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86)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89화(89/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89)
데미안의 투기가 엄청나게 끓어올랐다.
다시 태어난 이후 처음으로 만나는 제국의 장수.
녀석이 입고 있는 갑옷에 새겨진 문양을 보는 순간 눈이 뒤집힐 듯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에 파킬론테가 흠칫 놀라며 데미안을 보았다.
‘무, 무슨 눈빛이……?’
이 녀석을 본 적이 있던가?
아니면 이 녀석과 척을 진 일이 있었던가?
녀석이 입고 있는 갑옷을 보니 바로크 왕국의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바로크 왕국 놈들과 연결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어찌하며 철천지원수를 보는 것과도 같은 눈빛을 하고 있단 말인가.
만약 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이런 눈빛이지 않을까 싶었다.
파킬론테 역시 이내 흉흉한 기세를 뿜어내며 데미안을 보았다.
“대카르텔리아 제국의 장수 파킬론테다. 네놈의 이름은 뭐지?”
“파킬론테?”
데미안이 미간을 찌푸렸다.
들어 본 적이 없다.
그 말을 즉.
‘그렇게 이름값이 있는 놈은 아니라는 뜻일 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만만하게 볼 수는 없겠지.
그래도 그토록 경쟁이 치열한 제국에서 이런 많은 병사를 이끌 수 있는 지휘권을 가진 녀석이니까 말이다.
“……후우.”
데미안이 마력을 끌어올리며 창을 들었다. 그 모습에 파킬론테의 눈썹이 꿈틀했다.
“어려 보이는 주제에 마력 컨트롤이 제법이구나, 흐흐흐.”
파킬론테는 데미안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마력의 기운을 느끼며 웃음을 터트렸다.
상당히 위협적인 느낌이긴 하나.
“그 정도로 감히 이 파킬론테 님에게 덤비려고 하다니!”
파킬론테가 들고 있던 메이스를 데미안을 향해 휘둘렀다.
쑤아아아아악!
사람 머리통보다 족히 서너 배 큰 추가 달린 메이스였다.
하지만 파킬론테가 메이스를 채 휘두르기도 전에.
스르륵.
데미안의 창이 물 흐르듯 움직이더니.
쩌엉!
파킬론테가 휘두른 메이스의 옆을 툭 치며 경로를 바꾸었다.
쾅!
순간 파킬론테의 몸이 크게 휘청였다.
그리고 그가 휘두른 메이스가 데미안이 서 있는 옆을 때리자 그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
순간 메이스를 쥔 반대쪽 몸이 녀석에게 훤히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미, 미친!”
쑤아아아악!
그 비어 있는 곳으로 뻗어 오는 데미안의 창.
파킬론테가 다급히 방패를 들어 올려 녀석의 창을 막았다.
콰앙!
강한 일격에 그의 몸이 비틀거리며 뒤로 밀려났다.
파킬론테의 인상이 흉측하게 일그러졌지만, 그보다 더 놀란 것은 데미안이었다.
‘엄청난 반사 신경이다.’
저런 육중한 몸뚱이를 가진 녀석이 그렇게 빠른 반사 신경을 가지고 있을 줄이야.
겨드랑이 쪽을 파고들어 갈빗대 몇 개는 부러트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순식간에 방패를 들어 막아 낼 줄은 예상치 못했다.
‘저런 돼지라도 제국의 장수는 장수라는 건가.’
안일했다.
나름의 전력을 다한 공격이긴 했지만.
‘……이 정도론 부족하다는 뜻이겠지.’
일격에 제국의 장수를 쓰러트리려고 했던 자신의 실수라 생각했다.
데미안은 다시 창을 꽉 움켜쥐었다.
그때 파킬론테의 옆에서 제국의 병사들이 데미안을 향해 달려들었다.
“감히 파킬론테 님에게!”
“바로크 왕국 놈들 따위가!”
그래, 긍지 높은 제국의 병사들 눈에는 바로크 왕국조차 그냥 아래로 보이겠지.
하지만 이곳에 있는 이들이 어디 일반 병사들과 같은가.
“잡졸 주제에 뭐라고?”
“미친 새끼들이, 감히 대장님께 뭐라고 하는 거야?”
어느덧 데미안의 옆으로 카이온 부대원 세 명의 튀어나오며 제국의 병사들을 쓰러트렸다.
순식간에 제국 병사 다섯 명을 죽인 카이온 부대원들이 데미안의 옆에 서며 검을 들었다.
흉흉한 기세.
한 명 한 명이 보통의 병사들을 훌쩍 뛰어넘은 엘리트 병사 수준이었다.
그에 파킬론테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대체 어디서 이런 녀석들이……?’
방금 전 병사들을 죽인 녀석들만 봐도 보통 움직임이 아니었다.
