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83)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86화(86/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86)
여간해선 직접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연락을 주셨더라면 마중을 나갔을 텐데, 죄송합니다.”
리온하르크는 자신의 집무실로 들어온 키아렌을 보며 고개를 숙였다.
키아렌은 손을 휘휘 젓고는 의자에 앉아 담배를 꺼냈다.
“됐어, 뭐 굳이.”
치익!
담배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자 크게 한 모금을 빨고 키아렌이 리온하르크를 보며 물었다.
“이곳 생활은 어때. 지낼 만한가?”
“점점 재미있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
키아렌이 의외라는 듯 그를 쳐다보았다.
리온하르크가 입가에 미소를 띠는 것과 ‘재미있다.’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상당히 드문 일이기 때문이었다.
평소처럼 ‘지낼 만합니다.’라고 할 줄 알았는데…….
“흐흐, 그런데 다른 놈들은 전부 어디로 갔어?”
“부부대장을 뽑는다고 연무장으로 몰려간 것 같더라고요.”
“부부대장? 임명이 아니고?”
“그들만의 방식이 있는 것일 테니까요.”
리온하르크의 말에 키아렌이 이윽고 따라온 에드먼을 보았다.
에드먼은 이미 작게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교관, 연무장으로 안내해 주겠나?”
“이쪽으로 오시지요.”
리온하르크가 에드먼과 함께 키아렌을 연무장으로 안내했다.
이윽고 연무장에서 줄지어 손씨름을 하고 있는 카이온 부대원들이 보였다.
조잡해 보이는 장난처럼 보이긴 했지만.
“손씨름이라. 꽤 괜찮은 방식이네.”
키아렌이 말했다.
별거 아닌 것 같은 손씨름이지만, 그 안에는 상당히 많은 것들이 포함되어 있고 그것을 활용해야 승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느새 마지막 승부로 두 사람이 대련용 무기를 들고 대련장으로 올라오자, 자리에 있던 부대원들이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마치.
“……리온하르크. 그대가 알려 준 건가?”
“그럴 리가요.”
“크큭, 재미있네.”
키아렌은 이미 하나가 되어 버린 카이온 부대원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이 시합은 단순히 부부대장을 뽑는 것이 아니었다.
부대원들을 하나로 만들고, 앞으로 선출된 부부대장의 신임을 만들어 주기 위한 것까지 모두 포함이 되어 있었다.
‘부대원들 중 한 명이 갑자기 부부대장으로 임명되면 아래에 있는 부대원들을 컨트롤하기가 상당히 힘들어지지.’
이유는 간단하다.
어제까지 같은 병사였던 이가 갑자기 상관이 된다고 하면 바로 인정하기란 쉽지 않으니까 말이다.
특히나 이렇게 역사가 짧은 부대에선 더더욱 그랬다.
“머리를 조금 썼군.”
그리고 어느덧 대련은 마지막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 * *
따악!
강한 일격과 함께 목검을 쥔 손바닥이 저릿해졌다.
테르카는 제르카와 함께 원래 있던 부대에서도 상당한 에이스로 손꼽히는 병사였다.
체력이면 체력, 대련이면 대련.
모든 훈련에서 언제나 1등을 빼먹지 않고 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후욱…… 후욱…….”
테르카의 숨이 점차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마치 벽과 싸우는 듯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4개월 전만 하더라도 이러지 않았는데.’
4개월 동안 똑같이 노력했다.
분명 전에 디아날이 대련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바뀌었다.’
예전과는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쑤아악!
“큭!”
아래에서 위로 휘둘러지는 검격에 테르카가 빠르게 몸을 뒤로 젖혔다.
디아날의 검이 아슬아슬하게 허공을 가르자, 보고 있던 부대원들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파밧!
이어서 디아날이 빠르게 테르카를 향해 돌진하며 몸을 돌려 순식간에 뒤로 이동했다.
순간 엄청난 스피드.
“미친!”
테르카가 본능적으로 몸을 돌려 디아날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횡으로 휘둘러진 검이 디아날의 머리를 향해 뻗어 나갔지만.
부웅!
디아날이 몸을 낮추며 테르카의 공격을 피해 냈다.
“……끝났군요.”
