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9)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9화(9/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9)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며칠 잠깐 준비를 하는 듯했더니, 어느덧 입소 날이 된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
다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훈련소 앞에 선 데미안은 뭔가 감회가 새로운 느낌이었다.
무언가 다시금 출발선에 선 듯한 느낌.
하지만 목표로 한 그것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었다.
‘이번에는…….’
지난 삶에선 비록 크게 꿈을 키워 보지도 못한 채 허물어졌지만, 이번엔 다르다.
‘이번엔 내가 제국을 집어삼킨다.’
녀석들의 파멸적인 행보에 휩쓸려 사라지는 것이 아닌, 그들의 행보를 막아 내며 반대로 잡아먹을 것이다.
다시금 마음을 다잡은 데미안은 훈련소 안으로 들어가며 배치된 신입 부대로 향했다.
3훈련 중대, 1소대.
이것이 데미안이 배치받은 부대였다.
어차피 훈련 중대에 있다가 본부대로 배치를 받으면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아펠은 다른 소대에 배치를 받은 모양이네.’
그래도 또래라곤 녀석 하나밖에 없었던 것 같은데, 없으니 괜히 섭섭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데미안은 배정받은 내무실로 들어간 후 자리에 간단한 짐을 풀었다.
“반갑다, 앞으로 너희들과 함께 한 달 동안 생활을 할 1소대장 브라이언이다. 현 시간부로 즉시 자신의 자리에 가지고 온 물건을 깔아 놓도록. 혹시라도 말하지만, 먹을 거, 마실 거 그리고 기호 식품. 대표적으로 담배를 가지고 있는 녀석들은 신속하게 제출해라. 걸리면 바로 그 자리에서 기합이다.”
두 눈을 부리부리하게 뜬 채 말하는 그의 모습에 몇몇 녀석들이 움찔하며 가지고 온 금지 품목을 내기 시작했다.
딱 봐도 훈련장 앞에서 구매해 온 것들이었다.
‘……멍청이들. 저렇게 낼 거면 사 오질 말든가.’
하긴 원래는 안 낼 생각이었겠지.
하지만 제법 기세가 강한 소대장의 눈빛에 주눅이 든 것이 분명하다.
데미안이 내무실 안에 있는 녀석들을 스윽 쳐다보았다.
‘……저 새끼는 담배 꿍쳐 놓은 것 같고.’
몇몇 금지 품목을 가지고 왔지만 제출하지 않은 녀석들이 보였다.
하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담배나 그런 것들을 피운다고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니까.
‘전쟁터에선 없어서 난리였지.’
그러고 보니 이전의 삶에선 제법 담배를 많이 피웠었는데…….
‘크으, 이번엔 진짜 손도 안 댈 테다.’
새해맞이 결심 같은 각오와 함께 데미안은 자신의 앞으로 온 소대장을 보았다.
“흠, 특별한 건 없군. 통과.”
“감사합니다.”
“……그런데 몇 살이지? 상당히 어려 보이는데.”
“열세 살입니다.”
“열셋?”
순간 브라이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합격자들 중 아주 어린 녀석들이 몇 명 있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이렇게 어린 녀석일 줄이야.
데미안의 말에 주변에 있던 녀석들 중 몇몇 녀석들이 황당하다는 듯 코웃음을 치기도 했다.
“시발, 말세구만. 이젠 애새끼까지 군대에서 미래를 찾으려고 하네.”
“세상을 얼마나 날로 먹으려고 하면 열세 살에 군대에 들어오냐, 흐흐흐흐.”
저 새끼들 얼굴은 기억해 뒀다.
어린놈한테 처맞아도 똑같이 아프다는 것을 알려 줘야겠다.
데미안은 녀석들을 무시한 채 브라이언의 검열이 끝나길 기다렸다.
1소대장인 브라이언도 전부 눈치를 챘는지, 데미안이 예상한 금지 품목을 가진 소대원의 앞에 서며 말했다.
“품속에 있는 거 꺼낸다, 실시.”
“예? 그게 무슨…….”
“당장 꺼낸다, 실시!”
