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87)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90화(90/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90)
엄청난 속도로 후방의 제국 군대가 정리되고 있었다.
그것도 그들의 반의반, 아니 그 반도 안 되는 병력으로 말이다.
“……대체 어떤 놈들이야?”
아카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는 제국의 병사들을 보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제국의 병사들이 후퇴하기 시작하자, 남아 있던 스페니언 왕국의 군대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베빌레온 장군은 도망치는 제국의 군대를 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뒤에서 호령하고 있던 제국의 장수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지휘관을 잃은 병사들만이 오합지졸처럼 도망치다가 죽어 나가고 있을 뿐.
‘이렇게…… 허망하게……?’
자신들은 무엇을 위해 이곳에 온 것이지.
무엇을 위해 목숨을 바친 것인가.
어째서 저들은 자신들을 밀어 넣고 저렇게 쉽게 도망칠 수 있는가.
꾸드득.
꽉 움켜쥔 주먹 안쪽으로 피가 배어 나왔다.
자신들의 신세가 너무나 한탄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도망칠 수 없는 신세로구나.’
어찌 됐든 이곳에서 모든 불꽃을 태워야 한다. 그래야만…….
‘한 번 더 보고 싶었거늘.’
아직 아빠 소리도 한 번 들어 보지 못했는데.
전장에 나오기 전에 손을 꼬물거리던 아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비록 나는 이곳에서 사그라들지만…….
“이곳에서 모든 것을 불태워라! 우리의 가족들은 조국에서 살아갈 것이다! 모두 이곳에서 뼈를 묻어라!”
“예! 알겠습니다!”
스페니언 왕국의 병사들이 크게 소리쳤다.
어느덧 그들의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올랐고, 눈물을 흘리는 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싸웠다.
자신들이 아닌, 가족들을 위하여.
그렇게 전장의 불꽃이 사그라지고 있었다.
* * *
“설마, 이렇게 빨리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
“나도 예상 못 했다.”
전장에서 다시 만난 아카르는 그사이 무언가 바뀐 분위기였다.
‘내부에서 꽤나 많은 일들이 있었던 모양이군.’
정치적 소용돌이에 휩쓸리고 나면 보통 사람들은 진이 완전히 빠져 버린다.
그게 아니더라도 상당히 기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지금의 아카르가 그러했다.
헤어진 지 몇 개월도 되지 않았는데, 마치 몇 년의 세월을 맞은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아카르는 담담하게 데미안에게 말했다.
“어떻게 한 건가?”
“뭘 말이지?”
“아까 제국군과의 전투 말이네. 고작 백 명으로…… 이천 명의 제국군을 밀어낸 건가?”
“그런 오합지졸은 아무리 숫자가 많다고 해도 의미가 없어.”
진심이었다.
고작 스페니언 왕국의 병사들을 앞으로 밀어 넣고 아무것도 할 생각이 없던 쓰레기들.
그들을 지휘하는 장수마저 제국 내에서 그렇게 인지도가 있는 녀석은 아닐 터.
‘그저 괴팍한 성격으로 유명하면 모를까.’
데미안은 알고 있다.
진짜 제국의 정예군과 뛰어난 기사단을 말이다.
그들이 진격했을 때.
아무도 그들을 막을 수 없었고, 대륙은 피바다가 되었다.
핏빛 회오리가 몰아치는 자연재해와도 같은 힘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다.
“……진짜는 따로 있어.”
“음?”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나지막하게 중얼거리던 데미안이 고개를 저었다.
그보다 아카르가 이렇게 선봉으로 나왔다는 것은.
“그래도 잘 해결이 된 모양이야.”
“너의 도움이 조금은 있었다고 말해 주지.”
실제로 의심쩍었던 부분에 확신을 갖게 해 준 것이 데미안이었으니까.
아카르는 데미안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러자 데미안은 그저 작게 미소 지을 뿐.
“그건 너희들이 해결을 한 거지 내게 고마워할 필요는 없어.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을 테니까.”
지금은 그저 급한 불만 껐을 뿐이다.
데미안의 말에 아카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돌아갈 건가?”
“돌아가야지. 우리 임무는 너희를 도와 제국군을 막는 거니까.”