대련을 보던 리온하르크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그의 중얼거림이 끝나기 무섭게.
퍼퍽!
“크악!”
디아날의 검이 테르카의 양쪽 허벅지를 때렸다.
허벅지를 가격당한 테르카의 몸이 휘청였다.
디아날의 양손에 쥐어진 검이 번쩍하는 순간 공격을 허용한 것이다.
게다가 디아날의 공격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퍼퍽!
허벅지 이후 옆구리를 가격한 디아날이 또다시 바닥을 박차며 테르카의 뒤로 이동했다.
어떻게든 녀석을 쫓아 움직여야 했지만.
‘젠장……!’
방금 맞은 뒤 통증으로 몸의 반응이 늦은 것이다.
테르카가 이를 악물며 몸을 돌려 디아날을 공격하려는 순간.
턱.
디아날의 목검이 테르카의 목을 겨누었다.
참패였다.
“……졌다.”
“한 끗 차이었어, 고생했다.
테르카가 고개를 숙이며 말하자, 디아날이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이윽고 디아날이 데미안의 앞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의 눈동자엔 꽤나 복잡한 감정이 여럿 섞여 있었다.
이윽고 데미안의 앞에 선 디아날이 말했다.
“이 자리에 서려고 노력 많이 했……습니다.”
“알고 있어.”
데미안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지금 이 모습만 봐도 녀석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이제 마력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네?”
“운이 좋았습니다. 아직은 많이 미숙하지만.”
그의 말에 데미안은 고개를 저었다.
운이 아니다.
이것 역시 녀석이 가진 실력이고 재능이었다.
데미안은 디아날을 보았다.
과거의 삶에서 자신을 위해 끝까지 앞에서 싸워 준 녀석.
그 마지막 모습이 아직까지도 눈에 선명하게 떠올랐다.
마치 그때의 감정이 겹치는 듯, 데미안은 말없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리고 디아날의 양쪽 어깨를 잡고 부대원들이 있는 쪽으로 몸을 돌렸다.
“현 시간부로 카이온 부대의 부부대장은 디아날이다! 불만 있는 녀석들은 지금 나오도록!”
“없습니다!”
“우어어어어! 부부대장님 축하드립니다!”
데미안의 외침에 부대원들이 큰 목소리로 축하와 격려를 외쳤다.
그에 디아날이 멋쩍은 듯 부대원들을 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데미안이 디아날에게 말했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카이온 부대는 완전히 하나가 된 부대가 되었다.
그리고 다음날.
“하나, 둘! 셋, 넷! 한둘셋넷! 한둘셋넷!”
카이온 부대의 훈련이 시작되었다.
당연히 실전 부대로 만들어진 만큼 그들의 훈련 강도는 엄청났다.
“더 빨리 뛰어라. 시간 안에 들어오지 못한다면 내일부터 훈련량을 늘리도록 하겠다.”
전신이 오싹해지는 듯한 리온하르크의 목소리.
다시 악마 교관으로 돌아간 그는 카이온 부대원들을 한계까지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탈진으로 쓰러지기 직전까지 훈련했고, 포기하고 싶어질 만큼 몰아붙였다.
하지만 그 누구 한 명도 포기하거나 그만두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훈련을 받기 전과 지금의 차이가 확실하게 느껴졌으니까.
그리고 가장 힘든 훈련에서 선두에 서는 것은 언제나 부대장인 데미안과 부부대장인 디아날이었다.
디아날 역시 앞장서는 데미안을 바라보며 죽을힘을 다해 따라갔다.
“……힘드냐?”
훈련이 끝난 직후 쓰러질 듯 비틀거리는 부대원들을 보며 데미안이 물었다.
모두가 대답을 하진 않았지만, 대답할 힘이 있다면 아니라고 말을 할 것이다.
여전히 눈에 독기와 힘이 가득한 부대원들을 보며 데미안이 말했다.
“반드시 이 일에 대해 보답을 받는 날이 올 거다. 많이 힘들겠지만, 포기하지 말고 버텨 주길 바란다.”
그 말을 끝으로 데미안은 부대원들과 함께 식당으로 이동했다.
이 순간이 부대원들에게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부대원들은 정성스럽게 준비된 음식을 먹으며 힘들었던 훈련의 스트레스를 풀었다.
