뒤를 쫓기 위해 그동안 얼마나 노력했던가.
아니.
‘녀석을 이기기 위해.’
죽을힘을 다한 7개월이었다.
디아날이 마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완전히 컨트롤을 하는 건 어려웠지만.
“시작!”
“흡!”
“흐압!”
디아날과 카일이 동시에 힘을 주며 손을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흐아아아아아압!”
확실히 카일은 괴물이었다.
장담컨대 부대 내에서 이 녀석을 힘으로 이길 수 있는 녀석은 없을 것 같았다.
휙!
카일이 디아날의 손을 옆으로 당기며 그를 넘어트리려 했다.
팔이 끌려간 채 몸이 앞으로 반쯤 숙여진 디아날은 손에 힘을 주며 카일을 보았다.
씨익.
팔을 부들부들 떨고 있으면서도 웃고 있는 카일.
녀석은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는 듯했다.
하지만…….
“으윽……!”
디아날이 입술을 질끈 깨물며 카일의 손을 당기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카일의 팔이 점점 디아날에게 끌려오기 시작하더니.
“……어?”
이윽고 처음 자세로 돌아갔다.
카일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디아날을 보았다.
“미안하지만 이기는 건 나야.”
“어림없는 소리!”
힘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디아날의 말에 카일이 크게 소리를 지르며 다시 녀석의 팔을 잡아당겼다.
하지만 그 순간.
휙!
“으헉!?”
갑자기 디아날이 손에 힘을 풀며 녀석에게로 끌려갔다.
그 행동에 녀석을 잡아당기던 카일이 몸을 휘청했다.
그리고 그 순간!
“흐아아아압!”
다시 디아날이 손에 힘을 주며 카일의 팔을 반대쪽으로 밀며 다리에 힘을 주었다.
“흐아압!”
마주 댄 발에 힘을 주고 허리를 비틀며 손을 잡아당기는 디아날.
그 순간 카일의 다리가 바닥에서 뜨더니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으아아아악!”
몸이 공중으로 뜨자 카일이 비명을 질렀다.
엎어 치기처럼 그대로 카일을 바닥에 패대기친 디아날이 작게 숨을 토하며 카일을 보았다.
“괜찮냐?”
“아우…… 이 새끼…… 무슨 짓을 한 거야?”
바닥에 부딪친 곳이 꽤나 아팠는지 카일이 인상을 쓰며 문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디아날의 손을 잡고 일어나던 카일이 말했다.
“졌다. 우와…… 그 순간에 힘을 뺐다가 바로 엎어 치기라니. 인정한다, 흐흐.”
카일은 아낌없이 디아날을 칭찬했다.
설마 자신이 질 줄은 몰랐지만, 그만큼 디아날이 뛰어났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에 디아날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고맙다.”
그리고 다음 승부까지 순식간에 끝나고.
“남은 사람은 두 명인가?”
데미안은 최종 후보로 올라온 두 사람을 보았다.
‘이것 참…… 눈썰미는 따라갈 수가 없다니까.’
공교롭게도 두 녀석 모두 리온하르크가 추천을 한 녀석들이었다.
디아날과 테르카.
상당히 진지한 표정으로 서로를 보고 있는 두 사람은 물러날 생각이 없는 듯했다.
데미안이 부대원들을 보며 말했다.
“마지막까지 손씨름은 좀 그렇겠지?”
“우우우우!”
“당연하지요! 마지막은 제대로 한판 붙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부대장님!”
“화끈하게 가시죠!”
부대원 모두가 데미안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에 데미안이 디아날과 테르카를 보며 물었다.
“너희도 손씨름보단 정식 대련이 낫다고 생각하냐?”
“물론입니다.”
“예.”
두 사람이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러자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그렇게 해야지. 마지막 승부는 대련으로 진행한다. 각자 원하는 무기를 들고 대련장 위로 올라오도록.”
이 대련으로 그동안 녀석들이 얼마나 훈련을 했는지 확인할 수 있을 터.
디아날과 테르카는 각자 자신이 원하는 무기를 들고 대련장 위로 올라왔다.
비록 대련용 목검이긴 했지만, 뼈를 부러트릴 수 있는 강도다.
그리고 대련장 위에 선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과연 두 녀석 중에…… 부부대장은 누가 될는지.
데미안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시작.”
그 말과 동시에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크큭, 재미있는 모습이군.”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한 사람이 나지막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