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85)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88화(88/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88)
“늦지 않은 건가.”
국경 지대에 도착한 데미안은 저 멀리 움직이는 스페니언 왕국의 병력들을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어느덧 옆으로 다가온 디아날이 데미안에게 물었다.
“그런데 이 전쟁, 우리가 참전을 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요?”
“국가 간 외교 문제는 윗선에게 맡겨라. 우린 그저 주어진 명령을 충실히 수행할 뿐이야.”
“……알겠습니다.”
디아날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까지 오면서 상당히 많은 생각들을 했었다.
과연 이 평화의 시대에 다른 왕국의 전쟁에 관여를 하는 것이 옳을까라고 말이다.
하지만 방금 데미안이 명확한 해답을 주었다.
자신들은 군인이다.
정치적 이념이 어떻게 되든, 우선은 명령에 따른다.
데미안은 디아날을 보며 피식 웃었다.
지금까지 꽤나 복잡해 보였던 녀석의 표정이 조금은 편안해진 듯했기 때문이다.
“이곳을 따라 능선 위쪽에서 적의 옆구리를 노린다. 들키지 않고 가까이 가는 것이 가장 급선무야.”
“여긴…… 다른 곳보다 지형이 험합니다.”
“그래서 가지 못하나?”
데미안이 물었다. 그에 디아날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설마요. 이게 힘들다고 하는 녀석들은 지금까지 훈련을 받으면서 놀았다는 증거겠지요.”
디아날이 고개를 돌려 부대원들을 보았다.
“우린 이곳 능선 위쪽을 따라 적의 옆구리로 갈 거다. 길이 많이 험할 것 같은데, 혹시 따라오지 못할 부대원이 있는가?”
디아날이 부대원들에게 물었다.
그에 부대원들이 낄낄거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여기에서 저희가 힘들어할 만한 지형은 없습니다!”
“암벽을 기어오르라고 해도 따라갈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흐흐, 넌 무거워서 오르기 힘들잖아. 허세는!”
“닥쳐, 이 자식아.”
낄낄거리는 소리와 함께 분위기가 한껏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에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적들보다 먼저 이동할 수 있도록 한다.”
디아날이 고개를 끄덕이자.
“전군, 이동한다.”
데미안의 말과 함께 카이온 부대가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후우.”
빠른 속도로 긴 능선을 돌파한 카이온 부대원들은 숨을 고른 채 몸을 낮췄다.
어느덧 각기 다른 갑옷을 입은 병사들이 이렌 왕국의 국경 앞에 도달해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
그들이 뒤쪽에서 끌고 오던 투석기가 어느 순간부터 보이지 않게 된 것이다.
움직이는 소리만 들리는 투석기.
그에 디아날이 다가오며 물었다.
“마법을 사용한 건지 투석기가 움직이는 소리만 들리고 보이지 않습니다.”
“…….”
데미안이 빠르게 후방에 있는 녀석들을 보았다.
제국의 병사들이다.
하지만 그들 중 어디에도 마법사는 보이지 않았다.
데미안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아티팩트를 사용한 건가?’
저 커다란 투석기를 완전히 가리려면 제법 고등 마법이 사용 가능한 아티팩트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작은 전장에서 아티팩트라니.
‘제국은…… 제국이라는 건가.’
전장에 투자하는 그 스케일이 일반적인 군대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만약 이렌 왕국이 투석기의 존재를 파악하지 못한다면.
‘순식간에 진열을 뒤로 미뤄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스페니언 왕국의 병사들과 뒤엉켜 싸우는 것뿐인데…….
“쉽지 않은 일이야.”
게다가 더욱 최악의 경우는 제국이 스페니언 왕국의 병사들을 무시한 채 투석기를 날리는 것이다.
어차피 녀석들의 입장에선 스페니언 왕국의 병사들은 소모품이나 다름없었다.
함께 죽인다 하더라도 크게 손해 볼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저들이 원하는 것은 이 국경을 지나 펜로니로 진입을 하는 것일 테니까.
“각 조장들에게 전파해. 투석기가 처음 공격을 한 이후 곧장 공격을 감행한다.”
투석기의 발사가 시작된다면 그때부터는 그 유무를 숨길 수 없을 테니까.
투명화 마법이 풀린다면 곧장 투석기를 우선 파괴 대상으로 보고 공격을 해야 한다.
“투석기를 지지하고 있는 지지대를 부서트린다. 하나만 부서져도 투석기의 역할을 할 수가 없어.”