상당한 훈련을 받은 정예병의 느낌이랄까?
순간 파킬론테의 눈빛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이런 녀석들이 나타났다는 것은.
‘이미 이전부터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말인가?’
그게 아니고서야 이런 정예병들로 구성된 부대가 갑자기 툭 튀어나올 수는 없지 않은가.
하물며 녀석들의 움직임.
‘정형화된 기사들이 아니다.’
기사단이었다면 이미 그들을 상징하는 깃발이 있었을 터.
파킬론테가 메이스를 꽉 움켜쥐었다.
상대가 무엇이든 족치다 보면 무언갈 알아낼 수 있겠지.
“곱게 죽을 생각 마라. 네놈에게 알아낼 것이 아주 많으니까.”
“너는 그냥 죽여 줄 테니까 목 내밀고 있어.”
“어린놈이 한마디도 지지 않는구나!”
“돼지 새끼가 사람 말을 하는구나!”
쑤아아아아아악!
쒜에에에에에엑!
서로를 향해 뻗어 나가는 메이스와 창.
파킬론테는 단번에 데미안의 창을 부숴 버리겠다는 듯 강렬하게 메이스를 휘둘렀다.
무게만 족히 이십 킬로 이상 나갈 것 같은 메이스의 추다.
저런 여리여리한 창 따위로 막을 수 있을 리 만무했다.
하지만 파킬론테의 메이스가 데미안의 창을 때리려는 순간.
부웅!
“헙!”
데미안이 가볍게 창을 옆으로 꺾으며 녀석의 공격을 피해 냈다.
공격이 빗나간 파킬론테는 반대쪽으로 허리가 돌아갈 정도로 격하게 균형을 잃었다.
하지만 녀석은 다시 반대쪽으로 메이스를 휘둘렀다.
확실히 완력만큼은 일반적인 수준을 뛰어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촤악!
“큭!”
파킬론테의 공격을 피한 데미안이 그의 종아리 쪽으로 창을 뻗으며 상처를 입혔다.
제법 깊은 상처와 함께 파킬론테의 오른쪽 종아리 옆으로 피가 흘러내렸다.
“이놈!”
파킬론테가 앞으로 몇 걸음 다가오며 다시 메이스를 휘둘렀다.
단조로운 움직임이긴 했지만, 그 한 방 한 방이 일격 필살과도 같았다.
데미안의 입장에선 열 번 피하고 공격을 성공시킨다고 한들, 한 번 맞는 순간 그냥 끝이라는 것이다.
‘무식하군.’
아니, 그랬기에 무서운 것이다.
뒤를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앞으로만 전진하며 딱 한 대만 맞추겠다는 전투 패턴.
순간 데미안의 눈에 녀석의 몸에 있는 흉터가 보였다.
팔을 비롯한 다리에 새겨진 상당히 많은 흉터.
지금까지 상대방의 공격을 무시하며 싸워 왔다는 증거였다.
그랬기에 어째서 녀석의 몸이 저렇게 비대한지도 알 수 있었다.
“크크큭, 비계로 급소를 가리겠다는 뜻인가?”
뒤로 물러서던 데미안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파킬론테는 빠르게 데미안에게 따라붙으며 메이스를 휘둘렀다.
쾅!
“언제까지 웃을 수 있는지 보겠다! 흐아아압!”
쾅! 쾅! 쾅! 쾅! 쾅!
데미안은 자신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메이스를 보며 몸을 비틀며 피해 냈다.
사실 데미안이었으니 녀석의 공격을 피해 내고 있었지.
‘저 무거운 메이스를 이렇게 빠르게 휘두르다니.’
확실히 비정상적일 정도로 매서운 공격임은 부정할 수 없었다.
다만 힘에 워낙 자신이 있던 탓인지 기교 따윈 섞이지 않는 것이 문제였을 뿐.
“이익! 왜 맞질 않는 거냐!”
파킬론테가 소리쳤다.
그에 데미안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오히려 네놈의 강한 괴력이 이 순간엔 독이 되는구나.’
스스로에 대한 과한 자부심.
자신이 가진 힘의 원천이 그것이기에 바꿀 생각 따윈 하지 않는다.
조금만 힘을 빼고 중간에 메이스의 경로를 비틀 수만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위협적일 텐데.
‘물론 그래도 통하지 않겠지만.’
지금 데미안에게 있어 파킬론테의 공격은 그야말로 어디로 공격할지 미리 말을 해 주고 공격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자, 이번엔 왼쪽 어깨다!
―이번엔 오른쪽 허벅지!
―정수리를 친 다음 바로 아래에서 위로 턱을 후려칠 거다!
보라.
녀석이 말해 주고 있지 않은가.
그의 시선 그리고 앞으로 내딛는 발의 위치와 메이스를 휘두른 어깨의 각도만 봐도 훤히 알 수 있었다.