쩌렁쩌렁한 브라이언의 말에 녀석이 움찔하며 급히 품 안에 있던 담배를 꺼냈다.
이윽고 브라이언이 미간을 찌푸렸다.
“다시 한 번 경고한다. 본 소대장이 직접 가서 다시 걸린 녀석들은 오늘 밤새도록 연병장을 뛸 줄 알아라!”
브라이언이 몇몇 녀석들을 보며 눈을 부라렸다.
이미 다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에 녀석들은 브라이언의 기세에 완전히 눌려 가지고 있던 금지 품목을 모두 제출하기 시작했다.
한 번은 버텼지만 두 번은 버티지 못한 것이다.
특히 그중에서 덩치가 엄청나게 큰 녀석이 있었는데…….
“……지엔장, 빌어먹을.”
녀석은 담배는 물론, 작은 수통에 있던 술까지 모두 꺼내며 혼잣말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당연히 브라이언이 못 들을 리 없었다.
“방금 뭐라고 했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주 초장부터 기합이 단단히 잡히는 모습에 데미안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크크크크큭.”
시작부터 코미디가 따로 없다.
어쨌든 다사다난한 소지품 검사가 끝나고 간단한 정리가 끝나자 소대장이 들고 명단을 보았다.
앞서 인원 체크를 끝내긴 했으나, 소대원들에 대한 간단한 인적 사항이 적힌 명단인 듯했다.
“그럼…… 이제 본 소대장이 없을 때, 병사들을 관리할 임시 소대장 병사를 뽑아야 하는데…… 호오, 우리 소대에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한 병사가 있군. 데미안이 누구지?”
브라이언이 고개를 들어 병사들을 보았다.
설마 자신의 분대에 실기 1등으로 들어온 병사가 있을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까 그 덩치인가?’
비록 금지 품목을 숨기려 하다가 내놓은 것이 괘씸하긴 하지만, 그래도 뛰어난 실력이 있다면 어느 정도 무마되는 것이 군대다.
브라이언의 시선이 자연스레 녀석에게로 향했다. 하지만…….
“……?”
왜 자신을 쳐다보냐는 듯 두 눈을 껌뻑이는 덩치.
“제가 데미안입니다.”
소리가 들려온 건 반대쪽이었다.
브라이언이 고개를 돌려 오른쪽을 보자, 앳된 얼굴을 한 소년이 손을 들었다.
“……네가 데미안이라고?”
“예, 제가 데미안입니다.”
데미안이 절도 있게 대답했다.
브라이언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아까…… 열셋이라고…… 하지 않았나?”
“예, 그렇습니다.”
“…….”
열세 살짜리가 실기 1등을 받고 시험에 통과할 수도 있는가……?
순간 근원적인 의문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불러 놓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기도 애매한 그런 상황.
브라이언이 난처한 표정으로 데미안을 보았다. 하지만 그때…….
“……시발, 말 같지도 않네.”
임시이든 뭐든 소대장 병사는 소대장이 자리에 없을 때 소대장을 대신하여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그런데 저런 애새끼가 소대장 병사가 된다고?
“소대장님, 자고로 군대에선 확실한 리더십이 있는 병사가 소대장 병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놈이 무슨 수를 썼는진 알 수 없지만, 저런 애새끼가 소대장 병사가 된다면 기강이 흔들릴 것입니다.”
“……아?”
그 말에 데미안이 녀석을 쳐다보았다.
소대장 병사 따윈 귀찮아서 할 생각도 없었는데, 저 새끼가 불을 지피네?
피식.
데미안이 이죽거리며 말했다.
“그래도 뇌까지 근육으로 차 있을 것 같은 멍청이보다는 제가 나을 것 같습니다.”
“뭐라고?”
덩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브라이언이 미간을 찌푸렸다.
“자네 이름이 카일인가?”
“예, 그렇습니다.”
“또 한 번 동료에게 애새끼니 뭐니 하며 비하한다면 그때는 단순 경고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브라이언이 데미안을 비롯한 병사들을 보며 말했다.
“카일의 말도 어느 정도 일리는 있다. 소대장 병사란 그만큼 권한을 가지는 자리다. 병사들에게 리더십을 보여 줄 수 없다면 기강이 흔들릴 수 있는 자리가 맞지.”