“알겠습니다.”
디아날은 데미안의 명령을 빠르게 조장들에게 전파했다.
이윽고 작전을 숙지한 부대원들은 숨을 죽인 채 데미안의 신호를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쿠우웅!
엄청난 위압감과 함께 거대한 바위들이 이렌 왕국의 병사들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콰아아앙! 콰르릉!
하늘에서 떨어지는 재앙.
투석기가 이렌 왕국의 진형으로 떨어지자, 순식간에 전장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것이 바로 공성용 투석기가 가진 위력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카이온 부대, 돌격한다!”
“돌겨어어어어어어억!”
디아날이 크게 소리를 지르며 앞으로 달려 나가자.
“우아아아아아아!”
“적들을 죽여라!”
“투석기 지지대를 먼저 부숴! 카일! 너는 부대원들을 이끌고 뒤쪽에 있는 투석기로 가라! 제르카, 테르카! 너희도 하나씩 맡아서 투석기를 박살 내도록!”
“알겠습니다!”
“예!”
빠르게 명령이 전파되며 부대원들이 일사불란하게 투석기를 향해 달려들었다.
데미안은 가장 앞쪽에 있던 투석기를 향해 달려가며 사이를 막고 있는 제국의 병사들을 보았다.
“뭐, 뭐야!”
“적군이다! 적군이 나타났다!”
뒤늦게 제국의 병사들이 소리쳤지만, 이미 카이온 부대와 맞닥뜨린 후였다.
창을 쥐고 있던 데미안이 차가운 눈빛으로 제국의 병사들을 보았다.
“드디어 만났구나, 제국의 개들아.”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자신의 진짜 적은 제국이지 않은가.
‘전부 도륙해 주마.’
지금까지와는 달리 데미안의 눈빛이 매섭게 번뜩였다.
그리고 그의 손에 쥐어진 창이.
퍼퍼퍼퍼퍼퍽!
순식간에 세 명의 병사들의 몸을 꿰뚫었다.
털썩, 털썩, 털썩.
아무런 저항조차 해 보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은 제국의 병사들.
데미안의 뒤를 따르던 디아날은 순간적으로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게 데미안이라고?’
지금까지 자신이 봐 왔던 데미안과는 사뭇 다른 느낌.
게다가.
‘4개월 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그 시간 동안 자신만 강해진 것이 아니었다.
데미안 역시 죽을힘을 다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꾸욱.
디아날이 양손에 쥔 검에 힘을 주었다.
이대로 데미안에게만 맡길 생각은 없었다.
파밧!
디아날이 빠르게 앞으로 치고 나가며 제국의 병사들을 베었다.
그 모습에 옆에 있던 데미안이 디아날을 슬쩍 쳐다보았다.
‘……제법 안정적인데?’
실전에서 적의 투기에 기세가 웅크려질 수도 있었을 텐데, 디아날은 오히려 적들을 짓누르며 공격을 감행했다.
그 모습에 데미안이 말했다.
“나는 투석기부터 파괴하겠다. 부대원들과 함께 이곳을 사수해.”
“알겠습니다!”
디아날의 대답과 함께 데미안은 곧장 앞에 있는 투석기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에 제국의 병사들이 놀란 표정으로 소리쳤다.
“노, 놈들의 목표는 투석기다! 투석기를 지켜라!”
“투석기를 지켜라! 놈들을 막아!”
하지만 안타깝게도 녀석들에겐 데미안을 막을 힘이 없었다.
파바밧!
빠르게 투석기 쪽으로 달려간 데미안이 앞에 있던 병사들을 해치웠다.
그리고 투석기의 앞에 서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우우우우웅!
데미안의 몸 전체로 퍼진 마력이 이윽고 창끝에 머물며 강하게 진동했다.
“흐읍……!”
숨을 들이켠 데미안이 이내 호흡을 멈췄다.
전신의 근육이 팽팽하게 부풀어 오르며 데미안이 허리를 비틀었다.
양손으로 창을 쥔 데미안이 다시금 몸을 회전하며 투석기의 지지대를 향해 창을 뻗는 그 순간.
쑤아아아아아악!
콰드드드득!
데미안의 창이 투석기의 지지대를 파괴했다.
단단히 고정시켜 놓은 나무가 마치 찢기듯 부서지고.
콰릉! 콰르르릉!
투석기 하나가 그대로 무너지며 완전히 박살이 났다.
그리고…….
“……늦네.”
