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91)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94화(94/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94)
“아니이이이이!”
데미안을 보자마자 디엘은 앙칼진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갑자기 대뜸.
“아만타티움이라니요. 그런 걸 갑자기 어떻게 구합니까?”
잔뜩 뿔이 난 표정으로 다가온 디엘을 보며 데미안이 미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미안합니다. 이런 부탁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디엘 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만타티움은 구했나요……?”
며칠 전, 토르엘과의 대화를 끝낸 직후 데미안은 디엘에게 연락을 했었다.
아만타티움을 구해 달라고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그 후 며칠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밀토버른으로 직접 올 줄이야.
“하아…… 정말.”
디엘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이 대책 없는 사람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지만 이내 그녀는 뒤에 있던 상단의 직원에게 슬쩍 눈짓을 주었다.
이윽고 콧수염이 길게 자란 중년의 남자가 데미안에게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들고 있던 상자를 열었다.
“아만타티움입니다.”
“오오……!”
데미안은 놀란 눈빛과 동시에 미안한 표정으로 디엘에게 말했다.
“정말 미안합니다. 바쁘실 텐데…… 이런 무리한 부탁을 해서요.”
그리고 솔직히 디엘이 직접 올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에르칼의 일이 거의 다 끝날 무렵, 6군단 직속 보급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일거리를 다시 안겨 주었지 않은가.
실제로 최근 6군단의 보급 물품이 예전보다 질적으로 훨씬 증가하여 하멜 상단의 규모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는 들었다.
그런데 그런 상태에서 아만타티움까지 구해서 직접 오다니.
그러자 디엘이 데미안을 보며 말했다.
“데미안 님이 이걸 가지고 도대체 뭘 하려는지 너무 궁금해서 말이에요. 대체 뭘 하려고 하시는 건가요?”
“그게…… 설명을 하자면 조금 복잡하긴 한데…….”
디엘에게 토르엘에 대해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까.
이어서 데미안은 사실대로 현재 벌어진 상황에 대해 디엘에게 설명했다.
괜히 어설프게 거짓말을 했다간 오히려 그녀의 의심을 살 수 있었으니까.
“……그래서 아만타티움을 직접 제련하게 해서 무기를 만들려고 합니다.”
“그 토르엘이라는 사람이 대체 누구이길래요?”
“제가 아는 한, 가장 가능성이 뛰어난 대장장이입니다.”
“……정말.”
디엘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한 번씩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저지르는 데미안을 어찌 말려야 할까.
하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했던 모든 행동들에는 이유가 있었으니까…….’
디엘은 가지고 온 아만타티움을 바라보았다.
같은 무게의 금보다 몇 배나 더 비싼 광물.
그런데 이런 걸 한 개인의 누명을 풀기 위해 사용을 한단 말인가.
‘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디엘은 밀토버른에 온 것을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데미안이 이토록 신경 쓸 사람이라면 분명히 보통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디엘이 데미안에게 말했다.
“그럼 가시죠. 그 사람을 만나러.”
데미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 * *
“뭐라고?”
“토르엘이 아만타티움을 직접 제련한다고 하는데?”
“미친놈. 제깟 놈이 어디서 아만타티움을 구했단 말이야? 어디서 또 사기를 치려고.”
“분명히 사기일 거야. 그게 아니고서는 말이 안 되잖아?”
가진 것 없는 까만 피부의 견습 대장장이.
자신의 욕심 때문에 가르쳐 준 스승의 공을 가로챈 것으로도 모자라 또다시 새로운 사기 행각을 벌이려고 하고 있다 생각했다.
당연히 밀토버른에 있던 장인들은 모두 몰려들어 토르엘을 비난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
“……그런데 만약에 말이에요.”
대장장이들이 모인 중간, 누군가의 말에 사람들이 그에게로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는 사람들의 시선에 조심스럽게 말했다.
“만약에 토르엘이 아만타티움을 제련하고 무구를 만들어 낸다면…… 그렇게 된다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
순간 장내가 침묵으로 휩싸였다.
그런 일은 애초에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순간 적막감과 함께 그들은 그저 화로에 불을 지피고 있는 토르엘을 바라볼 뿐이었다.
* * *
푸아아악!
이번 한 번의 테스트를 위해 빌린 임시 대장간.
원래 일하던 곳은 아니었지만, 토르엘은 집중하여 용광로의 온도를 올리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화력이 중요해.’
아만타티움처럼 강한 강도를 지닌 금속을 제련하기 위해선 화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토르엘은 자신만의 비법 가루를 용광로에 털어 넣으며 더욱 강한 화력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워어…… 엄청난 열긴데…… 괜찮습니까?”