문제는 녀석은 한 번 정한 타깃을 바꾸지 않고 그냥 휘두른다는 것.
부웅! 쿠앙!
파킬론테의 메이스가 허공을 가르며 부서진 투석기를 후려쳤다.
지지대가 박살 났던 투석기가 아예 산산조각 나더니, 완전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피, 피해!”
“투석기가 무너진다!”
엄청난 크기의 투석기가 쓰러지며 제국 병사들의 위를 덮쳤다.
그리고 제국 병사 네다섯 명이 깔려 목숨을 잃자 파킬론테의 눈이 완전히 뒤집어졌다.
“이이이익! 이 빌어먹을 쥐새끼 같은 자식이!”
반쯤 실성한 듯 녀석이 데미안을 향해 메이스를 들었다.
녀석이 작정하고 양손으로 메이스를 잡아 하늘로 들어 올리자.
“……정신은 잡아야지, 전장에서.”
데미안이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의 창이 번개처럼 파킬론테의 몸을 찔렀다.
푹! 푸푸푹! 푸욱!
“끄어어어어억!”
“아, 너도 남자는 남자구나.”
옆구리나 허벅지, 심지어 배를 찔러도 꿈쩍하지 않던 녀석이 데미안의 마지막 일격에 발광하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순간 데미안을 보고 있던 카이온 부대원들이 인상을 찌푸렸다.
“윽!”
“크억!”
자신들이 공격을 당한 것도 아닌데 다리를 모으면서 몸을 부르르 떨고 있는 녀석들.
“데, 데미안 님……!”
디아날조차 파킬론테를 동정의 눈길로 바라보며 데미안을 불렀다.
하지만 데미안은 개의치 않는 듯 그대로 창을 비틀었다.
“끄아아아아아아악!”
데미안이 마지막으로 공격한 곳.
그렇다.
파킬론테의 사타구니였다.
“어차피 배가 너무 나와서 써먹지도 못해.”
데미안은 건조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창을 뽑았다.
창날 끝에 붉게 맺힌 피와 함께.
쿵!
파킬론테의 몸뚱이가 드디어 무너지며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끄으으으으윽……! 비겁한…… 자식……!”
“전쟁터에서 비겁이라니. 너무 낭만에 젖어 있는 거 아니야?”
심지어 급소 보호대도 차고 있던 녀석이.
장담컨대 보통의 병사들이 그곳을 공격했다 하더라도 강철로 이루어진 보호대에 공격이 막혔을 것이다.
데미안은 바닥에 떨어진 강철 보호대를 보았다.
상당히 두꺼운 철판이었다.
하지만 그런 건 뒤로하고…….
“너무 억울해하지 마라. 어차피 제국 놈들은 전부 지옥으로 보내 줄 테니까.”
“끄으윽! 네노오오오오오오옴!”
바닥에 주저앉은 파킬론테가 시뻘겋게 충혈된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
고작 이렇게 앳된 놈에게 제국의 장수인 자신이 패배할 리 없지 않은가!
“으아아아아아아악!”
발악하듯 파킬론테가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쑤아아아악!
데미안의 창이 간결하면서도 빠르게 녀석의 목을 꿰뚫었다.
푸욱!
“……꺽!”
목을 꿰뚫린 파킬론테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생명력 하나만큼은 엄청나게 질긴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푸아아악!
이윽고 녀석의 목에서 터져 나오는 피가 바닥을 적셨고, 주변에 있던 제국의 병사들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데미안을 바라보았다.
파킬론테가 성격은 괴팍하지만, 실력만큼은 제국에서도 상당히 손꼽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탈인간급이라 할 수 있는 괴력의 소유자이지 않은가.
바닥엔 그가 사용했던 메이스가 피 한 방울 묻지 않은 채 깨끗하게 굴러다니고 있었다.
제국의 병사들은 완전히 기가 죽은 듯 절망적인 표정으로 데미안을 보았다.
당장이라도 항복을 외칠 것만 같은 기세.
하지만…….
“카이온 부대, 전원은 들어라!”
척.
데미안이 한 손으로 창을 들며 검은색 갑옷을 입은 제국의 병사들을 가리켰다.
“제국의 병사들은 포로로 삼지 않는다.”
단호한 데미안의 명령.
“전원 사살하라.”
데미안은 검은색 갑옷을 입은 제국군에게 짓밟힌 동료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포로 따윈 삼지 않고 오로지 죽음의 땅으로 만들며 진군하던 악마들.
으득.
데미안의 눈빛이 번들거렸다.
‘이제 시작이다.’
피는 피로.
‘제대로 갚아 주겠다.’
데미안의 명령과 함께 카이온 부대원들이 제국군을 덮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