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89)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92화(92/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92)
많은 부대원들이 몰려들었다.
데미안과 카일이 서 있는 대련장 중심으로 둘러싼 부대원들은 데미안의 말을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너무 힘에 치중되어 있다. 조금 가볍게 검을 휘두르되, 공격의 방향을 여러 갈래로 두는 것이 좋아.”
“흐압!”
부웅!
“지금도. 오직 어깨를 때리겠다는 듯 길이 하나밖에 없잖아. 상대가 피했을 때, 혹은 피하기 전에 페이크를 섞어서 공격을 하라니까.”
“후욱…… 후욱…….”
한참을 공격했지만 카일의 목검은 데미안의 옷깃조차 스치지 못했다.
이미 어디로 공격할지 알고 있다는 듯, 데미안은 수월하게 몸을 움직였다.
어느덧 카일은 땀범벅이 된 채 숨을 헐떡였다.
체력이라면 상당히 자신 있는 그였지만, 공허한 공격이 계속해서 이어지니 마음이 꺾일 것 같았다.
“다시.”
데미안이 말했다.
그에 카일은 데미안이 했던 조언들을 생각하며 검을 가볍게 잡았다.
‘힘을 빼고…… 여러 갈래의 공격 루트를 생각하라고?’
처음엔 솔직히 데미안의 말이 와닿지 않았다.
상대방이 막더라도 강한 힘으로 공격한다면 그 방어마저 뚫고 대미지를 줄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상대방의 옷깃조차 스치지 못하는 공격에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스윽.
카일이 검을 가볍게 쥐며 어깨에 힘을 뺐다.
살짝 편안해진 그의 모습에 데미안이 조금 놀란 듯 그를 바라보았다.
‘……하?’
설마 녀석이 자신의 조언을 받아들일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상당히 고집불통이라 생각했는데.’
직접 몸으로 겪으니 그건 아닌 것 같다.
데미안이 씨익 웃으며 가볍게 손짓했다.
“와 봐.”
“하압!”
파밧!
경쾌하지만 상당히 빠른 스피드.
여전히 우직함이 가득한 돌진이었지만.
‘아까보단 훨씬 낫군.’
데미안은 빠르게 뒤로 물러나며 녀석을 향해 봉을 뻗었다.
쑤아아악!
눈 깜짝할 사이 3연타.
처음에 이 공격을 받았을 때만 해도 카일은 기겁을 하며 뒤로 물러났었다.
하지만…….
콰콰쾅!
이번엔 방패를 들어 올려 침착하게 공격을 막고는 몸을 좌우로 크게 흔들었다.
앞선 대련에서 제르카가 보여 준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이것 봐라?’
갑자기 응용력이 확 늘어났다.
몸에 힘을 빼니 자신이 하고 싶은 움직임을 모두 할 수 있는 것이다.
“흐압!”
왼쪽으로 몸을 이동시켰다가 빠르게 오른쪽으로 이동한 카일.
녀석이 기합을 지르며 데미안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휘익!
일자로 떨어지는 검격.
단순해 보이긴 했지만.
‘이 녀석……’
어쩌면 이번 대련에서 가장 큰 수확이 있는 것은 카일일지 모른다.
카일은 아래로 휘두르던 검을 비틀며 그대로 옆으로 뻗었다.
따악!
카일의 공격에 데미안이 봉을 들어 막았다.
그에 카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흐흐흐, 처음으로 막은 거 알고 있습니까?”
“방금 공격은 제법 괜찮았어. 인정한다.”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자신감을 얻은 카일이 소리치며 검을 들었다. 하지만…….
‘미안하지만 더 이상은 안 되겠어.’
어차피 녀석에게 필요한 것은 가르친 상태다.
앞으론 수많은 훈련을 통해 완전히 자기의 것으로 만들어야 할 뿐.
더 이상 대련을 이어 나갈 이유가 없었기에.
“흡!”
데미안은 빠르게 녀석을 향해 봉을 뻗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느낌의 공격.
쒜에에에엑!
오른쪽 어깨를 노리며 뻗어 오는 봉에 카일이 급히 검을 휘둘렀다.
데미안의 봉을 쳐 내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휙!
“……!”
뻗어 오던 봉이 갑자기 아래로 방향을 바꾸며 카일의 허벅지를 때렸다.
빠악!
“큭!