“예, 아만타티움을 제련하려면 이 정도는 해야죠.”
“……자신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한 번 해 봤으니 두 번째는 더 잘할 수 있습니다.”
처음도 상당한 걸작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돌이켜 보면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토르엘의 말에 데미안이 피식 웃으며 들고 있던 상자를 내밀었다.
“약속대로 아만타티움입니다. 양이 많지는 않지만…… 내가 주문했던 창을 만드는 데는 문제가 없을 거예요.”
“…….”
토르엘은 데미안이 건넨 상자를 열어 아만타티움을 보았다.
순간적으로 온갖 감정이 스쳐 지나가는 그의 눈빛.
그동안 받았던 멸시와 반드시 해내겠다는 열망. 그리고 복잡하게 뒤엉킨 생각이 이윽고 하나로 정리가 되자.
“……감사합니다. 반드시 해낼게요.”
“그래야 합니다. 그거…… 엄청 비싼 거라고요.”
데미안이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데미안 딴에는 긴장감을 풀어 주려고 한 말이긴 했지만.
‘들리지 않는 모양이군.’
이미 아만타티움을 본 그 순간부터 토르엘은 작업을 시작하고 있는 듯했다.
곧이어 토르엘은 상자에서 아만타티움을 꺼내 대장간 밖에서 보고 있던 사람들의 무리로 향했다.
그리고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이것을 제련하여 최고의 무기를 만드는 것으로…… 저의 결백을 증명하겠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이게 무슨 짓인가!”
갑자기 사람들 사이를 가르며 나오는 한 무리.
그 중심에 서 있던 남자가 토르엘에게 소리쳤다.
“감히 거둬 준 은혜도 모르고 이런 짓을 한다는 것이냐! 너의 잘못만 인정하면 용서하고 다시 받아 준다고 했거늘!”
덥수룩한 수염을 지닌 중년의 남자.
바로 밀토버른에서 손에 꼽히는 실력을 지녔다고 알려진 마이스터 윌트런이었다.
하지만 그의 말에 토르엘은 고개를 저었다.
“저는 저의 결백을 증명하고 싶을 뿐입니다. 스승님께서도…… 분명 보지 않으셨습니까. 제가 아만타티움으로 검을 만든 것을요.”
“닥쳐라, 이 사기꾼 같은 녀석! 내, 너를 용서해 주려 했건만 감히 또 이런 사기극을 펼친단 말이더냐!”
윌트런은 토르엘에게 막말을 쏟아 냈다.
그에 옆에 있던 다른 대장장이가 소리쳤다.
“그래, 이 사기꾼 새끼야! 게다가 그게 진짜 아만타티움인지 어떻게 알아?”
“어디서 그럴듯한 모조품이나 가지고 온 거겠지. 그게 아니고서야 아만타티움을 제련하겠다고 덤비는 게 가당키나 해?”
주변에 있던 다른 대장장이들이 욕설을 퍼부었다. 하지만 그때.
“하멜 상단의 부상단주, 디엘입니다.”
갑자기 디엘이 사람들의 앞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최근 엄청나게 이름값이 올라가고 있는 하멜 상단이었기에, 이들 중 디엘을 알고 있는 사람들도 제법 되었다.
디엘이 그들을 보며 말했다.
“저 아만타티움은 하멜 상단에서 직접 구한 물품으로 확실한 아만타티움임을 증명합니다.”
“……진짜 하멜 상단이야?”
“하멜 상단의 부상단주가 맞아. 어린 여자라고 들었어.”
“우리 대장간과 하멜 상단이 거래하고 있어! 저분이 부상단주님이셔!”
6군단으로 들어가는 보급품 중에선 상당히 많은 병장기가 있었다.
그리고 그 병장기를 납품하는 대장간 중에선 밀토버른에 있는 대장간도 있었다.
그렇기에 당연히 디엘을 아는 사람들은 상당했다.
순식간에 신분이 확실해지자, 사람들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그럼 저게 진짜 아만타티움이라는 거야?’
‘저 애송이에게…… 저런 귀한 걸 맡긴다고?’
모두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
그중 윌트런은 입술을 깨물며 디엘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디엘은 그들을 무시하고 고개를 돌려 토르엘을 바라보았다.
“아주 귀한 물건입니다. 아무쪼록…… 최선을 다해 주시길 바랍니다.”
“……네!”
토르엘이 비장한 표정으로 대장간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판은 벌어졌다.