“그럼 이건 어떻습니까, 소대장님. 저 애새…… 아니, 저 꼬마랑 제가 대련을 해서 이기는 쪽이 소대장 병사를 하는 것이 말입니다.”
“……괜찮겠나?”
브라이언이 데미안을 보며 말했다.
사실 카일이 제의한 이 방법은 가장 깔끔하게 서열을 정리할 수 있는 방법이긴 하다.
물론 군대라는 것이 전략적인 두뇌와 다른 기타 요소가 함께 있긴 하지만, 어쨌든 절대적인 ‘힘’이 필요하다는 것에선 부정할 수 없으니까 말이다.
브라이언이 데미안에게 묻자, 반대편에 있던 카일이 입꼬리를 씰룩이며 말했다.
“흐흐흐, 만약 저 녀석이 이긴다면 여기 있는 다른 놈들도 모두 수긍할 겁니다. 혹시 이 ‘대련’에 불만 있는 사람 있나?”
카일이 주변에 있던 병사들을 보며 말했다.
그에 데미안이 녀석을 보았다.
‘저 녀석이 카일이었군.’
이름은 들어 봤다.
3훈련소 내 시험에서 몇 번 거론된 이름이니까 말이다.
남들은 겨우 끙끙거리던 바위 들어 올리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늘로 집어 던진 것으로 소문이 났다.
게다가 오래달리기에서도 마지막에 교관을 뚫고 나가는 선봉장 역할을 했다고 들었다.
‘힘에는 자신 있다는 뜻이겠지…….’
그 증거로 카일의 말에 딱히 반박하는 녀석들은 없었다.
데미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아. 소대장 병사를 원하진 않았지만…… 내가 하길 바란다면 그렇게 해 줘야겠지.”
“흐흐, 내 말의 뜻을 잘못 이해한 거 아니냐?”
“아니, 제대로 이해했어. 너만 박살 내면 된다는 거잖아, 덩어리.”
“더, 덩어리?!”
카일이 두 눈을 부릅뜨며 데미안을 보았다.
그 모습에 브라이언은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녀석들에게 말했다.
“그럼 모두 날 따라서 대련장으로 이동한다.”
뭔가 재미있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 같은데?
브라이언은 애써 웃음을 참으며 소대원들과 함께 대련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대련장에 모였을 때…….
“체급 차이가 있으니 무기를 허용하지. 대련용 무기 중 아무거나 사용해도 된다.”
“흐흐, 뭐 무기까지야. 필요 없습니다.”
“자네는?”
“저도 무기 없이 하겠습니다.”
데미안의 말에 브라이언이 의외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좋다. 대련 중 급소 가격은 금지하며 상대가 항복했을 시 곧바로 대련을 멈출 것. 다른 질문 있나?”
“없으니 얼른 시작해 주십쇼.”
“없습니다.”
두 사람이 대답하자 브라이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시작.”
대련 시작이 떨어지자 카일이 가볍게 주먹을 움켜쥐며 가볍게 목을 풀었다.
건달 같은 그의 모습에 데미안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까불지 말고 덤벼, 덩어리야. 어디 뒷골목 양아치처럼 푸드덕대고 있어?”
“어린놈이 혓바닥에 칼을 달았구나. 네가 오늘 개처럼 처맞는 건 그 혓바닥 때문이니 억울해하지 마라!”
카일이 크게 소리치며 데미안을 향해 달려들었다.
상당히 근육질의 덩치였지만, 제법 스피드가 빠른 편이었다.
‘자신할 만하네.’
이 정도면 전란의 시대의 병사들 중에서도 제법 괜찮은 수준이라 할 수 있었다.
다만 딱 그 정도가 전부라는 것이다.
“흐읍!”
카일의 주먹이 데미안의 안면을 향해 뻗는 순간.
부웅!
“……!”
당연히 맞을 거라 생각했던 주먹이 허공을 가르자 카일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빠르지는 않은데…….’
뭐지, 방금 이 움직임은?