창날이 있었더라면 허벅지가 관통되었을 만큼의 파괴력이었다.
데미안의 타격에 카일의 몸이 크게 휘청였다. 그리고 그가 한쪽 무릎을 바닥에 꿇자.
슥!
어느덧 데미안의 봉이 카일의 목 아래를 겨누고 있었다.
“……졌습니다.”
카일이 아쉬움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제 뭔가 해볼 법한가 싶었는데.
‘대체 얼마만큼…… 벌어진 거지?’
데미안이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특별하다는 것도.
하지만 알고 있었기에 벌어지지 않으려고 그토록 애썼는데…….
스윽.
“……?”
카일은 손을 내민 데미안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이윽고 손을 잡고 일어나며 카일이 말했다.
“다음번엔 지지 않을 겁니다.”
“그래야지, 더 죽어라 훈련해.”
두 사람과 대련을 끝낸 데미안은 다시 막사로 돌아왔다.
그리고 자신의 자리에 세워 둔 창.
“…….”
어느 순간부터 확실히 아쉬움이 느껴지고 있었다.
특히 제국의 장수와 싸우고 난 이후 거의 망가지다시피 하지 않았던가.
‘최대한 흘린다고 흘렸는데…….’
앞으로 더 사용하기는 힘들 것 같았다.
게다가 이런 보급형 창이 데미안의 마력을 버티는 것도 상당히 버거운 일이다.
지금까지 미세하게 힘 조절을 하며 사용했기에 부러지지 않았을 뿐, 작정하고 강하게 휘두른다면 언제든 부러질 수 있었다.
‘조금 더 뛰어난 무기가 필요하다.’
실력이 올라갈수록 그만큼 장비가 받쳐 줘야 더 큰 상승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데미안은 순수하게 본인의 감각에 의지해서 싸운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녀석들과 본격적으로 싸우게 된다.’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스윽.
데미안이 벽에 걸린 달력을 보았다.
아직 그가 제대로 활동할 시기이진 않지만…….
“그래도 이제 슬슬 찾아가는 게 좋겠지.”
나중에 그가 이름을 떨치게 되면 그에게 무기를 사는 것조차 힘들어질 테니까.
머지않아 또 작전에 투입될 터.
그 전에 서둘러 움직여야 할 것 같았다.
* * *
스페니언 왕국의 왕궁.
긴장감이 가득했던 왕궁이었지만, 결국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이래서 반드시 해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으윽…… 으으윽……!”
스페니언 왕국의 왕.
이텔리오르 스페니언은 눈앞에 벌어진 참극을 믿을 수 없었다.
“감히…… 감히 이런 짓을 저지르고도 무사할 수 있다 생각하는가!”
“예.”
이텔리오르의 분노 섞인 고함이 터져 나왔지만, 앞에 있던 남자는 정중하게 대답했다.
그가 입고 있는 제복의 왼쪽 가슴에 새겨진 세 자루의 검. 그리고 검을 감싸고 있는 붉은 장미와 가시넝쿨.
제국의 기사단 로즈나이트의 문양이었다.
그리고 남자는 로즈나이트의 기사단장.
피아렌이었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붉은 머리카락.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 강한 기세를 품고 있었지만, 자신들을 바라보는 눈빛엔 평온함이 가득했다.
그는 검에 묻은 피를 털어 내며 검집에 집어넣었다.
오직 단 한 명.
왕궁에 수백 명의 병사들이 있었지만, 그가 왕족을 죽이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제국의 오러 마스터, 피아렌 테일.
그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이텔리오르를 바라보며 말했다.
“다음에 또 실패하게 된다면 그때는…… 어쩌면 왕자가 목을 내놓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조차 황제 폐하의 자비임을 아셔야 할 겁니다.”
스윽.
피아렌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을 가볍게 훑어보았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스페니언 왕국의 왕족 혹은 고위급 관료들이었다.
피아렌의 눈빛이 번뜩였다.
“제 생각으론 이곳에 있는 분들 중 절반은 죽여야 할 것 같지만…….”
피아렌은 가볍게 몸을 돌렸다.
“폐하의 명령이니 오늘은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그럼 부디 다음 작전은 신중하게 해 주시길 바랍니다.”
피아렌이 돌아선 왕궁.
그가 새긴 피의 얼룩과 함께 자리에 있던 이들의 슬픔이 진하게 남아 있었다.