열심히 훈련하고, 잘 먹고 그리고 잘 쉬는 것.
이 세 가지만 잘 결합이 된다면 강해지지 않으려야 강해지지 않을 수가 없다.
데미안 역시 부대원들과 함께 식사를 했다.
“……와우.”
“요즘 식사가 너무 잘 나오는 것 같아.”
최근 들어 보급품이나 식사의 질이 한껏 올라간 듯한 느낌이었다.
부대원들의 말에 데미안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잘하고 있는 모양이네.’
최선을 다하겠다는 녀석의 말이 떠올랐다.
물론 걱정은 하지 않았다.
녀석이라면 믿고 맡길 수 있었으니까.
데미안이 부대원들과 함께 식사를 거의 끝냈을 무렵.
“데미안 중사. 잠깐 나 좀 볼 수 있겠나?”
리온하르크가 데미안을 불렀다.
데미안이 그를 따라 집무실로 들어가자.
“작전 명령서가 내려왔네.”
“……작전 명령서요?”
데미안은 리온하르크가 건넨 서찰을 받았다.
‘……돌아온 지 한 달.’
벌써 투입이 결정되었다는 건가.
데미안은 리온하르크가 준 서찰을 뜯었다.
6군단장인 키아렌의 직인이 찍혀 있는 작전 명령서.
장소는 바로크 왕국 북서쪽의 국경 인근이었다. 그리고 이곳은…….
“이렌 왕국과 스페니언 왕국이 함께 맞닿아 있는 지역이지 않습니까?”
“스페니언 왕국이 이미 제국에게 완전히 넘어간 사실을 알고 있겠지?”
“예.”
스페니언 왕국이 바로크 왕국을 넘지 못했을 때, 이미 그들의 운명은 결정되어 있었다.
물론 아직까지 완벽하게 함락당했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사실상 수족이 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지.’
데미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리온하르크가 말했다.
“제국이 스페니언 왕국을 이용하여 이렌 왕국 쪽을 넘보려고 하는 것 같네. 이미 제법 많은 수의 병력이 국경 쪽으로 집결되고 있는 것 같고.”
데미안은 리온하르크의 말을 들으면서 작전 명령서를 쭉 읽어 내려갔다.
결국 카이온 부대에게 내려진 명령은 하나였다.
‘이렌 왕국을…… 돕는 건가.’
지난번, 군단장을 만났을 때 했던 말이 조금은 관련이 있는 것일까.
막스트리에서의 일을 끝낸 후 군단장을 만났을 때, 데미안은 현재 이렌 왕국에서 생긴 정황을 얘기한 적이 있었다.
그것과 관련되어 이런 작전이 내려온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알겠습니다. 출발은 언제 하면 되겠습니까?”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지. 어쩌면 이번 일로 이렌 왕국과 정식으로 동맹 관계가 맺어질 수도 있을 것 같네.”
‘빠르면 빠를수록이라…….’
데미안이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준비한 이후 출발하도록 하지요.”
그리고 데미안은 곧장 막사로 돌아갔다.
“모두 모여라.”
마력을 실은 목소리에 전 부대원들이 모두 모여들기 시작했다.
막사가 꽉 찰 정도로 북적이는 느낌이었지만, 데미안은 가지고 있던 작전 명령서를 들며 말했다.
“우리의 첫 작전 명령서다.”
“오?”
“실전입니까?”
누군가의 물음.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렌 왕국과 스페니언 왕국의 접전지에서 이렌 왕국을 도와야 하는 작전이다.”
다른 왕국 간의 싸움에 끼어드는 것이긴 하나, 제국이 관여되어 있는 위험한 작전이었다.
데미안의 대답에 부대원들의 표정이 진지하게 가라앉았다.
그에 데미안이 말했다.
“힘들어서 움직이지 못하는 부대원이 있나? 있으면 얘기해라. 작전에서 열외시켜 줄 테니까.”
“크크크크큭.”
“흐흐흐, 있으면 빨리 얘기해라.”
부대원들이 과장되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그리고 아무런 대답이 없자 데미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럼 빨리 준비해라. 이 자식들아.”
지금 바로 출발할 테니까.
그 말과 함께 카이온 부대원들이 빠르게 출전 준비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