마치 주먹이 그쪽으로 뻗어 올 거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는 듯한 움직임이지 않았던가.
“이 자식, 어디서 잔재주는 배운 모양이구나……!”
카일이 어금니를 꽉 깨물며 연타로 주먹을 날리기 시작했다.
망치 같은 카일의 주먹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바람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카일의 주먹은 데미안의 옷깃조차 스치지 못했다.
“이게 무슨…….”
그리고 대련을 보고 있던 브라이언도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눈으로 보고 있는데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저 어린 녀석이 거구의 주먹을 피하는 것이 마치 ‘당연한’ 일처럼 여겨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흐아아압!”
카일이 크게 소리를 지르며 데미안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부웅!
그러나 이번에도 그의 주먹은 또다시 허무하게 허공을 갈랐다.
그 모습에 카일의 표정은 어느덧 절망으로 물들었다.
마치 귀신과 싸우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이, 이 자시이이이익!”
이윽고 카일이 소리를 지르며 양팔을 옆으로 쫙 펼치며 데미안을 향해 달려들었다.
주먹으로 때릴 수 없다면 그냥 잡아 들어 바닥에 꽂아 버릴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려드는 카일을 보며…….
스르륵.
가볍게 옆으로 몸을 비틀며 피한 데미안은 어느덧 카일의 뒤쪽으로 이동했다.
“……!”
데미안의 특이한 보법에 카일은 마치 눈앞에서 녀석이 사라지는 것처럼 느꼈다.
“어, 어디냐!”
카일이 급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그 순간.
“여기야.”
“……!”
나지막한 소리와 함께 카일이 소리가 들린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 데미안은 왼 주먹으로 카일의 옆구리를 때렸다.
퍼억!
“끄억!”
정확하게 녀석의 오른쪽 옆구리에 데미안의 주먹이 꽂혔다.
간이 위치한 곳이다.
‘어지간한 놈이 아니고선…… 버티기 힘들지.’
하물며 마력을 실어 때린 주먹이다.
갈비뼈 두어 개 정도는 나갔을 수도 있다. 하지만…….
“끄으으으으으윽!”
허리가 꺾이며 바닥에 주저앉으려던 녀석이 눈을 시뻘겋게 뜨며 다시 몸을 세웠다.
그 모습에 데미안이 황당한 표정으로 녀석을 보았다.
‘……터프한데?’
와, 방금은 진심으로 놀랐다.
하지만 허리만 세웠을 뿐, 녀석은 제대로 호흡을 하지도 못한 채 꺽꺽거리고 있었다.
스윽.
데미안이 시선을 돌려 브라이언을 보았다.
“…….”
아직 대련은 끝나지 않았다는 듯, 굳은 표정으로 바라보고만 있는 브라이언.
그 역시 알고 있다.
어정쩡하게 자신이 끼어들어 대련을 끝낸다면 서열 정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꾸욱.
데미안이 카일을 다시 바라보았다.
카일은 얼굴이 시뻘겋게 변한 채 데미안을 노려보고 있었다.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심했지만 어떻게든 버티고 있는 녀석.
‘근성은 인정한다.’
하지만…….
쿵!
이어서 데미안이 강하게 바닥을 구르며 카일을 품으로 파고들었다.
카일이 어떻게든 발악하고자 주먹을 휘둘렀지만…….
‘왼쪽…….’
스륵.
데미안이 가볍게 몸을 오른쪽으로 숙이며 카일의 주먹을 피했다.
그리고 훤히 비어 있는 녀석의 왼쪽 옆구리.
꾸욱!
데미안이 말아쥔 주먹을 그곳으로 정확하게 꽂아 넣었다.
쾅!
“꺼어억……!”
망치로 벽을 때리는 듯한 굉음과 함께 카일의 몸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털썩.
쓰러진 카일은 완전히 기절한 듯 일어나지 못했다.
그 모습에 보고 있던 소대원들은 모두 입을 떡 벌리며 데미안을 보았다.
저 작은 체구에서 어떻게 이런 힘이 나올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데미안은 둘러싸고 있는 소대원들을 스윽 바라보며 말했다.
“또 덤빌 녀석 있나?”
대답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