“……우리 왕국과 바로크 왕국의 동맹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더군.”
“그건 윗선에서 알아서 하겠지. 동맹을 하게 된다면 또 만날 수도 있겠네.”
아카르와 가볍게 악수를 나눈 데미안은 그대로 몸을 돌려 부대원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데미안이 부대원들을 보며 물었다.
“설마 이런 전장에서 죽은 멍청이들은 없겠지?”
“예, 없습니다.”
“없습니다!”
몇몇 부대원들이 대답했다. 하지만…….
“…….”
지난 국경 3지부에서 전투를 겪었던 분대장급 인원들을 제외하면 나머지 부대원들은 첫 실전이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그리 혹독한 경험은 아닌데.’
그렇지만 사람이 죽어 가는 실제 전장에서 녀석들이 느낀 감정은 꽤나 충격적이었던 것 같았다.
부대원들 대부분의 표정이 굉장히 굳어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때.
“부대장님! 제르카 분대장이 팔을 좀 다쳤습니다!”
“야, 야 이 새끼야!”
카일이 제르카를 보며 데미안에게 소리쳤다. 그에 데미안이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제르카는 돌아가면 교관님께 훈련량을 늘려 달라고 건의드리도록 하지.”
“아앗?! 부대장님, 그것은!”
“푸하하하하, 까불더니 꼴좋다.”
옆에 있던 카일이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그에 굳어 있던 부대원들 중 몇 명이 함께 웃음을 터트렸고, 다른 녀석들도 입가에 작은 호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첫 실전으로 굳어 버린 분위기를 풀기 위해 카일이 장난을 친 것이다.
제르카는 장난인 줄 모르는 것 같았지만.
“다들 고생 많았다. 하지만 앞으로 이런 작전들이 계속해서 있을 것이다. 마음 단단히 먹고 스스로를 다잡을 수 있도록.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다시금 원래의 카이온 부대로 돌아왔다.
부대원들의 쩌렁쩌렁한 대답에 데미안이 말했다.
“복귀한다.”
성공적으로 첫 작전을 완수한 카이온 부대는 그길로 발페이트로 돌아왔다.
그리고 같은 시각.
이미 윗선에선 빠르게 무언가가 진행되고 있는 듯했다.
* * *
바로크 왕국의 대회의실.
왕국의 최고 관료들이 모인 회의로 국가의 중대사를 다루는 일이 있을 때만 모이는 곳이었다.
“다들 바쁠 텐데 이리 모여 주어 감사하오. 그럼 곧바로 회의를 시작하도록 하겠소.”
바로크 왕국의 재상, 마테우르스였다.
길게 기른 턱수염과 눈을 살짝 덮고 있는 눈썹은 이미 하얗게 세어 있었다.
차분한 듯한 인상.
흡사 동네에서 오래 산 영감님과 같은 느낌이었지만, 그 모든 것을 압도할 정도의 서늘한 눈빛을 지니고 있었다.
마테우르스의 말에 대신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회의를 주관하는 서기가 벽면에 있는 지도를 가리켰다.
“현재 카르텔리아 제국이 스페니언 왕국을 이용하여 다른 왕국과 전쟁을 일으키고 있는 전황이 계속해서 포착되고 있습니다. 아마…… 이것은 그저 단순히 주변 국가에 대한 횡포 수준이 아닌 듯합니다.”
게다가 이렇게 드러난 이상, 더 이상 그들도 스페니언 왕국을 이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미 바로크 왕국 그리고 이렌 왕국으로 진격하던 두 번의 공격이 모두 좌절되지 않았던가.
“심지어 우리 왕국에 침공은 상당히 공을 들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회의실 좌측에 앉아 있던 왕실부 소속의 수석 서기인 라클라만 백작이 말했다.
모두가 알고 있는 그 사건.
다들 불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마테우르스가 라클라만에게 물었다.
“전하께선 어떤 의중이시오?”
“상당히 불편해하고 있습니다. 제국의 군세가 강하다곤 하나, 대륙 전체를 뒤덮을 수는 없을 터인데…… 요즘 하는 것을 보면 마치 대륙에 있는 모든 왕국을 상대로 전쟁을 벌일 것 같은 기세이니까요.”