* * *
바로크 왕국의 동남쪽.
그곳에 위치한 밀토버른은 규모는 작았지만, 제법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도시였다.
이른바 장인들의 도시.
갖가지 예술 활동을 하는 장인들이 많았기에 예술의 도시라고도 불렸다.
“여긴…… 오랜만이네.”
열흘간의 휴가증을 사용하여 밀토버른에 온 데미안이 도시에 들어서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6군단 무구 창고에서 창을 구해도 되긴 하지만…….’
그래도 장인들이 만들어 낸 무기에 비할 바는 되지 못한다.
데미안은 도시를 가로질러 어디론가 향했다.
바로 밀토버른에서도 대장장이들이 모여 있는 섹터가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도시의 서쪽에 위치한 대장장이 섹터는 그 분위기가 다른 곳과는 달랐다.
“이야, 여긴 여전히 후끈하네.”
고개만 돌리면 쉽게 볼 수 있는 대장간들.
상의를 벗고 땀을 뻘뻘 흘리며 망치질을 하고 있는 대장장이들의 모습에 데미안이 입꼬리를 올렸다.
음악이나 그림을 그리는 다른 이들보다 이쪽이 데미안의 취향에 맞았기 때문이다.
“후우. 처음 보는 얼굴인데 용병인가?”
데미안이 대장간 주변에서 어슬렁거리자, 밖에 나와 담배를 피우고 있던 한 남자가 데미안에게 말했다.
이윽고 그는 데미안을 위아래로 가볍게 훑어보더니.
“……제법 실력이 괜찮은 모양이군.”
밸런스가 잘 잡힌 그의 몸에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에 데미안이 말했다.
“혹시 이곳에 토르엘이라는 대장장이가 있습니까?”
“토르엘?”
데미안의 물음에 그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곳에 있는 대장장이들의 이름을 여간해선 꿰고 있지만.
“토르엘이라는 이름은 처음 들어 보는데?”
그런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남자의 말에 데미안의 표정이 굳었다.
‘이름을 알고 있으면 쉽게 만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에 대한 소문만 들어 알고 있을 뿐, 외형이나 자세한 정보는 없었다.
데미안이 난처한 듯 서성였다.
하지만 그때.
“무슨 일이야?”
데미안에게 말을 걸었던 남자에게 누군가 다가오며 말했다.
땀을 식히려고 나온 다른 대장간의 대장장이였다.
그에 남자가 물었다.
“아, 이 청년이 토르엘이라는 대장장이를 아냐고 물어서.”
“토르엘? 우리 도시에 그런 이름의 대장장이가 있나?”
그 역시 금시초문이라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아아, 혹시 마이스터 윌트런 대장간에 있는 견습을 말하는 것 같은데.”
“아, 그 갈색 머리? 근데 얼마 전에 쫓겨났잖아?”
이제야 생각이 났다는 듯 그들이 한마디씩 내뱉었다.
그리고 데미안에게 처음 말을 걸었던 남자가 말했다.
“그런 녀석이 있긴 한데 녀석은 아직 대장장이가 아니네, 배우고 있는 견습이지. 그런데…… 그마저도 이제는 아니게 되었군.”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데미안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그가 이런 도시에서 견습의 시절을 겪은 적이 있었던가?
‘하긴 그에 대해 전부 아는 건 아니니까…….’
게다가 시기도 상당히 빠른 상태고.
데미안이 그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그가 굉장히 어려운 환경에서 꽃을 피운 장인이라는 것이었다.
왕국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검은 피부.
그로 인해 제법 많은 손가락질을 받았다고 들었다.
하지만 그가 신창 드레인킬러를 만들었을 때, 세상은 그에 대해 다른 평가를 내리기 시작했다.
블랙 다이아몬드.
그를 그렇게 칭하는 이들이 생겼다.
그 후로도 그가 만든 무구는 하나같이 엄청난 유명세를 떨치기 시작했다.
오죽했으면 포로를 남기지 않는 제국의 거대한 진격에서도 그는 사로잡아야 한다는 공문이 내려왔을 정도니까.
다만 지금이 그 시기가 아니었기에 그저 찾아만 보려고 왔는데…….
“조금만 더 자세히 얘기해 주실 수 있습니까?”
“뭐, 어디 사연 없는 사람이 있겠나.
데미안의 말에 남자는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을 얘기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