데미안은 자신을 향해 맹렬하게 다가오는 한 장수를 바라보았다.
* * *
콰르릉!
하늘에서 떨어진 바윗덩어리는 그야말로 이렌 왕국의 병사들에겐 재앙과도 같았다.
“피, 피해!”
“바위가 떨어진 후에 파편이 많이 튄다! 모두 파편을 방패로 막아라!”
“파편은 피할 수 없다! 방패로 막아라!”
“여기 위생병! 위생병! 부상자가 있어!”
돌덩이 몇 개 떨어진 것뿐인데, 상황은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다리를 놓고 함정을 넘어 진입하는 적들을 향해 화살을 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아카르는 아비규환 같은 상황 속에서 결단을 내려야 했다.
‘붙는다.’
저 투석기를 막아 낼 방법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군대를 뒤로 물려 투석기의 사정거리 밖으로 나가는 것이고, 두 번째는 스페니언 왕국의 병사들과 엉켜 싸우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녀석들은 더 이상 투석기를 사용하지 못할 테니까.
하지만 아카르에게 후퇴란 녀석들에게 자국의 땅이 짓밟히는 것을 의미했다.
“활을 놓고 방패와 창을 들어라! 진격한다! 활로는 앞에 있다! 모두 진격하라!”
아카르가 외치며 빠르게 병력을 이끌고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이 시간에도 투석기는 재장전을 준비하고 있을 터.
“으아아아아아!”
“달려라! 흐아아아아!”
아카르의 외침에 병사들이 크게 소리치며 스페니언 왕국의 병사들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쾅!
엄청난 굉음과 함께 아카르의 시선에 이상한 것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
높게 서 있던 투석기 하나가 옆으로 기우뚱하더니 쓰러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옆으로 보이는 새로운 군대.
‘저건……?’
아카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갑자기 나타난 저 부대는 무엇이란 말인가.
아군인가?
분명 투석기를 파괴하는 것으로 보아 아군인 것은 분명하나, 정체를 알 수가 없었다.
설마 이 작전의 지휘를 맡고 있는 자신도 모르는 지원군이라니.
그렇지만.
“지원군이 도착했다! 적들을 모두 도륙하라!”
“우아아아아아!”
아카르가 외치자 달려가던 병사들이 더욱 기세 좋게 소리를 질렀다.
이어서 아카르는 다시 후방에 있는 병사들을 보며 말했다.
“궁수 부대는 다시 활을 들어 적군을 향해 쏘아라! 아군이 붙기 전에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적들에게 화살을 쏘아라!”
실시간으로 변경되는 작전이었지만, 병사들은 당황하지 않고 빠르게 전환하기 시작했다.
“선두의 병사들은 방패를 들어 올려 적들이 오는 것을 막아라! 다른 병사들이 들을 수 있게 복명복창하도록!”
“선두의 병사들은 방패를 들어 적을 막아라!”
“선두의 병사들은 방패를 들어 적을 막아라!”
아카르의 명령이 빠르게 전파되기 시작했고.
“후방의 궁수들은 다시 화살을 쏘아라!”
“후방의 궁수들은 다시 화살을 쏴라!”
순식간에 퍼진 명령에 다시금 스페니언 왕국의 병사들 머리 위로 화살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악!”
“어서 달려! 빨리 녀석들과 붙어야 돼!”
그야말로 난전.
갑자기 나타난 새로운 부대에 전장은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에 파킬론테는 분노를 터트렸다.
“감히 제국의 행사를 방해하는 건가!”
파킬론테는 어깨에 걸치고 있던 커다란 메이스를 쥔 채 갑자기 나타난 부대를 향해 달려들었다.
어느덧 투석기 하나가 완전히 박살 난 채 바닥을 뒹굴었기 때문이다.
죽은 제국의 병사들 시체와 부서진 투석기.
파킬론테가 앞에 있던 데미안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온전히 죽지 못할 것이다. 온몸을 고기완자처럼 다져 주마!”
그의 분노 섞인 외침은 엄청난 위압감으로 카이온 부대원들을 집어삼켰다.
하지만 그 순간.
“소속과 이름.”
“……?”
데미안이 녀석을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에 파킬론테가 미간을 찌푸렸다.
순간적으로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데미안은 녀석의 표정 따윈 무시한 채 다시 물었다.
“소속과 이름을 대라. 사지를 찢어 죽여 줄 테니까.”
그 말에 파킬론테는 그저 말없이 침을 꿀꺽 삼킬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