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92)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95화(95/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95)
치이이이이이익!
불에 달군 아만타티움을 차가운 물에 담가 온도를 낮추며 담금질을 하고 있는 토르엘.
벌써 며칠째.
얼마나 몰두하고 있는지 오픈된 대장간 밖에서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조차 인지를 하지 못할 정도였다.
“……독하구먼.”
“지금이 며칠째지? 4일은 되지 않았나?”
“그런데 조금씩 아만타티움의 형체가 잡혀 가고 있어. 정말…… 아만타티움을 제련했다는 건가?”
“특별한 방법은 없어 보이는데, 대체 비결이 뭐지?”
대장간을 기웃거리는 사람들은 모두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뭔가 특별한 비법이라고 할 만한 것도 없는데, 견습이었던 토르엘이 정말 아만타티움을 제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그리고 데미안 역시 중간중간 토르엘의 대장간으로 돌아와 그가 작업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의 얼굴에 새겨진 미소.
그리고 집중한 그의 눈빛을 보니 보고 있는 데미안이 신이 날 지경이었다.
스윽.
데미안은 대장간 앞에 경비를 서고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혹시라도 토르엘에게 악감정이 있는 녀석들이 작업을 망칠 수도 있기에 디엘이 고용한 경비였다.
‘정말일 줄이야.’
아직 완성까진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런 상태로만 순조롭게 진행이 된다면 앞으로 4~5일 안으로 작업이 끝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기에 데미안은 처음 토르엘이 작업을 시작할 때 보였던 윌트런의 행동을 떠올리며 의문을 감출 수 없었다.
‘그때 그 반응…….’
토르엘이 아만타티움을 제련하려고 작업을 시작할 때, 그는 단순히 비난만 하는 것이 아니라 토르엘의 작업을 방해하려고 했었다.
아만타티움이 가짜라는 말을 한다거나, 혹은 그가 대장간을 대여하지 못하도록 꽤나 압력을 넣었던 것이다.
마치 토르엘이 아만타티움의 제련을 증명하는 행동 자체를 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더 의아한 것은 토르엘이 작업을 시작한 이후, 윌트런이 한 번씩 찾아와 토르엘이 작업하는 모습을 보며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이건 어쩌면…….’
정말 토르엘이 말한 것처럼 그가 토르엘의 공을 전부 빼앗은 것일 수도 있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밀토버른에서 윌트런의 명성은 완전히 바닥으로 내리꽂히겠지.’
차라리 함께 작업한 결과물이라고 발표를 했으면 윌트런에게도 좋지 않았을까?
데미안은 몸을 돌려 다시 자신의 대장간으로 향하는 윌트런을 보았다.
그리고 그때.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고 계십니까?”
“토르엘이 했던 말이 걸려서요.”
“무슨 말이요?”
디엘의 물음에 데미안은 토르엘과 나누었던 대화를 디엘에게 말했다.
데미안의 말을 듣던 디엘이 미간을 찌푸렸다.
“어리석은 행동이네요. 물론 토르엘이라는 저 대장장이의 말이 전부 사실이라는 전제하에서요.”
“제 생각도 비슷합니다. 그런데 의문인 건, 윌트런은 아만타티움을 제련할 수 있는 능력이 아예 없는 건가 하는 겁니다.”
만약 그가 아만타티움을 제련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큰 문제는 없다.
제자의 공을 빼앗은 것이긴 하나, 어디까지나 뒷수습이 가능한 선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만약 그가 그런 실력도 되지 않는 상태에서 토르엘의 공을 빼앗은 거라면…….
“삼키지도 못할 과일을 통째로 삼킨 것과 다름이 없겠죠.”
다만 그것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하는 건데…….
“그런데 그게 중요한 일인가요?”
“그건 아닙니다. 사실 그가 아만타티움을 제련할 수 있든 없든 나와는 관계가 없으니까요.”
데미안이 집중하는 것은 단 한 가지.
바로 토르엘의 누명을 풀어 주고, 그와 계약을 맺는 것이었다.
물론 덤으로 아만타티움으로 만들어진 창을 얻게 될 테지만.
‘이렇게 어린 나이에 아만타티움을 제련할 수 있는 실력자를 내 사람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면…….’
앞으로 제국과의 전쟁에 있어 크나큰 무기를 얻는 것과도 같다.