물러설 곳은 없다.
토르엘은 뜨겁게 타오르는 용광로 앞에서 망치를 들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지난번 성공했던 감각을 떠올리며 토르엘은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푸아아아아아아악!
준비된 재료가 뜨거운 용광로에 들어가며 뜨겁게 달궈지기 시작하자, 보고 있던 사람들의 눈빛도 한층 진지해지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며칠 동안 이곳에는 사람들이 돌아가며 토르엘의 작업을 확인할 것이다.
토르엘이 작업을 시작하자 데미안이 몸을 돌렸다.
그에 디엘이 물었다.
“벌써 가시는 거예요?”
“예, 부대에 연락도 해야 하고 무엇보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겁니다.”
무려 아만타티움을 제련하는 일이다.
하루 이틀 사이에 끝날 수 있는 작업이 아니었다.
몇 날 며칠 동안 이어질 대장정이기에 그저 지금은 그가 작업할 수 있는 최적의 상황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했다.
데미안이 디엘에게 말했다.
“괜찮다면 가드 몇 명만 붙여 주십시오. 혹시나 밤에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면 안 되니까요.”
“걱정 마세요. 무려 아만타티움이라고요. 제가 직접 관리를 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돌아가지 않으셔도 됩니까?”
“이런 구경을 놓칠 순 없죠. 결과물이 완성되면 돌아갈 겁니다.”
디엘의 말처럼 무려 아만타티움이다.
그것으로 만들어진 무기가 완성되는 순간을 보지 않는다면 그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어디에 있을까.
하물며 견습 대장장이로 분류되는 토르엘이다.
만에 하나 그가 아만타티움으로 완벽하게 무기를 만들어 낸다면.
“새로운 명장의 탄생을 보는 것일 텐데요.”
다만 아직까지도 디엘은 반신반의였다.
견습인 대장장이가 아만타티움을 제대로 다룰 수 있을 리 없지 않은가.
다만 가능성을 보고 있는 것은 그를 고른 것이 바로 데미안이라는 사실.
‘어쩌면…….’
앞으로 함께 일을 할 수 있는 동료가 될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디엘의 기대 섞인 눈빛이 망치를 두드리고 있는 토르엘의 등에 고정되었다.
* * *
깡! 깡! 깡! 깡! 깡!
강렬한 망치질이 내려칠 때마다 아만타티움에서 불꽃이 번쩍였다.
워낙 강도가 높은 광물이기에 보통의 망치질로는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하지만 토르엘은 조급함을 가지지 않고 냉정하게 아만타티움을 보았다.
‘먼저 섞여 있는 불순물들을 걸러 내는 것이 가장 먼저다.’
그러기 위해선 고열에 달구고 망치질을 하며 불순물을 먼저 때어 내는 것이 우선이었다.
단순하지만 고역과도 같은 길.
온전히 아만타티움을 얻기 위해선 족히 수천 번의 망치질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통의 대장장이들은 이 과정을 끝내기도 전에 지쳐 쓰러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쾅!
강하게 내려친 망치와 함께 아만타티움에 불똥이 튀어 올랐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어느덧 침을 꿀꺽 삼켰다.
“……벌써 6시간째 쉬지도 않고 망치질을 하고 있어.”
“담금질은 대체 언제 하는 거야? 저렇게 종일 망치질만 해야 하는 건가?”
“아무리 아만타티움을 제련한다지만…… 이런 페이스라면 곧 쓰러지겠군.”
모두가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체력이 뛰어난 대장장이라 하더라도 쉬지 않고 이렇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고로 페이스 조절을 하는 것도 대장장이가 가져야 할 덕목이거늘.
하지만…….
깡! 깡! 깡! 깡! 깡!
타들어 가는 듯한 뜨거운 열기.
무거운 망치를 휘두르는 오른팔은 이미 감각을 상실한 듯했지만.
씨익.
토르엘의 입가에 있는 미소는 점점 깊어지기 시작했다.
바로 이 무아지경으로 들어가는 이 감각을 느낄 때, 자신이 살아 있음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할 수 있다…… 더 잘할 수 있어……!’
많은 작업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느낌이라는 것이 있다.
이번엔 어떤 결과물이 나올 것 같다는 그런 느낌 말이다.
토르엘은 장담할 수 있었다.
어쩌면 이번 작품은…….
‘내 인생 최고의 걸작이다……!’
날 믿어 준 그를 위해서라도.
“흐아아아압!”
쾅!
토르엘의 망치질은 밤이 새도록 멈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