제국이 대륙의 통일을 꿈꿔 왔던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그들은 언제나 호시탐탐 다른 왕국들을 집어삼킬 야욕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때문에 제국이 전쟁을 일으킬 땐, 주변 모든 국가들의 신경이 바짝 곤두선 상태가 되었다.
그들이 어떠한 명분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어느 정도의 세력을 확보했는지 말이다.
이전 스페니언 왕국과의 전쟁은 다른 왕국에서 관여할 수가 없었다.
나름의 명분도 확실했고, 스페니언 왕국이 완전히 흡수되지 않는다면 적당한 선에서 끝날 것이라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현재의 움직임을 확인했을 땐, 가만히 좌시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들은 스페니언 왕국을 완전히 집어삼켜, 자신들의 세력으로 만들려고 하니까 말이다.
“갑자기 제국이 이러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시오?”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예측을 한다면 그들이 이제는 준비가 되었다 판단하는 것이지 않겠습니까?”
“저희 판단도 그렇습니다.”
라클라만의 대답에 반응한 것은 2군단장, 빅토르였다.
바로크 왕국을 대표하는 장군 중 한 명이었다.
빅토르의 대답에 마테우르스가 그를 보며 물었다.
“판단이 그렇다니, 무엇을 말이오?”
“방금 라클라만 백작님이 말한 것처럼 저들이 대륙을 상대로 전쟁할 준비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말은.”
“갑작스럽게 병력이 엄청나게 늘어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마공학이 갑작스레 발달된 것이 아니라면 예측할 수 있는 것은 하나입니다.”
순간 빅토르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오러 마스터가 늘어났다는 것이지 않겠습니까.”
그 말에 순간 회의실의 분위기가 얼어붙은 듯 차갑게 가라앉았다.
오러 마스터.
그 말이 가지고 있는 힘이 얼마나 큰지 이곳에 있는 모든 이들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테우르스가 침을 꿀꺽 삼켰다.
“현재 제국이 보유하고 있는 오러 마스터는 세 명이지 않소?”
“예, 지금까지 공식적으로는 말입니다.”
“그런데 오러 마스터가 늘어났다는 건, 이제는 네 명이란 말이오?”
“어쩌면 그 이상일 수도 있습니다.”
빅토르는 확신했다.
그게 아니고서는 이런 분위기는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오러 마스터는 그 자체만으로도 전장을 지배할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단신의 힘으로 병사 1만과 대항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하니까요.”
오러 마스터는 그 자체로 자연재해라 불리는 족속들이다.
그들을 막기 위해선 같은 급의 오러 마스터가 나서야지만 성립이 된다.
현재 바로크 왕국의 오러 마스터는 두 명.
제국 다음으로 강대국인 바로크 왕국조차 오러 마스터가 두 명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스페니언 왕국을 비롯한 소왕국은 오러 마스터가 한 명도 없지 않소.”
“스페니언 왕국에 오러를 다루는 장군은 한 명 있습니다. 비록 마스터라고 할 순 없겠지만요. 그리고 아르티안 왕국에 두 명이 있습니다.”
바로크 왕국 왼쪽에 위치한 아르티안 왕국.
제국과 가장 멀리 떨어진 왕국.
위치도 대륙의 외곽에 있었기에 인근 왕국인 바로크 왕국과 호의적인 외교를 진행하고 있는 국가였다.
그렇게 바로크 왕국과 아르티안 왕국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대륙의 균형이 유지될 수 있었다.
그런데 만에 하나 제국이 오러 마스터를 네 명 이상 확보를 한 상태라면…….
“만약 그렇다면 균형이 무너졌다고 봐야 합니다. 애초에 병사들의 수준도 제국이 훨씬 뛰어나니까요.”
병사들의 질적 수준도 뛰어나고, 수도 많다.
거기에 오러 마스터까지.
제국이 더 이상 웅크려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다만 바로 이를 드러내고 나서기엔 아무래도 타 왕국의 저항이 클 테니…….
“이렇게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이미 들킨 이상 더 이상 수면 아래에서 움직이지 않을 것입니다.”
빅토르의 말에 대회의실에 있던 관료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 말은 즉.
“이제 본격적으로 녀석들이 전쟁을 시작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