데미안은 쓸데없는 명분보단 보다 실리에 집중했다. 하지만 디엘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그래도 이왕 토르엘에게 접근한 거…… 그의 명성까지 확실히 올려 준다면 앞으로 데미안 님이 하는 일에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제가 무슨 일을 하려는 줄 알고요.”
“정확히는 모르지만, 저 토르엘이란 사람을 영입하려고 애쓰고 있잖아요.”
저처럼요.
디엘이 뒷말은 내뱉지 않은 채 작게 미소를 지었다.
디엘의 미소에 데미안이 멋쩍은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어째 점점 당해 낼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누구 때문에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경험을 하고 있기 때문이죠.”
디엘의 말에 데미안은 그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에 디엘 역시 미소를 지었다.
“우선 윌트런이란 대장장이에게 한번 가 보려고 합니다.”
“중요한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저도 그 부분에 대해선 데미안 님과 생각이 같아요. 하지만 그가 정말 토르엘의 공을 빼앗은 건지 확인해 볼 필요는 있죠.”
실력의 입증이 무조건 누명을 벗는 길은 아니다.
토르엘이 아마타티움을 제련한다고 해도, 누군가는 윌트런이 가진 아만타티움을 훔쳐 제련한 도둑놈이라고 손가락질할 수 있으니까.
그에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할 거라면 제대로 하는 게 좋겠지요. 그럼 디엘 님의 도움이 조금 필요한데 도와주실 수 있습니까?”
“그러려고 여기에 있는걸요. 우린 한편이잖아요?”
디엘의 말에 데미안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럼 제가 불을 조금 지펴 볼 테니, 이후 디엘 님이 나서 주십시오.”
“……불을 지펴요?”
디엘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에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이런 일에는 정공법이 가장 좋긴 한데…… 그 전에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이윽고 데미안이 어디론가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다음 날, 밀토버른에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 * *
“자네 얘기 들었나?”
“쉿, 조용히 하게. 괜히 윌트런의 귀에 들어가면 좋을 것 없으니.”
출처가 어디인지는 알 수 없는 이야기.
하지만 갑자기 밀토버른에 돌기 시작한 소문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기 참 좋은 주제였다.
윌트런의 대장간에서 아만타티움을 제련하여 만들어진 검이 사실은 토르엘이 만든 것이라고 말이다.
허황된 소문이라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최근 토르엘이 아만타티움을 제련하고 있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공개가 되니 그 이야기에 힘을 보태고 있었다.
어쩌면 토르엘이 아만타티움의 제련에 성공하여 무구를 완성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문의 포인트는 그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더욱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바로 그 뒤에 따라오는 말.
―윌트런은 아만타티움을 제련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라고 말이다.
만약 이 말이 진짜라면…….
“설마…… 마이스터 윌트런이 견습 대장장이의 공을 가로챘으려고.”
“에이, 말이 안 되지. 그럼 정말로 그 아만타티움을 토르엘이 제련한 거라고?”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겉으로는 말이다.
그리고 소문에 휩쓸린 사람들은 하나둘 윌트런의 대장간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소문은 엄청난 속도로 밀토버른 전체에 퍼지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 고의적으로 소문을 퍼트리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데미안 님이 한 일입니까?”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데미안의 물음에 디엘은 고개를 저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효과만큼은…… 굉장히 뛰어난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디엘은 데미안의 방식에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마치 데미안을 보고 있자면.
‘……굉장히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아.’
군인이라서 그런가?
확실히 데미안의 방법은 굉장히 효율적이었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의 관심이 윌트런에게 모이고, 잘못된 정보와 진실이 섞인 상태가 되어 그것을 밝히고 싶은 사람들이 상당히 많이 생긴 것이다.
일종에…….
“진실 규명을 하라는 분위기가 형성이 되었네요.”
“예, 싸움에 있어 정보를 흩트리는 것이 때로는 꽤 좋은 전략이 되거든요.”
“그건 맞지만…… 이런 건 어디서 배우셨습니까?”
“군인이잖아요. 이 정도는 기본이죠.”
“……네.”
어차피 대답해 줄 거라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조금은 김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디엘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럼 이제 제가 나서면 되나요?”
“예, 이제 디엘 님이 이 어수선한 분위기에 불을 붙여 주시면 됩니다.”
“어떻게요?”
디엘이 물었다. 그에 데미안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간단합니다. 그냥 가서 윌트런에게 의뢰를 요청하면 됩니다.”
하멜 상단처럼 영향력이 있는 상단의 부상단주가 직접 하는 의뢰다.
큰 사정이 있는 것이 아니고서는 뿌리치는 것이 불가능하다.
‘아니, 거절해도 상관없다.’
어차피 그것이 제대로 된 이유는 아닐 테니까.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아주 작은 의심만 생겨도 그것이 증폭되는 것은 순식간이니까.’
데미안이 목적으로 하는 것은 무조건 윌트런은 끌어내리는 것이 아니다.
윌트런을 이용하여 토르엘을 위로 올리겠다는 것이 진짜 목적이었다.
그에 디엘이 말했다.
“그거면 충분합니까?”
“예. 디엘 님이 그렇게 해 주는 것만으로도 모든 상황이 제대로 돌아갈 거예요. 그리고 저는…….”
데미안이 토르엘이 작업하고 있는 대장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진짜 목적을 이루러 가 봐야겠습니다.”
한껏 원동력을 부여해 주는 것도 할 일이지.
어느덧 데미안의 입가엔 미소가 길게 걸려 있었다.
* * *
치이이이이이이이익!
붉게 달군 아만타티움을 차가운 물에 담금질을 하자 하얀 연기가 뿌옇게 피어올랐다.
연기 속에서 보이는 영롱한 보랏빛의 아만타티움은 어느덧 울퉁불퉁한 주먹 형태에서 길쭉한 형태로 변해 있었다.
“……후우.”
아만타티움을 집게로 잡고 있던 토르엘이 길게 숨을 토하며 잠깐 눈을 감았다.
하지만 그때.
“고생이 많군요.”
“……데미안 님?”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토르엘이 고개를 돌려 데미안을 보았다.
데미안은 어느덧 액체가 든 병 하나를 토르엘에게 건넸다.
“마시면서 해요. 그러다가 쓰러지겠어.”
“……감사합니다.”
토르엘은 데미안이 건넨 병을 잡고 액체를 마셨다.
옅은 붉은색의 액체였는데.
꿀꺽꿀꺽.
그것을 마시자 묘하게 몸이 서늘해지면서 힘이 나는 것 같았다.
데미안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피로 회복제입니다. 디엘 님이 구해 준 거니 효과는 좋을 거예요.”
“아…… 그렇군요.”
빈 병을 만지작거리며 말하는 토르엘.
그를 보며 데미안이 넌지시 말했다.
“작업은 어때요?”
“잘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3~4일 정도 한다면 모양은 완전히 잡힐 것 같습니다.”
“대단하군요.”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랫동안 그의 시간을 빼앗을 생각은 없었기에 데미안이 본론을 바로 꺼냈다.
“최선을 다해야 할 겁니다. 물론 아만타티움을 제련한다고 해도 토르엘 님의 누명이 완전히 벗겨지진 않을 겁니다.”
“…….”
“누군가는 실력은 좋지만, 어쨌든 스승의 아만타티움을 훔쳐 제련한 도둑놈이라고 손가락질하겠죠.”
“전…… 정말 그런 의도를 가지지 않았습니다. 사실 스승님…… 아니, 윌트런이 아만타티움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에 제련할 수 있다고 했더니, 그자가 제련해 보라고 준 것이었어요.”
“네, 저는 토르엘 님의 말을 믿습니다. 하지만 그 말을 믿지 않을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한 거죠.”
데미안은 들고 있던 피로 회복제를 쭉 들이켰다.
“크으, 맛도 괜찮네요.”
그리고 빈 병을 쥐고는 토르엘에게 말했다.
“하지만 걱정 마세요. 그 누명을 완전히 벗기려고 움직이고 있으니까요.”
“……예?”
데미안의 말에 토르엘이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지금까지 태어나서 단 한 번이라도, 누군가가 자신을 이렇게 믿어 주며 도와준 적이 있었던가?
토르엘은 이전에 물어보지 못했던 것을 데미안에게 물었다.
“저…… 데미안 님.”
“예.”
“이렇게까지 절 도와주시는 이유가 뭐죠? 창을 만들어 달라거나 그런 가짜 이유 말고…… 진짜 이유요.”
토르엘이 진지한 눈빛으로 데미안을 바라보았다.
데미안은 토르엘의 말에 잠깐 입을 다문 채 잠시 침묵을 유지하더니.
“이유야 당연한 것이지 않겠습니까.”
이어 데미안은 솔직하게 자신의 의도를 토르엘에게 털어놓았다.